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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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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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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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집단군 총사령관 한스 파이퍼

DUMMY

소련 내무인민 위원부 NKVD는 독일군 전투 서열에 대한 최신 정보를 입수했다. 정보에 의하면 롬멜, 모델, 구데리안의 기갑부대 전부 남부 집단군으로 편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NKVD와 경쟁 관계인 소련 군사 정보 기관 GRU도 현 독일군 전투 서열에 관하여 같은 보고서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남부 집단군 쪽에서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통신이 오고 가고 있었다.


스탈린은 1941년 독일군의 공세가 완전히 남부 집단군으로 향한다고 확신을 하고, 그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명령했다.


한편, 옥사나는 한 숨도 못 자고 며칠째 뜬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사냥꾼 출신의 키라가 옥사나에게 물었다.


"한 숨이라도 자야 해."


"잠이 안 와."


"파시스트들은 죽을만 해서 죽은거야. 놈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 죽이지 않았다면 너가 죽었을거야."


눈이 충혈된 옥사나가 고개를 저었다.


"난 죄책감 따위 느끼지 않아. 근데 계속 떠올라. 맨 왼쪽에 있던 녀석이 다리를 맞고 쓰러지던게."


옥사나가 눈을 끔뻑거리며 눈동자를 양 옆으로 굴리다가 중얼거렸다.


"좀 더 위를 조준했어야 하는데...상반신 가운데 선을 맞추면 바로 힘이 빠져서 푹 쓰러져. 근데 놈은 쓰러진 다음에도 꿈틀거렸어."


양 손으로 귀를 막고 있던 마가리타가 외쳤다.


"씨발! 제발 닥쳐!!"


나타샤 또한 뜬 눈으로 이 소리를 모두 듣고 있었다. 나타샤 또한 며칠 전 작전 이후로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다.


'다들 약해 빠져가지고...'


다음 날, 뽈리나는 눈이 잔뜩 충혈되어서 멍한 상태였고 계속 잔실수를 했다. 나타샤가 말했다.


"뽈리나! 나를 봐!"


뽈리나가 멍하니 나타샤를 쳐다보다가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며칠 전 그 상황만 계속 떠오릅니다. 크라우트가 총을 맞고 쓰러지던게 계속 떠올라요."


순간 뽈리나의 눈의 촛점이 없어지더니 눈동자가 위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뽈리나의 머리 속에서는 며칠 전 전투 상황이 재생되고 있는 것 이었다. 전투를 겪는 대다수의 병사들이 이런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일부 병사들은 이런 현상을 머리 속에서 레코드를 재생한다고 표현했다. 밥을 먹다가도 다른 일을 하다가도 다시 그 전투 상황으로 수백번이고 돌아가는 것 이었다. 레코드 플레이가 끝나고, 다시 뽈리나의 눈에 초점이 들어왔다.


"계속 머리 속에서 똑같이 떠오릅니다. 10년 뒤에도 이럴까요?"


나타샤는 뽈리나의 말에 짜증이 솟구쳤다.


'별 것도 아닌거 가지고...10년 뒤? 당장 내일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뽈리나가 계속 말을 이었다.


"크라우트 시체의 안색이 순식간에 핏기가 빠지던게 그대로 기억이 납니다. 고깃덩어리가 되는게...완전히 피가 빠져서 가죽 색깔이 변하는..."


"이봐! 어쨋던 지금 살아있잖아. 뒤진건 크라우트지!"


나타샤가 뽈리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내일도 살아남자고. 할 수 있지?"


뽈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타샤는 후임들에게는 존경을 받고 선임들에게 인정 받는 훌륭한 에이스가 되었다. 나타샤는 여전히 저격수로 활동 중인 류드밀라를 목격했다. 나타샤는 이제 스페츠나츠 대원이었고 특수 임무를 했기에 류드밀라보다 더 많은 훈장을 받은 상태였다.


'이젠 내가 더 강하겠지?'


류드밀라와 안나 옆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동료가 톨스토이의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나타샤는 지나가면서 듣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풉!!"


'인간이 선하다고 누가 그래! 이 상황을 보고도 그딴걸 믿어?'


나타샤 또한 예전에는 톨스토이의 책을 좋아했지만 이젠 그딴건 읽지 않을 생각이었다.


'톨스토이도 전쟁 참전했으니 인간이 얼마나 사악한지 잘 알텐데. 분명 책 팔고 싶어서 거짓말한거야! 저딴 거짓부렁 책 따위는 읽을 가치도 없어!'


나타샤는 치료소 인근을 지나갔다. 치료소 쪽에는 부상병들이 치료를 받으며 신음하고 있었다. 나타샤는 부상병들의 고통을 치료해주기 위해서 확인 사살을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불구될건데 차라리 죽여주지...'


나타샤는 독일군을 죽일때는 물론이고 아군을 죽여도 죄책감 따위는 전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굴라크 갈 일만 없으면 DP-28로 싸그리 다 긁어버리고 싶다...근데 굴라크 가면 힘들겠지?'


나타샤는 자신의 팀에 비해서 비교적 꿀빠는 류드밀라랑 안나 일행을 보면서 억울하고 빡치기 시작했다.


'임무 나가는 만큼 봉급도 더 많이 받아야 하는데...속옷이랑 양말이라도 보급 더 받았으면...'


그 뒤로도 매일같이 나타샤 일행은 작전을 나갔다. 이제 슬슬 나타샤 일행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더 이상 정신적인 고통을 겪지도 않았다.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나타샤 일행은 전혀 먹지 않던 보드카를 물에 섞어서 마시며 허세를 부렸다.


키라가 외쳤다.


"너무 쉬운 상대만 만나니까 재미가 없습니다!"


옥사나가 말했다.


"독일군의 80프로는 너무 쉬운 상대야. 그나마 싸워볼만한 독일군이 5프로도 안되는걸!"


마가리타가 보드카를 마시며 외쳤다.


"다음엔 싸울만한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표도르의 전차병 파벨, 드미트리, 글리에르가 수군거렸다.


"저 친구들이 파시스트 30마리를 죽였다더군."


드미트리가 말했다.


"스페츠나츠잖아. 그럴만하지."


표도르가 나타샤 일행을 관찰하고 중얼거렸다.


"저러면 안돼. 실력이 좋아졌다고 자만할때가 제일 위험한 법이야."


나타샤 일행의 무공에 대한 소문은 사단 전체에 퍼졌다. 전선 기자가 와서 나타샤를 인터뷰하고 취재했다. 나타샤가 말했다.


"최전선에 보급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새 양말과 속옷이랑 허쉬 초콜릿, 캔디 롤, 고기도 더 많이 필요해요."


전선 신문에는 나타샤가 이렇게 인터뷰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노동자 출신이었고, 어쩌고 저쩌고 노동자 계급의 가장 위대한 동지, 스탈린 동지를 위하여 이 땅을 해방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나타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짜증을 냈다.


'내가 언제 이렇게 인터뷰했어!! 망할 보급이나 더 달라고!'


그 날도 어김없이 나타샤 일행은 임무를 하러 독일군 진영으로 침투했다. 이번에는 독일군 깊숙한 곳에 있는 사령부까지 침투해야 했기 때문에 다들 중무장을 했고, 군장이 평소보다 훨씬 무거웠다. 나타샤는 눈밭에 난 자신의 발자국을 확인했다. 군장이 무거워서 질질 끌리는 듯한 발자국이 깊게 나 있었다.


'빨리 눈이 와서 발자국이 지워져야 하는데...'


나타샤 일행은 개머리판을 오른쪽 겨드랑이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숙인 자세로 눈이 뒤덮힌 언덕을 따라 내려갔다. 혹시나 적이 나타나면 바로 사격할 수 있게끔 방아쇠에는 손가락을 넣어둔 상태였다.


'...'


방아쇠에 손가락 넣어둔 상태로 계속 가다간 실수로 민간인 쏴죽일 수도 있지만 그런건 상관없었다. 그렇게 나타샤 일행은 대형을 유지한 상태로 계속해서 45도씩 경계하며 총의 개머리판을 단단히 겨드랑이 안쪽에 고정시키고 허리를 숙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빠른 속도로 언덕을 따라 내려갔다.


"헉...헉..."


인근에 적이 매복할만한 침엽수, 덤불이 너무 많았다. 나타샤는 손짓으로 자세를 더 낮추라는 수신호를 보낸 다음,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비탈을 따라 기어올라갔다.


'엎드려!'


나타샤 일행은 눈이 뒤덮힌 바닥에 완전히 엎드린 낮은 포복 자세로 팔꿈치를 이용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엎드린 상태에서도 총구가 아군에게 향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기어올라갔다. 다행히 매복한 적은 없었다. 나타샤 일행은 서로를 부축해주며 다시 일어섰고,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이틀간 행군을 하고 나타샤 일행은 버려진 작은 농가에 머물렀다. 불을 때고 야전 식량을 요리하는데, 뽈리나가 들어와서 보고했다.


"파시스트입니다!"


나타샤 일행은 밥도 내팽개치고 총기를 들고 달려나갔다. 쌍안경으로 살펴보니, 독일군이 총을 어깨에 멘 상태로 행군하고 있었다. 독일군이 총을 편하게 어깨에 멘 상태라는 것은 이 곳은 완전히 독일군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아마 인근의 민간인들조차도 독일군의 편일 확률이 높다. 마가리타 또한 독일군이 행군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여긴 완전히 파시스트들의 세력권이군요."


"이동한다."


나타샤 일행은 군복을 인근 구덩이 속에 파묻고 완벽하게 민간인으로 위장한 다음 독일군 궁둥이(지휘소, 사령부, 보급소 등이 있는 곳을 의미하는 속어)로 접근했다.


'여기가 중부집단군 2기갑군단 46차량화군단 10기갑사단 사령부...'


그리고 나타샤 일행은 궁둥이에서 장교들의 군복을 빨고, 기타 잔 심부름을 하는 일자리를 구했다. 나타샤 일행은 궁둥이 쪽에서 장교들의 군복이 들어있는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곁눈질로 인근을 살폈다.


'딱히 특별한건 없는데...'


그 날, 나타샤 일행은 독일군 장교가 타는 말을 돌보는 일도 하게 되었다. 나타샤 일행은 말에게 먹일 건초와 함께 헛간으로 들어갔다.


'좋았어!!!'


나타샤는 긴 막대기를 꺼냈다. 이것은 그냥 평범한 막대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끝 부분에 카메라가 달린 기기였다. 옥사나, 키라, 뽈리나, 마가리타가 망을 보는 사이, 나타샤는 그 막대기를 헛간의 통나무 틈 사이로 끼워넣었다.


'!!!'


그렇게 나타샤는 작은 통나무 틈 사이에 카메라를 넣고 인근을 촬영했다.


'이 정도면 됐어! 돌아가자!'


나타샤 일행은 말에게 건초를 주고, 독일군에게 봉급과 약간의 식량을 받고는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차량 소리가 들려왔다.


트르릉 트드드드등 트르르르릉


'뭐지?'


독일군 장성들이나 탈 법한 차량 한 대가 반궤도 장갑차 Sd.Kfz 251의 호위를 받으며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손에 원수봉을 들고 있는 장성이 차량에서 내렸고, 다른 장성들이 모두가 그에게 경례를 했다. 그 장성은 원수봉을 가볍게 올렸다 내렸다. 나타샤는 통조림을 까는 척 하면서 곁눈질로 그 쪽을 살폈다.


'누구지?'


부관을 대동한 그 장성은 다른 장교들에게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장성을 목격한 독일군은 모두 완전히 각 잡힌 자세로 경례를 했다. 나타샤는 그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스 파이퍼!!!'


한스 파이퍼가 중부 집단군에 복귀한 것 이었다. 나타샤는 현재 한스 파이퍼의 계급장과 현재 보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타샤 일행은 궁둥이 근처 인근 농가에 머물며 현재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신속하게 복귀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키라가 물었다.


"어...어떻게 합니까? 그냥 돌아가서 보고할까요?"


나타샤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며 눈을 굴렸다.


'한스 파이퍼...'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나타샤가 말했다.


"내일까지 머물면서 정보를 획득한다."


한편, 한스 파이퍼는 중부집단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상태였다. 한스는 10기갑사단 사령부에서 장성들에게 이야기했다.


"귀관들은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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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 네 놈들은 알자스 로렌을 차지하지 못하리라 +40 24.03.08 95 2 12쪽
973 도조 내각 +40 24.03.07 89 3 12쪽
972 교량 탈취 작전 +7 24.03.06 67 3 15쪽
971 결정적 타격 24.03.05 63 3 12쪽
970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기갑선봉대 +10 24.03.04 83 3 16쪽
969 프랑스-소련 회담 +22 24.03.03 89 2 12쪽
968 도이체 보헨샤우 +28 24.03.02 80 3 12쪽
967 셔먼 전차 +12 24.03.01 69 3 13쪽
966 거대한 움직임 +8 24.02.29 82 3 12쪽
965 수송부대 +12 24.02.28 72 3 12쪽
964 두번째 라스푸티차 +2 24.02.27 76 3 12쪽
963 그 누가 적진을 행군하며 악마의 노래를 부르는가 +52 24.02.26 106 3 14쪽
962 녹아내리는 눈 +41 24.02.25 101 3 13쪽
961 세계정세의 추이에 따른 시국 처리 요강 +6 24.02.24 81 2 12쪽
960 친위대는 적지에서 행군한다 +45 24.02.23 113 3 13쪽
» 중부집단군 총사령관 한스 파이퍼 +2 24.02.22 83 3 12쪽
958 붉은 마녀 24.02.21 63 2 12쪽
957 특수부대 나타샤 24.02.20 68 3 13쪽
956 중부집단군 작전 회의 +6 24.02.19 61 1 12쪽
955 롬멜이 우리와 함께 있다 24.02.18 69 3 11쪽
954 제국의 탄생 +4 24.02.17 90 2 12쪽
953 빌헬름 3세에게 불려간 한스 24.02.16 72 2 14쪽
952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11 (完) +2 24.02.15 55 1 12쪽
951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10 + 반역 24.02.14 51 2 12쪽
950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9 24.02.13 42 1 12쪽
949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8 메사츄세츠 공과대학교 24.02.12 45 2 13쪽
948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7 + 경제 구상 24.02.11 55 2 13쪽
947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6 + 1급 외교 기밀 +2 24.02.10 55 3 12쪽
946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5 + 미국 정보조정국 OCI +2 24.02.09 58 3 12쪽
945 엉터리 첩보원 삼총사 4 + 윈스턴 처칠의 예측 +4 24.02.08 7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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