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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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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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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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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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쇼케이스

DUMMY

앨범 발매가 되자, 대형 음반 매장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앨범 줄 사이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서 있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움직이다,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고, 매대에 있는 물건들이 쏟아진다.


“저기요. 좀 조심 해주세요.”

키가 작고 앳돼 보이는 아이가 말한다.


“사람 많아서 어쩔 수 없거든요? 조심하고 있거든요?”

루키즈 굿즈를 붙인 사람이 항의한다.


“아니 여기 다 피닉스인데 다른 쪽으로 줄 서야죠.”

키 작은 아이가 말한다.


“아직 피닉스 앨범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 난리야!”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한다. 키가 큰 아이는 머리에 롤을 하고 작은 아이를 내려다본다..


“정규앨범도 안 낸 애들이 루키즈 앞에서 깝칠래?”


앳돼 보이는 아이가 화를 내려는 찰나, 옆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나 뽑았어!”


한 학생의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자, 이유를 궁금해하는 주위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든다.


학생의 손에는 민소매를 입은 현준이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카드가 들려 있다. 노출을 극도로 기피하는 현준이기에 노출만으로도 충분히 희귀했지만, 고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잔뜩 성난 팔근육이 킬링포인트이다. 그 카드 한 장만으로도 현준이 왜 옴므파탈인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현준 팔뚝 나온 거 얼마에 파실 거에요?”

손에 농구공을 들고 있는 준영 카드를 들고 있는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얼쩡거린다.


“저 안 팔 건데요.”

학생이 단칼에 거절한다.

“혹시 다른 카드들이랑 교환할 생각 없어요? 저 다른 레어카드 있어요.”

또다른 누군가는 먼저 가죽 자켓을 입고 있는 현준 카드를 내민다. 스모키 화장을 한 현준의 얼굴이 얼굴이 타이트하게 나와, 화장 밑에 있는 속눈썹 한올한올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꽤 구하기 어렵지만, 색이 특이해 카드가 있는 앨범을 고르기 좀더 쉽다.



“제가 이거 사면 안 돼요?”

방금까지 싸우던 피닉스 팬이 부러워하며 묻는다.


“다이아 인증하면 생각해 볼게요”

“칫”

다들 무리 지어 루키즈 매대로 이동한다. 피닉스 팬도 무리에 섞여 루키즈 앨범을 고른다.


“무슨 색으로 골라? 이거 다 하얀색인데”

“아 몰라 잘 비쳐 봐 봐”

검은 자켓 사진을 고른 사람이 말한다.


근처 강다방에는 사진 카드를 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방금 현준이 민소매 티를 입은 카드를 뽑은 학생도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 포토 카드 왜 이렇게 잘 나왔지. 너 뭐 뽑았어?”

“농구공 사진 뽑았어. 왜 점퍼를 업었지”

“내꺼는 얼굴 접사.”

“진짜 덕질할 맛난다.”


다시 아이들이 민소매 티를 입은 카드를 돌려 본다. 볼 때마다 다들 탄성을 내지른다.


“현준이 팔뚝 봤냐.”


“여기 핏줄 터질 것 같은 거 보여? 여기 자세히 봐봐 푸르름 하잖아.”


“너 변태야” 보이지도 않는 핏줄을 봐”


“아니 보인 걸 말한 게 죄냐? 맨날 가리고 다니다가. 와. 이거는 완전히 사기지. 엄청 마른 줄 알았는데 팔뚝, 이두박근 삼두박근 뭐냐고요. 다른 거 없어?”


“인터넷에 보니까 뒤로 돌아보는 카드도 있대. 옷이 얇아서 등 근육이 아주 한 올 한 올 잘 나왔다던데.”


“이번에 FEVER로 활동 많이 하겠지?”


“몰라 거기는 대표가 안티잖아. 어디 가서 털지? 부산 가는 김에 받아 보고 올래?”


“나 주말에 학원 가야 해 미안. 근데 쇄골 완전 미쳤다.”


“제대로 직각 어깨야. 이렇게 헐렁한 옷 입고 잘 어울릴 줄 알았냐구.

이번에 제대로 덕질한다. 내가.”


옆에서 조용히 친구가 한마디 한다.


“이번에 티케팅 더 빡세지겠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한숨을 내쉰다.


***



컴백 쇼케이스를 앞두고 현준이 대기실에 있다. 현준은 1L 텀블러에 있는 액체를 고개를 젖히고 입안으로 남김없이 털어 넣는다. 쇠 재질의 텀블러에 가려져 액체가 보이지 않는다. 먹고 나서 혀로 입을 계속 핥는다. 활동할 때 현준은 의식처럼 음식을 많이 거르고, 자기의 손보다 더 큰 텀블러를 화장실까지 들고 다닌다. 팬들은 매일 들고 다니는 저 텀블러를 애착템이라고 불렀다.


거울 앞을 바라보던 준영이 현준 옆에 앉는다.


“얼굴 볼이 조금 빵빵해졌지? 좀 귀엽지?”

스모키 화장을 짙게 한 준영이 웃는다. 아직 붓기가 가시지 않아, 준영의 얼굴이 제법 동글동글하다. 스모키 화장을 하고 가죽 자켓을 입은 모습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다.


“아 근데 원장님네 처음 가봤는데 진짜 사람 바글바글하더라.”


“VIP 대기실인 데에서도 연예인 만났다니까.”


“얼굴을 꼭 가리긴 했는데 효민인 거 같아.”


“대박. 실제로 보니까 완전 여신이 따로 없다니까.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예뻐.”


현준의 대답을 기다릴 틈이 없이 준영이 쉴 새 없이 말한다.


“아 그래?”

현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준영을 쳐다본다.


“근데 효민이 회사에 왔다고 하던데 봤어?”

준영이 대기실에 울려 퍼질 듯이 큰 목소리로 말한다.


“엉”

현준이 인스타를 보며 말한다.


“너랑 밥 먹었다고 하는데.”

스모키 화장을 한 준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현준을 노려본다. 현준이 투명한 눈동자로 준영을 바라본다. 눈동자 속에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다.


“내가 효민 좋아하는 거 알잖아!”

준영은 더 큰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알았는데. 너 근데 여자친구 있지 않았어?”

현준은 조용하고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준영의 빠른 말과 대비되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쉿 다 들린다고! 삼귀는 거야!”

준영이 현준의 말에 갑자기 주위를 살핀다. 한 발짝 멀리 대화 중인 댄서팀을 잠시 바라보다, 준영이 귓속말로 말한다. 준영이 현준의 옷을 잡으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


“몰랐네.”

현준이 자신에게 붙잡힌 자켓을 떼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려고 할 때,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다.


“오 분 전. 이동할게요.”

준영이 아쉬운 표정을 하며, 자켓을 털자, 스타일리스트가 다가와 현준의 옷매무새를 만진다.


**


어둠에 휩싸인 무대 뒤편에 현준과 준영이 서 있다.


“곧 시작한다니까”

준영이 채근해도, 현준은 아직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현준은 플래시가 터진 사진을 태욱에게 보낸다.



“나 1분 전”

사진을 찍어 태욱이 연락한다.


“다른 아이돌이랑 찍은 건 없어?”


현준의 미간이 찌그러진다.


밖에서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오디오 소리가 들린다. 미리 만든 컴백 영상이 나오자, 밖에서 팬들의 함성이 오디오 소리를 덮을 정도로 공간을 지배한다.


“응원 안 해줄 거야?”

현준이 다시 메시지를 보낸다.


“안 떨면서. 매번 왜 보내.”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 현준의 손에서 땀이 난다. 준영이 현준에게 어깨동무한다.


“화이팅. 잘하겠지.”

마지막으로 뜬 메시지를 보고 현준이 핸드폰을 넘긴다.


“자 그럼 진짜 마지막으로 한번 화이팅 하고 갈까요?”

준영이 어깨동무하던 손을 내리자, 모두 다 같이 손을 모은다.


“아자아자 화이팅!”

힘찬 구호와 함께 영상이 끝나고,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곧이어 더 큰 함성이 무대를 뒤덮는다. 무대가 열리며 화려한 조명이 준영과 현준을 비춘다. 준영과 현준이 거대한 무대로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간다.


“챌린지할 때 아이돌 사진 보내”

읽지 못한 메시지가 남겨진 핸드폰에 떠 있었다.




큰 화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동생과 새봄은 TV 앞에 앉아서 컴백 쇼케이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프닝 영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새봄은 채널을 고정한 채로 동생과 치킨을 손으로 집어 먹는다.


“와 나도 시험만 없으면 가는 건데”

새봄이 말한다.


“누나. 현준이 엄청 멍청하고 나쁘대. 역사도 하나도 모르고, 사람들한테 엄청 싸가지 없대.”

동생이 치킨을 내려두고 새봄을 바라본다.


“야 유투브 좀 그만 봐.”

동생의 머리를 꿀밤을 때리고는 새봄은 다시 치킨을 먹는다.


“근데 피닉스는 언제 나와?”

동생이 음료수를 콸콸 다 따르며 묻는다.


“지금 루키즈 컴백하는 건데”

새봄이 말한다.


“에이”

음료수가 잔에 꽉 차자, 이제 치즈볼을 집어 먹는다.


“궁금하면 인터넷에 찾아봐.”

새봄은 동생이 따른 음료수를 마신다.


오프닝 영상이 끝나자, 고요가 감돈다. 드라이아이스가 피어오르는 새카만 무대에 새하얀 옷을 입은 발레리나가 서 있다. 꼿꼿하게 세운 발등으로 안개 사이를 미끄러지며, 우아하게 춤을 추자, 마치 백조 한 마리가 내려오는 것 같다. 발레리나는 자연스럽게 총총 이며 무대로 내려오는 현준과 준영을 바라보며 다가간다.


발레리나가 내민 손을 현준이 잡자, 클래식이 멈추고, FEVER가 시작된다. 핀 조명이 사라지고, 거대한 스크린 판에 어둠 속에서 검붉은 장미가 피어난다. 피어난 장미와 급격히 자라나는 장미 덩굴은 금세 팔과 온몸을 휘감는다.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준이 몸을 돌리고,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준영의 파트로 노래가 시작된다.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파란색 렌즈를 낀 현준은 금세 모든 것을 휘어잡는다. 검은 가죽 재킷과 어울리지 않게 곱상한 얼굴과 옷은 그를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기다란 손가락을 올리고, 현준이 웃는 순간 주위가 한순간 고요해지며, 새봄도 같이 숨을 죽인다.


“누나 안 먹을 거면 나 줘”

동생이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TV 앞을 돌아다닌다. 새봄의 시야를 가리며, 제법 치킨을 이리저리 먹기 위해 돌아다니자, 새봄이 동생에게 소리친다.


“가만히 좀 있어.”

새봄은 먹던 치킨을 마저 먹지 못하고 TV 속으로 빠져든다. 준영이 압도적으로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하자 안무가 더 힘이 실린다.


“으. 노래 이상해. 꿈에 나올 것 같아 무서워.”

동생은 귀를 막으며 중얼거린다.



“방에나 들어가”

새봄은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누나 근데 오늘 공부 안 해? 아빠한테 이른다.”

동생이 새봄을 쳐다본다. 동생이 남은 치킨을 다 먹었다.


“야, 죽는다.”

새봄이 크게 목소리를 낸다. TV에 준영과 현준이 나란히 서로를 바라보며 춤을 추고 있다. 조금씩 화려한 바이올린의 연주에 맞춰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다가간다.


“열꽃이 피어도” 에 맞춰 준영이 크게 점프를 한다. 다시 바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준영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 현준이 앉아 있다.


엔딩 장면으로 현준이 크게 잡힌다. 노래가 끝나도, 속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파란 눈동자가 카메라를 응시한다. 살짝 벌어진 입술과 약간은 삐딱한 어깨가 더욱 치명적으로 보여, 보는 사람이 홀릴 것만 같다.


“나 나 이거 사줘.”

동생이 말한다. 새봄은 TV에 멈춰진 현준의 얼굴을 계속 바라본다. 현준의 손목, 인이어를 따라, 덩굴이 많은 장미가 귀에서 목으로 피어나고 있다.


동생은 TV와 새봄을 번갈아 보다가 누나의 얼굴을 관찰하다, 조심스럽게 가방을 연다. 가방 안에 있는 지갑을 꺼내 만원을 빼간다. 동생은. 억지로 내려도 올라가는 입꼬리에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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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새봄(1) 24.05.27 13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6 0 9쪽
31 31. 피(5) 24.05.24 14 0 11쪽
30 30. 피(4) 24.05.23 13 0 9쪽
29 29. 피(3) 24.05.22 12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3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4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5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9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1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8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10 0 9쪽
» 16. 쇼케이스 24.05.14 11 0 11쪽
15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8 0 10쪽
13 13. 촬영 24.05.12 8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8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10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8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4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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