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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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헹헹헹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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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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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새옹지마 -6

DUMMY

6화


내가 투입되고 시간이 10분이 조금 넘게 흘렀을까, 경기는 이제 완벽하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정확한 시간은 후반 82분.

막바지에 다다른 경기의 흐름 속, 많은 선수들이 지친 숨을 헐떡이고 있다.


“루이스, 여기!”


볼을 잡은 동료에게 내 위치를 알리니 곧바로 패스가 날아들었다.

잔디를 가르며 발밑으로 굴러온 공을 잡아 둔 뒤, 미리 파악해 둔 공간으로 드리블을 하며 앞을 쳐다봤다.

필드 위 상황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난장판.- 이라 할 수 있겠다.

우후죽순 정돈되지 못한 선수들의 동선.

감독님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은 자유였지, 혼란이 아니었다.

나는 팀의 오른쪽 윙백 램프티의 공간 앞으로 길게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타아앙 - !


훈련 중에도 어렴풋이 느끼던 것이었는데, 경기를 뛰어보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아직 프리 시즌이긴 하지만, 팀의 유닛 플레이에 전혀 아구가 맞질 않았다.

감독님이 요구한 스위칭 플레이가 만들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은, 동료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있는가.- 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 팀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각자 본인의 플레이는 잘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소통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고 있었다.

못 한다기 보단, 안 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다들 그냥 본인들이 뛰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일 수도···


오른쪽 스토퍼 아담 웹스터는 수비할 때 튀어 나가서 수비하는 것을 선호하고, 공을 달고 전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른쪽 윙백 램프티 또한 수비하는 것보단 높게 전진해 공격하는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공격작업 중 오른쪽 후방엔 거대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들이 비워 둔 공간을 누군가는 커버해야 하는데, 중앙 스위퍼인 루이스 덩크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넓은 공간을 커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덩크가 커버하지 못하는 공간을 메꾸기 위해 웹스터가 빠르게 백코트를 하던가 내가 메꿔야 한다는 것인데···


“웹스터 내려와! 너무 올라갔어!”

“오케이!”


오케이는 개뿔.

대답과 달리 설렁설렁 백코트를 하는 웹스터.

램프티도 크로스를 올린 뒤 세월아 네월아 내려오질 않고 있고···


“공 온다! 썬, 우선 웹스터 자리 너가 대신 채워줘!”


루이스 덩크가 상대 진영에서 시작된 역습을 보고 내게 소리쳤다.

나는 볼을 달고 전진하는 상대 윙어를 측면으로 몰아세운 뒤 백패스를 유도했다.


“좋아 천천히 몰아내!”

“웹스터 램프티 내려와!”


여전히 전방에 머물러 있는 웹스터와 램프티.

아무리 감독이 공격 작업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을 지향한다지만, 저건 심하다 싶었다.

시간이 80분대에 접어들었기도 했고,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내 말에 힘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입된 지 얼마 안 된 선수.

심지어 이전 소속팀에서 잘했던 선수도 아니고, 많은 이들이 내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

투입 직후 좋은 턴과 드리블 그리고 패스로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그게 끝이다.

이 정도로 내 발언에 힘을 실어주긴 힘들다.


내가 정말 축구를 잘했던 때, 그러니까 K리그에 있을 때나 아스날에 처음 입단했을 때라면 아마 달랐을까.

음, 그땐 또 너무 어려서 안 됐으려나.

아무튼.

내 발언에 힘을 싣고, 경기를 조금 더 스무스하게 풀어가려면, 임팩트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그런.


예전이라면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임팩트는 무슨, 부상 때문에 망가진 몸으로 필드를 밟고, 실수나 안 하면 다행이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아직 전성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몸은 여전히 망가진 상태였지만, 삼촌 덕분에 적어도 괜찮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길모어 여기!”


나는 동료 미드필더 길모어가 압박을 통해 공을 가로채는 것을 확인한 뒤 빠르게 앞으로 치고 달렸다.

무릎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뭐 어떤가.

부러지는 것도 아니고, 조금 시큰거릴 뿐이다.


타아앙 - !


길모어가 내가 달리는 공간 앞에 패스를 떨궈줬다.

시간은 85분,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시간.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삼 점 차 뒤지는 상황에서 한 골이라도 집어넣고자 앞쪽으로 몸이 많이 쏠린 상태였고, 때문에 후방에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툭-


나는 길모어의 패스를 진행 방향 길게 트래핑한 뒤 곧장 내달렸다.

수비 숫자는 셋.

위치는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 지점이었고, 슈팅하기에 거리는 충분했다.

나는 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발을 뒤로 당겼다.


삼촌이 건네 준 염동력을 볼 컨트롤에 활용하며 익숙해진 뒤, 가장 먼저 익힌 기술이었다.

조금 유치한 표현이긴 하지만··· 삼촌이 말했던 필살기 같은 뭐 그런거.

하나 개발해 보긴 했다.


슈팅을 한 뒤, 공의 궤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웠다.

아무리 시도를 해봐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그러니까 사람이 눈으로 봤을 때 짜치지 않도록 공의 궤적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내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떠올린 해결책은 차기 전에 공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임팩트를 하기 전에 공을 살짝 띄우고, 내가 차려는 반대 방향으로 살짝 이동시키는 것.

이 정도 사전 준비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인 슈팅이 나온다.

지금처럼.


뻐어어엉 - !


내 발을 떠난 슈팅의 궤적이 살짝 아래로 향했다가 물 수제비처럼 지면에 살짝 스친 뒤 점점 상승 궤적을 그리며 높게 치솟는다.

마치 티아고 알칸타라의 어뢰 슛 같은 궤적을 그리면서.

그렇게 만화 같은 궤적을 보여준 공은 키퍼가 채 손을 뻗어 반응하기 전에.


철썩 - !!


골망을 갈랐다.

그 순간 좌중은 사라지고, 관중석에 있던 모든 이가 기적이라도 본 양 일어선다.

그들은 꼭 마법이라도 본 것처럼 입을 벌린 채 얼어 붙었다.

음, 마법 맞나?

나는 그런 관중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


“Uaaaaaaaaaaaaaaa !”


그런 다음 관중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내가 하루 종일 연구하고, 노력해서 만들어 낸 슈팅을 보고 가와사키의 서포터즈가 환호와 박수를 보내줬다.


“방금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동료들도 바로 뛰어와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어깨에 매달린다.

특히 짱구처럼 말을 듣지 않던 아담 웹스터는 그 누구보다 흥분된 얼굴과 목소리로 내 얼굴을 붙잡고 소리쳤다.


“죽이는데 친구! 마법이라도 부린 줄 알았어!”

“그치? 그럼 이제 내려와서 수비 좀 하는 게 어때!”


웹스터가 내 말을 듣곤 해맑게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본부대로 합죠, 해리포터!”


*


[프리시즌 성공적인 출발 브라이튼, 일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 상대로 4:0 완승!]


[‘너무 아름다운 슈팅이라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와사키 골키퍼, 완벽한 슈팅에 대한 감상 전해.]


[‘썬의 패스와 움직임, 그리고 슈팅에서 가능성을 봤다.’ 좋은 경기력에 빵긋 웃는 파비안 휘르첼러.]


[겸손한 썬의 인터뷰, ‘운이 좋았다. 동료들이 공간을 만들어준 덕분.’]


*


브라이튼의 프리시즌은 매우 성공적인 마무리로 끝을 맺었다.

일본에서 치른 가와사키 프론탈레, 비셀 고베, 감바 오사카 3연전을 2승 1무로 끝마쳤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치른 세 번의 경기도 전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돌아온 잉글랜드.

시즌 개막까지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주어졌고, 감독 파비안은 그 기간동안 동혁에게 최대한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ㅡ전에도 말했지만, 시즌 초반엔 주로 교체로 출전할 거야.


동혁 또한 그 말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프리시즌 직접 경기를 뛰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무릎과 등, 고관절은 여전히 말썽이었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올랐다.

볼 컨트롤은 마법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지만, 무너진 신체 밸런스 때문에 오래 뛰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그에 따른 여러 문제가 즉각적으로 따라왔다.

유연성도 많이 떨어져 있었고, 경합이 들어왔을 때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도 고쳐야만 했다.

물론 차차 얻을 마법들로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 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동혁은 모든 문제를 그런 식으로 날로 먹고 싶진 않았다.


감독과 팀에 허락을 구하고 개인 트레이너를 새로 구했다.

급선무는 역시나 체형과 근육 교정이었고, 그다음은 역시 체력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네요··· 이건 축구 선수의 몸이 아니에요. 보기에만 좋지 내실은 꽝에 가까워요.”


체력 코치가 동혁의 몸을 보고 내린 첫 평가였다.


“그정도 에요?”

“네, 음··· 비유하자면 영국 음식 같은 거죠. 겉은 맛있어 보일지 몰라도 먹어보면 눅눅하고 비릿한.”

“흠···”

“코어랑 하체 위주로 다시 잡아보죠. 지금까지 지은 집을 다 허물고 철골부터 새로 세워야 합니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 동혁의 집에 하나 더 있었으니···


*


“또 카레 먹어?”

“엉.”


동혁의 삼촌, 호장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했다.

둘이 같은 시간,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긴 했지만 물론 메뉴는 따로 있었다.

동혁이 선수 생활을 하는 특성상 트레이너가 짜주는 식단대로 먹어야 하는 것과 달리 호장에겐 그럴 의무가 없었으니까.

때문에 비교적 흰색에 가까운 동혁의 식탁과 달리, 호장은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골라 직접 음미한다.

그렇다면, 본인이 직접 고른 메뉴를 먹는 것 가지고 왜 문제를 삼느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 일본에 있는 동안 계속 카레만 먹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럼 지금 한 달 내내 카레만 퍼먹는 거 아니야?”

“그런 셈이지.”


본인의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삼촌을 보고 동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 삼촌 때문에 집에 강황 냄새가 빠지질 않잖아. 저기 좀 봐. 냄비 근처 벽지도 누래졌어.”

“야 너는 치사하게 먹는 거 가지고 이러냐?”

“아니 나는 걱정돼서 그러지··· 삼촌 그러다가 뼈까지 누래지면 어쩔려고?”


평범해지고 싶다고 말했으나, 여전히 이세계의 여러 습관들을 버리지 못하는 호장의 습관들이 문제였다.


“이렇게 먹기 편한 게 어디 있다고? 재료 때려 넣고 끓이면 조리 끝, 대충 밥이랑 쓰까 먹으면 식사 끝인데?”

“삼촌··· 여긴 이세계가 아니잖아.”


그렇다, 호장이 호소하는 편리함은 이세계의 식습관에서 나온 편리함이었다.

이세계가 어떤 세계인가?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고, 한정된 식량 배급 탓에 보통 조리가 편하고, 먹기 간편한 음식만 주구장창 먹는 세계가 아닌가.

그런 그에게 카레는 조리도 편하고, 먹는 것도 그냥 밥에다 비벼서 쓱싹하면 끝나는, 완벽하고 완전한 음식, 그야말로 신이 만든 음식이었던 것이다.


“아.”


그리고 동혁이 뱉은 말의 저의를 깨달은 호장은 본인이 여전히 이세계 생활 방식의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간단하고도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음, 그럼 내일은 하이라이스로···”

“하이라이스나 카레나!”

“얌마! 하이라이스랑 카레랑 어떻게 같아?”

“아니 내 말은!”


작가의말

주인공의 기술이 과학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문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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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해리 포터 -2 +4 24.09.05 20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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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즌 개막 -2 +2 24.09.01 255 10 16쪽
7 시즌 개막 -1 24.08.31 276 9 15쪽
» 인생사 새옹지마 -6 +2 24.08.30 280 7 12쪽
5 인생사 새옹지마 -5 24.08.29 288 10 13쪽
4 인생사 새옹지마 -4 24.08.28 311 8 14쪽
3 인생사 새옹지마 -3 24.08.27 388 11 13쪽
2 인생사 새옹지마 -2 24.08.26 462 12 15쪽
1 인생사 새옹지마 -1 +4 24.08.26 574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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