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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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헹헹헹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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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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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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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전술 -3

DUMMY

15화


전술 변화 예고를 듣고, 내가 능력적인 부분에서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미래 예지에 대한 숙련도 부분이었다.

내가 팀에서 부여 받은 역할은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팀의 스텟을 책임지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동료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감독님도 내가 동료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게 팀원들의 오프더볼을 제한하고, 내가 공을 잡는 순간 일제히 침투할 것을 주문한 것일 테지.


ㅡ눈을 감고 똥꾸멍에 힘을 줘.


나는 삼촌이 말해준 비법, 그러니까 미래 예지에 집중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마쳤다.


ㅡ사실 눈을 감을 필요는 없어. 똥꾸멍에 힘만 줘도 충분하긴 해.


타아앙 - !


공을 받기 전에 똥꾸멍··· 아니 단전에 힘을 꽉 주고 정신 상태를 차분하게 유지한다.

비퍼르의 패스가 짧게 깎은 잔디를 가로 지르며 빠른 속도로 굴러오는 동안, 유체 이탈을 한 것처럼 조금 더 높은 위치의 아주 찰나의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공은 내 발밑에 도달하고, 나는 오른발 인사이드 중앙으로 공의 정중앙을 때린다.


타아앙 - !


내가 원터치로 찔러준 볼이 입스위치 타운의 센터배과 풀백 사이 공간을 정확하게 파고들고, 그들 등 뒤로 침투하는 주앙 페드루의 놀란 얼굴이 상대 풀백 어깨 너머로 보였다.


*


[썬의 패스가 주앙 페드루에게, 페드루의 컷백, 미토마!! Ohhhhhhhhh!]

[Two, Nil !! 순식간에 2점 벌리는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주앙 페드루의 컷백을 미토마 카오루가 밀어 넣습니다!]

[페드루의 컷백이 날카로웠고, 미토마의 마무리가 깔끔했지만, 그 전에 썬의 기가 막힌 기점 패스가 있었죠!]

[정말 마법 같은 패스였어요. 느린 장면으로 보시죠. 비퍼르의 패스를 한 번의 터치로 돌려놨고, 그 패스가 수비 둘을 지나쳐 정확하게 주앙 페드루의 발밑으로 향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는 패스였어요!]

[마치 페드루가 저 공간으로 침투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패스가 이어졌어요.]


동혁의 원터치 패스가 주앙 페드루의 발밑으로 흘렀고, 페드루는 3미터 정도 더 전진한 이후 박스 안으로 컷백을 내줬다.

그 컷백을 미토마가 발에 맞추는 데 성공하며 득점 성공.


현지 캐스터와 코멘테이터는 마치 사각이 없다는 듯 패스를 뿌려대는 동혁의 시야를 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심지어 주앙 페드루의 발밑에서 역스핀이 걸리며 정확하게 멈춰서는 기묘한 패스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물론 염동력과 미래 예지, 두 마법의 적절한 콜라보레이션이긴 했지만, 보는 이가 그걸 알 방도는 없었다.

정부의 실험체가 되지 않기 위한 동혁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때문에 그 광경을 본 사람은, 적이건 아군이건 구분 없이 본인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마술쇼를 보고 환호를 쏟아냈다.


“Hooooooooo - !!”

“방금 뭘 본거지.”

“마법이지 이 친구야! Abracadabra !”

“Abracadabra !”


아브라 카다브라.

말한대로 이루어지리라.

동혁의 별명인 해리 포터와 꼭 맞는 그의 찬양이 더 아멕스의 대기 중에 가득 차올랐다.

그들은 비록 지금은 유통기한이 45분밖에 되지 않는 반쪽짜리 선수이긴 했으나 그 제한된 시간 안에 항상 결과를 만들어 내는 동혁이 이뻐 죽겠다는 듯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전반 종료와 함께 동혁이 벤치로 나간 뒤에 두 팀은 한 점씩 주고받으며 3:1 스코어로 경기는 마무리 됐다.

오랜만에 전반부터 상대를 몰아 붙이며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둔 브라이튼 팬들은 경기 종료 후 인사를 하러 나온 선수단을 향해 역시 오랜만에 큰 박수를 보냈다.


“이번 시즌 유럽 대항전 한 번 나가보나!”

“챔스는 몰라도 유로파 컨퍼런스는 나가 보자고!”

“유로파 컨퍼런스? 거기 나가려면 몇 위 해야하지?”

“6위!”

“6위는 거뜬하지!”


긍정적인 희망이 관중석 틈 사이사이 꽃을 피웠고.


[주심, 경기 종료를 알립니다! 3승 1무, 브라이튼이 3연승으로 좋은 기세를 이어갑니다.]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의 뒤를 이어 리그 4위 고지를 선점합니다 브라이튼! 아직 강팀을 상대하진 않았지만,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기세는 분명 굉장합니다!]

[맞습니다. 수비 집중력이 엄청나고, 썬을 필두로 매서운 공격도 보여주고 있어요. 브라이튼, 이번 시즌에도 분명 프리미어 리그의 다크호스가 되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캐스터와 코멘테이터 또한 이들의 밝은 미래를 예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패스해라, 패스! 날 봐!”


이른 아침, 브라이튼의 훈련장에 아일랜드 억양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높게 치솟았다.


“허 참, 답답하네.”


188cm의 훤칠한 키와 다부진 어깨, 그리고 사각을 넘어 오각형의 턱을 가진 이 남성은 줄창 뛰어다녀도 감감무소식인 공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해적이나 고릴라를 연상시키는 얼굴에 인상까지 더해지니 그 험악함이 배가 된다.


“퍼거슨! 입 좀 다물고 뛰어!”


그런 그의 이름은 에반 퍼거슨.

저번 시즌 후반기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있다가 갓 돌아온 싱싱한 공격수였다.


“코치님, 저도 답답해서 그러는 거 아닙니까! 허 참, 여기 좋은 공간이 떡하니 있는데!”

“좋긴 뭐가 좋아! 사지가 따로 없구만!”


재작년 팀의 위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특급 유망주.

그러나 저번 시즌 후반기 발목에 큰 부상을 당했고, 그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부상 회복, 그런 다음 이제 막 팀 훈련에 합류한 참이었다.


힘든 재활의 시기를 끝내고 오랜만에 밟는 그리운 잔디.

오랜만에 만지는 그리운 공.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동료들!


“허 참.”


하지만 그렇지 못한 훈련 상황에 퍼거슨은 입술을 툭, 내민 채 남은 트레이닝을 이어갔다.

저번 감독, 데 제르비 밑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퍼거슨은 현재의 체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격에서 자율성을 부여하고, 선수들의 창의성을 밀어준 데 제르비 감독과 달리 파비안은 모든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갈 것을 요구했다.

마치 지극히 현대화된 공정 과정처럼.


이 감독의 축구엔 자유는 없었다.

모든 선수들이 영화 모던타임즈에 나오는 노동자들처럼 쳇바퀴를 구르듯 틀에 맞춰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단 한 놈 빼고.


타아앙 –


타아앙 –


“비퍼르! 조금 더 빠르게 배출해! 머뭇거리지 마! 최대한 동혁이 정면을 볼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줘!”


바로 선동혁.

퍼거슨은 인상을 찌푸린 채, 다른 선수들 위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동혁의 낯짝을 경계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노려봤다.


‘참네, 지가 축구를 잘해봤자 뭐 얼마나 잘한다고.’


만약 누군가 퍼거슨의 생각을 읽는다면, 같은 동료끼리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왜 그렇게 꼬였냐!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잇겠다.

하지만 퍼거슨의 행동이 그저 유치한 19살 꼬맹이의 질투심 가득 담긴 불만인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프리미어 리그였다.

전 세계에서 축구로 방구 좀 뀌는 놈들이 모인 리그.

자신이 볼 좀 찬다는 자존감이 가득 차 있는 사나이들이 모인 리그.

그런데 그런 본인이 저런 유리 대포를 위해 부품처럼 뛰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심지어 퍼거슨은 재활 기간 동안 오로지 재활에만 전념하기 위해 축구와 관련된 것은 모든 것을 끊고 살았으니, 동혁의 실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다들 모여! 10분간 쉬고 다음 트레이닝 넘어가자!”


그렇게 적잖이 불만을 품고 있던 퍼거슨이었다.

하지만 그는 감독의 다음 지시를 듣고 불만을 넘어 충격까지 받았다.


“비퍼르랑 동혁, 그리고 포워드 한 명씩 들어와! 동혁이 볼 잡기 전까지 다들 오프더볼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거 잊지 말고! 동혁이 공 잡으면 그때 침투해!”


오프더볼을 하지 말라고?

지금 나보고 그냥 쇼윈도 앞에 서 있는 마네킹처럼 있으라는 건가?


그 지시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퍼거슨은 결국 손을 번쩍 들었다.

마치 초등학교 수업 시간, 담임 선생님께 당황스러운 질문을 하는 맨 뒷자리 개구장이처럼 말이다.


“그래, 퍼거슨. 왜.”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요?”

“그래 가만히. 가만히 있다가 동혁이 공을 잡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면 돼.”

“마네킹처럼요?”

“음, 굳이 따지자면 그런 거지.”

“타임 스토쁘?”

“그래 자식아. 몇 번을 말해.”


파비안은 퍼거슨이 더 따지고 들기 전에 훈련을 속행했다.

시간은 금이니까.


퍼거슨도, 우선 한번 지켜나 보자.- 라는 생각으로 입을 닫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동혁의 패스를 집중해서 쫓았다.


뻐어엉 - !


“흠.”


처음 퍼거슨이 동혁의 패스를 보고 떠올린 감상은, 오.- 였다.

문자 그대로 동혁의 원터치 패스를 보고, 오.- 하고 입술이 동그랗게 말렸다.


그렇다, 그렇게 말리긴 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그런다고 그에게 마치 메시나 지단, 혹은 마라도나 같은 세계적인 플레이 메이커에게나 주어지는 권한을 주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참네, 저깟 패스 누가 못한다고.”


아직은 인정할 수 없는 퍼거슨이었고, 이윽고 그의 차례가 다가왔다.


“퍼거슨!”

“아, 예!”


하도 속으로 불만을 곱씹느라 코치가 두 번이나 불렀고, 겨우 정신을 차린 퍼거슨은 천천히 일어나 훈련장으로 향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조금 심술 궂은 장난이 떠올랐다.


계속 빠른 템포로, 그것도 원터치로 패스를 내주는 것이 아무래도 다른 동료들이랑은 미리 약속한 동선 같은 것이 있는 모양 같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렇게 원터치로 동료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예측해 패스를 하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않나.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삑 - !”


때문에 퍼거슨은 정말 예상하기 힘든 위치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타아앙 - !


비퍼르의 패스가 동혁에게 흐르는 사이, 퍼거슨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포백 라인을 타고 횡으로 움직이다가 센터백 등 뒤로 침투하는 모션을 보이곤 다시 종으로.

공중에서 봤다면 번개 모양처럼.

그러니까 실전 상황에선 정말 쓰잘데기 없는 동선을 그리면서 빈공간으로 향한 것이다.

그런데.


뻐어엉 - !


“오잉?”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본인 발밑에 도착해 있는 공.

마치 쿠팡 배송처럼, 신속하고 정확한 동혁의 배달을 보고 퍼거슨은 얼어붙고 말았다.


“퍼거슨 뭐해 새끼야! 볼 받았는데 왜 안 차!”


벤치 쪽에서 성난 코치의 호통이 들렸지만, 퍼거슨은 본인의 눈앞에서 벌어진 마술쇼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엄마야··· 주, 죽이네···”


그렇게 퍼거슨이 얼어있는 동안 수비수 아담 웹스터가 슬쩍 다가와 공을 가로챘다.

그런 다음 웹스터는 퍼거슨의 어깨 위에 손을 가볍게 얹은 뒤 이렇게 소리쳤다.


“따라 해. 아브라 카다브라!”

“뭐, 뭐라고?”

“아브라 카다브라!”

“아, 아브라 카다브라?”

“그렇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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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전방 압박 -5 +1 24.09.14 132 5 13쪽
20 전방 압박 -4 +1 24.09.13 135 6 12쪽
19 전방 압박 -3 +2 24.09.12 158 7 18쪽
18 전방 압박 -2 +3 24.09.11 178 6 11쪽
17 전방 압박 -1 +2 24.09.10 202 8 13쪽
16 사?나?이? 공격수 +1 24.09.09 192 7 13쪽
» 맞춤 전술 -3 +1 24.09.08 192 9 12쪽
14 맞춤 전술 -2 +2 24.09.07 195 8 11쪽
13 맞춤 전술 -1 +1 24.09.06 212 9 15쪽
12 해리 포터 -2 +4 24.09.05 207 7 14쪽
11 해리 포터 -1 +2 24.09.04 222 8 13쪽
10 올리버 토마스 -2 +1 24.09.03 232 8 13쪽
9 올리버 토마스 -1 +1 24.09.02 241 6 13쪽
8 시즌 개막 -2 +2 24.09.01 255 10 16쪽
7 시즌 개막 -1 24.08.31 276 9 15쪽
6 인생사 새옹지마 -6 +2 24.08.30 279 7 12쪽
5 인생사 새옹지마 -5 24.08.29 288 10 13쪽
4 인생사 새옹지마 -4 24.08.28 311 8 14쪽
3 인생사 새옹지마 -3 24.08.27 388 11 13쪽
2 인생사 새옹지마 -2 24.08.26 462 12 15쪽
1 인생사 새옹지마 -1 +4 24.08.26 574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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