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독학(武功獨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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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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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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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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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맹인 여인을 바라보았다. 눈이 아닌 기감으로.


그녀도 이를 눈치챈 모양인지 고개가 천진을 향했다. 입꼬리가 약간이나마 올라가 있다.


천진은 그를 보고 확신했다. 그녀는 고수다. 호위 따위가 과연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의뢰의 본 목적이 뭐지?’


자신의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나. 진기 운용에 있어선 나름 자부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감을 펼쳐 상대의 내력의 흐름을 역순해 어느 정도 되는 성취를 지녔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낭인을 뽑는 시험장에서도 그가 성취를 알아내지 못한 이는 많지 않았다. 기실 담당관이었던 벽안검호만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느껴지지 않았지, 다른 시험생들은 모두 어느 정도 되는 강함을 지니고 있는지 눈에 훤했다. 그 황유마저도.


한데 눈앞의 여인도 마찬가지다. 벽에 막힌 듯 익힌 성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익히지 않은 민초들에게서도 미약한 힘은 느껴지거늘.


‘적어도 벽안검호와 비슷하다는 소리겠지.’


천진은 벽안검호를 떠올렸다. 그의 발 구름 한 번에 퍼진 경력 여파를 아직도 기억한다. 머리가 아닌 피부로 느껴 더더욱 실감이 났다.


그 순간, 맹인 여인의 입꼬리가 완전히 올라갔다. 재밌는 무언가를 본 듯한 표정이다.


“아버지. 이 자인가요?”


“그래. 소협께 인사하거라.”


“안녕하세요. 신예령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천진입니다.”


그녀가 두 손을 살폿 맞대며 고개를 주억거리자 천진도 마땅히 포권으로 화답했다.


“생각보다 더 재미난 분이 오신 모양이네요.”


“음? 예령아. 그게 무슨 소리냐?”


상단주가 이해할 수 없는 선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의 고개가 모로 기울며 의문을 표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천진이 물었다.


“상단주. 의뢰의 대상이 이분이 맞습니까?”


“맞소. 천진 소협이 지켜줬으면 하는 대상은 예령이라오.”


“어째서입니까.”


단도직입적인 질문.

앞서 딸아이의 혼잣말과 지금 눈앞의 소년이 보이는 모습을 조합하자니 절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그가 짐짓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문을 열었다.


“허어. 눈치채신 게요?”


“경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예.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알아챘다가 아닌, 알게 되었다가 맞는 말이다. 남들보다 키가 삼 척은 더 큰 사람이라면 어딜 가든 눈에 띄지 않겠는가? 천진에게 내력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자들은 그러한 거인과 다를 바 없었다.


“대단하구려. 상단의 표사들도 눈치챈 자들이 전무하거늘.”


상단주는 그가 마음에 든다는 듯 호의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왕 들킨 거, 나중에 딸아이에게 그 이유를 듣도록 하시오. 내가 말했다간 제가 할 말을 뺏었다고 나중에 한소리 할 터이니.”


그가 껄껄 웃고는 말을 이었다.


“조만간 큰 상행이 잡혔소. 그에 심력을 쏟느라 딸아이의 호위가 비게 되었지. 의뢰를 넣은 까닭은 그래서요.”


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한 고수가 호위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이는 나중에 말해 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른 것을 묻는 것이 옳을 터.


“제게 원하시는 건 호위가 아닌 모양이군요.”


처음 보았으나 살갑던 상단주의 모습, 언행. 그를 통해 유추했다. 호위는 단순한 이유일 뿐이라고, 그것 말고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이만한 상단을 운용하는 자가 저리 공손하게 대우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천진의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뭐, 따지고 보면 그렇소. 말이 호위지, 딸아이의 생활에 도움을 줄 자를 구하려고 했던 것 =뿐이오. 보시다시피 눈이 좀 그런 아이인지라.”


“시중을 들라는 말입니까?”


“단순히 그것뿐이라면 같은 여인의 몸인 시비들에게 시켰을 것이오. 그대에게 부탁하는 건 호위이자, ‘감시역’이오.”


“감시?”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긴 좀 그러나, 내 딸이 워낙 자유분방하여서 말이오.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니 소협께서 잘 감시해 주길 바라오.”


“아버지.”


그 순간 예령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상단주는 그에 볼을 긁적이더니 멋쩍게 웃었다.


“허허. 딸아이 앞에서 할 얘기가 아니었거늘. 오늘도 한소리 하러 오게 생겼군. 아무튼, 천진 소협. 잘 좀 부탁하오.”


“됐어요. 천진 소협? 이만 나가보죠.”


토라졌다는 듯 고개를 돌린 그녀를 일별하곤 상단주를 보자 그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라는 듯.


천진도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곤 집무실에서 나서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가 문턱을 밟기 무섭게 상단주의 전음이 들려왔다.


-보수는 넉넉히 챙겨 드리겠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시구려.


보수라. 이 의뢰의 대가는 영단이었다. 내력이 얕은 천진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할 수 있다.


접수대의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보아도 영단을 보수로 내거는 이들은 거의 없는 듯하니, 이는 천진에게 거절할 수 없는 의뢰였다.


천진은 힐끔 집무실를 돌아보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상단주의 표정에 미소가 어렸다.



───



맹인 여인의 뒤를 따라 장원을 걸었다.


‘신예령이라고 했었지.’


이름 따윈 어찌 되든 좋았다. 그보단 지금 보이는 그녀의 걸음걸이를 자세히 살피는 게 천진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얼핏 일반인들의 걸음걸이처럼 보이나 그 안엔 숨길 수 없는 고수의 정갈함이 살아 숨 쉬었다. 어떻게 방위를 밟는지, 보폭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그러한 것들이 머릿속에 주어진 난제처럼 자리 잡는다.


그 순간 신예령이 말했다.


“여인의 다리를 그렇게 쳐다보시다니, 엉큼하시군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모양인지, 그녀는 말을 먼저 내뱉곤 몸을 돌렸다. 고수의 기감이란 허투루 대할 수 없었다.


천진은 한껏 굳은 얼굴로 답했다.


“···아닙니다.”


“후훗. 장난이에요. 그렇게 굳으실 필요 없답니다.”


그녀가 입가를 가리곤 살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몸을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걸어갔다.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다 알고 있다.’


자신이 그녀의 보법을 보고 있었다는 것. 그녀 정도 되는 고수가 모를 리가 없었다. 한데도 저리 말한 것은 고수 특유의 자신감의 발로인 것일까. 마치 얼마든 봐도 상관없다고 분위기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건 고쳐야 한다. 한 번 몰두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물이 잘 보이질 않으니.’


천진은 자신의 집중이 꼭 이로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 판단했다. 한번 흥미가 동한 것이 있다면 저도 모르게 발휘되곤 했으니. 이는 당장 내일의 목숨도 판단할 수 없는 무림에서 안 좋은 습관이었다.


“뭐 하고 계시나요? 여기에요.”


어느새 저만치 앞서 걸었던 것일까. 예령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천진에게 말했다. 그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제가 머무는 전각이랍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시비에게 지금 차를 내어 오라 할 테니.”


천진은 그녀의 안내에 따라 손님에게 내어주는 방을 하나 통째로 받았다. 객이 머무를 때 쓰는 방이라고.


곧, 시비가 차와 다과를 내어 왔다.


“드세요. 그보다 아버지께서 너무 노골적으로 말씀하시긴 했으나, 시중을 들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호위 일이 맞아요.”


“어째서입니까?”


천진의 물음에 그녀가 찻잔을 들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룹, 차의 향을 음미하던 그녀가 한 모금 마시곤 말을 이었다.


“제가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주위에서는 모르니까요.”


천진은 그 순간 방 안에 쳐진 기막에 저도 모르게 감탄을 토했다. 찻잔을 들고 입에 가져다 대는 그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나저나, 무공을 익힌 걸 주위에서는 모른다라.’


그러고 보니 상단주가 말했다. 상단의 표사들도 그녀의 무공 수위를 짐작하지 못한다고. 달리 말하면 그녀가 익힌 성취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다닌다는 소리였다.


‘이해할 수가 없군.’


천진으로서는 의아할 뿐이다. 힘이 곧 정의가 되는 무림에서 강함은 아무리 있어도 부족할 듯싶다. 그녀와 같은 고수의 사고를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


예령은 그를 눈치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요. 일반적인 식견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 하나 저에게도 이유는 있답니다?”


따로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저희 상단은 기향문의 후원을 받고 있어요. 무슨 문제가 터진다면 기향문의 비호 아래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소리지요.”


천진이 묵묵히 듣고만 있자 그녀는 신이라도 난 듯 계속해서 말했다. 마치 지금까지 참아온 불만을 표출하듯.


“무공을 익혔던 건 어디까지나 눈 때문이에요. 하루가 다르게 멀어 가는 시야를 아버지가 걱정하여 따로 무공을 익히게 했지요. 뭐, 별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요.”


그녀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까지의 밝던 모습은 어디 가고, 사뭇 씁쓸함이 감돌았다.


“스승을 구해 주시고, 그곳에서 먹고 자며 무공에 전념했어요. 몰래 영단도 보내 주시니 나날이 성취도 늘었고요. 한데 눈은 결국 멀었고, 저는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죠. 한데 아버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거예요.”


천진은 그녀의 뒷말에 집중했다. 아까부터 궁금하던 의문이 막 해소되려는 참이었다.


“알려드릴까요?”


한데 돌연 그녀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이죽였다. 안대 너머에도 그녀가 무슨 눈을 짓고 있을지 뻔히 예상이 갔다.


“괜찮습니다.”


“아앗! 알려드릴게요. 그냥 장난친 거예요!”


천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고 하자 그녀가 다급히 허공을 움켜쥐었다. 단순한 그 동작에도 오묘한 이치가 서려 천진의 손목을 움켜쥐더라.


강제로 다시 앉혀진 천진이 일어날 기색을 비치지 않자 그녀가 휴, 숨을 내뱉곤 마저 말했다.


“기향문에서 고수들을 포섭하기 시작한 거예요.”


“단순히 고수들이라면 평소에도 포섭하지 않습니까.”


“맞아요. 무림 방파라면 그 정도는 당연하니까요. 한데 그 정도가 지나쳤으니 문제지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제 아시겠죠?”


천진은 고개를 주억였다. 기향문이라면 촌 동네인 천진이 살던 동네에도 간간이 명성을 떨치던 문파다. 그만큼 무림에 갖는 영향력이 큰 방파란 소리다.


‘기향문이라면, 분명 색공을 주로 익힌다고 하던가.’


마을 아이들이 우스갯소리로 떠드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기향문 측에선 그녀가 고수인 것을 안다면 데려가고 싶을 터. 아니. 자신과 그다지 나이가 차이 나 보이지 않는 그녀의 용모를 생각하면 단순히 데려간다는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문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동량지재를 붙여 혼약을 맺게 할 수 있다.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이 상단이 기향문의 비호 아래 있으니 그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


“대충 이해했습니다.”


“좋아요. 원래는 여기까지 비밀을 말할 생각은 없었기에 낮은 등급의 낭인을 의뢰한 거였지만, 들켰으니 별수 없죠.”


그녀가 싱긋 웃었다. 천진은 그에 긴장을 끌어 올리며 저도 모르게 검파로 향하는 손을 느꼈다. 살인멸구를 하려 한다면 그냥은 당해주지 않을 셈으로.


‘너무 많이 알아 버렸어.’


후회가 들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녀의 강함을 눈치챘다는 것을 역으로 눈치챘었다. 상단주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부터 이미.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의심을 키우고 잠재적인 위협이라 여길 수도 있었다. 하니 천진은 상단주에게 이를 비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무림이란 이래서 부조리하다 하는 거다. 힘을 쥔 자들의 숨결에 아랫것들이 노심초사하고, 그들의 손짓에 목을 움츠려야 하니까.


천진의 손끝이 검파의 끝에 닿으려던 순간, 그녀가 말했다.


“보수는 넉넉히 드릴게요. 대신 어디 가서 말 하시면 안 돼요?”


그녀가 검지와 엄지를 붙이곤 씨익 웃었다. 천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깐 말문이 막혔다.


“뭐예요.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닐 생각이었어요?”


“아니, 아닙니다.”


놀랐다. 힘을 가진 자들 중에서 이런 인물도 있었다니.


어머니와 함께 여기저기 떠돌며 많은 자들을 보았다. 대다수 힘이 있기에 그를 휘두르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그때 느꼈다. 약자의 설움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부턴 더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지켜줄 자 하나 없는 무성의 아이가 어찌 이를 모를까.


한데 이런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 숨겨오던 걸 말하니 뭔가 개운하네요. 소협? 우리 친구 할래요?”


“거절하겠습니다.”


“우. 알겠어요. 싫다는 사람 저도 싫네요.”


그녀가 픽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명목상 호위 일은 열심히 해 주셔야 한답니다?”


“알겠습니다.”



───



시간이 흘렀다. 상단에 머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하나 그 짧은 기간 동안 왜 상단주가 말을 안 듣는다고 했는지 천진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어딜 가 볼까요?”


몸을 숨기기는커녕, 이리저리 떠도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 대략적인 과거는 들었다. 눈을 고치기 위해 무공을 익히는 동안 밖에 나가는 것이 금지된 삶을 살았다고.


‘하니 저러는 것이겠지.’


무언가 억제된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싫은지 천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차마 그녀에게 뭐라 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소협? 오늘은 날도 좋은데 밖에 나가서 그림이나 그릴까요?”


그리고 그녀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 눈도 보이지 않는데 수묵화를 잘도 그리더라.


‘기감으로 모든 걸 대체하는 거겠지. 볼 때마다 대단하다.’


그럴 때마다 고수의 면모가 눈에 보인다. 자신은 언제쯤 저렇게 될까 싶기도 하고, 배우는 것도 적잖이 있었다.


“대답 안 해서 제 마음대로 정할래요. 가요.”


어차피 대답했어도 결과는 매한가지였을 터. 지난번에 반대해 봤는데 이리저리 말을 돌리더니 결국은 밖에 나가더라. 하여 천진은 답하는 걸 포기했다. 입만 아팠기에.


그녀가 당차게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을 향해서.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러 가는 것이다.


“근데, 소협. 제 붓이 어디 갔는지 알아요?”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


“음, 지난번에 쓰고 어디 뒀더라. 같이 좀 찾아봐 주실래요?”


그녀의 부름에 천진이 속으로 한숨을 삼키곤 방으로 들어섰다. 처음으로 그녀의 방에 들어선 감상은 생긴 것과는 따로 논다는 것이었다. 바닥에 이리저리 치이는 벼루며 붓, 옥판선지가 한가득이다.


“소협은 그쯤을 찾아봐 주세요. 이상한 게 나와도 얼굴 붉히시면 안 돼요?”


“빨리 찾기나 하시죠.”


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을 쓸었다. 똑같이 생긴 붓이라도 그녀가 아끼는 것이 있다. 그걸로만 그림이 잘 그려진다는 신박한 헛소리에 기가 찰 뿐이다.


그렇게 천진이 주위 쓰레기들을 뒤지며 물건을 찾던 도중, 하나의 그림이 손에 잡혔다.


‘음?’


다른 옥판선지에 그려진 수묵화와는 달리 단출하게 그려진 그림. 아니. 그림이라 부르기도 뭐한 단순한 획.


한데 왜일까. 이 획에 이토록 시선이 가는 이유는.


‘···한 번도 붓을 뗀 흔적이 없다. 선이 흐트러지지 않았어.’


천진은 그 묘한 그림을 보며 문뜩 머릿속이 요동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으레 찾아오곤 하던 영감이 마음속 붓을 살포시 들어 올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


멍하니 그 획을 바라보자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고, 절로 검파에 손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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