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다스리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헤이질럿
작품등록일 :
2016.03.15 07:28
최근연재일 :
2016.04.18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916
추천수 :
298
글자수 :
183,059

작성
16.03.25 21:00
조회
350
추천
8
글자
12쪽

천부인(天符印)(2)

DUMMY

“공부가 필요하겠는데요.

알려주신 것을 그대로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신물의 수호령이 오방신장이라고 하셨잖아요.

오방신장은 다섯 방위를 지키고 귀신을 쫓는 신장들이에요.

신장이라지만 성스러운 영들이므로 마땅히 존중하며 불러야겠죠.”


“아래 것들이라고 하시던데요?”


성호의 말에 부용은 웃으며 답했다.


“사람에게 귀천이 없듯이 저는 영에게도 위아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벨 소리가 들려왔다.

노파가 문을 열어주자 주선이 두리번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벌써 다 정리하셨네요.”


“정리고 자시고 할 것 도 없어.

짐이랄 게 있어야지.”


“아가씨는요?”


“방에 그 놈하고 같이 계시지.”


“하하하.

어느 쪽인가요?”


주선은 노파의 말에 웃으며 응대하고는 노파가 일러주는 방문 앞으로 가서 말했다.


“아가씨. 그리고 우사님.

주선입니다.

전해드릴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용과 성호가 방에서 나오며 주선에게 인사했다.


“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뉴스를 혹시 보시나요?”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부용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선은 피식 웃더니 설명했다.


“10년에 한번 생길까 말까 하는 대형사건사고들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고라면 좋겠지만 그건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찾아낼 일이지요.

헌데 제가 말씀 드리려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사건들입니다.”


거실에 앉은 주선에게 노파가 방석을 내주었지만 주선은 사양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잔인한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최근 몇 년에 걸쳐 토막살인사건들이 일상처럼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건가?”


노파가 주선에게 물었다.


“잡힌 범인들도 있고요.

미제로 남은 사건들도 있죠.

범인을 잡는 거야 경찰이 할 일이지만 두 분께서 해주실 일은 사건의 배경을 찾는 일입니다.”


“풍백님이 말씀하신 건가?

난 또 빠지라는 게야?”


노파가 역정을 내며 주선에게 말했다.


“하하하. 국무님.

젊은 분들께서 계신데 쉬셔도 됩니다.

생각보다 잘 해내고 계시니까요.”


“언제부터 그렇게 늙은이를 우대해주었다고.

쳇.”


노파는 자리를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용이 그 모습을 보고 노파를 달래려는지 몸을 일으키자 주선이 만류했다.


“아가씨. 국무님은 따로 하실 일이 있으시니 그냥 두세요.”


“무슨 일을 시키신다는 거죠?”


“국무님은 풍백님께서 함께 가실 곳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드리던 말씀 계속 드리겠습니다.”


주선은 잠시 말을 끊고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저번 부여에서 말입니다……

관광객들을 저희가 조사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대문에서도 저희가 맞닥뜨린 일도 있었죠.

그래서 저희가 주시하는 곳이 몇 군데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주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중국대사관입니다.

아시다시피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자신들의 나라를 대표하며 자국민을 보호하며 외교업무를 관장하는 곳이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많은 요원들이 활동하기도 하죠.

저희가 하는 일은 그 직원들 중에서 요원들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 한번 보시겠습니까?”


주선은 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보여줬다.

평범하게 생긴 중년의 남성사진이었다.


“주한중국문화원의 직원으로 등록되어있는 사람입니다.

이름은 서해천이라고 하죠.

낯이 익지 않으신가요?”


두 사람은 사진을 들여다 보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행적을 조사해보니 부여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부여에 있었고, 서대문사건 때에는 서울에 있었더군요.”


“그런 사람이야 많지 않을까요?”


성호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관광객들이야 서울에서 모였다가 지방을 돌아 다시 서울로 오는 일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저희가 이 사람을 주목한 것은 한국에서의 행적이 아니라 중국에서의 행적입니다.

중국문화원의 직원은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이거나 중국정부에서 파견한 문화부소속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사람은 현지 채용인이 아님에도 중국정부에서 파견한 이력이 없어서 좀 더 알아봤죠.

공안요원이더군요. 그것도 과거 행적을 알 수 없는 요원이었습니다.

물론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중국이 관련이 있는 걸로 짐작이 됩니다.”


“그럼 중국이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요?”


성호가 묻자 주선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모르죠. 그걸 알아내야 하는 거겠죠.

우선은 저희에게 주어진 사건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빈번한 토막살인사건들이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봐야겠죠?”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부용이 묻자 주선은 주섬주섬 일어나며 말했다.


“경기도 화성입니다. 지금 가시겠습니까?

화성 경찰서로 가시면 안내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자로 보내드리죠.

아……두 분의 신분은 국정원의 의뢰를 받은 현장분석가로 미리 말해 놓을 테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부용과 성호는 두 시간 정도를 달려 화성경찰서에 도착했다.

방안에서도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차 안에 나란히 있으려니 조금은 불편한 생각이 들었지만 서로 내색하지 않았다.

주선이 보낸 문자에는 수사과의 양천호 경장을 찾으라고 되어있었다.


“혹시 국정원에서 나오셨습니까?”


경찰서 정문에서 기다리던 한 사내가 성호에게 말을 걸었다.


“양천호 경장님?”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가지면 가기가 좀 찜찜한 곳이라서요.

제가 차로 앞장설 테니 차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경장은 시내를 벗어나 국도를 달려 한적한 시골마을로 안내했다.

부용과 성호도 뒤이어 마을로 들어섰다.

‘수사중’이라는 경계테이프가 둘러져 있는 허름한 창고 앞에 경장은 차를 멈췄다.

뒤따라 내린 두 사람에게 경장이 설명했다.


“이 창고입니다.

이웃집할머니를 이 창고에 있는 고기 가는 기계로 갈아버린 인간이 살던 곳이에요.

아직도 끝까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있고요.

사건도 흉흉하지만 사건 이후로는 동네에 해만 지면 인적이 끊겨버리거든요.

두 분께서도 너무 오래 계시지는 마세요.

어차피 감식반이다 훑어본 곳이니 그냥 둘러보고 가시면 될 겁니다.

국정원이 왜 이런 일까지 찾아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장은 설명을 마치고 툴툴거리며 서둘러 차에 올라타고는 떠났다.


“경찰이면 자주 겪는 일인 텐데도 무섭나 봐요.”


성호가 떠나는 차를 보며 말하자 부용이 물었다.


“이젠 안 무서우세요?”


“저는 무서운 게 아니라 짜증이 나는 거에요.

무서우면 비명이 나오겠지만 저는 욕이 나오려고 하거든요.”


성호의 말에 부용은 웃으며 눈을 감았다.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부용이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떴다.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네요.

토지신을 불러볼게요.

......

소(召)”


부용의 속삭임에 키가 허리춤까지 밖에 오지 않는 작은 노인 한 명이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귀한 분들께서 오셨네요.”


다른 사람에게도 보였다면 이상하리만치 키 작은 시골노인으로 보일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싶어요.”


부용이 무릎을 구부려 토지신에게 키를 맞추어 물었다.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노인이 그 인간을 찾아온 날이었는데 그냥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그 미친 인간이 노인을 목을 졸라 해치더니 분쇄기에......”


토지신은 차마 설명하기가 끔찍하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평소에도 행동이 충분히 그럴만한 사람이었나요?”


성호가 물었다.


“사람이란 게 알 수 없는 존재다 보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평소에는 그저 남의 일이나 도우며 근근이 살던 이였지 누굴 해코지하는걸 본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갑자기 광기가 나타났으니까요.”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나요?

주술을 한다거나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거나......”


“요즘엔 농촌도 일손이 부족해서 회교를 믿는 이들이 와서 종종 일당을 받고 일하기는 합니다만 수상해 보이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님께서는 안 보이시는데요.

토지신께서는 보신적 있으신지요”


부용은 주변을 둘러보며 토지신에게 물어보았다.


“그것이......”


토지신은 난감하다는 듯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이곳에 그 할멈이 있긴 했는데 그 놈이 잡혀갈 때 바짝 달라붙어 따라가더군요.

제가 본건 그게 답니다요.”


“말씀 고맙습니다.”


부용이 인사하자 토지신은 읍하더니 사라졌다.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다른 곳을 가봐야겠어요.”


성호는 경찰의 말이 신경이 쓰여 부용에게 물었다.


“아까 경찰은 저녁만 되면 인적이 끊긴다는데 이 마을은 앞으로 괜찮을까요?”


“사람들의 공포일거에요.

악귀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으로 악귀의 허상을 만들어 내는 거죠.

아무리 허상이래도 여러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면 마물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죠.

혹시 모르니 떠나기 전에 이곳을 정화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부용이 권유하듯이 말했다.


“오방신장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땅의 정화에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한 번 불러보세요.”


“저도 부를 소자를 외치면 될까요?”


부용은 웃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성호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가만히 외쳐봤다.


“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부를 소!”


부용이 성호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성호도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 보여 함께 웃고 말았다.

한참 웃고 보니 쑥스러움도 걱정도 잠시 잊혀지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성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방신장을 모시고 싶습니다......’


그의 바램 같은 속삭임에 창고 앞은 옅은 구름이 피어 오르는가 싶더니 다섯 명의 신장이 모습을 드러내며 읍했다.


- 우사님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삼가 단군님께 인사 올립니다.


부용은 공손히 그들에게 인사했다.

성호는 자신의 부름에 응해준 자체는 신기했지만 다시 하라면 할 자신이 없었다.


“염치불구하고 여쭙겠습니다.

다섯 분을 모시려면 제가 외워야 할 주문이 있습니까?”


오방신장은 성호의 낯선 질문에 모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자신들을 불러낸 우사는 있었지만 불러내놓고 어떻게 불러내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사님께서는 예를 갖추지 않으셔도 저희를 호명만 하시면 어디서든 저희를 부르실 수 있습니다.”


흰옷의 서방신장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아......

이곳에서 사람이 잔인하게 죽었습니다.

정화를 부탁드릴께요.”


오방신장들은 성호의 말에 제각기 흩어져 창고의 동서남북으로 자리를 잡고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느다란 검은 기운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창고 앞에 남아있던 중앙을 담당하던 중앙신장이 어느 틈엔가 커다란 언월도를 꺼내어 날아오는 검은 연기 같은 기운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언월도에 베인 연기들은 불에 타버리듯이 소멸되었고 더 이상 날아오는 기운들이 없자 오방신장들은 일어서 읍하며 사라졌다.


“사람들의 사념(邪念)들이 떠돌아 다니는 것을 오방신장들이 거두어 없앴어요.

계속해서 이곳 사람들이 흉흉한 생각만 해댄다면 그걸 계속해서 다 치워줄 수는 없는 거니 나머지는 사람들에게 맡겨야겠죠.”


“이제 된건가요?

다른 곳도 가보려면 서둘러야겠네요.”


부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음지으며 말했다.


“잘 하셨습니다. 우사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을 다스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멈춰서 죄송합니다 16.04.19 269 0 -
33 동정호(洞庭湖)(3) +2 16.04.18 349 4 16쪽
32 동정호(洞庭湖)(2) +5 16.04.15 242 7 15쪽
31 동정호(洞庭湖)(1) +2 16.04.14 301 4 11쪽
30 무당산(武當山)(4) +4 16.04.13 242 4 12쪽
29 무당산(武當山)(3) +2 16.04.12 286 4 12쪽
28 무당산(武當山)(2) +4 16.04.11 286 5 13쪽
27 무당산(武當山)(1) +2 16.04.08 251 6 13쪽
26 북한강(北漢江)(3) +2 16.04.07 316 6 10쪽
25 북한강(北漢江)(2) +2 16.04.06 345 7 12쪽
24 북한강(北漢江)(1) +2 16.04.05 247 7 12쪽
23 마니산(摩尼山)(4) +2 16.04.04 264 8 13쪽
22 마니산(摩尼山)(3) +2 16.04.01 354 8 12쪽
21 마니산(摩尼山)(2) +2 16.03.31 282 9 14쪽
20 마니산(摩尼山)(1) +2 16.03.30 447 7 14쪽
19 천부인(天符印)(4) +2 16.03.29 318 9 13쪽
18 천부인(天符印)(3) +2 16.03.28 366 7 12쪽
» 천부인(天符印)(2) +2 16.03.25 351 8 12쪽
16 천부인(天符印)(1) +2 16.03.24 288 8 13쪽
15 서대문(西大門)(3) +2 16.03.23 347 7 12쪽
14 서대문(西大門)(2) +2 16.03.22 281 10 13쪽
13 서대문(西大門)(1) +2 16.03.21 375 11 13쪽
12 삼청각(三淸閣)(3) +4 16.03.18 381 9 13쪽
11 삼청각(三淸閣)(2) +4 16.03.18 382 12 11쪽
10 삼청각(三淸閣)(1) +2 16.03.17 324 10 11쪽
9 흑치(黑齒)(4) +4 16.03.17 459 10 12쪽
8 흑치(黑齒)(3) +2 16.03.17 446 10 12쪽
7 흑치(黑齒)(2) +2 16.03.16 419 12 13쪽
6 흑치(黑齒)(1) +2 16.03.15 450 11 12쪽
5 애월만가(漄月輓歌)(4) +4 16.03.15 536 14 14쪽
4 애월만가(漄月輓歌)(3) +3 16.03.15 433 17 12쪽
3 애월만가(漄月輓歌)(2) +2 16.03.15 561 15 11쪽
2 애월만가(漄月輓歌)(1) +3 16.03.15 706 16 13쪽
1 프롤로그 +2 16.03.15 1,277 16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