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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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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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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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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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비가 와서(2)

DUMMY

무대 위는 방금 비가 그친 듯 물기가 남아 여전히 미끄럽다. 여전히 어둑한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언제든지 비가 다시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현준은 귀찮음이 덕지덕지 붙은 인형처럼 팔다리만 겨우 까닥인 채 자리를 움직인다. 물기 위에서도 준영은 마치 자유롭게 유영을 하듯, 모든 안무를 힘차게 소화한다.


리허설을 무사히 마치고 복귀한 준영은 쉴새 없이 핸드폰을 한다. 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비가 다시 세차게 쏟아진다. 매니저는 방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아이돌들을 바라본다. 아이돌들은 비를 잔뜩 맞아, 생쥐 꼴이 되어 있다. 몇몇은 넘어졌는지 엉덩이가 흠뻑 젖어 있다. 매니저는 방안으로 들어와 안대를 쓰고 누워있는 현준을 바라본다. 고민하며 입을 들썩이다 준영에게만 다가가 조용히 속삭인다.


“준영아, 밖에 다시 비가 많이 와”


“또 와?”

준영이 목청이 터지도록 크게 말한다. 매니저는 준영의 큰 목소리에 현준을 바라본다.


“엉”


“목소리 좀 낮춰. 귀 아파”

현준이 안대를 벗지 않고 투덜댄다.


“누나 우리 픽서 좀 더 뿌려줘”

준영이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큰 목소리로 말한다. 현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안대를 벗자, 매니저는 조용히 눈을 아래로 내린다.


준영은 다시 화장을 받으며, 핸드폰을 뒤적이다, 빌보드 핫100에 루키즈의 곡이 99위에 랭크되어 있다. 준영이 메이크업을 끝내고 현준에게 달려가 현준을 품에 와락 안는다.


“와!!!대박!!!!”


“너는 이성이 가출했냐? 왜케 소리를 꽥 질러”

참지 못한 현준이 화를 낸다. 현준은 커다란 악력에 숨이 턱하니 막힌다. 현준은 준영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쭌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갔어. 99위래!!!”


“FEVER야?”




“아니 파라다이스. 대표가 밀었던 곡.”


“그래 나는 운이 좋다니까. 오늘 비가 많이 오니까 이렇게 좋은 소식도 들리잖아”

준영이 씩씩하게 말한다.


“개뿔. 그런데 왜 유명해진 거야?”


“너무 행복하지 않아? 우리에게도 기적이 아직 남아 있나 봐”


준영이 답한다. 준영이 핸드폰을 켜고 바로 버블에 글을 올린다.

“여러분 저희가 빌보드 100안에 들어갔대요.”


“아니 다이아 없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다이아 보고 싶어서 당장 달려왔어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무대 빨리 마무리하고 올게요.”


“아 참 끝나고 감사 브이 앱 꼭 올릴 거니까 다들 시청 필수!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라뷰라뷰“


버블을 마친 준영이 뿌듯한 미소로 현준을 바라본다. 준영은 저 표정이 자신에게 곧 귀찮은 일이 생길 거라는 것을 잘 안다. 아마도, 팬들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안무 연습을 더 하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역시나, 준영이 말한다.


“후 이번에 진짜 제대로 빡세게 하는거야. 쭌. 우리 연습 한 번 더 할까?”

“우리 충분히 피곤한데.”

“한 번만 더 안무 틀리면 안 된다고.“

”화장 지워져“

”지금 비 와서 춤추기 빡세다니까!“


”자 이제 밖에서 대기할게요. “


안내에 따라 복도를 오가자, 비에 젖은 아이돌들이 휴게실로 들어온다. 자신들을 보며 허리를 접어 꾸벅 인사한다. 무대 뒤로 다가가자, 빗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진다. 루키즈를 소개하는 오프닝 영상이 시작되자, 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지는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진다. 현준은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빨리 비가 그치길 기도한다.


“저 함성소리가 들리지?”

“다 저 팬분들 덕분이야.”

“우리 이번에도 화이팅 하자”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처럼 준영은 쏟아지는 빗속으로 달려간다. 현준이 인이어를 끼고 뒤를 따라간다. 노래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는 응원봉 불빛이 반짝인다.


음악 소리와 빗소리와 관객 소리가 뒤섞여, 미끄러운 바닥 위를 움직일 때마다, 현준은 다리에 힘을 주고 살금살금 움직인다. 초반부터 발이 물기에 미끄러질 뻔하다 균형이 잡힌다. 현준은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린다.


쏟아지는 비에도 준영은 보통 때처럼 파워풀하게 춤을 춘다. 준영은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 보며, 소리친다.


“자카르타! 소리 질러!”

빗속을 뚫고 다시 팬들의 함성이 떠나갈 듯이 울려 퍼진다. 준영은 그 소리가 제법 좋은지 함박웃음을 잃지 않으며 힘있게 춤을 춘다. 따가운 햇볕을 금방이라도 잃게 해줄 듯 차가운 비가 바지와 옷을 잔뜩 적시며 몸의 열기를 식힌다.


계속 비가 얼굴에 쏟아진다. 현준은 쏟아지는 얼굴 위의 빗물을 피하고자 조금씩 얼굴을 아래로 내린다. 턱 끝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운동화도 물이 먹은 듯 발 안까지 축축해진다.


‘제기랄’

옆의 준영은 방긋 웃으며 악조건 속에서도 완벽하게 춤을 춘다. 자신이 준비한 포즈와 표정을 똑같이 하며, 카메라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 여유도 보여준다. 준영이 현준을 보자 심각하게 바뀐다.


‘현준아?’

현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위로 뻗는다. 자켓 사이로 스며들어 간 빗물이 팔을 따라 온몸으로 흘러들어 온다. 빗소리에 앰프 소리는 더욱 웅웅 대며 현준의 귀를 파고든다. 현준은 눈을 계속 깜빡이며 자신의 파트를 끝낸다.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고 준영을 바라본다.


준영의 마이크 소리가 물을 먹었는지 조금씩 소리가 줄어든다. 노래의 클라이막스를 앞두로 준영의 마이크가 고장이 난다. 약하게 깔아둔 AR 소리가 작게 나자, 준영이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다.


“새빨간 꽃이 피어올라도”

준영이 목청이 찢어질 듯 소리를 질러도 쏟아지는 빗소리에 들리지 않는다. 현준은 당황한 준영을 눈으로 살핀다.


스태프가 마이크를 가지고 올라오자, 준영은 급하게 마이크를 빼앗듯이 가져간다.


“차가운 손과 몸

네가 없이는 나는 살 수 없어”

준영이 새로운 마이크로 부른다. 다시 마이크 속으로 준영의 큰 성량이 고스란하게 들린다. 환하게 웃으며, 준영은 눈앞에 서 있는 우비 입은 관객들을 바라본다.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더 크게 움직이며, 쏟아지는 빗속에서 독주를 펼친다.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비에 조금씩 웅덩이가 차오른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신발 안으로 튀겨서 들어가는 빗방울, 이제는 흠뻑 젖어버린 옷들이 바지에 달라붙어도 무감각하다. 이제 준영의 독주만 남아 있다. 점프를 크게 하고, 클라이맥스를 부르면, 이제 끝이다. 현준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안심하며 뒤로 빠진다.


‘설마 오늘 같은 날에 뛰는 건 아니겠지’

빌보드 핫100 진입한 날이어서인지, 세찬 비도 준영의 열기를 꺾지 못한다. 준영은 슬슬 도약하려는 듯 미리 힘차게 발을 움직인다.


준영이 현준과 눈이 마주친다.

현준은 얼굴을 좌우로 흔든다.

’뛰지 마‘


준영은 걱정스러운 현준을 비웃듯이 활짝 웃으며, 힘차게 발돋움을 한다. 두 발이 공중위로 떠오른다. 무릎을 크게 접은 그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제자리도 착지하자, 현준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엔딩 포즈를 위해 서로 이동한다. 잠시 준영이 발이 물웅덩이에 발이 삐끗해 몸이 앞으로 기운다, 준영은 균형을 다시 잡고 마지막 포즈를 마무리한다.


음악이 끝나고 떠내려 갈 것 같은 함성이 들리자, 준영이 뿌듯해한다.

“오늘 제대로 샤워했네”

“화장 지워졌어?”

끝나고 무대로 돌아가는 길에 준영은 시원하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그대로야!”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준영이 다리를 조금씩 전다.

“다쳤어?”

“아니 괜찮아. 잠깐 삐끗한 건데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 같아. 오늘 진짜 대박이지 않아?”

준영이 현준의 어깨를 토닥인다. 계속 심해지는 비에 루키즈를 마지막으로 공연이 취소된다. 현준은 우리 때도 공연이 취소되어야 했다며 투덜대다가, 준영의 표정을 보고는 곧장 조용해진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공항으로 달려가는 밴 안에서 준영은 아직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듯 눈빛이 반짝거린다. 이미 피곤함이 달라붙어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현준을 흔들어 깨운다. 준영이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는 흔든다.


“다이아 안녕”


“우리 지금 막 콘서트 끝났어요. 오늘 정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잠 못 이룰 거 같아요.”

“피곤해 보인다고요? 아니 그럴 리가 기분 탓이에요.”

“여러분들은 꼭 잠 잘 자요. 현준아, 너도 감사 인사 좀 해 봐”

준영이 화면을 현준으로 튼다.


“고마워요. 여러분. 어쩌면 이미 받았어야 하는 건데, 이제야 받았네요. 역시 저희 매력은 한국이 품기에는 좀 좁죠? ”

현준이 답한다. 공항으로 밴이 도착하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준영이 말한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줄게요. 그럼 저희는 이제 다시 여러분 보러 한국으로 돌아갈게요. 안녕”



밴에서 내리자, 다시 수많은 인파로 가득하다. 쏟아지는 플래시 라이트를 뒤로하고, 다시 들어간다. 인파들 사이로 들어가. 발을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에 경호원이 움직이는 대로 느리게 걸어간다. 건네지는 수많은 꽃과 인형들을 준영은 받아서 들어온다. 기분이 좋은 듯 주변의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악수도 틈틈이 한다.


“빨리 가”

“오늘, 이 밤,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단 말이야.”

금세 빈 자리로 사람들이 들어앉아, 다시 저 멀리 인파들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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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새봄(1) 24.05.27 13 0 10쪽
33 33. 피닉스(2) 24.05.26 12 0 8쪽
32 32. 피닉스(1) 24.05.25 15 0 9쪽
31 31. 피(5) 24.05.24 14 0 11쪽
30 30. 피(4) 24.05.23 13 0 9쪽
29 29. 피(3) 24.05.22 12 0 8쪽
28 28. 피(2) 24.05.21 13 0 11쪽
27 27. 피(1) 24.05.20 12 0 9쪽
» 26. 비가 와서(2) 24.05.19 14 0 10쪽
25 25. 비가 와서(1) 24.05.18 14 0 10쪽
24 24. 대표의 꿈(5) 24.05.18 11 0 11쪽
23 23. 대표의 꿈(4) 24.05.17 9 0 9쪽
22 22. 대표의 꿈(3) 24.05.17 9 0 10쪽
21 21. 대표의 꿈(2) 24.05.16 11 0 8쪽
20 20. 대표의 꿈(1) 24.05.16 11 0 10쪽
19 19. 우리 자기 24.05.15 13 0 14쪽
18 18. 서프라이즈(2) +1 24.05.15 8 1 12쪽
17 17. 서프라이즈(1) 24.05.14 10 0 9쪽
16 16. 쇼케이스 24.05.14 10 0 11쪽
15 15. FEVER 24.05.13 8 0 10쪽
14 14. 달빛 산책 24.05.13 7 0 10쪽
13 13. 촬영 24.05.12 8 0 9쪽
12 12. 컨셉회의 24.05.12 8 0 9쪽
11 11. 구내식당 24.05.11 14 0 12쪽
10 10. 회상 24.05.11 9 0 11쪽
9 9. 알레르기 24.05.10 18 0 11쪽
8 8. 닭 대신 꿩(2) 24.05.10 12 0 13쪽
7 7. 닭 대신 꿩(1) 24.05.09 14 0 11쪽
6 6. 틈 24.05.09 23 0 11쪽
5 5. 외출(2) 24.05.08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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