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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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질럿
작품등록일 :
2016.03.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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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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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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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북한강(北漢江)(1)

DUMMY

“여기 망우리에 얽힌 지명유래를 혹시 들어보셨어요?”


“전혀요.”


성호는 야트막한 고개 길을 넘어 올라가며 말을 이었다.


“태조 이성계가 태릉과 구리 사이에 있는 동구릉에

왕실 묏자리를 잡아놓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올라서 바라보니

동구릉자리가 너무 좋아서 근심을 덜었다고

망우산(忘憂山)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자리가 좋은 게 아니라 여기서 보니 그 자리가 좋더라 인 거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이 근심을 덜어주는 묏자리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많이들 이용한 것 일 테죠.”


성호는 단출하게 비석도 없이 나란히 자리잡은 두 개의 봉분 앞에 멈췄다.


“부모님이세요.

두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죠.”


성호의 안내를 받은 부용은 무덤 앞에 무릎 꿇고 잠시 기도하더니 말했다.


“두 분을 다 모실까요?”


성호는 잠시 망설였다.


“두분 다 제가 어려서 돌아가신 거라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너무 시간이 지나서 저를 알아보시지 못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


“만나시게 되는 게 두려우신 게 아니라 못 알아보실까 봐 두려우신 거군요.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연이 바로 부모자식의 연이니까요.

못 알아보실 일은 없을 거에요.”


부용은 손을 모으고 가만히 소혼술을 실행했다.

잠시 뒤 부용의 술법이 두 사람의 영을 불러 내었다.

성호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기억 속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습을 나타냈지만 쉽게 다가가 부르지는 못했다.


“성호니?”


먼저 입을 연 것은 어머니였다.


“네.”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성호에게 다가와 얼굴을 어루만졌다.


“어린 것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엄마가 미안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손길이었지만 봄날햇빛처럼 그리워했던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미 장성한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곁을 떠난 어머니의 마음에는 아직 어린아이로 보이는 듯 했다.


“저는 잘 지내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어머니는 성호의 뒤에 서있던 부용을 보며 물었다.


“여자친구?

색시?”


부용은 그저 웃어 보이며 고개를 숙여 인사만 했다.


“아니에요.

동료에요.

두 분을 불러주셨어요.”


“이분께서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주셨구나.

감사합니다.”


“단군이시군.”


줄곧 두 사람을 눈여겨보며 살피던 아버지가 그제야 뒤에서 말을 했다.

어머니와의 기억은 조금이라도 남아있었지만 늘 집에 없던 날이 많으셨던 아버지는 그리 다정하신 분이 아닌 것 같았다.


“신물의 영을 만난 게냐.”


별다른 인사 없는 아버지의 물음에 성호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성호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차가운 느낌을 그대로 물려준 것이 성호의 아버지라는 것을 부용은 지켜보며 느끼고 있었다.


“단군이라면 당신이 그렇게 찾아 다녔던 그분이신 거잖아요.

이제는 찾아낸 모양이네요”


“산사람들을 놔두고 죽은 우릴 불러낸 이유가 무어냐.”


차가운 말투의 질문에 성호 역시 사무적인 말투가 되어 대답했다.


“우사의 영을 만났지만 아무도 아무것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성호의 질문에 아버지는 부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자단군이라......

그랬군.

할아버지의 유품을 찾아보면 남아있는 것이 있을 게다.

네 할아버지께서도 우사셨으니……

단군을 만나지 못해 할아버지께서는 반쪽 우사셨지……

그래서 내가 단군을 찾아 헤맨 것이고……

네가 신물의 영을 만났다면 내가 더 알려줄 것은 없다.

난 그 영조차도 만나지 못했으니 너보다 나은 게 없는 거지.

대신 네 할아버지 되시는 분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말이 하나 있다.

그걸 네게 전해주마.

나도 그게 무얼 말하는지 찾아봤지만 알아내지 못했다.”


“그게 뭡니까?”


성호의 눈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말했다.


“붉은 산.

붉은 산을 찾아내야 한다고 하셨지.”


아버지는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뒤로 돌았다.

그 뒤를 어머니가 몇 번이고 돌아보며 따라갔다.

성호의 머릿속에는 선문답처럼 아버지가 남긴 말이 맴돌았다.


‘붉은 산……’


아버지란 사람이 참 무심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말했다.


“성호야.”


“네.”


덤덤한 표정의 아버지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잘했다.”


짧은 말만 남기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라졌다.

무엇을 잘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툭 던지듯 뱉은 그 말이 먹먹하게 가슴에 남았다.


“뭘 잘했다는 걸까요?”


성호의 질문에 부용은 그냥 웃어 보이기만 했다.

무언가를 더 부용에게 이야기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천애고아로 자라난 사람에게 물어볼 말들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며 성호가 물었다.


“부용씨. 붉은 산에 대해 아시나요?

전설 같은 거라도 혹시……”


부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들어요.”


성호는 검색엔진에 아무리 입력해봐도 소설가 김동인의 ‘붉은 산’이라는 소설만 검색되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았던 소설이었던 기억이 났다. 일제시대의 만주를 배경으로 했던 삵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던가 하는데 까지 생각이 났다.

산책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지나쳐가자 부용은 성호의 뒤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옆자리로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성호씨 할아버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아버지도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기억도 별로 없어요.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성호는 할아버지의 유품들을 보관한 곳이 어딘지 기억을 더듬어 보고 있었다.

무심코 돌아본 부모님의 무덤방향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부용씨.”


“네.”


“우리 여기 도착했을 때 뒤에 오던 사람들 기억나세요?”


“글쎄요.”


“산책을 하려고 온 사람들이 가다 말고 다시 왔던 길을 가는 경우는 뭘까요?”


“누가 따라오나요?”


부용이 돌아보려 하자 성호가 돌아보지 못하도록 부용의 손을 잡아 몸 쪽으로 당겼다.

그 바람에 부용은 성호의 어깨에 기대어 얼굴만 바라보며 걷는 모양새가 되었다.

뒤에 오는 사람들이 보았다면 연인들이 장난치는 모습으로 보였을 행동이었다.

부용은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성호는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만 신경을 쓸 뿐이었다.


“뒤돌아 보지 마세요.

주차장에서부터 뒤따라 오기는 했는데

그냥 동네사람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산책로는 산 너머까지 이어질 텐데 저희하고 동선이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같네요.”


“성묘라도 하고 가는 게 아닐까요?”


“잠시 저기 앉아있다가 가볼까요?”


부용과 함께한 이후 발생되는 수상한 일들과 사건들로 인해 성호는 작은 일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몇 발치 앞에 있는 벤치를 가리키며 성호가 말하자 부용은 그 벤치에 성호와 함께 앉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뒤에서 오던 젊은 남녀는 두 사람을 지나쳐 그대로 주차장이 있는 공원입구방향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주시하던 성호에게 부용이 말했다.


“성호씨......”


“네.”


사라지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성호가 대답했다.


“손 좀......”


성호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사람들에게 온통 신경을 집중하느라 손을 잡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있었던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긴장한 탓에 세게 쥐고 있었는지 부용의 손등에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머쓱해하는 성호에게 부용은 지나쳐간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돌렸다.


“지나쳐갔으니까 이젠 된 거겠죠?”


“다시 또 마주치지 않아야 되는 거겠죠?

이제 가볼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서 일어나 주차장이 있는 공원정문을 향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먼발치에 머무르며 공원을 나서는 두 사람을 눈여겨보던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들 아닌가요?”


부용도 그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려 성호에게 말했다.


“그렇네요.

우리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하죠?”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잘하시는 분에게 부탁해야겠죠.”


성호는 주선에게 연락을 했다.

한참을 통화하던 성호는 차문을 열어주어 부용을 먼저 타게 한 뒤 운전석에 올랐다.


“뭐라고 하시나요?”


“부용씨 저랑 드라이브 좀 하셔야겠는데요.”


“네?”


“최선생님께서 어디로든 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달라고 하시네요.

바로 따라붙겠다면서 저희가 미끼가 되어주면 알아서 처리하신다고......”


“최선생님이 알아서 하신다고 하니

왠지 또 다치는 사람이 생길 것 같은데요.”


“저번 총격사건 때문에 곤란을 겪으셔서 자중하실 거에요.

일단은 가보겠습니다.”


성호는 시동을 걸어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백미러너머로 차량한대가 거리를 두고 따라붙는 것이 보였다.

바로 뒤에 붙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계속 따라왔다.

성호는 미행하는 차량을 떨어뜨리기보다 어느 정도 따라오기 쉽도록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했다.

성호는 주선이 말해준 주소로 이동하는 동안 말이 없는 부용이 걱정되었다.


“힘드신 건 아니시죠?”


“네 괜찮아요.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요.”


부용은 노파의 말대로 성호에게 자신이 자꾸만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었다.

성호는 그저 동료로서 자신을 대하고 있는데 자신은 성호에게 자꾸만 끌리고 있다는 부용은 모르고 있었다.

병원을 나와 정신이 들어 사춘기가 시작되던 나이를 책과 함께 보낸 부용은 제주도를 벗어난 이제야 사춘기의 감정이 도래한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노파의 염려도 그것이었다.

세상물정을 잘 모르기는 다은이나 부용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특히나 마음이 여린 부용이 성호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이 걱정되었던 거였다.

성호를 보면 기분이 들뜨고 염려되어 곁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를 부용은 스스로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내를 벗어나 국도를 달리는 동안 주선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량을 따라잡고 있으니 되도록 큰길로 직진해서 운전하라는 내용이었다.

차는 경춘국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평일 낮의 한산한 국도는 옆으로 흐르고 있는 시원하게 뻗은 북한강 줄기처럼 막힘 없이 차를 달릴 수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는 걸까요?”


부용이 초조한 듯 물었다.


“글쎄요. 이대로 가면 춘천까지 가겠는데요.”


성호가 춘천을 이야기하자 부용은 갑자기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 마음속의 숨어있던 불안함이 시커먼 먹구름처럼 전신으로 뻗는 느낌이었다.

부용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핸들을 잡고 있는 성호의 손을 잡았다.

순간 차가 중앙차선을 넘어갔지만 급히 방향을 바로잡아 다시 정상적으로 차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성호는 당황해서 말했다.


“부용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위험할 뻔 했어요.”


“나……안돼요……싫어요……”


성호의 말과 상관없이 부용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성호의 손을 힘껏 잡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싫어……안돼……”


성호는 부용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어찌나 세게 잡고 있는지 다른 사람이 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곁눈질로 바라보니 부용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달리는 차량은 커브를 앞두고 있었지만 부용이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다.


“다 사라져!”


부용이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순간 차량이 도로난간을 들이받고 그대로 강물로 뛰어들었다.

강물 속으로 뛰어든 차는 잠시 떠내려가는가 싶더니 서서히 물에 잠기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차량은 사고지점 근처에 차를 세우고는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강물로 뛰어들었는데 사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신고를 해야 할까요?”


전화를 걸던 사람은 수화기너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량을 유턴해 그대로 다시 돌아가버렸다.

십여 분이 지나고서야 근처에 도착한 차량 한대에서 내린 사람들이 주변을 돌아보며 급하게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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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동정호(洞庭湖)(3) +2 16.04.18 350 4 16쪽
32 동정호(洞庭湖)(2) +5 16.04.15 243 7 15쪽
31 동정호(洞庭湖)(1) +2 16.04.14 302 4 11쪽
30 무당산(武當山)(4) +4 16.04.13 244 4 12쪽
29 무당산(武當山)(3) +2 16.04.12 288 4 12쪽
28 무당산(武當山)(2) +4 16.04.11 288 5 13쪽
27 무당산(武當山)(1) +2 16.04.08 252 6 13쪽
26 북한강(北漢江)(3) +2 16.04.07 317 6 10쪽
25 북한강(北漢江)(2) +2 16.04.06 346 7 12쪽
» 북한강(北漢江)(1) +2 16.04.05 248 7 12쪽
23 마니산(摩尼山)(4) +2 16.04.04 266 8 13쪽
22 마니산(摩尼山)(3) +2 16.04.01 354 8 12쪽
21 마니산(摩尼山)(2) +2 16.03.31 283 9 14쪽
20 마니산(摩尼山)(1) +2 16.03.30 449 7 14쪽
19 천부인(天符印)(4) +2 16.03.29 320 9 13쪽
18 천부인(天符印)(3) +2 16.03.28 367 7 12쪽
17 천부인(天符印)(2) +2 16.03.25 351 8 12쪽
16 천부인(天符印)(1) +2 16.03.24 289 8 13쪽
15 서대문(西大門)(3) +2 16.03.23 347 7 12쪽
14 서대문(西大門)(2) +2 16.03.22 282 10 13쪽
13 서대문(西大門)(1) +2 16.03.21 377 11 13쪽
12 삼청각(三淸閣)(3) +4 16.03.18 382 9 13쪽
11 삼청각(三淸閣)(2) +4 16.03.18 384 12 11쪽
10 삼청각(三淸閣)(1) +2 16.03.17 325 10 11쪽
9 흑치(黑齒)(4) +4 16.03.17 461 10 12쪽
8 흑치(黑齒)(3) +2 16.03.17 447 10 12쪽
7 흑치(黑齒)(2) +2 16.03.16 421 12 13쪽
6 흑치(黑齒)(1) +2 16.03.15 451 11 12쪽
5 애월만가(漄月輓歌)(4) +4 16.03.15 538 14 14쪽
4 애월만가(漄月輓歌)(3) +3 16.03.15 433 17 12쪽
3 애월만가(漄月輓歌)(2) +2 16.03.15 561 15 11쪽
2 애월만가(漄月輓歌)(1) +3 16.03.15 707 16 13쪽
1 프롤로그 +2 16.03.15 1,279 1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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