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독학(武功獨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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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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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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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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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MMY

“의뢰의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상행 호위다.”


상행 호위. 분명 중한 의뢰이기는 하다. 천하 각지를 돌아다녀야 하는 상단의 특성상, 산적과 수적, 각종 도적들의 출몰에 대비해야 마땅했음이니.


하나 이게 왜 오 급 의뢰까지 온 것인지 모르겠다.


천진의 그러한 생각을 눈치챈 것일까? 혈안부호가 씨익 웃더니 말을 이었다.


“평범한 상행이 아니다.”


“하면 어떤 상행입니까.”


“패도련과 관련된 물건을 운송하는 일이지.”


패도련. 그 대목에서 천진은 납득했다.


일전 대면한 귀수황문과 마찬가지로 사도구패의 일좌. 아니. 같은 사도구패로 묶이긴 하나 귀수황문을 ‘따위’로 치부할 수 있는 세력.


‘감숙을 주름잡는 사파의 거두였었지.’


온 사파를 다 통틀어도 패도련은 특별하다. 정확히는 그들의 주인인 패도련주라는 여인이 특별했다.


‘투성(鬪星).’


별이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세상.

그 세상에서 일신의 무위만으로 별이라 불리는 자들이 있다. 패도련주가 그러했다.


천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긴장을 한 건 아니다. 그저 설레었다. 천하를 주름잡는 절세 고수. 그런 인물을 어쩌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그의 반응을 오해한 것일까? 혈안부호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걱정하지 말거라. 패도련주와 우리가 직접 대면하는 일은 없을 터이니. 하물며 우리 도원에도 있지 않느냐? 천하오절이.”


혈안부호의 입꼬리가 자신감 넘치게 솟구쳤다. 숨길 수 없는 동경이 눈에 비쳤다.


“검성 어르신은 낭인이 무고한 일로 명을 달리하는 걸 싫어하신다. 아무리 패도련주라곤 하나 전쟁을 바라는 게 아닌 이상 우리에겐 손을 대지 못할 터. 하니 어깨에 힘 좀 풀거라.”


“예.”


혈안부호가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하자 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 따윈 한 적이 없는데도.


“상행은 언제 출발하는 것입니까.”


“출발은 앞으로 칠주야 뒤다. 준비해 두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연무장을 빌렸느냐?”


“예.”


“잘 되었군. 가기 전에 시간도 남으니 간단하게 지도 비무나 해 주마.”


“정말이십니까?”


오 급에 달하는 낭인이 직접 손속을 겨루어 준다고 한다. 이 또한 좋은 경험이었으니. 천진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혈안부호는 천진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곤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덧붙였다.


“그래. 다만 오늘은 안 된다. 낭인대의 아우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준비할 것도 좀 있으니 말이지. 내일부터 해 주마.”


“감사합니다.”


“무얼. 오늘은 간단하게 몸만 풀어라. 내일을 위해서.”


“예.”


혈안부호가 씨익 웃으며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



혈안부호의 말대로 천진은 무리하게 훈련에 임하지 않았다. 그저 간단한 육신의 단련만을 주로 행했다. 그럼에도 그의 몸은 비에 옷이 젖은 듯 땀이 흠뻑 묻어 있었다.


하나 그만큼 땀을 흘렸음에도 그의 표정은 여전했음이니.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몸이 좋아졌다.’


삼원일귀종을 만들기 전부터 천진은 육신의 단련을 빼먹지 않았다. 무릇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나름 뛰어난 육신이라 자부했건만, 내력을 얻으니 자신이 우물 안에 있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무인들은 이러한 느낌을 얻으며 육신을 단련했던 것이겠지.’


평범한 몸에서 내력 하나만 더해졌을 뿐인데, 근육이 붙는 속도, 육신의 태, 유연성과 근육의 탄력까지. 이 모두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나날이 바뀌는 자신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삼원일귀종의 공능이겠지.’


기초를 닦는 것을 염원하며 만들어낸 무공이다. 이 정도도 못 했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터였다.


‘이 상태에서 소을단을 먹으면 어떤 효율을 보일까.’


천진이 소을단을 바라보았다. 영단술로는 따라갈 자가 없다는 약황문의 영단. 그리고 삼원일귀종. 두 개가 합쳐졌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두근거렸다.


천진은 기대감을 가라앉힌 뒤 천천히 궤짝을 열었다. 화아. 생각보다 묵직한 향이 코끝을 아스라이 간지럽혔다.


검은 빛깔의 영단. 구절로 듣던 영단과 같이 빛을 발하는 현묘함은 없었다. 하나 천진은 이 안에 얼마나 많은 기운이 응축되어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체감했다.


‘음양호리의 내단 이상이다.’


잡스러운 기운들로 가득 찼던 내단보다도 많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쉽다. 약황문의 비전을 사용해 먹는 즉시 사지 백해로 뻗어 나가 육신에 스며들게 된다고.


즉, 단전에는 쌓을 수 없는 기운이란 소리다. 억지로 안착하려고 해도 주화입마에만 걸리게 된다 했었으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천진은 아쉬움을 삼키며 소을단을 한입에 넣었다. 음양호리의 내단처럼 자연스레 풀리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꼭꼭 씹어 삼켜야 했다.


목이 멨으나 인내했다. 꿀꺽 삼키자 체내에 들어서는 미증유의 기운이 느껴졌다.


위장에서 올올이 분해된 녀석이 곧 사지 백해로 뻗어 나갔다. 근육 한 올 한 올에 스며드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유례없는 따스함이다.


천진은 기감을 곤두세우며 그 흐름을 모조리 느끼고 있었다. 육신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내기 위함이다.


하나 자신의 기대가 과했던 것일까? 생각했던 것보단 효과가 미비했다. 그렇게 품은 기운이 컸음에도.


‘아니다.’


약황문의 영단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저 몸을 꾸준히 사용하며 근육에 스며든 기운을 계속해서 자극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단은 제 몫을 톡톡히 할 터였으니.


삼원일귀종과도 맞닿아 있다. 천혜의 양기가 주는 활력을 더한다면 빠른 속도로 영단의 기운을 녹여낼 수 있음이니. 천진은 이만 만족하며 눈을 뜨려고 했다.


그 순간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가 있었다.


-정말 이걸로 만족해야 할까?


그건, 자신의 생각이었으며, 욕심이라고도 부를 수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며 감정에 파문을 일으키는 목소리. 천진은 그를 덤덤히 인정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욕심이라고.


‘가능하겠다.’


기감을 곤두세우며 영단의 기운을 느꼈다. 그를 인지할수록 하나의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굳이 이렇게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육신의 단련을 돕는다면 굳이 근육에만 쓰이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일 터.’


기혈도 육신이고, 세맥도 육신의 일부다. 약황문에서 이를 모르고 있을 리는 없었다.


하니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욕심이었으나, 능력이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하지 않는 것이 바보짓이다.


마음을 먹은 순간 진기의 운용이 달라진다. 단전에서 치솟은 삼원일귀종이 흡자결을 발하듯 근육에 스며들었던 영단의 기운을 빼앗아 온다.


다시금 근육에 스며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녀석을 삼원일귀종의 진기로 감쌌다. 그를 다시금 단전에 안착시키니, 반발심이 생기듯 녀석이 단전에서 뿜어지며 사지 백해로 뻗은 기혈과 세맥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길이 닦였다.


‘임맥과 독맥이 방해다.’


사지 백해의 모든 기혈을 고루 닦고 싶었다. 무릇 기반이라면 무엇보다 튼튼해야 함이 마땅하니. 어떤 곳은 뛰어나나 어떤 곳은 비루한 것은 보기 싫었다.


하여 천진은 지금 이 자리에서 뚫기로 했다.


수많은 무림인이 보았다면 기겁할 일이었다. 고작 십오 년에 달하는 내력. 아무리 영단의 기운이 있다 하더라도 임독양맥을 뚫으려고 하다니. 자살할 것이라면 좀 더 곱게 죽는 방법이 있다고 말할 터.


하나 천진은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주위에서 보인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개중 진기의 운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 번 본 것만으로 타인의 진기 운용을 그 자리에서 베낄 수 있는 재능이었으니.


영단의 기운이 천진의 주도하에 임맥과 독맥으로 향했다. 쿠웅! 무언가 부딪치는 듯한 굉음이 들린다. 귀가 먹먹해지는 듯하다.


천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반을 닦는 삼원일귀종의 공능. 그를 떠올리며 영단의 기운을 감싼다. 고작 십오 년에 달하는 내력이나마 손을 더했다. 바라던 염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쩌적.


꽉 막힌 듯 진기의 운용을 방해하던 벽이 허물어진다. 동시에 전신에 진기가 흘러가더니 영단의 기운을 흩뿌린다. 전신 세맥이 고루 닦였다.


“무리했나.”


천진이 입가에 주르륵 흐르는 핏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미약하지만 내상을 입은 것이다.


상관없다. 이 순간에도 삼원일귀종의 공능이 그의 기맥을 어루만지고 있음이니.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멀끔히 나을 상처였다.


“좋다.”


내상을 뒤로하고, 천진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를 살폈다. 가장 먼저 전신 세맥이 타통되며 대주천을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그릇을 만드는 일에 더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은 누구보다 느렸으나, 그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고 있다는 만족감이 그의 가슴을 뿌듯하게 채웠다.


‘그리고 중단전.’


임독양맥이 타통되며 중단전이 형성되었다. 고강한 무인들이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고, 정해진 삶보다 더욱 오래 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중단전이다.


선천진기에 가장 가까운 단전. 정신을 집중하니 불씨처럼 타오르는 선천진기가 느껴졌다.


하단전 삼원일귀종의 내력을 일으켜 중단전으로 향하니 그 성질이 변했다. 정확히는 선천진기를 자극해 미약하게나마 그 불씨의 크기를 키웠고, 거기서 흩날리는 재가 공력에 더해졌다. 하니 쉽사리 흩어지지 않고 서로 뭉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라.


‘싸움의 지속력이 올라갔다.’


천하 고수들의 싸움은 칠 일 밤낮으로 이루어진다 들었다. 바로 이 때문이다.


천진은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박과 같은 행위였으나 충분히 해볼 만한 수였다. 그리고 돌아온 이득은 이토록 컸으니.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지어졌다.



───



다음 날이 되어 연무장으로 향했다. 먼저 온 혈안부호가 상의를 벗어 던지곤 허공에 부를 휘두르고 있었다. 후두둑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고강한 위치에 올랐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단련을 쉬지 않는다. 무인의 자세였다.


“왔느냐.”


혈안부호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기감으로 이미 자신이 온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허. 인간으로 화한 영물이라도 되는가. 고작 하룻밤 만에 중단전을 타통한다라? 이제는 재능이 있다는 수준으로도 말 못 하겠다.”


혈안부호가 그제야 부를 휘두르는 것을 멈추곤 뒤돌아 천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미미한 감탄과 그 이상의 놀람이 서려 있다.


“잠은 안 설쳤더냐.”


“예.”


“흐흐. 나는 꽤 설쳤구나. 그때 대략 보기는 했으나 이렇게 제대로 된 실력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더냐. 이렇게 만날 때마다 놀라게 하는 녀석이니 오죽 신이 날까.”


그가 부를 땅에 콱! 찍었다. 쩌적. 연무장의 흙바닥이 움푹 파이며 주위로 실금이 번진다.


천진은 혈안부호의 도끼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한 장정보다 거대해 보이는 병장기다. 달리 지금의 그를 있게 해 준 애병이기도 했다.


“무공은 못 가르쳐준다. 그는 이해하고 있겠지.”


“예. 염치도 없이 탐할 마음은 없습니다.”


“크. 좋군. 마음마저 훌륭해. 내 아우들이 보고 배웠으면 싶다.”


그가 씨익 웃고는 부의 손잡이에 팔을 걸쳤다.


“이 이상 떠드는 건 시간이 아깝다 여겨지는군. 바로 시작해 볼까? 전력으로 와 봐라.”


혈안부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태연한 자세를 고수했다. 후배에게 선공을 양보하는 마음씨였다.


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호의를 받곤 검을 뽑았다. 황유가 준 검. 그를 움켜쥐곤 자연스레 집중했다.


흐름이 보인다. 낭파검륜을 창안하며 그에게 느껴지는 흐름. 그를 따라 발을 놀렸다.


미천보. 일 식의 쾌가 유동하며 그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혈안부호를 향해 짓쳐 들었다.


“정면으로 온다라. 혈기왕성하군.”


혈안부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상대는 오 급 낭인이다. 전력으로 가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를 비웃는 행위일 터. 하니 그는 생사결에 임한 사람처럼 감각을 벼리고 또 벼렸다.


‘그때의 감각.’


낭파검륜을 창안하며 펼쳤던 분경의 내외의 조합. 어젯밤 고심했다. 그를 체내에서 비슷하게 펼쳐낼 수 있다면 어찌 될까, 하고.


‘지금은 가능하다.’


소을단으로 기맥을 닦았다. 임독양맥도 뚫었다. 하면 시도해 볼법하다.


단전에서 시작된 내력의 흐름이 서로 부딪친다. 평소 한 번으로 그치던 충격이 한 번 더 이루어졌다.


‘큭.’


그것만으로 기맥이 찌르르 울린다. 어저께 기맥을 닦지 못했다면 시도도 하지 못하고 세맥이 터졌을 터. 그에 감사하며 천진은 검을 휘둘렀다.


분경 중첩(分勁 重疊).


“음?”


혈안부호는 자신에게 짓쳐 드는 검을 보곤 오랜만에 서늘함을 느꼈다.


‘허, 참. 물건이란 말로도 부족하군.’


혈안부호가 땅에 박아넣었던 부를 뽑아 천진의 검을 막았다. 동시에 굉음이 일었다.


쩌어어엉─!


혈안부호의 거구가 날아가 연무장 구석의 담장을 무너뜨리며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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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4.09.09 133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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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24.09.05 154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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