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독학(武功獨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새글

글운율
작품등록일 :
2024.08.26 18:10
최근연재일 :
2024.09.17 18: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122
추천수 :
135
글자수 :
146,414

작성
24.09.09 18:20
조회
132
추천
7
글자
15쪽

15화

DUMMY

밖으로 몸을 나서며 최대한 기척을 죽였다. 밤하늘의 고즈넉함을 몸에 두르듯 천진의 신형이 그림자에 스며들며 어디론가 향했다.


목적지는 예령이 머무는 전각. 아무리 객이 머무는 방이라 하나 그녀와 같은 장소에 있을 순 없었다. 조금이지만 이동해야 하는 건 불가피했다.


천진은 그녀의 전각에 가까이 갈수록 사람의 시신이 쓰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대부분 표사의 복식이었다.


‘죽어있다.’


바닥에 몸을 뉜 시신을 만져 보았다. 피가 차게 식지 않은 것을 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을 터. 그 순간 그의 청각에 한 줄기 소음이 들려왔다.


···쿵.


바닥을 치는 듯한 소리. 천진의 신형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그리로 향했다. 예령의 처소가 있는 곳 부근에서 들린 까닭이다.


담장을 끼고 안을 살피자 예령이 둘러싸여 있는 것이 보인다. 평소와 같이 장난기 넘치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찡그리고 입술을 굳게 다물며 주먹을 내지르는 모습이 얼핏 간절해 보였다.


‘산공독이라.’


들어봤다. 살상력은 없으나 무림인에게는 그 어떤 독보다도 치명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내력을 흩트려 한동안 진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독이었던가.’


그를 방증하듯 예령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호흡은 헐떡거리고, 옷의 여기저기에는 핏물이 자욱하게 튀어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그녀와 같은 고수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내력이 없는 상태인데도 강하군.’


그녀와 같은 고수라면 모두가 저러한 것일까? 내력이 없는 상태임에도 사위에서 들이닥치는 검격을 피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우득.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표사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천진은 기회를 보다 땅을 박찼다. 미천보. 일 식의 쾌가 발휘되며 그가 바람처럼 내려섰다.


예령을 둘러싼 표사들이 급작스레 등장한 천진의 존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이미 천진의 검은 출수를 하고 있었음이니. 바람을 가르며 한 표사의 목을 베었다.


녀석들의 당황한 눈빛이 눈에 선하다. 다급히 천진을 향해 몸을 틀려는 인원을 향해 그가 두 번째 검을 출수했다.


쉬익.


허공을 가르는 듯한 감각. 하나 정확히 베었다.


경동맥이 잘린 표사가 다급히 자신의 목을 쥐었으나 뿜어져 나오는 핏물을 어찌할 순 없었다.


쓰러진 녀석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곤 다른 표사들을 보았다. 녀석들의 눈에 일순 두려움이 서리는 듯했다.


“녀석은.”


“호위다. 녀석들이 실패한 모양이다.”


“쯧. 쓸모없는 녀석들.”


“그래도 동료인데, 말이 심하군.”


마지막 녀석을 향해 말하며 천진이 가슴에 찔러넣은 검을 뽑았다. 푸확! 핏물이 바짓단에 튀며 그의 의복을 검붉게 적셨다. 걸음을 옮겨 예령의 곁으로 다가섰다.


“소협.”


“괜찮습니까.”


“···제 불찰이에요. 이렇게 일이 터질 줄은.”


“급작스러운 일 아닙니까.”


“아니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예?”


“점심쯤 먹은 탕약. 그를 마시자 그곳에 산공독이 들어 있음을 눈치챘어요.”


“알면서 당해주신 거란 말입니까?”


“그들이 도착하는 시일이 나흘 후라는 정보를 받았어요. 하여 그때까지 은인자중하며 방도를 찾으려고 했었습니다.”


“저는 이틀 후에 돌려보내고 말이지요.”


천진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흘 후에 도착하는 총표두. 한데 자신에게 이틀로 말했다는 것은 자신이 휘말리지 않도록 미리 내보내려고 했다는 것.


하나 이미 물 건너가 버린 일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니 그녀에게 정보를 건넨 이마저 꿰임에 넘어간 것 같으니.


“죄송해요.”


예령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 웃음기 서린 목소리가 아닌 죄책감이 묻어 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천진이 그녀를 일별하곤 고개를 돌렸다.


“죄송할 것 없습니다. 사람 속이란 모르는 법이니.”


영측십장수심 난측일장인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천진은 이미 그러한 일을 겪어본 적이 있지 않던가.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 좋게 보이던 녀석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일을.


사람 속이란 이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다. 타인을 공감하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다.


“어차피 두 사람이다. 쳐라.”


누군가 표사들에게 그런 명을 내렸다. 천진은 그를 바라보며 떠올렸다.


‘표사들을 지휘한다. 표두인가.’


아무리 봐도 이만한 상단의 총표두로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포사들을 지휘하는 표두일 터.


‘가장 늦게 잡아야겠군.’


천진은 이 자리의 표사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다. 무림의 은원이란 언제 어떤 화가 닥칠지 모르는 일. 그조차 은원이라는 것을 겪어보았으니 화근의 싹은 미리 제거할 심산이었다.


‘표두부터 죽이면 쉽게 와해하겠지.’


그러한 계산이 내려졌고, 천진의 검이 휘둘러졌다.


백응검식도, 비류검객의 검도 아닌 검이 손에서 움텄다. 아직은 미완의 검. 하나 이들이 아무리 뛰어난 상단의 표사들이라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한 재능이 있다면 표사가 아닌 비류검객처럼 무림에서 이름을 드높여 객이 되었을 테니.


전방에서 날아드는 세 개의 검격의 흘렸다. 흡자결의 수를 응용하며 검과 검을 맞대며 자연스레 주도권을 가져왔고, 물 흐르듯 흘린 검은 순식간에 상대 검을 통제했다.


푹.


녀석들의 검이 서로를 찔렀다. 깊이 찔리지는 않았으나 순간의 당황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천진은 그 틈에 검을 휘둘러 녀석들의 목을 일시에 베었다.


떨어지는 세 구의 머리를 확인도 않고 천진이 몸을 돌렸다. 우웅. 검에 분경이 발하는 울음이 토해진다. 그대로 땅을 박찼다.


“잠깐.”


천진이 예령의 머리를 짓누르며 허리를 숙이게 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들이닥치던 이들이 난데없이 분경을 맞고 담장에 날아가 처박혔다. 뼈가 바스러진 듯 피를 토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둘.’


표두를 포함하면 총 셋이다. 천진은 수를 헤아리며 예령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두 사람은 맡기겠습니다.”


“예.”


예령의 대답을 듣곤 천진이 표두에게 짓쳐 들었다. 그가 이렇게 손쉽게 상황이 끝나 버릴 줄은 몰랐다는 듯 다급히 검을 휘둘렀다.


‘보인다.’


천진에게는 그 일련의 동작이 모두 보였다. 그의 검법을 살폈으나 딱히 참고할 만한 부분은 없는 듯싶다. 흥미를 잃은 천진은 표두의 검을 흘리곤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물결에 깃이 닿을 듯 아슬하게 비행하는 새처럼, 그의 검이 표두의 검을 역으로 타고 올라가며 그의 목을 베었다.


콰직, 파앙!


분경이 실린 검은 그의 목을 베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치 폭음이 터지듯 그의 목 위로 경력 여파가 뿜어지더니 그대로 뜯어버렸다. 즉사였다.


검에 묻은 피를 털고 뒤를 돌아보았다. 예령이 두 표사를 마무리하곤 숨을 고르고 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요. 소협이 더.”


“그보다, 총표두라는 자는 누구입니까. 어찌 공녀의 경지를 알고 있는 거고요.”


“총표두 단귀문. 아니, 아마 그 이름도 가명이겠죠. 그자에 관한 건 얼마 전에 알았어요. 귀수황문의 파문 제자라는 것을.”


“귀수황문? 사도구패의 일원 아닙니까.”


현 천하를 주름잡는 사파의 아홉 거두. 절세를 자처할 수 있는 고수들이 다스리는 하늘 위의 세력이었다. 천진과 같은 자들은 벌레와 같이 바라볼 수 있는 고강함이 있는 자들이다.


“예. 달리 기향문이 고수를 모으던 이유도 귀수황문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함이었더군요. 짐승과 같은 감각도를 지닌 그들의 특성상, 저의 비밀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데 왜 이제 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입니까.”


“기향문의 동향 때문이겠죠. 저희 상단도 기향문의 비호를 받는바. 제가 기향문의 편에 설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하여 미리 제거하든, 납치해 귀수황문에 조그마한 은혜라도 입혀 두고자 함이겠지요. 잘하면 파문이라는 형별을 없앨 수도 있으니.”


쯧. 천진이 작게 혀를 찼다. 총표두 단귀문. 그런 성정이라면 쉽사리 물러서지도 않을 터. 생각보다 끈질길 것 같았다.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를 구하러 가실 생각이신 거죠. 예.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호위 대상을 구한다 해도 의뢰주가 죽어서야 보수를 받지 못한다. 즉, 천진이 살려야 하는 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란 소리다.



───



중간중간 나타나는 인물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천진은 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밤하늘의 고즈넉함이 적막함으로 바뀔 시간. 그 안에는 정적을 깨는 소음이 연달아 울렸다.


채앵!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 천진의 검이 표사의 검을 쳐내곤 그의 목을 갈랐다.


‘분경은 자제해야겠다. 벌써 기혈이 욱신거릴 지경이니.’


삼원일귀종의 공능이 이 순간에도 회복시키곤 있으나, 연달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회복이 따라가지 못한다.


천진이 미간을 찌푸리곤 뒤로 눕듯 몸을 젖혔다. 그의 인중을 노리고 날아드는 검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몸을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근육을 가르고, 뼈의 마디를 꿰뚫는 감각이 손끝에 느껴졌다.


상대보다 아래에 있어서일까. 후두둑 튄 핏물이 뺨을 적셨다. 천진은 그를 닦을 새도 없이 시신을 발로 걷어차 자신에게 달려드는 인물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들의 검이 시신을 찌른다.


그 틈에 천진은 허리를 비틀었다. 응축된 근육이 비명을 내지를 때쯤, 그의 몸이 돌아가며 크게 검을 휘둘렀다. 전사경이 가미된 검법이었다. 미보의 방식을 즉석에서 검으로 재현한 것이다.


분경만큼은 아니나 꽤 매서운 위력. 목을 베기에는 충분한 힘이었다.


어느새 길을 얼추 정리한 천진이 숨을 고르고 있을 무렵, 뒤에서 예령의 놀랐다는 듯 감탄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소협은 잘 싸우시네요.”


“무엇이 말입니까.”


“그 나이에 비해 경험이 풍부한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요. 방금만 해도 그렇죠. 시신을 방패 삼고, 적의 숨을 끊을 틈을 노린다. 말로는 쉽지 무림 초출인 이들은 엄두도 못 낼 거예요.”


“그렇습니까.”


천진으로서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다. 대부분 다 이만한 일은 할 줄 알 것이라 여겼으니.


기실 천진의 생각은 당연하다. 이러한 재능을 지니고 있음에도 무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받아온 삶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또 하나, 바뀐 그의 배경은 낭인이다. 대부분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소리다.


하니 어찌 보면 이번이 무림 초출인 천진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게 조금 무감해졌구나.’


무림인은 사람 써는 백정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하면 자신은 사람에게서 멀어진 대가로 무림인에 가까워진 것일까?


속에서 피어오른 의문을 해소할 새도 없이 또다시 적들이 치고 들어왔다. 천진은 그들을 베었다.


베고, 베고, 또 베었다.

그렇게 일전에 갔던 상단주의 전각이 어느새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진의 눈에 상단주가 보인다. 그가 선두에 서서 장법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표사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그의 뒤편에는 무공을 익히지 못한 이들이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다.


어느새 표사들을 정리한 상단주가 고개를 돌렸다. 예령을 본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 놀랐다. 얼핏 안도감이 스며있기도 했다.


“예령아!”


“아버지.”


에령이 그에게 다가가자 상단주가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자신의 손에 묻은 핏물을 응시했다. 손을 틀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으냐.”


“예. 천진 소협 덕분에.”


“아아, 고맙소. 인사가 늦었구려. 이번 일은 내 꼭 보답하리다. 천혜상단의 이름을 걸고 말이오.”


“예.”


천진이 상단주의 인사에 답하면서도 주위를 바라보았다. 주위 시신들이 많았다.


표사가 아닌, 일반 시비나 물건을 나르는 하인들이었다. 무공을 익히지도 못한 그들은 억울하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다.


‘이들이 뭔 죄라고.’


오는 길에도 몇 번이나 본 광경이나, 여전히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일단의 무리가 몰려왔다.


“상단주님. 아니. 구 상단주.”


“단귀문!”


천진이 고개를 돌렸다. 총표두 단귀문. 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벽안검호처럼 눈가를 가로지르는 상흔이 있다. 천진은 그를 마주치자 본능적으로 느꼈다.


‘강하다.’


사도구패의 파문 제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닐 터. 일전 상대했던 비류검객보다 강해 보였다.


총표두 단귀문이 주위를 둘러보다 비릿하게 웃었다.


“상황이 이래 되어서, 반갑게 인사는 못 하겠군. 그래도 잘 가라는 말은 전해줄 수 있겠소. 내가 필요한 건 그대 딸 뿐이니.”


“내 딸로 무엇을 하려고.”


“뭐, 당연하지 않겠소? 귀수황문에 데리고 가 내 전공을 과시할 셈이오. 반항하면 목만 가지고 가는 것도 좋겠으나, 문파의 노친네들은 살아있는 쪽을 반길 것 같으니 말이오.”


그가 끈덕지게 예령의 몸을 훑어보았다. 입맛을 다시는 걸 보니 몸에 구더기가 들끓는 것 같다.


‘사람 보기를 벌레와 같이 보는구나.’


저런 시선, 어투, 몸짓까지. 모두 천진에게 익숙한 행위였다.


그가 평생을 받아온, 같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듯한 느낌. 천진은 다시금 느꼈다. 무림에서는 힘이 곧 정의고, 법이었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고강해져야 한다.


“상단주의 여식만 빼고 모두 죽여라. 상단주는 어찌해도 좋다. 천혜상단의 재물까지 들고 가면 귀수황문의 노친네들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


“예!”


총표두의 명을 받은 표사들이 몸을 움직였다. 그동안 그의 밑에서 훈련을 받았으니, 어찌 보면 제자와 다름없는 관계였다.


천진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무림에서의 위치에 목이 마른 아귀들. 스스로의 영달을 위해 욕심이 뇌를 지배한 자들이다.


천진은 그들을 일별하곤 천천히, 걸음을 뗐다.


“소협?”


예령의 목소리가 울린다. 하나 천진의 귓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난데없이 들어찬 상념이 가득했으니.


‘어찌하면 이길 수 있을까.’


누군가 무림인을 사람 써는 백정이라 말했다. 상관없다. 그에게는 세상 모두가 그러했으니까.


하여 힘을 길렀고, 드디어 무림이라는 세상에 나왔다. 한데 막상 본 무림에서는 또다시 높낮이를 나눠 차별하고 있었음이니.


그저 고강해지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사방에서 천진을 발견하곤 발검했다. 검격이 쏟아진다. 한 사람의 비류검객을 상대하는 것만 같았다. 합을 맞춘 그들의 검은 소나기가 되어 천진의 몸을 두드리려 했다.


그 순간 머릿속의 붓이 움트며 가열된다. 멈추었던 붓이 움직이며 획의 분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검이 맞물렸다.


“······.”


천진은 심상에서 움튼 하나의 검을 쥐었다.


‘후우.’


날숨에 피비린내가 섞여 나오는 듯했다. 동시에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가가 가라앉았다.


한계까지 집중된 시야는 모든 흐름을 통제한다. 그렇게 그의 검이 흘렀다. 그만의 검이 흘렀다.


촤악.


사방에 피가 뿌려진다. 그 중심에는 천진만이 홀로 서 있었다.


“네놈 하나만 남았다.”


천진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쥐고 총표두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주위에 살아남은 표사는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공독학(武功獨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화 NEW 18시간 전 73 4 14쪽
22 22화 24.09.16 102 5 13쪽
21 21화 +2 24.09.15 131 6 12쪽
20 20화 24.09.14 131 6 15쪽
19 19화 24.09.13 139 6 15쪽
18 18화 24.09.12 135 6 13쪽
17 17화 24.09.11 130 6 14쪽
16 16화 +2 24.09.10 154 5 12쪽
» 15화 24.09.09 133 7 15쪽
14 14화 24.09.08 141 6 19쪽
13 13화 24.09.07 150 6 13쪽
12 12화 24.09.06 156 6 15쪽
11 11화 24.09.05 154 6 16쪽
10 10화 24.09.04 159 6 16쪽
9 9화 24.09.03 153 6 14쪽
8 8화 24.09.01 155 6 13쪽
7 7화 24.08.31 184 6 15쪽
6 6화 24.08.30 235 5 13쪽
5 5화 24.08.29 244 6 15쪽
4 4화 24.08.28 248 6 12쪽
3 3화 24.08.27 284 6 12쪽
2 2화 24.08.26 291 7 12쪽
1 1화 24.08.26 441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