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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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헹헹헹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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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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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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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새옹지마 -5

DUMMY

5화


비행기의 내 옆자리를 차지한 올리버 스미스란 놈은 정말로 요상한 놈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기척이 없을 수가 있나?

이렇게나 존재감이 없을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의 존재감과 기척이 얼마나 없냐 하면은···


“다 왔지?”

“올리버가 아직 안 왔는데요!”

“올리버?”

“예, 올리버 스미스요.”

“아 그래?”


하마터면 그가 화장실을 간 사이 그를 놓고 버스를 출발시킬 뻔 했고.


“그나저나 올리버 스미스란 놈도 있었어?”


팀의 수석 코치, 요나스 쇼이어만은 그의 존재조차 몰랐으니까 뭐··· 말 다했지 않나.


“이번에 2군에서 콜업된 친구 있어.”

“아 그래? 왜 말 안 했어?”


뻔뻔한 수석 코치의 태도를 보고 머리가 아프다는 듯 검지와 엄지로 이마를 꾹꾹 누르는 감독님.

그렇게 우린 올리버를 한참 동안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인 올리버에게 결국 감독님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이 자식은 변기를 만들어서 싸나 왜 이렇게 안 와?”

“저, 저 왔는데요···”

“뭐야 언제 왔어?”

“아, 아까부터 있었어요···”

“그래? 썬! 옆에 올리버 왔으면 말을 해줘야지!”


억울했다.

문도 떡하니 하나밖에 없는데, 본인들도 몰라 놓고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지.

그런데 얜 또 언제 온 거야?


*


브라이튼이 일본에 상륙한 뒤 가장 먼저 만날 팀은 J리그의 전통적인 강호, 가와사키 프론탈레였다.

그들은 최근 천황 컵 (FA 컵) 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또한 동혁의 팀 동료 미토마 카오루의 친정팀이기도 했다.


“프리 시즌이긴 하지만 다들 죽어라 뛰는 게 좋을 거야!”


아무리 아시아 팀이라고 한들, 휴가를 보내고 온 브라이튼의 선수들과 달리 상대는 한창 시즌을 진행 중인 팀이었기에 폼이 많이 올라왔을 상황.

때문에 브라이튼의 감독, 파비안은 선수들에게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뛸 것을 주문했다.


“초장부터 얼굴 구기지 말자고!”


파비안은 긍정적인 사람이다.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이른 성공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에너지를 뚝심 있게 밀고 갈 의지가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우리의 게임 모델은 공격이야. 정해진 시스템이 없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해.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동료가 비워 둔 공간을 채워줘! 패스하고 움직이고 패스하고 움직이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해!”


파비안이 추구하는 롤 모델은 아르헨티나의 광인 비엘사였다.

다수의 선수들을 보조자로 만들고, 압도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단 한 번의 패스 낭비 없이 오로지 전진 혹은 대각 패스를 하고, 동료들이 비워둔 공간을 계속 채워 유기적인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팀.


“분명 처음엔 힘들고 괴로울 거야! 하지만 우린 그 괴로움에 익숙해져야 해!”


그런 파비안이 브라이튼 소속 감독으로 처음 꺼내든 선발 라인업은 이것이었다.


미토마 웰벡 페드루

에스투피냔 밀너 비퍼르 램프티

줄리우 덩크 웹스터

스틸


아무래도 첫 경기이니 만큼 전반은 기존 선수단 위주로 운영하고, 후반은 동혁을 포함한 신규 자원들을 투입할 계획으로 꾸린 라인업이었다.

그리고 파비안과 요나스는 선수들의 훈련과정을 지켜보며 본인들이 사전에 내린 평가들을 재점검했다.

선수단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살릴 방향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미토마는 드리블은 좋은데··· 이후 동작이 좀 문제야.”

“퍼거슨은 다 괜찮은데 몸을 너무 못쓰고.”

“밀너는 순발력이 너무 떨어져. 이제 선발로는 기용 못 하겠는데.”

“웹스터는 수비가 너무 성급해.”


이윽고 그들의 시선이 동혁에게 향했다.


“오.”


동혁을 영입하기 전 둘이 내린 평가는 이러했다.

공간의 이해도가 높고, 그에 기반한 움직임이 좋은 선수.

하지만 무너진 밸런스 때문에 터치의 기복이 심해 멈춰서 공을 받았을 때 장점이 별로 없고, 패스 선택지가 다소 아쉬운 선수.

그런데 오늘 그들의 눈에 비친 동혁은 평가했던 그것과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터치 괜찮은데?”

“그러게. 마냥 쉰 건 아닌 모양인데?”

“흐음···”


물론 트레이닝 과정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일 수도 있었다.

훈련 과정은 실전보다 확실히 압박이 덜하니까.


“아직 훈련 과정이라 평가를 내리기 좀 그런가?”

“아니야. 확실히 좋아지긴 했어.”


그럼에도 영입전에 본인들이 시청했던 비디오에서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다.

볼 컨트롤은 재능의 영역이다.

볼 컨트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신체 밸런스와 발의 감각은 연습을 한다고 쉽게 느는 것이 아닌데··· 어떤 패스든 찰떡같이 받아내는 동혁의 모습에 파비안은 보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더욱이 동혁의 영입에 불안함을 내비치던 수석코치 요나스 쇼이어만 또한 동혁의 플레이를 보고 만족감을 표했다.


“저 정도 터치면 조금 더 앞선에서 활용해 봐도 좋을 것 같은데.”

“음, 그래도 우선은 3선에 먼저 활용해 보자고. 실전에선 다를 수도 있으니까.”


*


경기 당일 날이 밝았다.

나는 필드를 밟으면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홈구장, 도도로키 육상 경기장의 전경을 둘러 봤다.

빠진 구석 없이 빽빽하게 들어 찬 관중석이 가장 먼저 눈에 담긴다.


작년은 임대 생활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해였다.

나는 작년 스페인의 클럽 지로나 FC에서 임대생활을 보냈다.

팀은 라리가에서 전통의 강호인 레알과 바르사의 뒤를 이은 3위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기적을 보여줬다.

감독과 팀원들도 괜찮았다.

미첼 감독은 나를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줬고, 좋은 축구를 구사했다.

팀원들도 임시로 방문한 이방인인 나를 살갑게 대해줬다.

그렇기에 더욱 슬펐다.


팀은 리그에서 믿을 수없는 기적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했으나 나는 그대로였다.

물론 변명할 거리는 많았다.

스페인의 축구는 잉글랜드와 비교해 굉장히 이질적이었고, 환경 또한 맞질 않았다.


다른 팀원들이 갑자기 좋은 성적을 보여주니 조바심이 났다.

잉글랜드와 비교해 스페인은 날씨도 매우 더웠고 극성맞은 카탈루냐 언론은 잉글랜드에서 온 동양인인 나를 할퀴고 물어 뜯었다.

불안전했던 터치는 더 튀었고, 상대 팀과 다투는 일도 잦았으며, 예의 바른 청년이었던 나는 어느새 조금은 신경질스럽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스페인에 있으면서 단 하루도 삼촌이 보고 싶지 않은 날이 없었다.

눈을 감고, 항상 누워있으며, 단 한마디도 꺼내질 않는 삼촌이라지만 그런 삼촌이라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냉정하게 생각해 모두 변명이다.


타아앙 - !


“나이스 패스!”


적응이란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팀에 새로 입성한 자원들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만 실패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제 더이상 실패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싶지 않았다.

내가 못한 것이었고, 그러니까 임대가 끝나고 계약도 끝난 것이다.


뻐어엉 - !


이젠 새 둥지를 틀었다.

더 이상 나는 이방인이 아니다.

브라이튼이란 클럽에서, 삼촌이 던져준 기회를 잡고 제대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 출발이었다.

변명은 그만 찾고 싶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이젠 현실이나 미래를 살고 싶다.


뻐어엉 - !


팀 동료이자 주장, 루이스 덩크가 공을 높게 띄워 내게 패스했다.

나는 삼촌이 전수해 준 염동력을 이용해 그 패스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부상 전엔 장점이었지만, 부상 후 내 가장 큰 단점이었던 볼 컨트롤은 삼촌 덕분에 다시 장점이 됐다.


“발에 쫙쫙 붙는데?”


루이스 덩크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나도 웃으면서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준 뒤 다시 그에게 볼을 보냈다.

내가 찬 공이 뻥 뚫린 필드를 지나쳐 정확히 루이스 덩크의 품으로 향했다.


*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홈구장인 도도로키 육상 경기장.

후반 62분, 대기심이 교체 선수의 등번호가 적힌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

그가 들어 올린 번호판엔 미토마 카오루의 등번호 22번과 선동혁의 등번호 27번이 적혀 있다.


“솔리 마치가 미토마 자리로 가고, 썬 너는 마치가 뛰던 오른쪽 미드필더 위치에서 뛰면 돼!”


파비안은 터치라인 위에서 교체를 준비하는 동혁의 옆에 서서 그가 경기 중 가져가야 할 움직임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램프티랑 페드로 그리고 너, 셋의 유닛 플레이에 집중해!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여! 비워둔 공간 커버하고 끊임없이 삼각형을 만들어!”

“알았어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곳은 일본이다.

자국의 슈퍼스타 미토마 카오루가 빠져나오자 관중석에서 아쉬운 감정이 흠뻑 담긴 박수가 쏟아졌다.

미토마 또한 박수로 화답하며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스코어는 3:0.

이미 기울었다면 기울었다고 할 수 있는 스코어.


“데뷔전 축하해.”


미토마가 동혁과 손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내 친정팀을 너무 처참하게 짓밟지는 말아줘.”


그 말을 듣고 동혁이 가볍게 웃었다.


“너가 이미 두 골이나 박아 놓고 뭔 소릴 하는 거야?”

“흠···”


동혁은 미토마의 농담을 가볍게 받아치며 필드 위로 첫발을 내디뎠다.

브라이튼 소속의 첫 경기.

동혁이 떨리는 몸을 필드 위로 완전히 집어 넣었고, 감독인 파비안 또한 그 모습을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둘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동혁에겐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었고, 파비안에겐 본인이 총대를 메고 강하게 요구한 선수의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은.


타아앙 - !


동혁의 첫 터치와 함께 찬 물에 씻겨 나가듯 말끔하게 사라졌다.

브라이튼의 센터백 아담 웹스터의 전진 패스를 동혁이 깔끔하게 받아내는 동시에 몸을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오.”


그 모습을 보고 수석 코치 요나스 쇼이어만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썬이 깔끔한 턴으로 돌아섭니다. 가와사키의 미드필더가 곧장 썬을 압박해 보는데요···]

[하지만 썬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진합니다.]


패스를 받고 앞을 돌아본 동혁은 곧장 전진을 시도했다.

가와사키의 미드필더, 타치바나 켄토가 그런 동혁을 저지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때 동혁의 발밑에서 첫 마법이 펼쳐졌다.


[짧게 치며 전진하는 썬, Oh! 마법 같은 드리블입니다! 타치바나 켄토를 가볍게 제쳐내고 계속 전진합니다!]


마치 전성기 메시의 드리블을 보듯, 공을 최대한 발 가까이에 붙이며 잔발을 치다가 왼쪽으로 어깨를 내렸고, 상대 수비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 오른쪽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Simple is best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썬이 아스날에 처음 입성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사고 전의 썬을 말하는 걸까요?]

[맞아요. 지로나에선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혹시 그의 삼촌이 깨어난 것이 멘탈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물론 마법 같은 드리블이 아닌, 정말로 염동력이라는 마법을 부린 것이긴 했지만 그것을 염동력이라 생각하는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간단한 바디페인팅으로 켄토를 제쳐낸 동혁은 고개를 들어 전방의 상황을 살폈다.

뻥 뚫린 녹색 대지가 그의 눈에 담겼다.

부상을 당한 뒤로 잃어버렸던 공간.

불안한 퍼스트 터치 때문에 항상 쫓기듯이 패스를 하던 자신은 이제 없었다.

안정적인 볼 컨트롤로 더 여유롭게 공간을 찾고, 상대 선수를 제치고, 다음 패스를 가져갈 수 있게 됐다.


“헤이 페드루 사이!”


동혁은 더 나아가 풀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을 파고드는 페드루를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타아앙 - !


어려울 게 없는 패스였다.

수비 하나를 제쳐냈으니 본인을 압박하는 선수는 없었고, 눈 앞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며, 좋은 타이밍에 침투를 가져가는 동료가 눈에 딱 보였으니까.


[썬의 패스, 주앙 페드루가 받습니다.]

[페드루의 슈팅! 키퍼, 높게 뛰어 올라 막아냅니다! 대단한 선방이었어요!]


아쉽게도 골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투입 5분 만에 멋진 장면을 만들어 낸 동혁에게 차갑게 식어있던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본인들에게 마법을 보여준 동혁을 향한 박수였고, 브라이튼 벤치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패스 죽이는데?”


수석 코치 요나스가 첫 운을 뗐고.


“파비안, 자네가 보물을 물어 왔구만 그래.”


팀의 단장 폴 멀렌이 뒤를 이었으며.


“봤죠? 제가 맞았잖아요.”


감독 파비안 휘르첼러가 마침표를 찍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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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방 압박 -3 +2 24.09.12 158 7 18쪽
18 전방 압박 -2 +3 24.09.11 179 6 11쪽
17 전방 압박 -1 +2 24.09.10 202 8 13쪽
16 사?나?이? 공격수 +1 24.09.09 192 7 13쪽
15 맞춤 전술 -3 +1 24.09.08 193 9 12쪽
14 맞춤 전술 -2 +2 24.09.07 195 8 11쪽
13 맞춤 전술 -1 +1 24.09.06 212 9 15쪽
12 해리 포터 -2 +4 24.09.05 207 7 14쪽
11 해리 포터 -1 +2 24.09.04 222 8 13쪽
10 올리버 토마스 -2 +1 24.09.03 232 8 13쪽
9 올리버 토마스 -1 +1 24.09.02 241 6 13쪽
8 시즌 개막 -2 +2 24.09.01 255 10 16쪽
7 시즌 개막 -1 24.08.31 276 9 15쪽
6 인생사 새옹지마 -6 +2 24.08.30 280 7 12쪽
» 인생사 새옹지마 -5 24.08.29 289 10 13쪽
4 인생사 새옹지마 -4 24.08.28 311 8 14쪽
3 인생사 새옹지마 -3 24.08.27 388 11 13쪽
2 인생사 새옹지마 -2 24.08.26 463 12 15쪽
1 인생사 새옹지마 -1 +4 24.08.26 574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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