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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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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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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스티븐 스필버그(2)

DUMMY

009. 스티븐 스필버그(2)


스티븐 앨런 스필버그.


설명이 필요 없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감독.

할리우드의 아이콘이자 영화인들의 우상!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스필버그라.”


하지만 장지욱 단장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스필버그를 만나러 미국을 가야겠다는 내 말에 그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필버그 좋아하나 봐? ET, 인디아나존스, 죠스. 재밌지, 그 감독 영화. 티켓 파워도 어마 어마 하고. 그런데 그 친구 약간 B급이잖아.”


하. 내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스필버그가 B급이라고? 감히?


“스필버그 같은 상업영화 감독은 한계가 뚜렷해. 오래 못 간다는 거지. 봐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이후에 내놓는 영화들은 죄다 망하고 있잖아. 단물 다 빠졌단 거지.”


장지욱은 팔짱까지 끼며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전 재벌 3세 앞에서 바싹 긴장한 모습은 싹 사라졌다.

그래, 영화는 자기 전공이다 이거지. 아무리 재벌 3세라고 하지만 영화만큼은 자신이 전문가라 느꼈는지 장지욱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자네 같은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 만해, 그 감독. 그런데 생각해봐. 왜 오스카가 스필버그 한테 이제껏 상을 하나도 주지 않았을까?”


장지욱 단장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단, 딱 1992년 올해까지는 말이다.

1992년, 스필버그는 지금까지 오스카 트로피를 단 하나도 들어 올리지도 못했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이후 몇 년간 히트작이 없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할리우드의 일부에서 스필버그를 B급 상업영화감독이라고 평가 절하 했던 시기가 딱 지금이다.


하지만.

1년만 지나 봐라. 오늘 했던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쪽팔림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될 테니.


“솔직히 얘기하죠. 아버지랑 내기를 했어요. 영화가 돈이 되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아버지란 말에 장지욱의 자세가 다시 공손해졌다.


“아, 아버지? 부회장님? 무슨 약속을 어떻게 했다는 건데...”

“일 년입니다. 약속한 시간은.”

“이, 일 년?”

“네. 일 년. 긴 시간은 아니죠.”

“가만... 혹시 그래서 부회장님이 영화가 돈이 되냐고 물어봤던 거야? 나는 최소 오 년이라 그랬는데.”

“걱정 마세요. 제가 증명해 보일 거니깐. 그래서 스필버그를 만나러 가겠다는 거고요.”

“어떻게? 스필버그한테 돈이라도 빌리게...요?”

“그 반대죠. 스필버그 작품을 살 겁니다. 돈 주고.”

“배급권을 사오겠단 거야? 혹시... 그 감독 요새 무슨 공룡 나오는 아동용 영화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설마 그건 아니겠지?”


내 입에서 다시 실소가 흘러나왔다.

영화 산업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을 두고 아동용 공룡 영화라니.


“네, 맞아요. 그 영화에요. 아동용 공룡 영화.”

“자, 그래. 다 좋아. 자네는 재벌 3세니깐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만약에 일 년 안에 영화로 돈을 벌지 못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야?”

“아마 저는 영상사업단을 나와서 아버지가 원하는 부서에 들어가거나, 멀리 유학을 가거나 해야 될 거에요.”

“그럼 이 영상사업단은?”

“글쎄요?”

“그...을쎄?”

“왠지 우리 지금 한배를 타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장지욱을 비롯한 영상사업단 직원들의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


“미국?”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성민철의 미간이 좁혀졌다.


“출근한 첫날부터 미국 출장 결재를 올렸다고? 출장 사유가 뭐야?”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유대인 영화감독을 만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예석군이 영화 수입에 손을 대려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수입한다고?”

“네, 판권을 사서 한국 시장에 배급을 하는 겁니다.”

“판권을 산다?”

“네, 영화관 입장료, 비디오 대여료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판권 보다 높아지면 흑자를 보는 구좁니다.”

“결국 흥행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단 거 아닌가.”

“네.”

“자네 보기엔 어때? 승산이 있나?”

“스필버그가 유명한 흥행 감독인 건 사실입니다. 영화 하나로 2억 달러 수익을 올린 유일한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2억 달러. 코쟁이들은 뭐든 사이즈가 커. 그런데?”

“하지만 최근에는 하향세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몇 년째 예전만큼의 흥행작은 못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까봐야 알 수 있단 거군.”

“네, 우리가 제품 판매량 예측하듯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분얍니다. 영화시장은.”

“도박판이구만. 결국.”


성민철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단시킬까요?”


짧은 한숨을 내뱉은 성민철이 고개를 다시 저었다.


“아니야. 한번 해보라고 해. 뭐든.”

“위험이 너무 큽니다.”

“다 경험이야. 망해보는 것도. 예산이든 인력이든 이번 한 번만 원하는 대로 지원해 줘.”

“부회장님. 우리 영화시장은 아직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 그렇겠지!”


성민철의 언성이 높아지자, 현영관이 입술 사이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부회장의 결정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약쟁이 보다! 영화쟁이가 그래도 낫잖아.”

“......”

“내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게 해야겠나?”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이번 딱 한 번이야. 지도 배우는 게 있겠지. 그리고 그 녀석 분명 달라졌어. 나하고 약속도 했고. 일 년 안에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기획실로 불러들일 생각일세.”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진행시키겠습니다.”

“그런데 그놈 영어는 할 줄 아나?”

“유철규 팀장이 동행할 겁니다.”

“언어도 안되는 놈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참.”


성민철의 입가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


“Can I offer you something to drink or a snack to enjoy during the flight?"”

“I'll have a cup of tea, please”

“Would you like it with milk and sugar?”

“No, thank you. Just plain, please.”

“"Here you go, one hot cup of tea. If you need anything else, don't hesitate to ask”

“Thank you so much. I'm all set for now.”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내 유창한 영어 실력에 유철규의 눈이 둥그레졌다.


“영어는 언제 공부하셨어요?”

“뭐, 기본이죠. 이 정도는.”

“간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보나 했는데, 제가 딱히 할 일이 없겠네요.”

“무슨 소리에요. 단 이틀 만에 출장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고는.”


스필버그 쪽과 미팅 약속, 영화 수입 계약을 위한 서류 준비, 호텔 예약까지.

미국 출장을 위한 모든 절차는 유철규가 KG그룹 엘리트 직원 닮게 착착 해냈다.


“뭐, 이 정도는 솔직히 저한텐 일도 아니죠.”


내 칭찬에 어깨가 으슥해지는 유철규다. 역시 옆에 두길 잘했다.

KG그룹 영상사업단과 내 운명이 걸린 거사였지만, 일행은 나와 유철규 두 명으로 단출하다.

장지욱 단장이 같이 가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긴 했지만, 온갖 아는 척을 하며 피곤하게 할 모습이 상상돼서 단호히 사양했다.

업무 능력은 KG그룹 팀장급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영화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장지욱 처럼 내가 하려는 일에 귀찮게 훈수를 둘 일도 없을 것이다.


“도련님, 저도 여기저기 물어보긴 했는데 요샌 할리우드에서 스필버그보다 루카스나 카메론 감독을 더 주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 혼자 갈 걸 그랬나. 이럴 땐 말을 돌려야 한다.


“미팅은 잘 잡았죠?”

“네, 한국의 KG그룹이라고 하니깐 시간을 내겠다고 하더라고요. KG 직원으로 살짝 뿌듯해지던데요. 이젠 KG가 미국에서도 통하다니.”

“앞으로 뿌듯해질 일 많을 겁니다.”

“호텔은 얘기한 대로 센트럴파크 인근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스필버그랑 미팅까지 이틀 시간이 뜨는데, 혹시 관광이라도 하게요?”


유철규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니요. 그전에 개인적으로 만날 사람이 있거든요.”

“아...”

“개인적인 일이니깐 팀장님은 그동안 뉴욕 관광이나 하세요.”

“정말요?”

“네.”


- 우리 비행기는 곧 존F케네디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현재 뉴욕의 날씨는... -


비행기 창밖으로 1992년, 화려한 뉴욕의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뉴욕.

전생의 삶에서 이미 경험했던 곳이다. 여행차 한 번, 영화 일 때문에 두 번 뉴욕을 방문했었다. 하지만 모두 2010년 이후였다.

뉴욕을 상징하는 빌딩숲은 지금이나 30년 후나 거대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길거리 분위기나 사람들의 표정은 1992년 지금이 더 생기가 넘친다고 해야 할까?


“맥모닝도 90년대가 낫군.”


뉴욕에서 맞는 첫날 아침을 나는 센트럴파크 근처의 맥더날드에서 시작했다.

이 중요한 시간을 뉴욕 맛집이나 찾아다니며 허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허기를 채운 나는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패스트푸드점을 나와, 거대한 인파 속에 합류했다. 사자머리를 한 여성들, 넥타이에 정장을 단단히 입은 비즈니스맨들. 긴 머리와 나팔바지, 통기타를 멘 자유로운 영혼, 히피족들. 도로에 줄지어 선 노란택시들. 그리고 우뚝 솟은 빌딩, 빌딩, 빌딩들. 도시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992년이니 더욱 그렇겠지.


“여기 어딘가에 있단 말이지.”


나는 인파 속에서 빠져나와 센트럴파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뉴욕시간으로 아침 10시. 아침 운동을 하기엔 늦은 시간이고,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엔 이른 시간. 그런 애매한 시간이기에 당연히 센트럴파크는 한산했다.

나는 뉴욕으로 오기 전 구한 센트럴파크 지도를 품에서 꺼냈다. 스마트폰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편했을 테지만, 지도를 펼쳐 놓고 어딘갈 찾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뭔가 낭만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나는 지도와 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정말 크긴 크네.”


뉴욕 한복판에 자리 잡은 거대한 공원. 이 공원을 만들기 위해 10만 수레의 돌과 흙이 동원되고, 5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고 들었다.

규모는 백만 평이 넘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보다 큰 면적이다.


“여기서 정말 만날 수 있을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리고 내가 1992년, 성예석이란 재벌 3세로 살아가는 것이 그저 우연이 아니라면. 나는 그녀를 어떻게든 만나게 될 것이다.


지도와 기억을 의지하며 몇 개의 정원을 지나자 빽빽한 나무 사이로 조금은 으슥한 길이 나왔다. 나는 천천히 인적 없는 그 길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 길 끝에 다다르자 작은 음수대가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찾던 그 사람이 조용히 음수대 앞으로 다가와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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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 스필버그, 한국오다 (5) 24.09.15 534 9 12쪽
23 022. 스필버그, 한국오다 (4) 24.09.14 57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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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전쟁의 시작 24.09.04 690 9 11쪽
12 011. 스티븐 스필버그(4) 24.09.03 693 10 12쪽
11 010. 스티븐 스필버그(3) 24.09.02 701 10 11쪽
» 009. 스티븐 스필버그(2) 24.09.01 705 10 12쪽
9 008. 스티븐 스필버그(1) 24.08.31 718 10 11쪽
8 007. 화형식(3) 24.08.30 743 11 12쪽
7 006. 화형식(2) 24.08.29 753 11 11쪽
6 005. 화형식(1) 24.08.28 765 12 11쪽
5 004. 첫 대면 24.08.27 790 12 10쪽
4 003. 재벌집 막내 아들이 아닌 재벌집 망나니라니! 24.08.26 828 11 11쪽
3 002. 재벌집 마약쟁이 (소제목수정) 24.08.26 893 12 11쪽
2 001. 성도희가 죽었다 24.08.26 985 12 14쪽
1 000. 프롤로그 (수정) 24.08.26 1,011 1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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