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독학(武功獨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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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운율
작품등록일 :
202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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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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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화

DUMMY

“예?”


천진이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급이라니.’


낭인은 모두 일 급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적어도 천진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 천진의 반응에 재미라도 느낀 것일까? 접수대의 여인은 한참을 쿡쿡 웃더니 곧 나직한 음성으로 천진에게 설명해 주었다.


“모두가 일 급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랍니다. 가끔, 아주 가끔 일 급이란 자리가 무의미하다 심사관들이 판단할 경우, 일 급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어요.”


그녀가 빙긋 웃었다.


“많은 요소가 판단의 기준이 되죠. 경험, 실력,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소협의 경우는 ‘가능성’ 하나가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고도 남는다는 평을 받았네요. 축하해요. 그 깐깐한 벽안검호한테 그런 평을 받는 건 소협이 처음이니.”


그녀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황유 소협이 보이시죠? 그도 이 급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협과는 달리 실력을 판단해 내린 등급이긴 하지만요.”


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재능을 높게 사 준 것인가.’


좋은 일이다. 그들이 보기에도 자신은 재능이 없는 게 아니란 소리니까.


하나 이 말을 반대로 하자면, 지금의 자신은 재능‘만’ 있단 소리다. 저기 있는 황유 소협을 봐라. 실력으로 당당히 이 급을 따내지 않았던가.


‘괜찮아.’


오히려 잘 되었다. 스스로 그렇게 다독였다. 그들이 본 가능성. 그를 자신이 만들어가면 될 것이니.


그 순간 황유가 입가에 미소를 짓곤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유달리 하얀 치아가 돋보이는 웃음이었다.


“소형제. 또 만났군. 허리춤의 검이 퍽 잘 어울려. 과거의 나보다 더. 이제야 주인을 찾은 듯하군.”


“반갑습니다. 황유 소협.”


“이 친구 참, 딱딱하게 말이야. 편하게 황유라 부르게. 거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보이거늘.”


천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약관도 되지 않은 자신과 이립에 가까워지고 있는 그의 나이.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었으니. 얼핏 양심이 죽은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나 그가 호의로 저러는 것을 알기에, 천진은 거절하지 않았다.


“알겠다.”


“···오. 바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군. 이거 한 방 먹었어.”


황유가 순간 입을 벌리곤 눈을 휘둥그레 뜨자 옆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접수대의 여인이 입가를 가리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대주들의 대화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오랜만에 재밌었어요.”


그녀가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고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었다. 자세히 보니 나무로 만든 하나의 패였다.


“낭인패에요. 거기에 등급이 위계를 나타내며, 밑에 적힌 작은 숫자가 당신들을 나타낼 겁니다.”


“우리를 나타낸다는 소리가 정확히 무슨 소리입니까?”


“낭인들에게 들어오는 의뢰는 모두 낭유원을 거치게 되어있죠. 하나 사사롭게 밖에서 낭인의 이름을 대며 의뢰를 받으려는 자들이 있어요. 분실된 낭인패를 습득해서 하는 행위인 거죠. 그럴 때를 위해 만든 번호에요. 당신들도 낭인패를 분실했다면 즉각 말하도록 하세요. 새로운 번호가 발급될 것이고 의뢰주에겐 그게 전달될 것이니.”


“알겠습니다.”


천진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녀가 건네준 낭인패를 건네받았다. 목패엔 철로 음각된 이(二)라는 숫자가 보였다.


나무라면 평소 자주 만져 보았다. 목검을 깎을 때만 하여도 자주 접하지 않았던가. 하나 똑같은 재질로 되어있는 이 하나의 작은 패가 무엇이라고. 천진은 그제야 자신이 낭인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소형제. 기분이 어떤가?”


옆에서 동일하게 설명을 듣고 낭인패를 발급받은 황유가 물어왔다.


천진은 한동안 낭인패를 빤히 바라보다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속에 있는 기분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하. 여전히 삭막한 친구로구만. 그 나이 또래면 웃으면서 펄쩍 뛸 법도 하거늘.”


황유의 말에 천진이 문뜩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근육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소리다. 아마 면경을 들여다보았다면 그의 말처럼 삭막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럴 수밖에.’


평생을 무성이라는 말을 들으며 멸시받아 왔다. 촌 동네 아이들에게도 무시를 받았는데 다른 곳에서는 오죽했을까.


차곡차곡 그의 마음에 누적된 타인의 경멸은 쉽사리 그의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그게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만 해도 마찬가지다. 이 급 낭인패를 얻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되었으나 누군가 자신의 비밀을 눈치채 발설한다면 어찌할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뿌리 깊게 내린 의심이었다.


황유는 그런 천진의 행동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표정엔 안쓰러움이 한가득이다.


“이런. 내가 실수를 범한 모양이군. 무림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사연 하나 없는 자가 어디 있다고.”


황유가 낭인패를 품에 집어넣으며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군. 사죄의 의미로 오늘 밥은 내가 사겠네. 음식을 잘하는 객잔을 하나 아는데, 어떻게. 그리로 가겠나?”


천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 나오느라 아직 밥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황유가 먼저 낭유원을 나섰고 천진이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도원의 저잣거리를 가로질러 한 객잔으로 들어섰다.


객잔에 들어서기 전, 천진은 객잔의 이름을 문뜩 보았다. 향운객잔. 음식을 잘한다던 황유의 말이 거짓은 아닌지 이른 아침부터 이미 자리가 많이 들어차 있었다.


‘객잔이라.’


객잔을 볼 때마다 곽 씨 아저씨의 생각이 났다.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닌 음식을 먹으러 오니 더더욱 그가 만들어준 음식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아저씨가 삶아 준다던 소면도 먹지 못하고 이별했구나.’


천진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자리를 마련한 황유가 앉으며 천진을 불렀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겠나? 여기 궁보계정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나는 소면이면 충분하다.”


문뜩 곽 씨 아저씨와의 마지막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천진은 고민하지 않고 음식을 말했다.


“소박한 친구군. 사 주는 것이니 부담 가질 필요도 없거늘.”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빛에 깃든 사연을 느낀 것일까. 황유는 즉시 점소이를 불러 주문을 했다.


곧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천진이 말한 소면도 마찬가지다.


천진이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그대로 입에 넣었다. 이상하게도 곽 씨 아저씨의 소면처럼 맛있지는 않았다. 분명 고명도 많고, 국물도 이곳이 더 진하거늘.


이름 하나 없던 촌 동네의 객잔에서 먹던 그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아마 앞으로 영영 느끼지 못할 테지.


천진이 그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음식을 남긴다는 건 기껏 데리고 와 준 황유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합석해도 되겠나?”


그 순간 묵직한 음성이 자신들을 향했다. 고개를 돌리니 자신을 추천해준 장대한 덩치의 남성, 혈안부호가 보였다.


그가 씨익 웃더니 주위를 가리킨다.


“보다시피, 자리가 이미 만석이라 말이지.”


천진이 고개를 돌려 황유를 보았다. 그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의사를 표했다.


낭인의 세계에서 인맥은 많이 만들어 두어 나쁠 게 없었다. 천진에게 말하지 않았나. 검을 주며 이건 투자라고. 인맥이 곧 여벌 목숨으로도 변할 수 있는 게 무림이었다.


혈안부호가 익숙하다는 듯 음식을 주문하곤 자리에 앉았다. 객잔의 의자가 그의 거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빠직거리며 부러질 듯 위태로웠다.


하나 그는 그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천진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야. 그보다 내가 보는 눈은 있었군. 추천하고 곧바로 이 급이라니. 하물며 그 벽안검호에게 인정을 받지 않았나. 덕분에 내 체면이 꽤 섰다. 기분이니 오늘은 내가 사마.”


“감사드립니다 선배.”


황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천진도 따라 포권을 취하자 혈안부호가 멋쩍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되었다. 그런 낯간지러운 인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보다 나는 혈안부호라 불린다. 조그마한 낭인대를 꾸리고 있지.”


천진은 그의 별호를 이미 알고 있었다. 접수대의 여인이 했던 말을 여전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나 황유의 반응은 그보다 한술 더 떴다.


“혈안부호시라면, 오 급의 낭인이 아니십니까?”


“오? 나를 알아봐 주는 거냐. 이거 기쁘군.”


혈안부호가 호탕하게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누런 치아가 보였으나 그는 개의치 않는 듯 환하게 미소지을 뿐이었다.


“알아봐 주었으니 얘기도 빠르겠다. 두 사람 다, 내 낭인대에 들어올 생각은 없느냐?”


“선배님의 낭인대에 말씀입니까?”


“아무렴. 두 사람 같은 인재를 다른 낭인대에 추천할 머저리는 아니니 말이다.”


천진은 그의 제의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낭인대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 하고.


그의 목표는 강해지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그런 고수가 되는 것.


하나 최종적인 목표는 그게 아니다. 천무성을 찾아 천하를 떠도는 것이다. 천무성에게 자신의 존재 의의에 관한 것을 묻고 싶었다.


‘당장은 혈안부호의 낭인대에 들어가는 게 좋긴 하겠지. 이점도 많으니.’


하나 천진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어느 정도 자각을 마친 상태였다. 알아채지 못하려 해도 주위에서 알아봐 주니 모를 수가 있겠나.


그는 홀로 다니는 게 더 이득이라 판단했다. 낭인대에 속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다수의 인원이 움직이기에 위험성은 덜할 것이다. 하나 그만큼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낭인대야 나중에 내가 직접 꾸릴 수 있다.’


급수만 올린다면 그럴 권한이 생긴다 들었다. 나중에 필요하다면 낭인대를 꾸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오로지 자신의 의지 아래에서.


“죄송합니다. 당장은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이 없는지라.”


“그런가. 아쉽군.”


혈안부호가 입맛을 한차례 쩝 다시더니 다시금 웃었다. 호방한 면모가 엿보였다.


“싫다는 애를 억지로 끌어들이는 것도 예는 아니지. 괜히 기존에 있던 인원들과 충돌이 생길 수 있기도 하고.”


그가 천진에게서 고개를 돌리곤 황유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바란다는 눈초리로 그를 보자 황유가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저도 천진 소협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경험을 더 쌓고 싶습니다.”


“그런가.”


“예.”


혈안부호는 자신보다 급이 낮은 두 사람에게 두 번이나 거절당했음에도 괘념치 않아 보였다. 오히려 씨익 웃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경험이란 좋은 것이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쌓아둘 수 있을 때 쌓아두는 것이 좋다. 그보다 두 사람 모두 이 급이 되었는데, 의뢰는 어떤 거로 받을 생각이지?”


“의뢰라 하시면.”


“일 급을 건너뛰고 이 급이 되었잖나. 당연히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단 소리일 터. 나는 개인적으로 일 급 의뢰는 건너뛰고 이 급 의뢰를 바로 수주하는 것을 추천하지.”


“왜 그런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경험을 생각하면 일 급을 겪고 이 급에 나서는 게 좋을 듯한데.”


“그렇다면 도원에서 너희에게 이 급을 내린 이유가 없지 않나. 올라갈 재목이면 일 급도 빠르게 벗어날 것이거늘. 그러지 않고 너희에게 바로 이 급을 준 이유는 일 급에 제대로 된 의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경험이라는 것을 쌓을 기회조차 없다는 소리지.”


혈안부호는 손가락을 접으며 몇 가지 의뢰의 내용들을 말해 주었다. 대부분 그의 말대로 경험을 쌓기엔 부적절해 보였다.


“하물며 일 급은 너희 같은 놈들이 아니고서야 낭인을 시작하는 단계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의뢰 하나를 수주하기 위해 모일지 가늠이나 가느냐?”


“충고 감사합니다.”


천진은 깔끔하게 일 급 의뢰에 관한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포권을 취하며 귀중한 정보를 준 혈안부호에게 감사를 표했다.


혈안부호는 질색이라는 듯 손을 휘적휘적 젓더니 답했다.


“무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라. 낭인판이 넓어도 위로 올라오는 자들은 적으니.”


천진은 그의 말을 새겨들었다.


‘위로 올라오는 자들은 적다라.’


상관없다.

그는 올라가고 말 것이니.



───



다음 날 의뢰를 수주하기 위해 낭유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사는 것인지 올 때마다 똑같은 여인이 접수대에 앉아 한가로이 망우초를 피고 있었다.


그녀는 천진을 보더니 싱긋 웃고는 물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건만, 무슨 일인가요. 뭐, 짐작은 가지만요.”


“의뢰를 받고 싶습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부류는 있나요?”


“없습니다.”


“그럼 제 임의로 고를게요. 어디 보자, 아. 이게 좋겠네요.”


그녀가 곧 하나의 문서를 내밀었다. 호위. 이 단어가 문서의 상단에 적혀 있었다.


“제가 보기에 소협은 내력의 부족함이 문제인 것 같은데, 맞나요?”


과연. 고수의 눈은 속이질 못한다고 하더니, 천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럼 이게 딱 좋겠네요. 이 급 의뢰에 보수로 영단 하나니, 지금 당신에게는 이보다 좋은 보수는 없을 거예요.”


천진은 고심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승낙하자 그녀가 의뢰 증서를 내어 주며 당부했다.


“의뢰주들은 낭인에게 보수를 쥐여주고 그를 산다고 생각하죠. 하나 도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정당한 노동 값이라 여기죠. 만일 받는 보수보다 더한 일을 시키려고 하신다면 그냥 의뢰를 파기하세요. 그런 뒷일은 도원에서 알아서 처리하니.”


그녀의 충고를 가슴에 새기며 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낭유원을 나서 마차를 잡아 의뢰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꽤 먼 거리를 또 여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마차는 도원에서 싸게 대여해 주는 편이며, 보수를 받고 대금을 지불해도 된다 했다. 천진은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호북성에 당도했다.


의뢰주가 사는 장원에 도착했다. 그곳에 내린 천진은 궁궐 같은 집을 보고 감탄했다. 이름 없는 촌 동네에 그동안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이러한 집을 본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천진은 그 규모에 압도되는 감정을 느꼈다.


그 순간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위사들이 창을 겨누며 천진에게 말했다.


“정지. 신원을 밝히시오.”


“천진이라고 합니다. 이 급 낭인이며, 상단주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증서는 있으십니까?”


“예.”


천진이 의뢰 증서와 낭인패를 건네주자 그들이 이를 꼼꼼히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되었습니다.”


그들이 창을 치워주자 천진이 장원의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커 보이는 모습에 또다시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곧, 한 사람이 장원을 가로질러 천진에게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단주님에게는 따로 기별이 갔을 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천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그를 따라갔다. 몇 채의 전각을 지나자 가장 거대한 전각이 드러났고, 그 안에 들어서니 열심히 돌아다니는 시비들이 보인다.


그들을 일별하곤 천진이 계단을 올랐다. 가장 높은 층으로 향하니 안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의 중년인과 붕대를 통해 눈가를 칭칭 감고 있는 한 여인이 눈에 보였다.


‘맹인?’


천진은 그녀를 보곤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무언가를 눈치챈 듯 표정을 굳힐 무렵, 중년인이 그에게 말했다.


“잘 왔네. 그대가 천진 소협인가 보군. 도원에서 거는 기대가 큰 모양이야. 허허. 경고까지 하지 뭔가?”


“죄송합니다.”


“무얼. 농이었네. 그만큼 그대가 뛰어난 탓이겠지.”


“한데 정확히 누구를 호위하면 되는 것입니까? 의뢰서에 적힌 내용이 명확하지 않던데.”


“잘 물어봤네. 눈앞의 이 아이가 바로 내 딸아이네. 이 아이를 호위해 주었으면 하네.”


천진은 그 말에 눈매가 꿈틀거렸다.


‘무슨 생각이지?’


천진이 그녀를 보았다. 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느꼈던 기운. 확실하다.


‘나보다 고수를 호위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란 소린가?’


그녀는 고수였다.

그것도 자신이 본 사람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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