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룡이 탑 등반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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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3:13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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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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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2화

DUMMY

하루가 지나고, 모든 준비를 끝마친 나는 탑에 입장했다.


우웅-


부유감과 함께 시야가 점멸한 후 나타난 풍경.


눈 앞의 이 풍경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지하도시일 터였다.


상공이 뻥 뚫려 낮에는 태양이 보이고 밤에는 달과 별이 보이던 1,2층과 달리 3층은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회전초밥집에서 접시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덮어두듯 암석들이 거점마을을 반구형으로 뒤덮고 있었다.


태양 대신 천장 꼭대기에 박혀있는 거대한 발광석을 쳐다보던 나는 거점마을을 걷기 시작했다.


거리를 거니는 여러 각성자들을 지나며 걸으니 머지않아 '각성자 안내소'라는 간판이 보였다.


망설임 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경을 쓴 여자가 열심히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내가 들어온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듯 보이는 계층주.


나는 그녀의 앞까지 다가가 테이블을 두어번 두드렸다.


똑똑.


“3계층주님? 미션 받으러 왔는데요?”


“응. 미션 줄 테니 나가봐.”


그녀는 오른손과 눈을 종이에 고정한 채 대충 왼손을 흔들었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3층 메인미션]

-록 골렘 처치(0/100)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알림창을 끈 나는 다시금 책상을 두드렸다.


똑똑.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지금 영감이 떠올랐거든? 바쁘니까 중요한 질문 아니면 나중에 물어봐.”


“중요한 질문이라서요. 저한테도 중요하고, 계층주님에게도 중요할 질문이요.”


내 말에 3계층주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짜증이 난 듯 눈초리로 날 노려본 그녀는 이내 비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너구나?”


“2계층주님이 말한 거라면 제가 맞을 거에요.”


“그래서 우리 후배님은 뭐가 궁금하실까?”


“계층의 사냥터인 동굴이 좁아진 거. 저 때문인가요?”


“맞아. 난 내 실험실인 이 3층이 망가지는 건 싫거든.”


별 거 아니라는 듯 한 차례 으쓱인 계층주는 손가락으로 펜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너가 원한다면 다시 되돌려 줄 수도 있어. 조용히 메인미션만 하고 4층으로 올라간다 약속하고, 고대생명체를 3일만 빌려준다면 말이야.”


“공룡은 왜요?”


“공룡..? 그런 이름인가? 하여튼 난 최강의 생명체를 창조하고 싶거든. 참고할 사례가 하나라도 많은 게 좋잖아?”


“그런가요?”


“응.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거지. 넌 내가 동굴을 원래대로 넓혀주기만 한다면 최단기록은 딸 수 있어서 좋고, 난 고대생명체를 조사해서 연구에 도움이 되어서 좋고.”


말을 하는 계층주의 얼굴에는 확신이 들어차있었다.


아마 내가 받을 수 밖에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천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저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니 그리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단지 천운은 나의 손을 들어주었고, 내게 안킬로사우루스라는 비장의 무기가 생겼을 뿐.


나는 싱긋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괜찮아요. 계층주님이 도와주지 않아도 저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뭐?”


“저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최단시간 공략도, 생태계 파괴도, 재앙급 몬스터 토벌도, 전부 다요.”


자신있게 포부를 밝히자 계층주가 돌리던 펜을 멈추며 눈살을 찌푸렸다.


“자존심 부리지마. 니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거대한 고대생명체는 소환 자체가 불가능하고, 작은 생물들의 이빨과 발톱은 내 골렘에게 안 먹혀. 니 소환수들은 3층에서 무쓸모라고.”


“그 말. 책임질 수 있으세요?”


“하! 여긴 내가 만든 내 세상이야. 3층에 있는 골렘부터 동굴 구조까지 다 내가 만들었다고. 내 계산상 넌 내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해.”


“그럼 내기하시죠. 누구 말이 맞을지.”


나는 도발하듯 말을 내뱉었고,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 순수한 미소는 아니었다.


비릿한 느낌의 미소.


가소롭다.


아마 그런 감상이 담겨있지 않을까.


“좋아.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봐. 만약 못 한다면 넌 한 달 간 3층에 머물면서 공룡을 내게 바쳐야 할거야.”


나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제가 이기면요?”


“만약에라도 그런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뭐든 다 해줄게.”


“계층주님이 한 입으로 두 말하시진 않겠죠?”


“성좌님들께 맹세해. 이제 됐니?”


“깔끔하네요.”


내가 손을 내밀자 계층주가 코웃음치며 그 손을 맞잡았다.


지금은 나와 계층주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아마 그녀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할 터였다.



*


거점 마을의 외곽에 나 있는 수 십개의 동굴 중 하나.


벽에 박힌 발광석들만이 어두운 동굴 내부를 비추던 가운데 주먹만 한 빛이 떠올랐다.


“이번 라이트마법은 왜 이렇게 작아? 영창 잘못한 거 아냐?”


어깨에 망치를 든 근육질의 남자가 말하자, 로브를 입은 남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나가 거의 다 떨어졌어. 돌아갈 때 쓸 것도 생각해야지. 언제쯤 돌아갈 생각이야? 이 동굴에 들어온 지 네 시간이 지났어. 슬슬 돌아가자.”


“딱 한 놈만 더 잡고 가자고. 사람이 여섯인데 여섯 마리는 잡고 가야 깔끔하잖아? 안 그래?”


그가 다른 파티원들을 보며 말하자 로브를 입은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딱 한 마리만 잡고 가는거야. 더 이상은 안돼. 파이어볼도 앞으로 1번이 최대라고.”


“걱정 마. 진짜 딱 한 마리만 잡고 끝낼 테니까. 자, 다들 다시 출발해보자고!”


망치를 든 이가 앞장 서 걷기 시작하자 나머지 인원들이 그를 따랐고, 로브를 입은 남자가 맨 뒤에서 걸음을 옮겼다.


“있어요!”


짧은 단검을 든 젊은 여성의 말에 망치를 든 남자가 전방을 주시하며 물었다.


“어디?”


“저 앞에 꺾이는 길을 통과하면 바로 골렘이 보일 거에요.”


“오늘의 마지막 사냥이 되겠구만. 다들 준비해! 이번에는 30분 안에 잡아보자고!”


“오케이!”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이미 3일 동안 호흡을 맞춰 온 만큼 그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망치를 든 남성을 선두로 천천히 커브길을 돌자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골렘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뛰어들 것 같은 표정을 짓고있는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길을 트듯 벽 쪽으로 물러섰다.


먼저 파이어볼을 날려 충격을 주고 난전에 돌입.


그것이 3일 간 그들이 줄곧 해오던 패턴이었다.


파티원들은 등 뒤에서 쏘아질 동료의 파이어볼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후웅-!


무언가 갈라진 그들의 사이를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곧장 달려나가려던 사람들이었으나 그들은 고작 몇 걸음을 때지 못하고 발을 멈췄다.


콰아아앙-!


동굴에 울려퍼지는 거대한 충돌음.


그리고 산산히 깨져나간 골렘.


그를 인식한 사람들은 울려퍼진 메아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멈춰있다 멍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람이었지?”


“...망치를 들고 있었어요.”


“...망치질 한 번에 골렘이 부서졌다고?”


기가 막힌 상황에 말문이 막힌 사람들은 그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여섯이 전투에 참여하여 잘 풀리면 30분, 잘 풀리지 않으면 1시간 가량을 드잡이해야 잡을 수 있는 것이 골렘이었다.


헌데 망치질 한 번에 골렘이 깨져나가다니.


터벅터벅.


뒤쪽에서 힘 없는 걸음으로 다가온 로브를 입은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


“놈은 흑빛 갑옷을 입고 있었어.”


“흑빛 갑옷이라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제 보았던 영상이 떠올랐다.


“에,에이... 아닐 꺼에요. 메테오가 3층에 오긴 하겠지만 그의 능력은 공룡이잖아요.”


“하지만 그 흑색 갑옷은 분명 메테오의 갑옷이었다고.”


“그건······.”


콰아아앙...


동굴의 안쪽에서 메아리쳐 들려오는 굉음에 단검을 든 여자는 하던 말 대신 다른 말을 입에 담았다.


“오늘은 여기서 돌아갈까요?”


콰아앙...


고민하던 사람들의 재차 들려오는 소리에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 왔다.”


어디까지고 연결되어있을 것만 같던 동굴이었지만 1시간 가량을 멈춤없이 달리니 끝이 나왔다.


이곳까지 오며 잡은 골렘은 총 열.


이걸 평균치로 잡아 계산하면 대충 동굴 10개만 더 돌면 메인미션이 클리어 될 듯 했다.


“망치만 버텨주면 최단기록 갱신은 오늘 안에 따겠네.”


어제 안킬로사우루스에게 알파의 교육을 맡긴 나는 바삐 움직였다.


용산에 있는 마정석 거래소에 가서 마석을 절반 가량 팔았고, 각성자 무구점에 가서 튼튼해보이는 워해머를 하나 구매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계층주를 만난 이후 곧장 이 동굴로 들어온 것이었다.


예상한대로 골렘은 원샷원킬.


동화로 ‘신속’, ‘괴력’, ‘파쇄’이란 3가지 특성을 가져왔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 STEP2도 진행해볼까?’


나는 동굴이 꽉 차도록 아공간을 열어재꼈다.


STEP1은 최대한 빠르게 심처로 들어오는 게 목적이자 핵심이었기에 홀로 진행했지만 STEP2에서는 공룡의 도움이 필요했다.


쿵. 쿵. 쿵.


내 명에 따라 안킬로사우루스가 아공간을 빠져나왔다.


작은 덩치는 아니었기에 이 동굴 안에선 몸의 방향을 돌리는 것조차 쉽사리 할 수 없을 듯 했으나 문제는 없었다.


내가 안킬로에게 바라는 것은 전투가 아니었으니.


“시작해.”


나지막히 말하자 동굴의 끝을 향해 있던 안킬로의 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웅-


자루가 휘어지는 망치처럼 동굴의 끝을 향해 휘둘러지는 안킬로의 꼬리.


티라노의 꼬리치기처럼 빠르지도, 브라키오의 꼬리처럼 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쿠구구궁-


꼬리끝이 벽을 때림과 동시에 흔들림이 느껴졌다.


흔들림은 티라노와 브라키오를 비롯한 공룡 때도 많이 느꼈었다.


허나 이번에는 그 강도가 달랐다.


딛고 있는 땅이 흔들렸다.


땅과 연결된 양쪽 벽도 흔들렸고, 천장도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한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기분.


동굴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날 만큼 강한 흔들림이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때리라 명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안킬로의 단단한 꼬리끝이 왼벽, 오른벽, 천장을 번갈아가며 때리기 시작했다.


쩍.

쩌저적-


동굴의 벽에 금이 간 것이 보였다.


약해진 암벽층이 갈리지다 못해 균열이 일어난 것이었다.


아직까진 괜찮지만 이대로 더 때린다면 이 주변의 공간이 무너져 내릴 터.


나는 황급히 한 쪽 손을 들어 안킬로를 멈췄다.


“무너지면 안되지.”


정확히는 ‘아직’ 무너지면 안됐다.


STEP2는 동굴 전체의 붕괴.


나는 머리깨로 들었던 손을 접어 총모양을 만든 후 정면을 가리켰다.


“전진.”


쿠웅... 쿠웅... 쿠웅...


내 총구를 따라 안킬로가 출구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느린 박자로 똑딱거리는 메트로놈처럼 동굴에 규칙적으로 울려퍼지는 안킬로의 발소리.


여유롭게 느껴지는 발 박자가 동굴에 메아리치는 가운데 하나의 소리가 추가되었다.


쿠웅... 쿠웅... 쿠웅... 콰아아앙!


쿠웅... 쿠웅... 쿠웅... 콰아아앙!


안킬로는 멈춤없이 나아가면서도 꼬리를 움직였다.


발소리가 균형을 잡아주는 메트로놈과 같다면 꼬리가 내는 충돌음은 북과 같았다.


메트로놈과 북으로 이루어진 이중주.


박자에 딱딱 맞게 울려퍼지는 소리는 이대로도 충분히 듣기 좋은 소리였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안킬로보다 앞서 걸으며 귀에 온 신경을 집중했고, 추가되는 또 한 가지의 소리에 광대를 끌어올렸다.


쩌저적-


추가된 소리는 바로 동굴의 균열음.


비슷한 소리는 없지만 느낌만 따지자면 심벌즈가 아닐까.


쿠웅... 쿠웅... 쿠웅... 콰아아앙!

쿠웅... 쿠웅... 쿠웅... 콰아아앙!

쩌저적-


쿠웅... 쿠웅... 쿠웅... 콰아아앙!

쿠웅... 쿠웅... 쿠웅... 콰아아앙!

쩌저적-


나는 안킬로가 홀로 연주하는 삼중주를 음미하다 땅을 박찼다.


삼중주는 안킬로가 입구에 도달하는 순간, 이 동굴의 붕괴와 함께 막을 내릴 터였다.


오늘 공연은 1회가 아닌 연속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기에 기획자인 나는 바삐 움직여야 했다.


옆 동굴에서 이어질 2번째 공연의 주인공은 밤새 파쇄를 익힌 ‘알파’.


안킬로에 비해 미숙할 테지만 시간만 충분히 준다면 알파도 가능할 터였다.


‘딱 10탕만 뛰자.’


오늘, 10개의 동굴이 커튼콜과 함께 막을 내릴 것이었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내일도, 모래도, 글피도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는 시점은 재앙급 몬스터의 발생 및 계층주의 항복선언이 있을 때까지.


매일 10개의 동굴이 무너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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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3 24.09.14 1,995 36 15쪽
16 16화 +6 24.09.13 2,234 38 14쪽
15 15화 +1 24.09.12 2,340 41 16쪽
14 14화 24.09.11 2,351 34 12쪽
13 13화 +1 24.09.10 2,353 40 13쪽
12 12화 +3 24.09.09 2,446 40 12쪽
11 11화 +3 24.09.08 2,534 38 13쪽
10 10화 +4 24.09.07 2,625 46 12쪽
9 9화 +1 24.09.06 2,677 49 13쪽
8 8화 +3 24.09.05 2,734 46 13쪽
7 7화 +5 24.09.04 2,804 53 12쪽
6 6화 +7 24.09.03 2,872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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