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다스리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헤이질럿
작품등록일 :
2016.03.15 07:28
최근연재일 :
2016.04.18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935
추천수 :
298
글자수 :
183,059

작성
16.04.06 19:00
조회
345
추천
7
글자
12쪽

북한강(北漢江)(2)

DUMMY

주선은 초조한 마음으로 현관의 벨을 눌렀다.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고는 노파가 문을 열어주었다.


“웬일인가? 자네가. 또 무슨 사건이라도 생긴 게야?”


평온해 보이는 노파의 얼굴이 주선의 말을 듣고는 이내 일그러졌다.


“아가씨께서 어떻게 되셨다고?”


“실종되셨습니다.

우사님도 함께 사라지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한 게야!”


주선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행을 당하고 계셔서 한적한 곳으로 유인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긴 했지만 위험한 부탁을 드린 건 아니었습니다.

지금 최대한 동원 가능한 인력들을 이용해서 찾아보고 있으니 바로 연락 드리겠습니다……죄송합니다.”


주선은 서둘러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주선이 사라지자 노파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고, 곁에 서있던 다은이 급히 부축했다.


“아가씨가 실종되셨다는 구나......”


다은은 아무 말없이 노파를 부축하고만 있었다.

주선의 갑작스런 사고라는 얘기에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일월성신님께 여쭈어봐야겠다.

어서 물과 향을 준비해다오.”


노파는 정신이 드는 듯 급히 다은에게 말했다.

다은은 작은 상에 향을 피운 향로와 물을 가득 담은 그릇을 준비해왔다.

노파는 상을 바라보며 엎드려 빌었다.


“일월성신님께 간곡히 비옵니다.

간곡히 비옵니다.

단군께서 무사하신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늙은 년의 마음을 담아 간절히 비옵니다.”


정신 없이 엎드리며 기도하는 노파를 바라보며 다은도 눈을 꼭 감고 기도를 했다.


‘단군님을 지켜주세요……’


노파는 무릎에 멍이 들도록 멈추지 않고 엎드리기를 계속했다.

온몸이 땀에 젖을 때까지 그러하자 흐릿한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노파는 그 모습을 보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다은은 노파가 지쳐 쓰러진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다급히 말했다.


“아가씨가......”


노파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단군님을 보셨어요?”


“아가씨가 물속에 계시는구나......”


노파는 지친 듯 맥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 시간 성호는 부용을 등뒤에서 안고 강물을 떠내려가고 있었다.

차가 물속에 빠지고 차 안으로 물이 차오르자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부용의 안전벨트를 간신히 풀어내 물이 가득 차오르기를 기다려 차문을 열고 부용의 몸을 안아서 빼내었다.

어둑해진 강물위로 간신히 올라오긴 했지만 강 가운데까지 흘러간 탓에 기슭까지 헤엄치기는 힘에 겨웠다.

수영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자신의 몸하나 챙기기도 버거운 성호는 몇 번이고 부용을 놓칠뻔하며 강물을 삼키기도 여러 번이어서 강기슭에 다다랐을 땐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성호는 부용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강물위로 찬바람이 불자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부용이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부용의 코와 입에 귀를 바짝 대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성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부용의 입에 입을 맞대어 숨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손을 깍지 낀 채 부용의 가슴을 눌러 수 차례 압박했다.

다시 숨을 불어넣고 가슴을 압박하기를 수 차례 하니 부용이 물을 토해내며 숨을 몰아 쉬었다.

성호는 기운이 빠져 부용의 곁에 드러누웠다.

그대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잠들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잠이 들면 편해질 것만 같았다.

차가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성호는 섬뜩한 느낌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사람이 몸을 기댄 곳은 흐르는 강물에 패여 무너져 내린듯한 공간이었다.

위로는 나무뿌리가 어지러이 뻗어있었고 조금만 내려가면 강물에 발이 닿는 좁은 장소였다.

멀리 건너편으로는 간간히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이 보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리였다.

어두워질수록 젖은 몸은 얼어붙듯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부용을 바라보니 사시나무 흔들리듯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호는 부용을 일으켜 앉게 했지만 힘없이 앉아있던 부용은 잡아주지 않으면 이내 중심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성호는 부용의 등에 가슴을 대고 뒤로 기대게 해서 끌어안았다.

물에 젖어 축축한 옷은 손으로 물을 짜내고는 손바닥으로 한참을 문질러 열이 나게 하니 소매부분은 조금은 마르는듯했다.

부용의 몸을 마사지하며 성호 역시 움직이는 동작 때문에 스스로의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친 몸으로는 오랜 시간을 그렇게 버틸 수는 없었다.

부용은 여전히 한기가 느껴졌지만 몸에 서서히 퍼지는 온기로 인해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기대어있는 등을 통해 전해지는 성호의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깨와 팔을 주무르는 성호의 힘이 점점 빠져가는 것도 느껴졌다.

부용은 힘이 빠진 손을 들어 성호의 손위에 얹었다.


“그만하셔도 되요.

정신이 들었어요.”


성호는 그 손을 잡아보았다.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이었다.


“언제 누가 와줄지도 몰라요.

옷도 젖어있고 체온은 계속 떨어지니까요.

살아 남으려면 이래야 해요.”


“전 이제 괜찮아요.”


부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챈 성호가 잡고 있는 손을 가만히 놓아주고 그대로 뒤에서 끌어 안아주었다.

웅크리고 있는 부용의 귀에 성호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있을게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둘 다 버틸 수 없어요.”


성호가 하는 말에 부용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안겨있었다.

두 사람의 숨소리는 강물이 삼켜버렸지만 추위를 참고 있는 성호의 입김은 계속해서 부용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어깨를 두른 성호의 젖은 양팔이 차갑게 느껴지자 부용은 성호의 팔을 잡아내려 자신의 허리를 안게 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팔로 성호의 팔을 덮어주었다.

부용의 품으로 팔이 들어가니 성호는 어색해져 그대로 굳어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 기억나세요?”


“......”


부용이 대답하지 않자 기억을 못하는 걸로 짐작한 성호가 설명해주려 했다.


“갑자기 변하셨어요.”


“죄송해요.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는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무튼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에요.”


부용이 미안해할 까봐 성호는 웃어 보이다가 부용의 허리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온몸으로 한기가 파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용이 조심스레 성호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온기가 돌고 있었다.


“저……형편없죠……”


부용은 흘러가는 검은 강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성호씨까지 위험하게 만들어 버렸네요.”


“지금 몸은 괜찮은 거죠?”


부용은 성호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춥긴 하지만 괜찮아요.”


“전 아까 물속에서 이렇게 죽는 건가 보다 싶었어요.”


“제가 헤엄쳤을 리는 없을 테고 또 성호씨께서 구해주신 거죠?”


“구해드렸다고 하기가 민망하네요.

제가 수영이 서툴러서 계속 강물을 드셨어요.

인공호흡을 하고서야 다 뱉어내셨으니까요.”


“인공호흡이요?”


부용이 그 말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 성호를 바라보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닿을 듯이 가까워지자 부용은 당황해 하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살려내기 위해 별다른 의식 없이 한일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민망한 생각이 들더니 부용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성호 역시 마음이 심란해져 부용이 품어주고 있는 손이 체온으로 데워진 것 같아 살짝 빼내려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부용이 힘을 주어 잡고 있는지 손을 빼기가 어려웠다.

부용이 성호의 손등을 살짝 어루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부용이 초조해하거나 긴장이 되어 다른 생각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멀리서 조명을 비추는 보트가 강가를 따라 내려오며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무사히 댁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다치신 곳은?”


최주선의 보고를 받으며 민경석이 부용의 안위를 물었다.


“저체온증을 염려했는데 잘 버텨내신 것 같더군요.

발작을 일으키셨던 것 같습니다.

우사가 다행히도 잘 보살펴 드렸습니다.”


“미행하던 사람들은 어디 소속이었나.”


“국도cctv를 확인해보니 차량번호가 대화그룹 사람들로 확인됩니다.

아마도 주거지근처에서부터 미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가씨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게 아닐까 싶으니 거주지를 옮겨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 쪽 새로운 보고는 없나?”


“저희가 중국 쪽을 통해 알아낸 것은 꽤나 오래 전부터 서해천이란 자가 중국정부를 위해 일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드러나있는 게 없는 인간이라 중국 도가(道家) 중에 화산파(華山派)의 후예라는 얘기도 있고 집안대대로 주술사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운사가 그자를 돕고 있는 이유는 알아냈나?”


“아직 밝히지 못했습니다.

중국에서도 그 사실을 아는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운사가 스스로 밝혀주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주시해야 할 것은 대화그룹입니다.

대부분의 대형사건사고에 대화그룹이 얽혀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존재하는 손길이 너무 많습니다.”


“일행 분들은 안전한 곳을 수배해서 옮겨드리고 이후에는 가급적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 쓰게.

행적이 신문기사거리가 되어서는 안되니까.”


주선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갔다.

경석은 벽면에 걸려있는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중국이 뒤에 숨어 민심을 혼란스럽고 흉흉하게 만들고선 얻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간의 정보로 정리된 내용은 중국정부에서 대한민국의 민심을 어지럽히는 사건을 벌이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화교 계 그룹인 대화그룹이 지원하고 있고, 대화그룹은 대통령의 자금줄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단군에 대한 정보를 대화그룹과 공유할 이유는 아직은 없지만 필요할 경우가 생긴다면 얼마든지 그런 일은 발생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과 대화그룹이 갈라서게 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상서랍을 열어 수첩을 꺼내다가 한쪽에 있는 작은 액자를 바라보았다.

액자 속 사진의 그리운 모습을 한번 어루만져보고는 다시 서랍을 닫았다.




잠든 부용을 바라보며 노파는 방문을 닫아주고 나왔다.

거실에는 집에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들어온 성호와 다은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씻고 왔는가……고생했어……가서 쉬게.”


“저희한테 말씀해주실 게 더 없나요?

저희가 더 알아야 할게 있을 것 같은데요.”


성호가 노파를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늘 점잖고 조용하시던 분께서 갑자기 변하셨으니까요.

무언가 저희가 더 알아야 할게 있다면 지금 말해주세요.”


노파는 부용이 잠든 방을 한번 더 바라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두 사람에게 손짓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

방문을 닫고서 노파는 자리에 앉아 애꿎은 양말자락만 만지작거렸다.

성호와 다은은 노파가 입을 열기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춘천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했지?”


“네.”


“아가씨께서 계시던 곳이 춘천이었어.

그곳에서 자라셨고 제주도로 가기 전까지 계셨던 곳이 춘천이었지.”


“계시던 병원도 춘천이었다는 거군요.”


노파는 성호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부용의 추락실종사건으로 얼마나 진이 빠졌는지 팔팔하던 노익장이 쪼그라든 시골할미처럼 맥이 빠진 것 같았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나만 알고 있는 얘기네.

자네 둘은 내가 죽은 뒤라도 아가씨를 모셔야 할 테니 알아야 하겠지.

이젠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네……”


“아가씨 이야기인 거죠?”


다은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확인이라도 하듯 노파에게 물었다.


“아가씨의 이야기지만 아가씨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이고 아셔서도 안 되는 이야기란다.

하지만 아가씨를 모시려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을 다스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멈춰서 죄송합니다 16.04.19 269 0 -
33 동정호(洞庭湖)(3) +2 16.04.18 349 4 16쪽
32 동정호(洞庭湖)(2) +5 16.04.15 243 7 15쪽
31 동정호(洞庭湖)(1) +2 16.04.14 301 4 11쪽
30 무당산(武當山)(4) +4 16.04.13 243 4 12쪽
29 무당산(武當山)(3) +2 16.04.12 287 4 12쪽
28 무당산(武當山)(2) +4 16.04.11 286 5 13쪽
27 무당산(武當山)(1) +2 16.04.08 251 6 13쪽
26 북한강(北漢江)(3) +2 16.04.07 316 6 10쪽
» 북한강(北漢江)(2) +2 16.04.06 345 7 12쪽
24 북한강(北漢江)(1) +2 16.04.05 247 7 12쪽
23 마니산(摩尼山)(4) +2 16.04.04 265 8 13쪽
22 마니산(摩尼山)(3) +2 16.04.01 354 8 12쪽
21 마니산(摩尼山)(2) +2 16.03.31 283 9 14쪽
20 마니산(摩尼山)(1) +2 16.03.30 448 7 14쪽
19 천부인(天符印)(4) +2 16.03.29 319 9 13쪽
18 천부인(天符印)(3) +2 16.03.28 367 7 12쪽
17 천부인(天符印)(2) +2 16.03.25 351 8 12쪽
16 천부인(天符印)(1) +2 16.03.24 288 8 13쪽
15 서대문(西大門)(3) +2 16.03.23 347 7 12쪽
14 서대문(西大門)(2) +2 16.03.22 282 10 13쪽
13 서대문(西大門)(1) +2 16.03.21 376 11 13쪽
12 삼청각(三淸閣)(3) +4 16.03.18 381 9 13쪽
11 삼청각(三淸閣)(2) +4 16.03.18 383 12 11쪽
10 삼청각(三淸閣)(1) +2 16.03.17 324 10 11쪽
9 흑치(黑齒)(4) +4 16.03.17 460 10 12쪽
8 흑치(黑齒)(3) +2 16.03.17 447 10 12쪽
7 흑치(黑齒)(2) +2 16.03.16 420 12 13쪽
6 흑치(黑齒)(1) +2 16.03.15 451 11 12쪽
5 애월만가(漄月輓歌)(4) +4 16.03.15 537 14 14쪽
4 애월만가(漄月輓歌)(3) +3 16.03.15 433 17 12쪽
3 애월만가(漄月輓歌)(2) +2 16.03.15 561 15 11쪽
2 애월만가(漄月輓歌)(1) +3 16.03.15 706 16 13쪽
1 프롤로그 +2 16.03.15 1,279 1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