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다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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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질럿
작품등록일 :
2016.03.15 07:28
최근연재일 :
2016.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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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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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동정호(洞庭湖)(3)

DUMMY

노인은 방안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레 매만지더니 작은 잔 하나를 내왔다.

“한잔 마셔 보거라.

먼 곳까지 와 준 사례니까.”

다은은 노인이 건네주는 잔을 공손히 받아 들었다. 잔에 따라진 물에서는 박하 향이 났다.

“뭘 들여다보고 있는 게야. 어서 마시지 않고.”

다은은 고개를 돌려 잔을 들이켰다. 시원한 물이 아니었음에도 청량감이 들었다.

“맛이 어떠하냐?”

“개운한데요.”

노인은 다은의 대답을 듣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유 형에게서 검술을 배웠느냐?”

“오의(奧義)를 전해주셨지만 제자가 부족해서 깨닫지 못했습니다.”

노인은 다시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받아가야 할 물건을 주시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은은 노인의 웃음이 비웃음 같게만 느껴져 불편했다. 심부름을 온 장소는 맞는 것 같지만 어서 할 일만 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상했느냐? 유 형은 쉬운 길도 어렵게 가는 재주가 있지.

그렇다고 유 형의 가르침이 부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분과 같은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란다.

유 형이 내게 너를 심부름을 보낸 이유는 하나다.

내가 빚진 것을 네게 갚으라는 이야기이니라.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죽여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꼭 죽어야 할 사람만 죽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만 평생을 후회하는 것은 죽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네가 들었던 이야기처럼 그렇게 끔찍하게 세상을 떠났던 것이고 유 형은 내 탓이 아니라며 내게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마음의 빚이 탕감되는 것은 아니었지.

열한 사람의 목숨만큼 빚을 지었으니 아직 네게 주어야 할 것이 열 개가 남았다.”

노인의 말을 듣다가 다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받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열 개가 남았다고 하시는 건지?”

노인은 실눈을 뜨고는 미소를 보였다.

“네가 좀 전에 마시지 않았느냐? 그 시원한 물이 공청석유(空靑石乳)라는 것이다.

나도 마셔보질 못했으니…...박하 향이라……내 입맛은 아니었구나.

그렇지. 네 녀석이 그걸 알 리가 없겠구나.

이곳 동정호 인적 드문 곳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 깊은 땅속에서 10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모은 것이다.

네 녀석은 그것이 뭔지 몰라도 네 몸은 그게 무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 형이 오셨다면 주과(酒果)를 드렸겠지만……”

다은은 노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자신이 왜 빚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거니와 자신이 무엇을 먹었다고 하는지도 못 알아들었다. 공청석유는 한 방울만 혀에 닿아도 활기가 넘치고 한 모금을 마시면 임독맥이 타통 된다는 영약이었지만 다은은 그냥 음료수로 알아듣고 있었다. 노인은 혼자서 계속 말을 이어 가다가 가만히 뭔가 생각에 잠겼다. 다은은 노인이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자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거지……’

노인은 아까의 타구봉을 들고 나왔다. 다른 한 손에는 검정색 윤이 나는 칼집의 검을 들고나와서는 다은에게 건냈다.

“무당이라면 검이겠지.”

두 손으로 검을 받아 든 다은은 조심스레 검을 뽑아보았다. 오래된 명검인 듯 날에 서린 한기에 등골이 모연해졌다.

“공격해보아라.”

노인은 타구봉을 바닥에 두드리며 다은에게 손짓을 했다. 다은은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 검을 세워 들었다. 검이 손아귀에 달라붙는 것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던 것처럼 좋은 느낌이 들었다. 호기롭게 검을 뻗어 공격하려 하자 노인의 타구봉이 뱀처럼 휘어지며 날아와 다은의 다리를 공격했다. 다은은 엉겁결에 피하며 급하게 노인의 봉을 막아내며 검으로 쳐냈지만 타구봉은 검과 부딪치지 않고 다은의 다리만 가볍게 두드리고는 물러났다. 봉이 아닌 검이나 창이었다면 다은은 피를 흘리며 몸을 일으키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타단구퇴(打斷拘退)이니라.

한번 더 오너라.”

다은은 비록 검을 들긴 했어도 양보없이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기를 끌어올려 검을 잡자 검에서 작은 떨림과 함께 울리는 소리가 났다. 진기의 소통이 편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이 울리는 소리를 들은 노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구입동(駒拘入洞).”

노인의 봉이 춤을 추듯 날아와 다은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양팔을 찌르려 했다. 다은은 놀라 뒤로 물러서며 빠르게 검을 움직여 막아냈다. 분명 노인이 공격한 네 군데에서 한두 군데는 막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 막아낸 자신이 오히려 더 놀라웠다.

“취구번신(臭狗飜身).”

숨돌릴새 없이 노인이 초식의 이름을 말하고는 타구봉으로 땅을 훑자 다은은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검을 뻗어 공격했다. 그러자 노인은 땅을 훑던 타구봉을 물건을 뒤집는 모양새로 들어올리며 검을 쳐내고는 다은의 허리를 찔렀다. 다은은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찔러오는 타구봉을 비껴가며 다시 검을 뻗었다.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는지 노인은 찌르던 봉을 회수해 검을 다시 막아내었지만 찰나의 차이로 다은의 검이 노인의 옷깃을 베어냈다. 다은은 착지한 채로 놀라 말했다.

“괜찮으세요?”

소란스러운 소리에 갑자기 문이 열리며 사내들이 황급히 들어오려다가 노인이 손을 들자 모두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손녀딸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으니 출입을 삼가 해라.”

사내들이 사라지자 노인은 옷깃이 잘린 겉옷을 벗어버리며 말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이로구나. 내공은 무당이지만 검술은 무당의 것이 아니로구나.”

다은은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검이 빨라진 것이 신기했다. 기의 흐름이 더욱 왕성하게 느껴지며 의도하지 않아도 임맥과 독맥을 서로 순환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다은에게 손짓을 하며 한쪽 자리에 앉게 한 노인은 한쪽에서 지필묵을 가지고 와서는 다은에게 써 보였다.

- 타구봉 삼절초(打拘棒 三節招)

“아까 보여주셨던 삼초식인가 봅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당만큼의 명예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개방이라는 곳 역시 소림, 무당과 어깨를 겨눌 만큼 거대한 곳이었다. 장법과 봉술로 유명했었지.

지금 내가 보인 봉법은 개를 때려잡을 때 쓰는 세가지 방법이다.”

노인의 말에 다은은 웃으며 인상을 썼다.

“예부터 거지의 적은 개였으니 개를 때려잡는 방법이 거지에겐 최고의 무술인 게지.”

아랑곳없이 노인은 계속 설명했다.

“나무 막대기만 있어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니 배워두거라.

개방제자에게만 전해지는 것이지만 이미 개방은 멸했으니 개의치 말아라.

내가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라.”

노인은 세세하게 다은에게 삼절초에 대해 설명하고 시연을 보여주었다. 무당의 사조님은 단순함의 극치를 가르쳐 주었지만 눈앞의 노인은 복잡함의 극치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대로 암기하며 다은은 노인의 말대로 후에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새겨 듣고는 질문했다.

“개방이라는 문파는 멸문한 건가요?”

노인은 잠시 다은을 바라보다 웃으며 말했다.

“개방은 거지들의 모임이니 거지가 없다면 멸문했다고 봐야지.”

“이렇게 돈이 많으신 것 같은데 왜 거지 흉내를 내셨었는지 모르겠어요.

무술도 거지들의 무술이라고 설명하시고……”

“그런 변장은 네 심성을 보려 했던 것이고……

더 이상 개방이라는 존재는 없다는 것만 알면 된단다.”

“그럼 선배님께서는 아니……여기는 지금 어떤 곳이죠?”

다은의 물음에 노인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조용히 다은에게 되물었다.

“삽합회(三合會)에 대해 알고 있느냐?”

다은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자 노인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다은은 상해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상해로 떠나라는 연락을 받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옆자리는 동정호까지 함께 했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삼합회라는 조직을 운영한다고는 들었지만 다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노인은 그게 더 마음에 드는 듯 마치 손녀딸을 대하듯 살갑게 다은과 함께 동승하고 있었다. 심부름은 큰 의미가 없었다. 무당의 유 노인이 자신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다은을 보내 자신을 대신해 도움을 받게 하려는 것이었다. 다은은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당산을 떠나온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옆자리의 노인은 상해의 훙자오공항을 목전에 두고 다은에게 말했다.

“유 형이 직접 그렇게 말한 거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늘그막에 원을 풀고 홀가분할 테니 그보다 더한 복이 어디 있겠느냐?

내가 유 형을 데리고 너희 나라에 한번 갈 테니 그때 다시 만나면 된다.

남자친구가 있다면 할아비들에게 소개해주어도 되고 말이다.”

다은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남자친구는 없어요. 그냥 왜 상해로 가라고만 하셨는지 그게 궁금할 뿐이에요.”

“내가 말해준 것은 어디 가서도 잊지 말아라.

아직 나는 네게 줄 것이 여덟 가지가 남아있단다.”

“네. 알겠어요. 할아버지.”

다은은 노인의 말에 노인에게서 받은 선물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멋모르고 마신 공청석유로 인해 수월해진 태청심법이 첫 번째였고, 막무가내로 알려준 타구봉 삼절초가 두 번째 선물이었다. 세 번째는 노인이 양손녀로 삼아준 것이었다.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다은은 할아버지가 한 분 생긴다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인은 그렇게 순수하게 생각해주는 다은이 더욱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비행기는 훙자오공항에 착륙했다. 노인일행은 대기 없이 VIP전용통로를 통해 탑승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했다. 공항을 나오자 많은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차를 줄지어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다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는 여기서 따로 가야겠구나. 할아비 이름이 뭐라고 했지?”

“천(千)자, 국(國)자, 명(明)자 쓰신다고 하셨죠.”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많이 수련하고 있도록 해라.

네 차편은 준비해두었으니 타고 가면 된다.”

노인은 다은을 한번 안아주고 차에 올라탔다. 수많은 검은 복장의 사람들이 노인의 이동에 따라 공항 입구를 빠져나갔다. 다은의 뒤에 다가온 한 사내가 고개 숙여 인사하며 차로 안내했다. 사내는 운전석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다은을 백미러로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가씨. 출발하겠습니다.”

고개 숙여 응대한 뒤 다은은 상해로 가라고 했던 사조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어떤 인연을 새롭게 만들어주기 위해 또 이곳까지 보내준 것인지 기대가 되는 것도 있었다.

다은은 궁금한 점을 운전하고 있는 사내에게 물어봤다.

“아저씨. 저희 어디로 가는 거죠?”

“하얏트 호텔입니다. 기다리는 분께서 계십니다.”

다은은 누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르지만 편한 여행에 달뜬 기분이 되었다.

“천 할아버지께서 대단하신 분이신가 봐요?”

다은의 질문에 사내는 얼굴이 굳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도 많고……돈도 많고……”

사내는 못 들은척하며 목적지인 호텔까지 30여분을 운전했다. 호텔로비에 차를 세운 뒤 사내는 다은을 안으로 안내했다.

“808호로 가시면 됩니다.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다은은 로비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내렸다. 방향을 확인하고 808호를 찾아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방안에서 다은을 기다리던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 천가한이었다. 다은은 놀랍고도 기쁜 마음에 와락 달려들어 안겼다. 가한은 다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당찬 아이였다 해도 부모를 그리워하는 어린아이였을 뿐이었다.

“누구를 만났던 거니? 아빠는 그냥 상해에서 만나자고 했을 뿐인데 이런 고급호텔까지 준비해주다니.”

“사조님께 신세를 지셨던 분이라고 하셨어요.

개방이란 곳의 무술을 알려주셨고 지금은 삼합회에 계신다고 하시던데요.”

가한은 삼합회의 이름을 듣자 얼굴이 굳었다.

“다른 일은 없었던 거니?.”

가한은 다은을 방으로 들이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유노사를 찾아가 무엇을 배웠는지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다은은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고는 자신도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왜 아버지가 서해천을 도우셨어요?”

다은의 질문에 가한은 빙긋이 웃었다.

“그렇게 보여야 하니까.”

가한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오래있지는 못하겠구나.

분명하게 얘기해주마.

아버지는 그 사람을 구하긴 했지만 그 사람편이 된 것은 아니란다.

그리고 그 사람 말고도 한국에는 네가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단다.

조심 또 조심하고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라.

내가 해야 할 일을 네게 넘기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하지만 나도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단다.

꼭 다시 찾을 테니 한국으로 돌아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게다.”

가한은 지갑에서 많은 금액의 돈을 꺼내어 다은에게 쥐어주고는 한번 더 다은을 품에 안아준 뒤 방을 빠져나갔다. 다은은 너무나 짧은 만남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외로움이 익숙한 듯 마음속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렸다. 방을 나와 로비로 내려오니 대기 중이던 사내가 다가왔다.

“아가씨. 만남은 끝나신 겁니까?”

“네.”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한국으로 가야겠어요.

공항으로 데려다 주세요.”



호위를 담당할 다은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외출을 삼가 해달라는 도훈의 부탁에 성호는 시간이 나는 내내 집안에 틀어박혀 홍산문화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 내용에 비해 알려진 바는 극히 적어 수박 겉핥기식이였지만 대강의 내용은 알 수 있었다. 동북아시아 문명을 크게 양분해왔던 한족의 문명과 조선족의 문명이 기술되어있는 역사는 중국의 경우는 전설이기는 하지만 하(夏)왕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이고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상(商)왕조였다. 흔히들 은(殷)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왕조가 멸망하고 뒤이어 건국된 주(周)나라에서 상나라의 주민들을 하대하며 부르며 사용했던 말이라고 한다. B.C. 1600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인정한 상왕조는 은허(殷墟)를 발굴함으로써 그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인데, 홍산문화는 B.C. 3600으로 그 시대를 이천 년이나 끌어당길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홍산문화의 발원지는 랴오닝성(遼寧省)으로 이는 한국의 고대사에 해당하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의 영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중국은 이를 동북공정에 포함하여 진행하느라 세부적인 진행사항은 초기 발굴정보 이외에는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었다. 어찌 보면 현대인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고대사에 대한 자부심에나 관련된 일일지 모르지만 주선이 남기고 간 말대로 단순한 고고학의 차원이 아닌 정치적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짐작이 들뿐이었다.

성호는 아버지가 말한 붉은 산이 홍산문화를 말하는 것이라 확신이 들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성호의 방에 찾아온 부용이 성호가 들여다 보고 있는 내용을 함께 보며 말을 꺼냈다.

“고대사네요.”

“부용씨는 동이족이란 단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 그대로 동쪽에 사는 활 잘 쏘는 오랑캐라는 거 외에는 별 생각이 없는데요.”

“사람들이 가끔 자랑스러운 동이족의 후예라는 말도 쓰고는 하는데 찾아보다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아서요.

중국인들이 동쪽에 사는 오랑캐라고 지칭하는 것이 우리가 일본 사람들을 왜놈이라고 지칭하는 거랑 다를 게 없는데 그게 자부심을 가질만한 호칭은 아닌 것 같네요.”

“오랫동안 뿌리 박힌 사대주의죠. 중국에서 그랬다고 하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 결과죠.”

“우리 스스로를 부르던 건 없을까요?”

성호의 말에 부용은 웃으며 대답했다.

“잘 아실 만한 게 있을 텐데요.

배달겨레요.

요즘은 우스꽝스러운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더라고요.”



작가의말

이제 주인공들이 모두 모입니다.

잠시 휴식 후에 에피소드 단위로 

추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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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호(洞庭湖)(3) +2 16.04.18 350 4 16쪽
32 동정호(洞庭湖)(2) +5 16.04.15 243 7 15쪽
31 동정호(洞庭湖)(1) +2 16.04.14 302 4 11쪽
30 무당산(武當山)(4) +4 16.04.13 243 4 12쪽
29 무당산(武當山)(3) +2 16.04.12 287 4 12쪽
28 무당산(武當山)(2) +4 16.04.11 287 5 13쪽
27 무당산(武當山)(1) +2 16.04.08 251 6 13쪽
26 북한강(北漢江)(3) +2 16.04.07 317 6 10쪽
25 북한강(北漢江)(2) +2 16.04.06 346 7 12쪽
24 북한강(北漢江)(1) +2 16.04.05 247 7 12쪽
23 마니산(摩尼山)(4) +2 16.04.04 266 8 13쪽
22 마니산(摩尼山)(3) +2 16.04.01 354 8 12쪽
21 마니산(摩尼山)(2) +2 16.03.31 283 9 14쪽
20 마니산(摩尼山)(1) +2 16.03.30 449 7 14쪽
19 천부인(天符印)(4) +2 16.03.29 320 9 13쪽
18 천부인(天符印)(3) +2 16.03.28 367 7 12쪽
17 천부인(天符印)(2) +2 16.03.25 351 8 12쪽
16 천부인(天符印)(1) +2 16.03.24 289 8 13쪽
15 서대문(西大門)(3) +2 16.03.23 347 7 12쪽
14 서대문(西大門)(2) +2 16.03.22 282 10 13쪽
13 서대문(西大門)(1) +2 16.03.21 377 11 13쪽
12 삼청각(三淸閣)(3) +4 16.03.18 382 9 13쪽
11 삼청각(三淸閣)(2) +4 16.03.18 384 12 11쪽
10 삼청각(三淸閣)(1) +2 16.03.17 324 10 11쪽
9 흑치(黑齒)(4) +4 16.03.17 461 10 12쪽
8 흑치(黑齒)(3) +2 16.03.17 447 10 12쪽
7 흑치(黑齒)(2) +2 16.03.16 420 12 13쪽
6 흑치(黑齒)(1) +2 16.03.15 451 11 12쪽
5 애월만가(漄月輓歌)(4) +4 16.03.15 538 14 14쪽
4 애월만가(漄月輓歌)(3) +3 16.03.15 433 17 12쪽
3 애월만가(漄月輓歌)(2) +2 16.03.15 561 15 11쪽
2 애월만가(漄月輓歌)(1) +3 16.03.15 707 16 13쪽
1 프롤로그 +2 16.03.15 1,279 1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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