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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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헹헹헹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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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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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토마스 -2

DUMMY

10화


내가 삼촌에게 다음으로 요청한 마법은 바로 미래 예지였다.

물론 설명을 들어보니, 미래 예지.- 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을 만한 능력은 아니었다.

말이 미래 예지였지, 볼 수 있는 미래가 2초 앞이 최대치였으니까.

그러니까 숙련도를 최대로 올려도 2초 앞이 한계라는 얘기였고, 아마 나는 당장 능력을 받아 봤자 2초는커녕 0.1초 앞도 안 보일 거라나 뭐라나.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설명을 들어보니 이 능력이 내게 필요한 능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능력은 미래를 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등의 감각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에 가까웠다.

때문에 드리블을 할 때 급작스럽게 들어오는 태클을 피해내거나 수비를 할 때 위치 선정을 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더불어 동료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고.


ㅡ나는 너가 근육 강화나 뭐 이런 걸 고를 줄 알았는데.


근육 강화?

근육 강화도 좋지.

하지만 강화와 관련된 능력은 몸을 전부 회복한 뒤 습득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말 그대로 강화였지, 회복이 아니었으니까.

고장 난 근육들이 회복되지 못한 채로 강화되어 봤자, 결국 몸이 망가지는 것은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별 쓸모 없을 텐데.”


삼촌은 아무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도 그래봤자 2초라며, 효용성이 없을 거라 말했다.


“나는 박스 열 때나 사용하던 마법이었거든.”

“박스? 웬 박스?”

“던전 돌다 보면 박스가 나와. 거기에 보물이 있지.”

“마왕 잡는데 보물이 왜 필요해?”

“얌마, 우린 그럼 뭐 땅 파서 돈 버냐?”


흠.


“보물 상자 열 때 미래 예지는 왜 필요한데?”

“열에 여덟은 미믹이거든.”

“미믹?”

“그래 미믹. 미믹 몰라? 박스처럼 생긴 괴물.”


이세계판 러시안룰렛 같은 건가?


“아무튼 나는 이걸로 박스가 미믹인지, 보물 상자인지 판별했었어. 박스를 잡는 순간 딱 느껴지거든. 오, 대박. 아니면 아, 좆됐다.”


나는 삼촌에게 적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때 이 능력을 활용하면 되지 않냐고 물었고, 삼촌은 기가 찬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이렇게 답했다.


“짜식이 그게 쉬운 줄 알어? 2초야 2초!”


*


삼촌의 말이 맞았다.

미래를 읽는 것과,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꼭 왼손으로 세모를 그리면서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느낌이랄까.

정신과 몸이 동떨어져 있는 느낌.

이런 어색함 때문에 능력에 익숙해지지 못한 지금은 고장 난 기계처럼 뚝딱거리기 일쑤였다.


삼촌은 이 좋은 능력을 왜 활용하지 못했던 걸까?- 라는 의문은 나를 부끄러운 얼굴로 돌아봤다.

삼촌의 운동능력이 구리니까, 이세계로 가기 전에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광고를 만들던 사람이었으니 못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도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돌아봤고.

그래서 익숙해지기 전까진 원래 생각해 둔 활용법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헤이 올리버!”


바로 올리버 스미스의 기척을 읽는 것.

많은 것에 신경을 쏟고 능력에 매몰되면 오히려 축구에 신경을 못 쓰게 된다.

특히나 한가지 마법만 쓰던 것과 다르게 두 가지 마법을 필드 위에서 활용하려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따라서 내 건방진 머리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아앙 - !


어태킹 서드에서 공을 잡는 순간 올리버의 기척을 찾고, 그 지점으로 최대한 빠르게 패스를 보낸다.

그러면 올리버는 항상 알맞은 위치에서, 알맞은 타이밍에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뻐엉 - !


철썩 - !!


그럼 끝이다.

그는 조용히 침투해 조용히 득점에 성공한다.

슈팅이 화려하지도 않다.

슛은 마지막 패스다.- 라는 솔샤르의 명언을 올리버는 아주 찰떡같이 수행한다.


“좋은데 올리브!”

“오, 올리버야···”

“그거나 그거나!”


동료들도 드디어 올리버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득점에 성공한 올리버를 향해 뛰어가 격양된 목소리로 축하를 전한다.

안 그래도 소심한 올리버가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이니 더욱더 소심하게 쪼그라든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얼굴엔 옅은 미소가 서려 있다.


“올리버!”


나도 올리버를 향해 가볍게 뛰어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한마디 덧붙여 본다.


“울브스 전에 잘해보자고.”

“어, 어? 아, 아, 응!”


음?

뭐야 왜 이렇게 떨어?

잘할 수 있겠지?


*


프리미어 리그 2Round.

브라이튼과 울브스의 경기가 브라이튼의 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팬들에겐 더 아멕스 (The Amex) 란 애칭이 더 익숙한 이 구장은 31,000명 규모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잉글랜드 내에선 조금 아담한 규모의 구장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비난이건 응원이건 선수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Boooooooo - !!”


그리고 오늘은 응원보다 비난이 더 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개막전부터 풀럼과 무승부라는 좋지 못한 결과가 있었고, 오늘 경기 또한 0:0이라는 스코어와 답답한 경기력 때문에 관중석을 타고 구수한 욕설들이 흘러내렸다.


“개자식들아 넘어지지 말고 뛰어라 좀!”

“허벅지 봐라! 그래 갖고 축구하겠냐!”

“스타킹 모델이라도 하지 그래?”

“백패스 그만하고 앞으로 차!”

“속 터진다 새끼들아! 니들 경기 보면 속이 터져!”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시작된 팀의 끔찍한 부진 때문에 팬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 상황, 감독 교체 이후 프리시즌 좋은 분위기를 잠시 보여주더니 정규 시즌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한번 삽을 푸는 경기력을 보여주니 속이 터질 수밖에.


“마조히스트 자식들 아주 하루 종일 처맞네 그냥!”


더욱이 저번 개막전은 그나마 볼을 잡고 주도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두 줄로 내려앉아 울브스에 두들겨 맞고 있는 상황이니··· 브라이튼 팬들의 분노는 배가 됐다.

그러던 중 후반 60분, 브라이튼의 벤치에서 첫번째 교체 사인이 나왔다.


[대기심 전광판을 들어 교체를 알립니다.]

[브라이튼의 교체군요. 누구죠?]

[빌리 길모어를 빼주고 올리버 스미스를 투입합니다.]

[올리버 스미스··· 처음 듣는 선수인데요.]


“누구야 저거?”

“몰라? 신인인가 본대?”

“어이 병아리! 얼 타지 말고 똑바로 뛰라고!”


올리버의 교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나 그 물음표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말그대로 올리버 스미스에 대한 존재감이 팬들의 뇌리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올리버는 분명 좋은 위치선정과 활동량으로 볼을 탈취하기도 했고, 동료들과 월패스로 볼을 전진시키기도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존재감 무, 스텟 생산 무.


결국 팬들의 뇌리에 박힐 만한 그런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으니 올리버의 자취는 점차 팬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후반 70분에 진행된 브라이튼의 두 번째 교체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브라이튼의 두번째 교체입니다. 발레바가 나가고 썬이 투입됩니다.]

[오늘은 70분 투입이군요. 이번 시즌, 구단 차원에서 많은 배려를 받고 있는 썬입니다.]

[그래도 저번 경기 땐 교체 직후 동점 골을 터뜨렸죠. 과연 이번 경기에서도 썬은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글쎄요. 분명한 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썬이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요 브라이튼. 아, 울브스의 스로인으로 경기 재개됩니다. 공을 받고 전진하는 로드리고 고메스, 전방엔 라르센이 버터주고 있습니다.]

[고메스의 전진을 끊어내는 펠트만. 펠트만 볼을 탈취하자마자 앞을 바라봅니다.]


펠트만이 고개를 들어 패스 줄 곳을 찾는 사이, 동혁이 손을 들어 비퍼르를 가리켰다.

동혁의 신호를 보고 펠트만이 곧장 정면에 있는 비퍼르에게 패스를 보냈다.


“뒤에 하나 있어!”


비퍼르를 향해 울브스의 강한 압박이 이어졌고, 그는 무리하지 않고 원터치로 옆에 있는 동혁에게 횡패스를 건넸다.


[비퍼르의 패스를 받는 썬, 부드럽게 돌아서며 울브스의 압박을 벗겨냅니다.]


비퍼르의 패스를 받는 동시에 특유의 턴으로 주앙 고메스의 태클을 피해내는 동혁, 그는 주변 상황을 빠르게 인지한 뒤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추가 압박을 들어오는 울브스 미드필더.

그가 동혁의 오른발을 의식하며 패스각을 막았지만, 동혁은 압박을 피해 왼발로 에스투피냔에게 패스를 건네며 소리쳤다.


“헤이 리턴!”


타아앙 –


타아앙 –


“젠장!”


[썬, 좋은 움직임과 패스로 고메스와 르미나를 제쳐냅니다. 치고 나오는 썬! 계속 갑니다! 줄 곳은 많은데요···]


한 번의 턴동작과 한 번의 패스로 상대 선수 두 명을 제쳐낸 동혁은 멈추지 않고 미토마에게 길게 찔러준 뒤 계속 내달렸다.


[브라이튼의 공세가 시작됩니다. 울브스, 공격에 집중하느라 수비 쪽 비중이 낮아요! 5:4 상황, 아 5:5 상황이군요 죄송합니다!]


동혁은 침투하면서도 능력을 활용해 올리버의 위치를 찾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리고 박스 부근에 진입했을 때, 올리버가 자신의 등 뒤, 아주 알맞은 위치에 서서 그 누구의 마크도 받지 않고 홀로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토마 여기!”


미토마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자, 곧장 패스가 날아들었다.

동혁은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공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타아앙 –


그런 다음 오른발을 활용해 원터치로, 올리버가 움직일 위치에 직각으로 패스를 돌려 놨다.


[Oh 동혁, 이거죠! 한 번의 터치로 꺾어주는 썬, 그의 패스가 순식간에 수비 셋을 지나칩니다!]

[박스 안에서 볼을 잡는 올리버 스미스, 조세사 빠르게 거리를 좁혀 봅니다.]


그렇게 주어진 올리버 스미스와 골키퍼 조세사와의 완벽한 일대일 찬스.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올리버는 슈팅을 하기 전에 고개를 들어 침착하게 조세사가 비워 둔 공간을 확인했고.


툭 –


철썩.


무리하지 않고 니어 포스트에 깔끔하게 밀어 차며 득점에 성공했다.


[Ohhhhhhhhh ! lovely ball, lovely finishing, lovely goal ! 아름다운 골이었습니다. 올리브 스미스! 기가 막힌 위치 선정과 침착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합니다!]

[리플레이 상황 보시죠! 썬과 올리버의 호흡이 엄청났어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썬이 패스를 보내고, 올리버는 그곳으로 침투했습니다. 완벽한 순간, 완벽한 패스가 이어졌고, 완벽한 골이 들어갔습니다!]

[브라이튼 이제 앞서나갑니다! 스코어는 1대0! 후반 81분, 그들의 첫 승이 신고되기까지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올리버의 득점이 선언되고, 답답하게 막혀 있던 팬들의 속도 시원하게 뚫렸다.


“Hooooooooooo - !!”

“좋아! 그게 침투지!”

“젠장 하나도 안 믿고 있었다고!”


관중석에서 팬들의 속 시원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81분, 늦었다면 늦었지만 천금같은 골이었고, 골을 만들어 가는 과정 역시 아름다웠으니까.

그리고 득점에 성공한 뒤, 별 세레머니 없이 소심하게 하프라인으로 뛰어가는 올리버를 브라이튼 선수들이 뛰어가 붙잡았다.


“잘했다 꼬맹이!”

“움직임 지리던데!”

“기세 몰아서 한 골 더 가보자고 토마스!”

“오, 올리버야···!”

“그래! 올리버 토마스!”

“오, 올리버 스미스···”


그리고 올리버에게 완벽한 득점 찬스를 선물한 동혁이 마지막에 걸어와 올리버에게 어깨동무하며 이렇게 물었다.


“올리버, 데뷔골 터뜨렸는데 뭐 안 해?”

“어, 어?”


동혁은 필드 위로 쏟아지는 함성소리 때문에 자신이 한 말을 듣지 못했을까 싶어 이번엔 그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골도 넣었는데 세레머니 같은 거 안 하냐고!”


세레머니.- 라는 단어를 듣고 올리버의 어깨가 살짝 수축된다.

그 모습이 마치 수분을 빼앗긴 고구마 같다.

하지만 한쪽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가 있다.


올리버는 주먹을 살짝 쥔 채 소심하게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외쳐본다.


“예, 예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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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고장 난 득점 머신 -3 NEW 20시간 전 82 4 12쪽
23 고장 난 득점 머신 -2 +4 24.09.16 98 5 13쪽
22 고장 난 득점 머신 -1 +2 24.09.15 107 5 13쪽
21 전방 압박 -5 +1 24.09.14 132 5 13쪽
20 전방 압박 -4 +1 24.09.13 135 6 12쪽
19 전방 압박 -3 +2 24.09.12 157 7 18쪽
18 전방 압박 -2 +3 24.09.11 178 6 11쪽
17 전방 압박 -1 +2 24.09.10 201 8 13쪽
16 사?나?이? 공격수 +1 24.09.09 192 7 13쪽
15 맞춤 전술 -3 +1 24.09.08 192 9 12쪽
14 맞춤 전술 -2 +2 24.09.07 195 8 11쪽
13 맞춤 전술 -1 +1 24.09.06 212 9 15쪽
12 해리 포터 -2 +4 24.09.05 206 7 14쪽
11 해리 포터 -1 +2 24.09.04 222 8 13쪽
» 올리버 토마스 -2 +1 24.09.03 232 8 13쪽
9 올리버 토마스 -1 +1 24.09.02 241 6 13쪽
8 시즌 개막 -2 +2 24.09.01 255 10 16쪽
7 시즌 개막 -1 24.08.31 276 9 15쪽
6 인생사 새옹지마 -6 +2 24.08.30 279 7 12쪽
5 인생사 새옹지마 -5 24.08.29 288 10 13쪽
4 인생사 새옹지마 -4 24.08.28 310 8 14쪽
3 인생사 새옹지마 -3 24.08.27 387 11 13쪽
2 인생사 새옹지마 -2 24.08.26 462 12 15쪽
1 인생사 새옹지마 -1 +4 24.08.26 572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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