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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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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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새옹지마 -3

DUMMY

3화


“끄응···”

“아니 그게 아니라, 조금 더··· 그래 그렇지!”


다행히 삼촌이 전수해 준 염동력은 사용할 때 주문 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처음엔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듯 사용하기 전에 주문을 필요로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일초 일초가 급박한 프로 경기에서 공을 받기 전, 패스를 뿌리기 전에 주구장창 주문을 외울 수는 없지 않나.

아무튼, 이젠 삼촌이 전수해 준 능력을 갈고닦을 시간이었다.


“물체를 보고 그 물체의 움직임을 상상해.”


물체를 보고, 그 물체의 움직임을 상상한다.

삼촌의 조언을 귀담아들으면서 물체를 띄우기 위해 집중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살면서 저 물체의 움직임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아주 희한한 요구였기에 쉽지 않았고, 겨우 공을 띄울 수는 있어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수십 대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티가 나지 않도록, 그러니까 이 세상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에 위반되지 않고 그럴싸해 보이도록 염동력을 쓰는 것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다음 시즌까지 얼마나 남았지?”

“두 달··· 정도.”

“흠···”


삼촌이 걱정이라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마 기껏 전수해 준 능력을 써먹지도 못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삼촌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어떻게든 해볼게.”


더 이상 어리광은 끝이다.

이런 능력까지 줬는데, 궁상맞게 힘들다고 질질 짜고 싶지는 않았다.

삼촌은 내게 능력을 준 것으로 끝이다.

뭐, 아직 받을 게 많이 남긴 했지만··· 이것을 잘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나였다.


“그런데 다른 능력들은 또 뭐가 있어?”

“다른 능력?”

“응. 미리 좀 생각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하나씩 받을 수 있으니까 필요한 것부터 받아야지.”

“흠, 너무 많아서 말로 하긴 힘든데··· 아 맞다. 동혁이 너 노트북 있냐?”

“노트북? 있긴 한데···”

“좀 빌려 줄래? 엑셀로 정리해서 줄게. 오랜만에 연습도 할 겸.”

“웬 연습?”

“삼촌 취직해야지 임마.”

“아.”


*


아쉽게도 삼촌이 내게 전수해 줄 마법 중, 잃어버린 신체를 수복하거나 사라진 연골을 채워줄 회복 계열 마법은 없다고 했다.

그건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나 뭐라나.

강화는 돼도, 회복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고, 때문에 무너진 신체 밸런스나 통증들은 나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았다.

대신 강화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


또한 신체 강화 능력 또한 이 세계의 법칙을 따라야만 한다고 한다.

이세계에선 더 강한 신체 능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지금 세상은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이 최대란다.

그나저나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이 뭐지?


니콜라이 하빕!

존존스!

은가누!

알렉산더 우식!

흠.


그리고 능력을 받은 이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 능력 발달상황으로 보자면···


“오, 쫌 괜찮은데 이제?”

“그래? 아직 조금 티나지 않아?”


이제 물체를 띄우고, 방향을 조절하고, 그런 것들은 꽤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은 인터넷과 비디오의 세상이다.

100년 전처럼 신문으로 축구가 중계되고,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 전설처럼 내 비범함이 전해지는 세상이 아니다.

TV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내 플레이가 송출되는 상황,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럴싸함이었다.

눈으로 봤을 때 짜치지 않고 그럴싸하게 트래핑이 되는가.

그럴싸하게 패스가 나아가고, 그럴싸하게 드리블이 되는가.

그런 것들이 중요한 법인데, 이 부분은 굉장한 마이크로 컨트롤이 요구됐고, 쉽사리 통달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공을 안정적으로 받는 데만 집중했다.


축구는 100% 라이브 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만 공이 오지 않는다.

나는 신체 밸런스가 망가진 뒤 공중볼을 컨트롤하는 데에 문제가 꽤 많았다.

그렇기에 가장 변수가 많은 공중볼 트래핑을 자연스럽게 받는 데에 집중했고, 그다음 동작을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게 연구했다.


때문에 지단이나 메시, 베르바토프, 호나우지뉴 등 트래핑에 도가 튼 인물들의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공중에서 내려오는 볼을 어떤 식으로 발에 붙이느냐,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 그 점들에 통달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프로 축구에서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공을 발에 붙이고, 볼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

그 텀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다음 동작을 가져갈 텀을 늘릴 수 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져도, 전성기에 보여줬던 능력을 조금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염동력을 이용해 공을 온전하고 빠르게 내 발에 붙일 수 있도록 연구에 집중했다.


“자 간다!”


때문에 삼촌이 지금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는 중이다.


타아앙 - !


마치 초등학생 조카와 놀아주듯, 집 앞 마당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을 차주며 내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

여러모로 고마운 삼촌이다.

눈을 뜨자마자 좌절에 빠졌던 나를 격려해 주고, 능력을 선물해 주고, 더 나아가 그 능력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기까지.

심지어 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으로 찍어 확인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금만 쉬었다 할까? 찍어 놓은 것도 좀 볼 겸.”


삼촌이 좀 지치는지 삼각대로 설치한 카메라를 집어 들고 그 자리에 앉았다.

나도 그 옆으로 가서 찍었던 영상들을 함께 확인했다.


“이 정도면 이제 충분하지 않아?”

“음.”


삼촌은 충분하다 말했지만,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욕심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능력을 선물 받은 뒤로 연습이 더 즐거워졌다.

성장의 곡선이 또렷하게 보이니 훈련이 재밌었고, 육체의 고통은 순식간에 즐거움으로 변했다.


“오늘은 일단 요정도만 하고 짜식아! 사람이 쉴 줄도 알아야 해. 부족하다 생각 들면 내일 하면 되니까.”


삼촌의 말이 맞았다.

조금 더 갈고 닦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차차 적응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고마워 삼촌.”

“뭐가?”

“삼촌도 평범한 인생 준비하려면 할 거 많을 텐데···”


내 말을 듣고 삼촌이 너털웃음을 짓더니 일어나서 내 어깨를 주물러줬다.


“조카 놀아주는 것도 평범한 삼촌이 할 일 아니겠냐?”


흠.

사람 감동하게 만드는 재주 하나는 잔뜩 늘어왔다니까.


“아, 그럼 다음 능력은 언제쯤 받을 수 있는 거야?”

“아마도 두 달 뒤?”


삼촌의 추가적인 설명이 덧붙였다.

이번에 내가 받은 능력인 염동력은 하위 마법이라 전수해 주는데 신체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다른 고차원의 마법은 신체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전수하는 텀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 했다.


“고차원? 염동력보다 더 고차원의 마법이 있어?”

“고럼!”

“예를 들면?”

“음, 예를 들면 메테오 같은?”

“그건 필요 없는데···?”

“왜?”

“축구하는데 메테오를 어따 써먹는다고?”

“어, 음··· 고, 고민을 해봐야지 짜식아!”


때려죽여도 그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것 같습니다만?


*


“정말 그게 니 생각이야?”

“응, 후회 안 해.”


내 결정을 듣고 패트릭이 걱정스럽다는 듯 손가락으로 양쪽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물론 그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이미 2년간 여러 클럽을 임대로 전전한데다 벤치 생활을 면치 못했고, 그의 말대로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패트릭이 내게 K리그를 권한 것이었다.

적어도 K리그에선 주전으로 뛸 수 있을 테니 경기 감각을 살리는 데 집중하자는 그런 의미에서.

하지만 나는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었기에 아주 강한 어조로 내 의사를 표했다.


“벤치여도 좋아. PL 팀으로 알아봐 줘. 음··· 런던 팀이면 더 좋고.”

“흠···”


패트릭의 입에서 또 한번 깊은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 얼굴에 마치, 할말하않.- 이란 단어가 쓰여 있는 듯 보였으나 결국 패트릭은 할 말 많은 그 말을 끄집어내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케이, 고객님이 까라면 까야지. 사실 너를 스쿼드 자원으로 원하는 팀이 몇 개 있긴 했어.”

“정말?”

“응, 그것도 세 팀이나. 그리고 전부 런던 근처 팀이야”

“어딘데?”

“풀럼이랑 크리스탈 팰리스랑 브라이튼.”

“비슷한 팀들이네.”

“그렇지 뭐···”


풀럼, 크리스탈 팰리스, 브라이튼.

당장 작년 리그 10위부터 13위 사이에 있는 전형적인 중위권 팀들이었다.

심지어 브라이튼은 런던 연고의 팀도 아니었다.

그나마 가까운 거리긴 했지만··· 그마저도 차를 타고 1시간은 족히 가야 하는 거리였다.


“이제 슬슬 결정해야 할 시기이기도 해. 알고 있지 동혁?”

“알고 있지.”


패트릭의 말이 맞았다.

물론 시즌 개막까진 아직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당장 프리시즌은 코앞이었다.

그리고 프리시즌에 참여하지 못하면 나머지 동료들과 체력 리듬을 맞추는 데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 또한 나는 알고 있다.

시간이 없었다.


풀럼, 크리스탈 팰리스, 브라이튼.

어떤 팀이 스쿼드 상 내가 가장 빛을 볼 수 있을까.

어떤 팀의 감독이 나를 가장 밝게 빛내줄 수 있을까.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


선동혁이 FA로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분 PL 구단이 보인 반응은 시큰둥.- 이었다.

물론 19살이란 나이에 2020년 올림픽에서 괄목할 만한 활약으로 은메달을 따냈고, 20살에 PL에 데뷔한 것까진 좋았다.

가격이 꽤 나가긴 했지만, 그럼에도 될성부른 떡잎을 긁어온 것에 많은 팀들이 아스날을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있었고, 그 뒤로 폼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심지어 임대를 전전하며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있었으니, 동혁은 많은 구단들 사이에서 이미 긁어본 복권, 볼 장 다 본 패, 침수 차가 된 페라리란 평이 자자했다.


동혁에게 관심을 보인다던 런던의 세 팀 중 풀럼과 크리스탈 팰리스는 에이전트인 패트릭이 꽤나 공을 들여온 고객들이기도 했고, 끈질긴 로비의 산물이기도 했다.

FA이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 이적료, 적은 주급.

스쿼드 자원으론 충분하지 않겠나.

또한 잘생긴 아시아 선수를 팀에 데리고 있으면, 그 국가에서 부가적인 수입을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은 다른 팀에서 입증된 사실이기도 했고.


“이 친구는 꼭 필요해요.”


하지만 브라이튼만은 달랐다.

정확히 찝어 말하자면 브라이튼의 감독만은.

이번 시즌 데 제르비의 뒤를 이어 브라이튼의 감독으로 부임한 파비안 휘르첼러는 단장에게 동혁의 영입을 강하게 요청했다.


“제 전술에서 꼭 필요한 선수입니다. 특히 이 가격으로 이런 퀄리티의 선수?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파비안, 다른 선수들은 이해해. 다 괜찮아. 하지만 썬 이 친구는 이미 볼 장 다 본 친구라고.”

“그건 다른 감독들이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죠.”

“흐음···”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을 거란 걱정은 이해 갑니다. 물론이에요. 저도 시작부터 주전으로 써먹겠단 얘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 친구가 가진 공간 이해도는 제가 계획한 프로젝트에 꽤 중요하게 작용할 겁니다. 포리바렌테로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줄 거라고요. 그리고 이적료도 공짜잖아요?”


파비안의 강한 요청에 단장은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구기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알겠어. 젠장 알겠다고. 뭐, 우리 구단주님이 팀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분명 지원은 해줄 거야. 자네가 그토록 원한다니까 뭐···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아둬. 자네가 고집한 선수고, 실패하면 온전히 자네가 짊어져야 할 짐이 될 거야.”


어찌 보면 협박 같기도 한 단장의 말이었다.

하지만 파비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그 협박을 받아쳤다.


“당연하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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