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부대
한스가 외무부 관료에게 물었다.
"현재 터키 상황은 어떻습니까?"
"터키가 영국에게서 무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습니까..우리 쪽 외무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외무부쪽 관료에게 들은 현재 상황은 이러했다. 청색 작전에 대한 소문으로 인하여 불안함을 느낀 터키가 영국 쪽으로 기울고 있었던 것 이었다. 독일 제국은 이번 전쟁 기간 동안 불가리아에게 무기와 전술을 제공했고, 터키로서는 불가리아로부터의 위협을 막기 위하여 영국의 무기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외무부 관료가 말했다.
"최근 제가 터키 대사와 식사를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터키는 절대 영국 측에 붙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타당합니다. 현재 터키는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독일과 많은 협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스가 물었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경제적인 관점에서 터키가 독일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완전히 잉글랜드 쪽으로 붙기는 어려울 것 입니다. 크롬 또한 계속 우리 측에 수출할 것은 확실합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현재 크롬 비축분으로 전쟁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슈페어(현재 독일 제국 군수부 장관)한테 확인해봐야겠군...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에 터키가 크롬 수출을 끊을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한스는 외무부쪽 관료 앞에서는 올해 공세가 남부로 갈 것 처럼 이야기를 했다.
"영국의 입장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제국이 캅카스의 유전을 갖게 되면 영국은 이란 쪽 유전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
한스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외무부쪽 관료의 눈치를 살폈다.
'외무부에서는 1941년 공세가 캅카스로 갈거라고 완전히 믿어야 한다...그래야 이들이 영국, 프랑스 등과 외교를 할때도 완벽하게 그들을 속일 수 있다...아무리 거짓말에 능숙한 외교관들이라 할지라도 외국의 가장 영리한 정치인들과 몇 시간이고 회담을 하다보면 속내를 드러내게 마련이지...'
한스의 말에 외무부쪽 관료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좋았어! 진심으로 그렇게 믿어야 한다!'
외무부 관료가 말을 이었다.
"현재 우리 측에서는 터키 측에 무역 관련하여 많은 혜택을 줄거라고 교섭 중에 있습니다. 외무장관이 직접 터키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외무장관 리벤트로프는 터키가 어떻게던 영국 쪽으로 돌아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임무를 맡고 터키를 방문해서 외교적 줄타기를 시작했다.
리벤트로프는 독일 제국이 터키 측에 무역 관련 많은 혜택을 고려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이와 관련해서 협상이 가능하며, 자신이 이에 대한 전권을 갖고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독일이 이번 회담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또한 리벤트로프는 이번 회담을 통해서 터키 측에 무역 관련 많은 혜택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는 독일 측에서 이번 회담이 단순히 의례적인 회담이 아니라, 터키가 영국 쪽으로 가지 않도록 막기 위한 문서화된 약속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리벤트로프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터키 외무장관이 속으로 생각했다.
'히틀러 쪽에서 마음이 급한 모양이군...'
터키 외무장관은 회담 전에 이미 리벤트로프에 대한 심리적 프로필을 읽어보았던 것 이다. 리벤트로프는 분명 뛰어난 외교 수완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연 중에 조급함이 보였다. 터키 외무장관은 영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한 것은 단순히 국경에서의 방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불가리아와의 국경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많은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실거라 믿습니다."
"이번 전쟁 이후에도 불가리아는 섣불리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현재 불가리아는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그리스와 영토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터키-불가리아 국경선에서 불가리아가 군사적 행동을 취할 현실적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리벤트로프는 독일이 터키 측에 해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무역 혜택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리벤트로프는 뜸을 들이다가 독소전이 끝나면 독일이 직접 불가리아와 터키와의 관계를 중재하겠다고 약속했다. 터키 외교관이 속으로 생각했다.
'불가리아 측에 현재 약속을 받은 것도 아니지 않나? 뭐 어차피 불가리아 입장에서는 전쟁 이후에도 독일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을테니 독일이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겠지만...'
리벤트로프가 호언장담했다.
"한 달 안에 전쟁이 마무리되고 나면 독일은 터키와의 무역을 통하여 많은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처칠이 프랑스의 강경파와 비밀리에 접촉한 상황이었다. 현재 프랑스의 대독 강경파들은 알자스 로렌을 되찾기 위하여 군사 행동을 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물론 현재 영국 총리는 유화파인 체임벌린이었기에 아직 대독 강경파들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대독 강경파들은 영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하며 처칠이 힘을 얻기를 기대했다. 파리에 한 대독 강경파 의원의 자택에서 이들은 앞으로의 일을 토의했다. 한 의원이 영국의 언론사 사장한테 받은 서류를 보여주며 말했다.
"현재 영국의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80프로의 영국 국민은 유럽 땅에서의 전쟁 참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 국민의 피를 흘리지 않는 선에서는 독일을 통제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이 과반수에 달하고 있습니다."
"알자스 로렌을 두고 전쟁이 발발한다 한들 영국이 파병을 하지 않을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오. 하지만 영국 해군이 독일을 해상봉쇄해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소!"
"하지만 잉글랜드도 무언가를 원할 것 아니오?"
런던 정계의 실세와 연줄이 있는 한 의원이 말했다.
"아프리카 식민지 일부를 떼어주는걸로 협상이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베를린 정계에서도 이러한 영국 측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독일 외무부는 프랑스의 달라디에 총리와의 회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달라디에 또한 흔쾌히 이에 응했다. 히틀러는 전화를 통하여 달라디에 총리와 회담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
"베를린에서 와서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현재 제가 프랑스에 가면 항의 시위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반독일 감정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던 것 이다. 히틀러의 농담에 달라디에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좋습니다. 날짜를 잘 잡으면 환영 인파가 있을 것 입니다!"
이렇게 서유럽에서도 치열한 외교적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 이다. 외무부 각료는 한스에게 이 정도로 구체적인 상황을 전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당부했다.
"영국, 프랑스의 언론사 사장들한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전쟁이 길어질수록 강경파가 득세할 것 입니다."
이 외무부 각료는 혹시나 이번 공세가 실패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가 말했다.
"이번 공세는 금방 끝날 것 입니다."
한스는 각료 회의를 마치고 동부전선으로 향했다. 한스는 슈토르히를 타고 비행하며 현재 독일이 점령한 광활한 러시아 땅을 내려다보았다. 잿빛 대지에는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끝없는 롤반이 그어져 있었다. 엄청난 양의 탄약, 물자가 중부집단군으로 집결되고 있었지만 하늘에서는 이것이 보이지 않았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되고 있군...'
한편, 숲 속에 은폐해있는 수송부대원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도대체 왜 밤에만 이동하는 것 입니까?"
수송부대 장교들 또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서류가 안 내려오는거야?"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명령이 왜 전부 구두로 내려오는거야?"
"서류가 없어! 서류가!"
그 날 해가 지고 나서야 수송부대는 은밀하게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헤드라이트를 다 끈 상태로 은밀하게 차량이 이동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차간 거리를 지키기 위한 희미한 빛만이 보였다. 운전병이 욕설을 내뱉었다.
"시발...왜 야간에만 이동하라는거야?"
조만간 이루어질 공세는 전혀 문서화되지 않고 전부 구두로 명령이 내려지고 있었던 것 이다.
한편, 슐레프 중대는 루마니아군과도 같은 궁둥이를 사용하고 있었다. 루마니아군은 슐레프 중대의 티거를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이 싸움에 우리가 목숨까지 내걸 필요는 없어."
"전쟁이 끝나면 독일 놈들이 영토 분쟁을 중재할텐데 그 때 목소리 낼 수 있을 정도로만 싸우면 그만일세!"
"맞아! 뭘 독일 놈들을 위해서 열심히 싸우냐!"
그리고 슐레프 중대는 군기가 빠진 루마니아군을 보며 쑥덕거렸다.
"저런 군기 빠진 놈들..."
잠시 뒤, 궁둥이에는 티거를 위한 탄약들이 도착했고, 슐레프 중대장이 가서 수송부대 장교와 무어라 무어라 대화를 했다. 스테판이 말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지난 주부터 수송부대 측에서 서류를 주지 않아."
"그래?"
그러고보니 슐레프 중대장은 수송부대 장교에게 보급 물자 관련 서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수송부대 장교는 구두로만 탄약 수량에 대해서 슐레프 중대장에게 이야기했다.
"진짜 서류 안 주는데?"
"탄약은 오는데 왜 서류에는 나오지 않는거지?"
오토와 동료들은 최근에 배급 받은 탄약의 수량을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진짜 이상하네 이거."
게오르크가 말했다.
"탄약은 왜 이렇게 찔끔찔끔 주는거야?"
"분명 뭔가가 있어..."
한편, 소련군 정치 장교 블라슈크는 최근 분대 단위 수색, 정찰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한참을 보고서를 읽던 블라슈크는 안토노프에게 달려가서 이에 대해 보고했다.
"중부집단군에 병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안토노프가 말했다.
"조만간 여름 공세가 있을테니 병력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번에는 뭔가 다릅니다!"
블라슈크는 보고서를 안토노프에게 보여주었다.
"독일군 수송부대는 탄약과 연료 등 물자들을 분할해서 조금씩 집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수송 규모가 적게 보이도록 위장하기 위한 책략으로 생각됩니다."
안토노프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리고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하지만 공중 정찰에 대한 보고서들을 보면 중부집단군 전선의 기갑전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고 하지 않나? 무전 청취 팀에서도 비슷한 보고를 하고 있네."
"기만 작전입니다. 이 수색 보고서를 보십시오. 독일군 기갑부대에서도 최정예급 부대들이 중부집단군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이런 보고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네. 특히 야간 수색 정찰을 한 부대들은 피로도가 높아서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네. 하지만 이건 유념해야겠군."
안토노프는 블라슈크가 제출한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다.
한편, 전차병 표도르, 파벨, 드미트리, 글리에르는 미국에게서 받은 M4 셔먼 전차를 구경하고 있었다. 파벨이 셔먼 내부에 들어가보고 외쳤다.
"공간이 넓어!"
"확실히 부르주아 전차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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