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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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헹헹헹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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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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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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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1

DUMMY

11화


올리버의 선제골 이후 경기 분위기는 확실히 반전되어 우리에게 넘어왔다.

상대가 골을 노리기 위해 공을 잡고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긴 했지만, 선취점 이후 우리 수비진의 집중력이 크게 올라왔고, 초조해진 늑대들은 득점과 거리가 먼 무리한 슈팅을 시도했다.


“동혁 뒤ㅡ.”


또한 삼촌에게 받은 미래 예지 능력은 수비할 때도 충분히 좋은 수완을 보여줬다.

물론 아직 숙련도가 낮아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 발을 뻗어 태클하거나 자리를 선점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상대 포워드가 내 등 뒤를 돌아 침투하는 것을 놓치지 않을 수준은 됐다.


“젠장!”


나는 내 등 뒤를 파고드는 울브스의 포워드, 마테우스 쿠냐의 침투를 어깨로 밀어 방어하는 동시에 그를 향한 패스까지 끊어냈다.

마치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느낌.

사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툭 –


나는 커트해 낸 볼을 뒷발로 밀어 뒤쪽의 비퍼르에게 패스를 건넸다.

내 패스를 받은 비퍼르는 오른쪽 윙어 주앙 페드루에게 길게 킥을 찔러줬고, 나는 그 패스를 신호탄 삼아 울브스의 골문을 향해 거침없이 잔디를 짓밟았다.


무릎이 고통에 신음했다.

허벅지 옆 인대가 끊어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달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한 골 차는 여전히 위험한 스코어였고, 이번 경기 팬들에게 꼭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으니까.


“헤이 페드루 여기!”


역습 자체는 낮은 위치에서 시작됐지만 끌려가는 입장인 울브스의 진영 자체가 전방으로 쏠려 있었고, 덕분에 후방에 수비가 적고 공간은 많았다.

빠른 발을 가진 우리 팀 포워드들은 순식간에 상대 골문 근처까지 도달했고, 내 외침을 들은 페드루가 곧장 컷백을 내줬다.


타아앙 - !


직전 내 패스에 실점을 내준 상대가 두 명이나 내게 마크맨을 붙여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페드루의 컷백을 내가 직접 처리하기엔 리스크가 조금 있었다.

물론 처리할 순 있었으나,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기 보단 확실한 방법으로 골을 넣고 싶었다.

내게 두 명의 수비가 붙어있다는 것은 당연히 우리 팀 누군가는 노마크 찬스라는 얘기였으니까, 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다리를 벌려 패스를 흘려보냈다.


“발 뻗지···! 마?”


발 뻗지 말라니.

이런 고마운 사람을 봤나.


그 말을 외친 울브스의 센터백이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의 눈에 이번에도 귀신처럼 등장한 올리버의 모습이 담겼을 것이다.

놀란 얼굴은 덤이고.


나는 그의 놀란 얼굴을 상상하며 비어 있는 공간으로 계속 움직였다.

올리버가 마무리를 짓겠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공간을 찾아 움직일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툭 –


내 다리 사이를 지나쳤던 공이 어느새 내 품으로 돌아와 있었다.

올리버가 내가 흘린 공을 원터치로 내준 것이다.


오호라.

받아먹을 줄만 아는 놈인 줄 알았는데, 차릴 줄도 아는 놈이었고만?


나는 올리버가 차려준 밥상을 향해 가볍게 도움닫기 하며 오른발을 뒤로 당겼다.

물론 염동력을 이용해 공을 살짝 뛰우고, 내 쪽으로 당기는 특유의 기술 또한 잊지 않았고.


뻐어엉 - !


그렇게 내 발을 떠난 공은.


철썩 - !!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


[2경기 연속 골! 팀에게 첫 승 안겨준 썬, ‘이제부터 시작. 팬들에게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


[울브스 꺾고 첫 승 신고한 브라이튼! 주장 루이스 덩크, ‘이번 시즌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 그게 가능할 것 같냐고? 당신은 썬의 마법을 보지 못했나?’]


[‘퀄리티 있는 선수는 한 번의 터치로도 차이를 만든다.’ 썬의 어시스트 보고 극찬 보낸 코멘터리.]


[‘썬은 뒤통수에도 눈이 있다.’ 썬의 믿을 수 없는 패스에 찬사 보내는 파비안 휘르첼러.]


[믿을 수 없는 가성비, 투입 20분 만에 1골 1어시 기록한 썬.]


[울브스전 MOTM 썬, ‘아직 몸 상태 100% 아니다.’ 이 남자, 100% 상태에선 과연 어떨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올리버는 순식간에 나타났고, 정신을 차렸을 땐 골을 먹힌 뒤였다.’ 울브스 센터백 첫 실점 장면을 회상하다.]


[쟤 누구야?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공격수 올리버 스미스 그는 누구인가?]


*


첫 승리는 언제나 달콤한 법이다.

2Round, 울브스전을 승리로 장식한 브라이튼의 라커룸에 그들의 응원가 ‘Sussex by the Sea’ 가 울려 퍼지고, 푸른색 음료로 이루어진 비가 내린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그 이름이 처음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인가는 베일에 싸여있다.

아마 정확한 기원은 찾기 힘들겠지만, 아무튼 오늘 처음 꺼낸 것은 브라이튼의 센터백 아담 웹스터였다.


“오늘도 기가 막히던데? 감독님 말대로 혹시 정말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거야?”

“천진반처럼?”

“천진반은 이마에 달렸잖아.”

“젠장 미토마,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잘 뒤져봐! 눈은 몰라도 이마에 번개 모양 흉터는 있을 수도 있어.”

“해리 포터처럼 말이지?”

“그렇지.”


해리 포터.

동혁이 보여주는 터치나 패스들이 마치 마법 같아서 붙은 별명이었다.

물론 정말로 마법이긴 했으나, 그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고, 당연히 장난 반, 찬사 반이 섞인 별명이었다.

하지만 동혁은 그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다.

혹시 모르지 않나.

마법이란 단어의 연관성 때문에 본인의 처지가 탄로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으니까.


“다들 집중해!”


동혁이 동료들의 장난을 애써 무시하며 옷을 갈아입는 사이, 감독인 파비안이 크게 소리쳐 선수들의 이목을 한데 모았다.


“승리도 좋지만 이제 겨우 첫 승을 했을 뿐이야!”


파비안이 바로 옆, 벽에 부착된 리그 일정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시즌은 길어! 당장 주중에 리그 컵이 있고, 주말엔 웨스트 햄 원정을 떠나야 해! 그러니까 오늘 승리에 너무 빠지지 말고 차분하게 기세 몰아서 남은 경기들도 다 이겨보자!”


파비안의 마지막 말을 듣고, 선수들이 하나 같이 비슷한 표정들을 지었다.

그 표정엔 다가올 경기들에 대한 작은 기대감과 미세한 걱정이 담겨 있다.

그때 주장인 루이스 덩크가 두 감정 사이에서 기대감만을 골라내 큰 소리로 외쳤다.


“Yes Coach!”


*


브라이튼은 울브스전 이후 수요일에 리그 컵 경기를 치렀다.

EFL 리그 원 (잉글랜드 3부 리그) 소속 팀인 찰턴 애슬레틱과의 경기였고, 그 경기는 동혁의 투입 없이 2:0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큰 위기는 없었고, 후반전엔 주전 선수를 대거 교체해주며 체력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그리고 브라이튼이 주말에 만날 상대는 웨스트 햄이었다.


훌렌 로페테기라는 괜찮은 감독이 들어왔고, 이번 시즌 퓔크루크와 킬먼, 토디보, 귀도 등을 영입하며 꽤 괜찮은 여름 이적 시장을 보낸 팀이었다.

비록 첫 경기 아스톤 빌라에게 패배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긴 했지만, 2Round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3:0 완승을 따내며 분위기는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갈매기 자식들 밟고 올라가는 거야!”


웨스트 햄의 감독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지난 경기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브라이튼의 상징인 갈매기를 인용해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지난 경기랑 큰 틀은 비슷해!”


주중에 펼쳐진 리그 일정 때문에 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느라 게임 모델에 큰 변화를 줄 수는 없었다.

때문에 로페테기는 브라이튼을 상대로 맞춤 전술을 가져가는 대신 본인들의 플랜 A 그대로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웨스트 햄의 선수단이 브라이튼 선수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질적 우위를 갖고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리 이상한 판단도 아니었다.


“후방에서부터 천천히 만들어 가!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 해야 해!”


웨스트 햄의 게임 모델은 소위 스페인식 축구하면 떠올릴 수 있는 그것이었다.

볼을 점유하고, 땅따먹기하듯 천천히 상대를 침몰시키고 좌우 윙을 넓게 벌린 뒤 하프 스페이스를 공략하는 축구.


“우리만 완벽하게 운영하면 질 수 없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후방 라인을 상당히 높게 유지하기 때문에 후방에 큰 공간을 노출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토디보와 킬먼이라는 수준급 센터백 듀오와 포백을 보호하는 데 능한 귀도 로드리게스라는 자원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팀이었다.


“귀도랑 소우첵은 중앙에서 상대 역습 1차로 저지하는 거 잊지 마! 한 번에 볼 넘기지 못하게 방해해! 동료들이 백코트 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줘!”


웨스트 햄이 이번 시즌 가장 성공적인 이적 시장을 보냈다는 팀이란 평이 자자했고, 그 덕에 로페테기는 브라이튼 전을 앞두고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본인들이 준비한 것만 완벽하게 수행하면 이길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으로.


“우리 의도대로 운영할 수 있게 전반에 선제골 넣어! 다들 기억해! 전반 15분이야! 15분 안에 성과 내고 상대를 급하게 만들어!”


하지만 그 자신감 때문에 동혁에 대한 대인 수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70분쯤 교체되어 들어오는 선수를 완벽하게 틀어막을 전략을 짜내기엔 3일이란 시간이 너무 짧기도 했고, 또한 동혁이 보여준 경기의 표본 자체도 너무 적었으니까.


*


프리미어 리그를 가장 수준 높은 리그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평가일 수도 있다.

2년 전 맨시티가 트레블을 이룩하며 프리미어 리그의 시대가 왔음을 모두에게 알리긴 했지만, 작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대진은 라리가와 분데스리가 소속의 레알과 도르트문트였고, 최근 유럽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인 것은 세리아 A 소속의 이탈리아 팀들이었으니까.


[제라드 보언의 슈팅! 아, 아쉽게도 빗나갑니다! 주심, 골킥을 선언합니다. 웨스트 햄의 선수들이 주심에게 뛰어가 항의합니다! 키퍼의 손에 맞았다는 주장 같은데요!]

[하지만 주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그대로 골킥 선언하는 앤서니 테일러 주심.]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가 돈이 가장 많은 리그라는 것은 확언할 수 있다.

중계료가 비싸고, 하위권 팀들에게도 많은 배당금이 떨어지는 리그.

때문에 약팀들도 꽤 돈이 많은 편이고, 선수단 퀄리티에 차이가 적으며,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웨스트 햄이 시작부터 내내 브라이튼의 골문을 열심히 두들겼지만 그들의 수비는 막강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65분, 하지만 스코어는 여전히 0대0인 상황!]

[로페테기 감독이 준비한 공격은 분명히 짜임새가 있었어요. 골키퍼부터 시작해서 중앙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공격을 만들었죠. 브라이튼을 완전히 주저 앉혔고 슈팅까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스코어는 여전히 시작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입니다. 아, 브라이튼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오갑니다.]


차이가 적다는 것은 승부를 가르는 것 또한 한 끗 차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


[27번과 20번, 발레바를 빼고 썬을 투입하네요.]

[오늘도 파비안 감독이 썬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집니다.]

[과연 썬은 오늘도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직 보여준 경기가 2경기뿐이라 확언하긴 힘듭니다만···]


그리고 그 한 끗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이 브라이튼의 벤치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래도 기대는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2경기밖에 보여주지 못했지만, 2경기 모두 보여주긴 했으니까요!]


감독 파비안이 터치 라인 밖에서 교체를 기다리는 동혁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도 기대할게 해리 포터!”


전술적 지시 따윈 하지 않았다.

물론 이전 경기까지만 해도 동혁을 투입하며 꽤 상세한 지시를 전했던 그였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독님까지 왜 그래요.”

“그야 너가 우리 팀의 중심이니까!”


파비안은 동시에 본인이 동혁을 영입할 때 했던 생각이 잘못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리바렌테 라고?

그럴리가.


이 선수는 팀의 중심이자 미래였다.

이런 선수가 팀의 보조자라면, 그 누가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나?

더 브라위너? 살라? 브루노 페르난데스? 외데고르?

아직 성급한 평가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 파비안의 눈엔 동혁이 더 브라위너였고, 살라였고, 브루노였으며 외데고르였다.

그런데 포리바렌테라고?

웃기고 자빠진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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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축구가 쉽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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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고장 난 득점 머신 -3 NEW 20시간 전 82 4 12쪽
23 고장 난 득점 머신 -2 +4 24.09.16 98 5 13쪽
22 고장 난 득점 머신 -1 +2 24.09.15 107 5 13쪽
21 전방 압박 -5 +1 24.09.14 132 5 13쪽
20 전방 압박 -4 +1 24.09.13 135 6 12쪽
19 전방 압박 -3 +2 24.09.12 157 7 18쪽
18 전방 압박 -2 +3 24.09.11 178 6 11쪽
17 전방 압박 -1 +2 24.09.10 201 8 13쪽
16 사?나?이? 공격수 +1 24.09.09 192 7 13쪽
15 맞춤 전술 -3 +1 24.09.08 192 9 12쪽
14 맞춤 전술 -2 +2 24.09.07 195 8 11쪽
13 맞춤 전술 -1 +1 24.09.06 212 9 15쪽
12 해리 포터 -2 +4 24.09.05 206 7 14쪽
» 해리 포터 -1 +2 24.09.04 222 8 13쪽
10 올리버 토마스 -2 +1 24.09.03 231 8 13쪽
9 올리버 토마스 -1 +1 24.09.02 241 6 13쪽
8 시즌 개막 -2 +2 24.09.01 255 10 16쪽
7 시즌 개막 -1 24.08.31 276 9 15쪽
6 인생사 새옹지마 -6 +2 24.08.30 279 7 12쪽
5 인생사 새옹지마 -5 24.08.29 288 10 13쪽
4 인생사 새옹지마 -4 24.08.28 310 8 14쪽
3 인생사 새옹지마 -3 24.08.27 387 11 13쪽
2 인생사 새옹지마 -2 24.08.26 462 12 15쪽
1 인생사 새옹지마 -1 +4 24.08.26 572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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