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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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질럿
작품등록일 :
2016.03.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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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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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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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부인(天符印)(3)

DUMMY

경석과 노파는 계룡산의 동학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지스님께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십니다.”


한 비구니가 합장하며 두 사람에게 말을 전했다.


“확실하답니까?”


“주선이 보고 왔답니다.

인연이 닿으면 만나겠지요.”


경석은 노파의 재촉에 달래듯 말했다.

노파는 한숨을 쉬며 문밖만 내다보았다.

운사를 찾았다는 주선이 알려준 곳은 비구니사찰인 동학사였다.

이곳 주지승을 통해 오래 전에 맡겨진 아이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정말 운사의 후예인지 알아 보기 위해 경석과 노파가 온 것이었다.

두 사람이 머무는 방에 주지승이 찾아온 것은 한참 뒤였다.


“귀하신 분들께서 오셨군요.

소승 정혜(淨慧)라고 합니다.”


“민경석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국무님이십니다.”


정혜와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이를 찾으신다고요.”


“저희가 찾던 사람이 이곳에 아이를 맡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아이가 그 사람의 핏줄이라면 바로 찾아온 거겠죠.”


“찾게 되면 데려가실 생각이십니까?”


정혜는 경석을 넌지시 바라보며 물었다.


“아이의 뜻을 따라야지요.”


“어린아이입니다.

아직 옳고 그름도 판단하기 어려울 아이에게

얼마나 큰 짐을 지게 하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그러시는 주지스님께서는 아이의 뜻에 따라 머리를 자르게 하신겁니까?”


경석이 말했다.


“눈에 띄지 않게 지켜달라던 그 처사님의 부탁에 그리한 것입니다.

산골암자에 있으려면 중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승적에 이름을 올리게 함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경전 한 줄이라도 강제로 읽게 했다면

제 몸이 만겁지옥으로 떨어졌을 겝니다.”


경석과 정혜가 서로 물러서지 않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주지승이 아이를 아껴 쉽게 내주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주선을 통해 익히 들었던 경석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불가의 사람이 아니었고 되어서도 안 된다.

왜 자신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곳에 아이를 맡긴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님께서 아이를 어여삐 여기시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주어진 업을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아실 만한 분께서 고집을 부리시니 더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노파가 잠자코 있다가 정혜에게 말했다.


“국무님께서는 그 어르신을 십여 년간 지성으로 모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젠 이 아이가 쓰일 데가 있어 두 분이 찾아 데려가시려는 게 아닌지요.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분을 위한 쓰임 말입니다.”


정혜가 노파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치고 들어왔다.

노파가 그 말에 기막혀하며 울컥해서는 소리쳤다.


“그분께서 천부인을 쓰시겠다는데 어찌 산골 중 하나가 이리 방자하게 훼방을 하는 게요!”


경석이 노파를 만류했으나 다혈질의 노파는 이미 격정적이었다.


“타고나기를 그 분의 칼이 되어 사는 것이 운사의 업인 것을 요망한 중 하나가 어디서 가르치려 드는 게야!”


정혜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노파의 말에 아무 반응 없이 웃어 보이기만 했다.

그러더니 벽 너머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말했다.


“다은아 들었느냐?

너는 도구로 쓰여질 게다.

네 아비가 너를 지켜달라고 했지만

네가 가겠다면 어쩔 수 없구나.

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네가 가야 한다면

더 이상 말리지 않으마.”


잠시 정적이 흐르고 벽 너머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님. 그 동안 돌봐주신 은혜 감사 드립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게냐.”


정혜가 아쉬운 듯 말하자 벽 너머의 소리는 사라지고 잠시 후 방문을 열고 한 아이가 들어서며 합장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도구로써 살기 위해 태어나진 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셔야 할 분이라면 모시겠지만 그럴만한 분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

스님께서 인연으로 받아주신다면 그땐 돌아오고 싶습니다.”


정혜는 아이에게 다가가 마치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듯 등을 다독이며 안아주었다.




“올해 나이가 몇이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노파가 다은에게 물었다.


“열여섯입니다.”


“학교는 다니기는 했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까지는 마쳤습니다.”


“산에서 혼자 힘들었겠네.”


“대학을 나오신 다른 스님들께서 도와주셔서 그리 어렵진 않았습니다.”


노파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아비에게 배운 것은 기억하누?”


다은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기억은 하지만 어릴 적 기억인지라 쓰임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깍듯이 경칭을 사용하며 대답을 하고는 있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이 딱 제 아비랑 한 쌍이라고 앞자리에 앉아있던 경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제 아비랑 판박이라면 그 실력은 검증이 필요 없을 거라 짐작했다.

휴대폰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 B.H 호출


경석은 문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간에 왠 호출이지?’


“아비는 떠난 이후로 연락이 있었누?”


노파의 질문에 다은은 고개를 저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없었습니다.”



부용과 성호에게 주선이 알려준 다음 장소는 안양교도소였다.

1년이 지난 사건이라 사건현장은 보존되어있지 않았으니 30년형을 구형 받은 재소자를 만나보는 일이었다.

남자를 토막 살인한 여성이었다.

보통은 남성들이 대부분인 강력범죄에 다른 남성의 도움 없이 여성 혼자 저지른 일이라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끔찍한 일이었다.

주선의 말로는 범행을 뉘우치기는커녕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감형을 위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늦은 시간 예외적으로 면회로 불려 나온 재소자는 그저 평범한 얼굴의 여인이었다.

성호는 저 무심한 얼굴로 상대에게 40여차례나 칼로 찔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하시는 분들이세요.”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작가에요? 작가들이 가끔 오기는 하는데……”


부용은 가만히 여인을 관찰하고만 있었고 여인과 대화하는 것은 성호였다.


“사건이 있던 날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성호의 질문에 여인은 피식 웃었다.


“또 똑같은 질문을 하시네……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나도 모르게 찌르고 있던 거에요.

내가 감형 받으려고 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어차피 글러먹은 인생 내가 무슨 득을 보겠다고 거짓말을 하겠어요.

여기서 나아져봤자 뭐가 나아 지겠냐고요.”


성호는 부용을 바라보며 건질 것이 없다는듯한 눈짓을 했다.

하지만 부용은 여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가만히 손을 내밀어 그녀의 오른손을 잡았다.


“뭐야. 왜 여자가 손을 잡아.

기왕이면 남자가 잡아줄 것이지.”


여인은 굳이 손을 빼지는 않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분한테서 보여지는 것이 없나요?”


부용이 성호에게 물었다.


“글쎄요......”


“아직 들어있는 것은 보이지 않으시나 보네요.

뒤에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존재가 있어요.”


그 말을 듣자 여인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소(召).”


부용이 주문을 말하자 여인은 허리를 뒤로 꺾으며 쓰러졌다.


“싫어!”


여인이 넘어지며 소리를 지르자 면회실에서의 소란에 간수 두 명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나가주세요.”


성호가 다급히 말했다.

간수들은 두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모른척하라는 지시는 받았지만 관리소홀의 책임을 질까 걱정되어 성호의 말을 듣고도 망설이고 있었다.


“어서 나가시라고요.

그리고 저 카메라도 꺼주시죠.”


성호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면회실의 감시 카메라도 꺼줄 것을 요청했다.

단호한 성호의 요청에 간수들은 못마땅해하는 얼굴로 면회실을 나갔고 이윽고 카메라의 작은 전원도 불이 꺼졌다.

부용은 성호를 한번 바라보고는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웠다.


“속(束).”


여인은 바닥에 누워있는 그대로 몸이 굳었다.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을 치려 하지만 부용의 주문에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물어볼 것이 있으니 불쌍한 몸에서 나오시죠.

소(召).”


여인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누워 입을 벌려 침을 흘렸다.

부용은 반복되는 주문에 숨이 차는듯했다.

조금씩 거칠게 숨을 몰아 쉬기 시작했다.

여인의 몸에 깃든 영은 부용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것 같았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여인의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이던지 간에 불러내기도 전에 부용이 먼저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오방신장을 모십니다.”


성호는 초조한 마음으로 오방신을 불러내었다.

면회실 한쪽에 오방신들이 나타나 두 사람에게 읍하며 인사했다.


“저 여인 안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


순간 오방신들의 열 개의 눈동자가 누워서 꿈틀대는 여인에게 고정되었다.

그러자 검은 옷의 북방흑제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꺼내 보이겠습니다.”


누워있는 여인에게 성큼 다가간 흑제는 갑자기 손을 뻗어 여인의 몸 속으로 관통하듯이 집어넣었다가 팔을 낚아채자 검은 형체 없는 안개 같은 것이 딸려 나왔다.

딸려 나오는 것을 본 서방백제가 하얀 밧줄을 꺼내어 옭아매자 얌전하게 붙잡힌 검은 안개는 서서히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이거 풀어줘!”


붙잡힌 검은 안개는 검은 눈동자를 굴리며 불안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 게 아냐.

그러고 말할 수도 없어.”


“저주를 받은 건가요.”


부용이 묻자 검은 안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것을 말하게 되면 영혼이 스스로 소멸될 거에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겠죠.

마지막이라도 옳은 일을 하고 떠날 생각은 없습니까?”


“어차피 날 잡았으니 그냥 없애기나 해.”


“이 여인에게 얼마나 붙어있었던 겁니까?”


“......

1년.”


“어차피 당신은 소멸될 겁니다.

이 여인에게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주술이 당신을 지켜주지도 못하니까요.

대신 저희가 원하는 답을 주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드리죠.”


부용은 검은 악령을 달래며 말했다.

악령은 잠시 망설이더니 체념한 듯 말했다.


“어머니께서 계신데......

칼 맞고 죽은 자식 때문에 맘 고생이 많으니

나 대신 따뜻한 밥 한끼라도 사줄 수 있겠소?

그럼 말하리다……”


부용이 고개를 끄덕이자 악령은 결심한 듯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서울 살던 임병선이오.

파주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시비가 붙어 중국 놈에게 찔려 죽었소.”


악령의 검은 얼굴이 쪼개어지며 고통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구천을 떠도는 나에게 한 중국 놈이 속박을 걸어서......

내 복수심만 잔뜩 키운 채로 저 여자에게 집어넣었던 거요.”


쪼개어진 악령은 서서히 안개가 흩어지듯 사라져갔다.


“그 사람이 이 사람입니까?”


흩어지는 악령에게 성호가 휴대폰의 사진을 내밀었지만 악령은 빠르게 흩어지며 사라졌다.

악령이 사라진 곳에는 옭아매었던 밧줄만 덩그러니 떨어져있었다.

곁에 대기하고 있던 오방신들은 읍하고 사라졌고 쓰러져있던 여인은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여인이 소리쳐 울자 성호는 벨을 눌러 간수들을 들어오게 했다.

간수들은 쓰러져있는 여인을 일으켜 부축해 데리고 나갔다.


“그 중국인이 맞을 거 같네요.”


성호가 의자를 밀어 넣으며 말했지만 부용은 그대로 앉아있었다.


“가셔야죠. 이젠.”


부용은 그제야 성호의 말이 들린 듯 일어서며 말했다.


“사람에게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그 여인이 안쓰러운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어요.

범죄는 범죄니까요.”


부용은 여인이 나간 문을 한번 더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기려다 몸을 휘청거렸다.

순간 성호가 부축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부용은 쓰러질 것 같았다.


“집으로 가죠.

더는 무리인 것 같네요.”


부용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걸었다.

성호의 품에 안기다시피 걷고 있는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성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걸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내색하지 못하고 성호에게 의지해 그대로 교도소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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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무당산(武當山)(4) +4 16.04.13 242 4 12쪽
29 무당산(武當山)(3) +2 16.04.12 2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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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무당산(武當山)(1) +2 16.04.08 25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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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니산(摩尼山)(2) +2 16.03.31 282 9 14쪽
20 마니산(摩尼山)(1) +2 16.03.30 447 7 14쪽
19 천부인(天符印)(4) +2 16.03.29 318 9 13쪽
» 천부인(天符印)(3) +2 16.03.28 367 7 12쪽
17 천부인(天符印)(2) +2 16.03.25 351 8 12쪽
16 천부인(天符印)(1) +2 16.03.24 288 8 13쪽
15 서대문(西大門)(3) +2 16.03.23 347 7 12쪽
14 서대문(西大門)(2) +2 16.03.22 281 10 13쪽
13 서대문(西大門)(1) +2 16.03.21 376 11 13쪽
12 삼청각(三淸閣)(3) +4 16.03.18 381 9 13쪽
11 삼청각(三淸閣)(2) +4 16.03.18 382 12 11쪽
10 삼청각(三淸閣)(1) +2 16.03.17 324 10 11쪽
9 흑치(黑齒)(4) +4 16.03.17 459 10 12쪽
8 흑치(黑齒)(3) +2 16.03.17 44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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