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독학(武功獨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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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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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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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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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헐떡거리는 숨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려 했으나 속으로 삼켰다. 이 상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평소 마보와 목검을 휘두르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는 자부할 수 있다. 하나 이렇게 단시간에 모든 걸 짜내듯 몸을 움직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체력이나 내력을 안배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눈앞의 인물도, 백응검문주도.


하물며 진검의 무게는 그가 휘둘렀던 목검보다 몇 곱절은 무겁다. 내력이 여유로울 때야 가벼이 휘두를 수 있어도, 이렇게 내력이 떨어진 상태에선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팔이 후들거리는 것 같다.


‘빨리 차올라라.’


다행히 의지가 인 순간 삼원일귀종이 주위 자연지기를 빨아들이며 단전의 내력을 조금씩 복구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돌아온 순간 삼원일귀종의 공능이 그의 육신을 보듬어 준다.


천진은 그렇게 끝내 검을 집어넣지 않았다. 시선은 상대를 바라보며 검 끝은 여전히 목을 겨누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담당관의 말이 들린 후에야 천진은 검을 내렸다.


“···승자는, 천진이다.”


천진은 속으로 안도감을 내뱉은 후, 상대를 보았다. 그가 부들거리는 주먹을 움켜쥐곤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승패가 버젓이 났음에도 계속 이어가기라도 할 생각인가? 천진이 그러한 의문을 품으며 검파를 쥔 손의 힘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을 무렵, 그가 도를 집어넣고는 돌아섰다. 다행히 패배를 승복할 염치는 있는 모양이다.


“······.”


천진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자연히 고개가 돌아가니 담당관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의 무감한 얼굴은 어디 가고 그 안색에 조금의 놀라움이 번져 있다. 마치 흥미가 동하는 물건을 본 것만 같은 기색이었다.


담당관이 물어왔다.


“계속할 텐가.”


“···아닙니다.”


천진은 물러날 때와 나서야 할 때를 혼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들어가도록.”


“예.”


천진은 낭인이 되기 위해 시험에 참여한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그들의 행렬에 들어섰다.



───



그 뒤로도 비무는 계속되었다.


서로의 별호를 대고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낭인이 되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이들이라기보단, 고명한 인사들의 교류회와 같다 여겨진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접수원의 말로 미루어 보아 유명한 문파나 세가의 인물들도 낭인이 되기 위해 시험을 치른다고 했었으니.


이들의 수준이 그렇게까지 높다는 건 아니다. 천진은 과거 어머니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떠돌 때, 유명한 문파의 인물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걸음은 무를 익히지 못한 천진이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고절했고, 또 신비했다. 이들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그렇다 해도 천진은 벌어지는 비무에서 단 한 차례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집중은 지금도 비무에 나선 시험생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파헤치며 스스로 자문을 구하고 있었음이니.


‘왜 저기서 뒤로 빠지는 걸까··· 아. 후속타를 염두에 둔 것이구나.’


‘발걸음의 방위를 저렇게 밟는 이유가 뭐지? 진기의 운용이 꼬이기만 할 터인데.’


‘검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 절초를 펼치려고 하는 것이구나.’


그들의 비무는 자신에게 하나의 기연이었고, 부족한 무의 견식을 쌓을 수 있는 천혜의 보고였다.


천진은 차곡차곡 그들의 움직임을 학습하며 스스로에게 무엇이 부족한가 되물었다. 역시 얕은 내력에서 오는 위력의 부족이었다.


‘당연하겠지. 그들과 나는 무를 익힌 기간부터 차이가 날 것이니.’


그가 무공을 익힌 지 고작 보름도 채 되지 않았다. 천혜의 기연을 얻는 것이 아닌 이상 십수 년 이상 차이나는 세월을 단번에 뛰어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들의 수는 훤히 보인다.’


하나 천진의 얕은 내력은 읽은 수를 뚫어내려고 하면 역으로 집어 삼켜질 수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한 자신의 과제였다.


‘보완해내면 된다.’


천진은 담당관의 말을 떠올렸다. 비무를 펼치면 곳곳에 있는 시험관이 이를 평가하고 합격 여부를 결정 짓는다고.


그 말은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그가 낭인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시험관의 눈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한 번의 비무는 더 뛰어 눈에 차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소리다.


‘방금 선보였던 움직임을 떠올리자.’


천진은 체내의 혈도에 내력을 둘렀다. 단전에서 시작된 나선의 진기는 순식간에 장심으로 이동해 미약한 흡입력을 만들었다.


그는 이걸 흡자결(吸字訣)이라 부르기로 했다.


‘진기의 흐름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여기에 답이 있다.’


삼원일귀종의 전신은 삼재심법이다. 천지인의 순응과 조화를 따르는 그 심법은 진기의 흐름을 나선으로 꼬아도 서로 어우러지며 충돌하지 않았다.


‘열결혈과 경거혈에 변화를 줘 볼까. 그렇게 된다면 어찌 될까.’


천진이 점차 사색에 잠길 무렵, 주위에서 들리는 연호에 정신이 돌아왔다.


“또 이겼군. 벌써 삼 연승 째 아닌가.”


“저 정도면 이름 있는 문파나 세가의 자제일 법도 하거늘. 황유라.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야.”


“고명한 인사가 마음먹고 키운 제자일 수도 있지. 그래도 대단하군. 아직 이립도 되어 보이지 않는 나이이건만.”


천진은 그들의 반응을 뒤로하고 시선을 돌렸다. 비무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 위에 한 남성이 고고하게 서 있었다.


방금까지 비무를 벌였다는 듯 손에는 서슬 퍼런 예기를 발하는 검을 쥐었고, 다른 손으론 기름 먹인 천을 꺼내 검신을 닦고 있었다. 자신에게 그 검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듯 섬세한 손길로.


‘대단하네.’


천진은 사색에 잠기느라 그의 비무를 보지 못했다. 하나 서 있는 행태만으로 그의 강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옷의 테 너머로 보이는 잘 닦인 육신. 자신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내력의 양.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듣기로 벌써 세 번을 연달아 비무를 벌였음에도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면모까지.


‘빠르게 끝낸 거다. 지칠 기색을 느낄 틈도 없이.’


천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다음 상대는 없는가.”


비무를 주관하던 담당관이 말을 꺼내자 한 사내가 당당하게 의사를 표하며 앞으로 나섰다. 혈안부호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장대한 체구와 등에 멘 거대한 대도가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 몸은 감숙성 귀혼도문 출신 신오종이라 한다. 사람들은 나를 귀력도라 불렀지.”


“황유입니다.”


“달리 댈 별호는 없는가.”


“무림 초출인지라. 마땅한 별호는 없습니다.”


천진과 비슷한 경우이나 예가 달랐다. 별호도 없냐며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 그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인정에 가까운 어투였다.


“그런가.”


자신을 귀력도라 소개한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등에 멘 대도를 쥐었다. 후웅. 단순히 뽑는 것만으로 주위에 바람이 일 정도로 무거운 무게였다.


“달리 소개는 그만하지. 너의 검을 보니 몸이 근질근질해져서 말이다.”


“예. 좋습니다.”


황유가 검신을 닦던 기름 천을 거두곤 검파를 움켜쥐었다. 우웅. 그의 검에서 벌떼가 비상하는 듯한 검명이 울렸다.


수많은 좌중이 숙연해졌다. 이미 황유의 검을 견식한 까닭이다.


모두가 비무를 지켜보던 천진의 눈을 하고서 황유의 검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하면 저자를 이길 수 있을까. 그를 고민하는 듯한 기색으로.


귀력도가 먼저 대도를 휘두르며 출수했다.


“흐압!”


거센 기합과 함께 그가 천진의 몸만 한 대도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잇달아 초식을 펼친다. 황유는 그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틈을 보았다.


이내. 그의 검이 움직였다.


쩌엉!


강한 파열음과 동시에 황유의 검이 귀력도의 대도를 부서뜨리며 나아갔다. 귀력도의 목에 그 서슬 퍼런 예기가 드리웠다.


“···졌네.”


“수고하셨습니다.”


귀력도는 순순히 패배에 순응하며 고개를 저었고, 황유는 검을 거두며 포권을 취했다. 그가 다시금 기름 천을 꺼내 검신을 닦기 시작했다. 피가 묻은 적도 없는 데도.


모두가 그를 이상하게 보진 않았다. 이미 저러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었고, 무림에 기인이사가 아닌 자가 더욱 드물었으니.


천진도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그의 이상한 행태를 생각하는 것보다 그가 선보인 무위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느라 다른 행위에는 집중하지 않았다는 게 옳을 터.


‘진기의 흐름이 신기하다. 단전에서 시작된 내력의 흐름이 검으로 치달으며 다섯 번의 가속을 선보였어.’


천진은 황유의 수법을 복기했다. 자신이라면 저렇게 가능할까 하고.


‘가능은 하다.’


하나 상대의 검이 강맹했던 이유는 뛰어난 내력에 있었다. 자신처럼 얕은 내력을 통해 선보여 봤자 계륵이다. 차라리 다른 수를 고안하는 게 더욱 효율 좋은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잠깐. 가속이라······.’


천진은 머릿속 심상에서 절로 붓이 움직이는 감각을 느꼈다. 번갯불이 튀는 듯한 감각이 전신에 스미며 붓이 춤을 췄다.


부족한 내력. 남들보다 약한 위력. 이를 보완할 하나의 방법.


천진이 두 눈을 감고 이를 염원하는 순간, 마음속 붓은 화답해 주었다.


“계속할 텐가.”


“예.”


담당관이 물었고 황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관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시험생들에게 말했다.


“도전할 자는 있는가.”


“제가 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천진이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서고 있던 탓이다.


담당관은 그를 바라보곤 혀를 쯧 차더니 눈매를 찌푸렸다. 하나 막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련된 비무대에 들어서며 천진이 검파를 쥐었다. 황유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동시였다.


“소형제. 호기를 보이기 위해 나온 건가.”


그만 그런 생각을 품은 것이 아니다. 이 자리의 모두가 그렇게 보고 있었다.


담당관은 비무의 승패로 낭인의 자격을 결정한다고 하지 않았다. 비무를 보고 시험관이 평을 한다고 했다. 하면 자신보다 강한 자를 상대해 선전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눈에 들 수 있다는 소리.


하나 천진은 그런 마음은 품지 않았다.


“지기 위해 비무에 나서는 사람이 있습니까.”


천진은 이기기 위해 나선 것이다. 눈앞의 인물을.


천진이 검파를 쥐곤 그대로 발검했다. 너른 공터에 내리 앉는 햇살이 그의 검신에 부딪치며 잘게 쪼개졌다. 너울거리는 일렁임이 어린 천진의 외형과 맞닿으니 일견 신비로운 인상을 주기도 했다.


‘가능하다.’


상대의 검식은 이미 보았다. 머릿속에 절로 그의 검식이 떠오를 정도로.


“천진입니다.”


“황유라고 하네.”


천진의 눈을 바라보던 황유가 고개를 끄덕이곤 닦던 천을 품에 넣고는 검을 제대로 쥐었다. 우웅. 다시금 벌떼의 날갯짓이 들려오는 듯하다.


“선공은 양보하지 않겠네. 그대에 대한 무례인 듯하니.”


“예.”


황유는 그 말을 지키듯 땅을 박찼다. 그의 검이 천진을 향해 곧게 날아들었다.


‘온다.’


천진이 두 눈을 부릅뜨며 검을 지켜보았다. 집중이 발휘되며 황유의 검이 느릿한 세상 속에 갇혔다.


하나 그의 검은, 다섯 번의 가속을 받은 듯 점차 빨라지더니 어느새 처음보다 빠른 속도로 천진을 향해 짓쳐 들었다. 그가 검을 휘두른 것도 동시였다.


쩌엉!


모두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황유의 검이 처음으로 튕겨 올라간 것이다.


쩌적.


동시에 천진의 검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곧 유소찬을 죽이고 얻어낸 검이 비명을 토하며 검신이 조각조각 부서져 흩날렸다.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검수가 검을 잃었으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나 천진은 애초에 검수가 아니었다. 목검을 쥐었던 이유는 가장 만들기 편해서이며, 검을 쓰던 이유는 유소찬을 죽이고 얻어낸 전리품이 이것이었던 까닭이다.


천진이 흩날리는 검의 파편을 보았다. 잘게 부서져 떨어지는 그 움직임이 한없이 느리게만 보였다.


오른손에 흡자결이 발현한다. 욱신거리는 듯한 통증이 밀어닥쳤지만 무시했다. 빨려 들어온 검의 조각을 하나 쥐어 채 비수를 날리듯 황유를 향해 던졌다.


핏!


“······.”


황유는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핏물을 매만졌다. 뜨거운 감각이 손아귀에 묻어나왔다. 그대로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자 주먹을 쥐며 적수공권의 자세를 취하고 있지 뭔가.


황유는 그 모습을 보곤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선언했다.


“내가 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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