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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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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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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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비가 와서(1)

DUMMY

똑같이 반복되는 취한 인간들의 모습, 한창 웃다가 울다가 싸우다가 지지고 볶으며 떨어지지 않던 모습이 사라진다.


현준은 숙소 밖을 나선다. 자정이 지나, 모두의 인적이 사라진 길가에 혼자만이 남아 있다. 시끌벅적했던 여운도 금세 어둠 속에 사라진다. 하늘에 떠 있는 오리온자리가 자신의 눈앞에 크게 펼쳐진다. 별자리 주위로 별똥별이 색을 내며 떨어진다. 현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위를 쳐다본다. 더 큰 별똥별이 노랗고 밝게 떨어진다. 현준은 태욱에게 전화를 건다.



시끌벅적했던 숙소를 벗어나자, 고요 속에 전화 연결음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길게 유영하던 유성우가 사라진다. 길어지는 연결음에 현준의 신경이 온통 전화에 곤두선다.


“어 왜”

태욱이 전화를 받는다.


“전화 안 받을래?”

현준이 말한다.


“미안 나 지금 배달 중이라”

전화기 너머로 내비게이션 소리가 들린다.


“언제 끝나는데.”

뾰로통한 현준이 말한다.


“두세 시간 더 하면 끝날 듯? 형은 뭐 해”

태욱의 말 너머로 우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 소리가 계속 들린다.


“술 먹고 산책하고 있지. 오늘따라 네 생각이 많이 나서. 예전에 새까맣게 피부가 타서 하얘지느라 꽤 시간 걸렸던 거 같은데”

현준이 말한다.


“갑자기 웬 추억 타령이야?”


“햇볕이 세서, 다들 까맣게 탔더라.”


“형은 괜찮아? 캐리어에 약 넣어두길 잘 했네.”


“그러게. 여기 유성우 떨어지는데 혹시 빌고 싶은 소원 없어?”

현준이 묻는다. 아주 작은 별똥별이 현준의 마음속으로 다시 떨어진다.


“오 형 뭐 잘못 먹었어? 그럼 은영이 살려줘”

태욱이 말한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 사이로 드리워진 간절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안 되는 거 말고”

현준은 짙은 습기에 금세 축축해진 머리를 넘긴다.


“그럼 뺑소니친 놈 죽여줘”


“차라리 로또 1등이 더 쉽겠네. 가능한 소원으로 빌어야 이루기 쉽잖아.”


“그럼 형이랑 바다에 갈까? 아까 보여준 바다 너무 예쁘더라 다시 거기 가자”

현준의 목소리를 듣는다. 멀리서 철썩대는 파도 소리가 자신의 귀를 간질인다.

“여기 햇볕 너무 세서 안 돼. 다른 데 찾아봐”


“안 돼 바다는 파래야 예쁘단 말이야.”


“알았어. 나 없다고 집 더럽히지 말고.”


“하여간 집 걱정해. 투어 잘 하고 와.”


말을 마치고 바로 끊어지는 전화가 아쉬워, 현준이 휴대폰을 바라 본다.


현준은 고개를 들어 유성우가 사라진 그 자리를 다시 바라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세차게 들어오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적신다. 제법 시원한 밤의 바다가 몸을 간질이며 달궈진 몸을 차갑게 식힌다. 언젠가, 태욱과 다시 온다면. 꽤 나쁘지 않은 듯하다. 현준은 가로등 밑에 등을 구부려 생각을 되짚는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태욱이 현지인 맛집을 가기 위해 자신을 급하게 이끄는 모습이, 바닷속에 뛰어 들어가 첨벙대며 물방개를 치는 모습들이 벌써 눈에 선하다. 언젠가, 라는 이름의 정해지지 않는 막연한 희망과 미약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사라진 유성우의 잔해들이 텅 빈 마음을 채운다.




다음 날 아침 매니저는 머리에 까치집이 된 채로 현준의 방문을 두드린다. 아직 달아나지 않은 잠기운에, 매니저는 다시 하품을 크게 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아침 맛있으면 알려줘”


현준은 온 옷을 정갈하게 입은 채로 일어서, 굳게 닫힌 준영의 방으로 걸어간다. 노크해도, 역시 돌아 오지 않는 소리에 현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간다.


스타일리스트가 모자를 쓴 스타일리스트가 직원에게 “스파이시 메뉴, 핫”이라고 말한다. 혀를 내밀고 침이 고인다는 듯-하. 하며. 현준이 옆으로 오자, 반갑게 인사한다.

“굿모닝. 잘 잤지?”



스크램블 에그를 현준이 천천히 먹는 사이, 스타일리스트는 수액을 보충하는 듯 똠양꿍을 빠르게 들이키고 나서는 자신이 할 쇼핑 리스트에 대해서 나열하기 시작한다.


“여기 근처에 재래식 장터가 있는데 거기에 옷들이 엄청 싸고, 여기는 젤네일이 싸고, 아 현준아. 너도 단 거 좋아하지? 여기 젤리 엄청 부드럽고 맛있대.”


탱커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침에도 숙취 없이 저렇게 쌩쌩하게 말을 하는 모습에 현준은 감탄한다. 스타일리스트의 초췌해진 얼굴과 다르게 눈빛이 광기가 서린 것처럼 잔뜩 빛난다. 흥을 못 이긴 손가락도 벌써 꼼지락거린다. 곧 그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모든 거리를 폭풍 질주할 것이 뻔하다.


“음···. 주시면 집에서 먹을게요.”

현준이 거절한다.


“그래. 당 딸릴 때 먹으면 아주 좋아.”


“시작하는 시간 좀 남았지? 택시 불러서 좀 나갔다 올래?”

스타일리스트가 말한다.


“진짜 체력 봐. 저는 숙소에서 좀 쉴게요.”


“그래. 여기서는 좀 쉬어. 내가 대신 구경 많이 하고 올게”


스타일리스트는 잠자리같은 선글라스에 챙이 큰 모자를 걸쳐 쓴다. 금세 자리를 정돈하고는 떠난다.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해지려는 무렵 직원이 다가온다.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핸드폰을 건넨다.


“미안하지만 사진은 안돼요. 아침이라 얼굴이 못생겼거든요. 대신에 잘 나온 사진에 사인해서 드릴게요. 대신 저갈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에요. 잠시라도 쉬고 싶거든요.”

현준이 해사하게 웃으며 말한다. 붉어진 직원을 뒤로하고, 현준은 종이에 익숙한 사인을 한다.






잔뜩 흐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진다. 만삼천석 정도 되는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세 시간이 넘도록 줄을 기다리고 서 있다. 엉덩이만 가릴 수 있는 방석을 펴고 앉아,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운다.


현준은 더 쓰라린 피부와 처지는 컨디션에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온몸에 바른 연고가 금방 동나자, 피부는 더욱 욱신거린다. 곧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에 현준과 준영은 밖을 바라본다..


“우기라서 비가 제법 많이 쏟아지네”

현준이 잔뜩 낀 먹구름을 보며 말한다.


“우리 공연할 수 있을까?”

준영이 묻는다.


“공연하다가 다치면 어떡해.”

매니저가 걱정한다.


“할 수 있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연습만이 살길! 현준아 우리 그럼 미끄러운 바닥에서 한번 연습해볼까?”

준영이 쪼그리고 앉아, 다리를 번갈아 스트레칭하며 말한다.


“미리 다칠 일 있어.”

현준이 반대한다.

“이따가 덜 미끄러질 수도 있잖아.”


“어차피 리허설 할 텐데?”

현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준영은 스트레칭을 계속한다.


“누나, 이따 비 오면 가죽 자켓이 무거울 거 같아”

준영이 말한다.


“티셔츠만 입으면 달라붙을 텐데 다른 거라도 좀 걸치자. ”

스타일리스트가 말하며, 행거에 걸린 옷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누나 그냥 안에만 입고할래.”

“그래 몸 좋아서 어떻게 입어도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비 많이 오면 안 하겠지”

벌써 요란하게 준비하는 준영이 못마땅한 현준은 훼방을 놓는다.


“누나. 이따 우리 화장 안 무너지게 잘해줄 거죠? 너구리 되면 안 돼”

준영이 말한다.


“당연하지. 그럼 옷들도 가벼운 거로 다 바꿔?”

스타일리스트가 화끈하게 말한다.


“그럼 더 좋지.”


“청바지 빼고, 나일론 바지로 급하게 바꿨어. 여분으로 넉넉하게 가져와서 다행이지. 혹시 사복으로 더 입힐까 봐”


“내가 이래서 누나 좋아한다니까”

준영이 말한다.


현준은 소파 걸이에 턱을 괴고 앉아 준영과 스타일리스트를 못마땅하게 바라본다. 조금씩 커지는 빗소리에 귀마저도 제법 예민해진다. 짙은 습도에 현준은 소파가 끈적이며 팔에 달라붙는 느낌이 소름이 끼치게 너무 싫다. 펼쳐진 종이들도 모두 물기를 머금어 흐느적거린다.


“준영아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해줘”


준영에게 현준이 말한다.


“지금 이미 파워야 별로 안 더운데”


“꿉꿉하잖아”


현준은 약을 먹기 위해 컵으로 손을 뻗는다. 현준은 팔에서 손까지 짙게 펴진 열꽃이 눈에 보이자, 한층 더 불쾌해진다.


“매니저님 비가 더 오는데, 리허설 그대로 하는 거야?”


“아까 한다고 하던데. 30분 지나면 금방 그친대”


“비가 더 많이 오잖아. 물어보고 와요.”

현준이 매니저를 보챈다.


“방금 물어보고 왔는데”

매니저가 느리게 말한다.


“방금 언제. 우리 도착했을 때?”

현준이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 묻는다.


“아니 진짜 방금”


“그러니까 방금이 언제냐고”

현준의 독촉에 때마침, 문이 열린다.


“비 그치면 리허설 시작합니다. 우선 쉬고 계세요”

등장한 구원자에 매니저는 쿵쾅거리는 작은 심장을 부여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좀 더 사고 오는 건데”

스타일리스트가 아쉬워한다.


“너도 피곤할 텐데, 좀 앉아서 쉬어”

스타일리스트가 위로의 의미로 매니저의 등을 두드린다.


“누나 그러다 캐리어 터져”

준영이 일부러 더 밝게 웃으며 말한다. 시선이 가끔 이유없이 저기압인 현준을 살핀다.


매니저가 전화를 받더니 현준과 준영에게 말한다.

“리허설 하러 나오래.”


“비 그친 거지?”

현준이 매니저에게 묻는다.


“그건 아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우비 입고 카메라 리허설한대.”


“아까는!”

짜증이 섞인 현준의 첫마디에


“늦겠네. 빨리 올라가자.”

준영이 황급히 현준의 등을 앞으로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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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새봄(1) 24.05.27 13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5 0 9쪽
31 31. 피(5) 24.05.24 14 0 11쪽
30 30. 피(4) 24.05.23 13 0 9쪽
29 29. 피(3) 24.05.22 12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2 0 9쪽
26 26. 비가 와서(2) 24.05.19 14 0 10쪽
» 25. 비가 와서(1) 24.05.18 15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9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1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8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10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10 0 11쪽
15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7 0 10쪽
13 13. 촬영 24.05.12 8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8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10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8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4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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