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뱀파이어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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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박아설
작품등록일 :
2024.05.08 23:18
최근연재일 :
2024.09.18 18:15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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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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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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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스카프

DUMMY

새봄은 현준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따로 보정을 하지 않아도 투명하고 하얀 피부가 드러나, 오히려 이목구비가 더 귀공자 같은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의 눈빛이 날렵하게 보여 서늘해 보이는 게 그의 매력 포인트인 세련미가 원래부터 타고 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와 어디서 봤어?’

‘와 나도 실제로 보고 싶다ㅠㅠ’

‘현준 바깥 활동 잘 안 하는데 다른 사람 아냐?’


올리자마자 댓글들이 달리자, 새봄은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안녕하세요. 황룡교 근처에서 다리 다쳤던 새봄이에요! 응급치료 해주셔서 지금은 다리가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는데 친구들이 정말 부러워하네요. 감사합니다~”현준이 보내라고 했다고 위안하며, 자신의 스토리를 캡처해 현준에게도 디엠을 보낸다.


핸드폰을 껐다가도, 오지 않는 답장에 괜히 현준의 인스타를 구경한다.


인스타 안에는 현준의 완벽한 모습들도 가득하다. 유독 화보들 사진이나 콘서트 사진이 많다. 화려한 태슬이 들어간 원색 의상을 입은 콘서트 사진, 머리가 살짝 헝클어지며,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사진, 장난스럽고 상큼한 모습의 화보. 제법 돌판에서 인기가 많았던 사진들이 어김없이 올라와 있다.


미술관의 어두운 조명 아래 전시회를 감상하고 있는 사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사진, 밝게 빛나는 테라스의 조명 사이로 나른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 제법 재킷을 걸치고 한 손을 바지 안에 넣은 그의 모습을 보며, 새봄은 꾸미지 않은 현준이 떠오른다.


‘훨씬 실물로 보는 게 더 매력적인데.’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보고만 있어도 새봄은 심장이 떨리는 것 같았다. 특히, 저 나른하게 웃는 입꼬리를 말이다.



알람이 울린다.


”피도 많이 흘려서 많이 아플까 걱정했는데 너무 잘 됐다.“


갑작스러운 현준의 답장에 새봄의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두근두근 은영이 없어서 자랑할 사람이 없다는 게 새삼 아쉬웠다. 아마 옆에 있었으면 핸드폰을 뺏어서 바로 주접스러운 답장을 보냈을 것이다.


코끝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현준과 눈이 마주쳤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 심장이 뛰는 것 같다. 친절한 현준의 디엠을 다시 보며, 자신의 인스타를 대대손손 간직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그런데 연하늘색 스카프 잃어버렸어요?”


아, 안 그래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찾고 있었는데, 그때 떨어뜨렸나 보다.


“네 맞아요!”


“집이 어디야?”


“아파트 106동 1704호에요! 반값 택배로 보내주시면 돼요.”


”응 고마워,“


”아니에요. 안 그래도 엄청나게 아끼던 스카프라서 찾고 있었거든요ㅠㅠ오빠 정말 고마워요. 진짜 친구였으면 밥이라도 사는 건데 정말 은혜 있지 않을게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새봄은 갑작스러운 행운에 감지덕지했다. 우선 현준과 연락을 더 하는 게 어디냐며, 현준이 손이 닿았으니 스카프가 깨끗하면 빨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집에 있어?“

예상치 못한 디엠이 날아왔다.


”네“


”6시에 앞으로 나와“


이렇게 친절한 연예인이 있을까.



인스타 속에 올라간 B컷 사진에서 입꼬리가 내려간 현준은 제법 진지하고 서늘해 보인다.



**



잔뜩 꾸민 새봄이 아파트 정문에 나와 있다. 하얗고 앳된 얼굴과 상반되는 길고 하얀 팔다리가 여성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동그란 이마를 따라 내려오는 부드러운 눈매와 콧방울, 도톰한 입술 등이 지나가는 시선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들을 훑여 본다. 부자 아파트답게 고급차들이 줄을 지어 지나간다. 까맣게 썬팅을 한 값비싼 외제차 세단이 속도를 늦춘다. 차의 창문이 열린다. 내러간 창문 사이로 잔뜩 꾸민 현준이 보인다.


“타.”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채로 현준이 올려다 본다.


“네?”


“밥 사준다며.”


‘무슨 상황이지?’


“네?”


말을 잇지 못하는 새봄을 바라보며 현준이 싱긋 웃는다.


”사람들 오겠다.“


‘내가 밥을 사준다고 말했나···. 정말 많이 고맙다고 돌려 말한 건데 그걸 곧이곧대로 들을 수 있는 건가···. 그나저나 내 스카프는 가지고 온 거겠지···.’

새봄은 이따금 옆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새봄은 앞만을 바라보고 있다.


항상 예약하기 어렵다는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한다. 문이 열리자, 화려한 조명이 어두운 식당을 조금씩 밝혀준다. 조용하게 울리는 클래식과 띄엄띄엄 앉은 자리들이 보인다. 정장을 입은 직원의 안내를 따라 자리를 안내받는다.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들을 배경으로 한 채 현준이 익숙한 자리에 앉는다.


자리마다 작은 생화들과 조명들이 사람들의 얼굴들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하나같이 훈남 훈녀, 가족끼리 앉아, 소소하고 느리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변에 사람들인 현준 옆에 있는 새봄을 쳐다보며 의외의 표정을 잠깐 짓다가 다시 예의 미소를 짓는다. 서로 얼굴을 아는 듯 직원과 현준은 서로 목례를 한다.



현준과 같이 있다는 설렘도 잠시, 가격이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새봄은 입이 마르고 침을 꼴깍 삼킨다. 아빠 카드를 써야겠다며, 아빠에게 어떻게 둘러서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이 든다. 아빠가 문자를 확인하면 안 되는데···. 라고 속으로 생각할 때쯤 현준이 묻는다.


”음식 뭐 먹을까?“


현준은 새봄이 메뉴판을 찬찬히 살피며 당황한 모습이 제법 귀엽다고 생각했다.


“음···. 저 샐러드요!”

“샐러드 좋아해요?”

“다이어트 하고 있어요!”

“말랐는데?”


“네 다이어트는 365일 해야죠.”

작은 눈이 당황함에 동그랗게 커진 것 같다. 현준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먹고 싶은 거 먹어. 내가 살게요.“

사진에서 본 것처럼 입꼬리가 나른해 진건가 싶다가 현준과 눈동자가 마주치자, 새봄은 다시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저 얼굴을 계속 보다 보면 자기 전에도 얼굴이 떠오를 것 같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주위가 더워지는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 스테이크 먹을래요? 괜찮게 하는 것 같더라고.“


현준은 메뉴판을 펼쳐 보지 않고 말을 한다.


”스테이크 레어 하나 미디움 하나 주세요.“


현준과 눈이 마주친 직원 얼굴이 붉어진다.



”정말 감사해요! 다리도 잔뜩 삐어서 119에 전화하려고 했거든요. 정말 생명의 은인이에요.“


”생명의 은인이라니. 칭찬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거기 택시도 안 잡히잖아요. 인스타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엄청나게 부러워하더라고요. 실물이 더 잘생겼다고, 어디서 봤냐고 그러더···.”


가니쉬가 예쁘게 곁들여 나온 스테이크 아래로 핏물이 흥건하게 배어 나온다.


“장소는 우리만의 비밀로 할까?”

꿀과 같은 달콤한 목소리에 새봄은 귀가 녹아들 것 같다.



“네 좋아요. 안 그래도 친구들도 자주 갈 것 같아서 말 안 했어요. 근데 정말 실물이 훨씬 매력적이신 것 같아요. 화면에서 더 못생기게 나오면 억울하지 않아요?”



현준이 스테이크를 썰며 빙긋 웃는다. 작지만 날카로운 칼에 스테이크가 한 꺼풀 조각 벗겨진다. 찰나의 순간도 감미롭다.



“글쎄. 잘생기게 봐줘서 고맙네. 요즘에는 뭐 하고 지내?”


“공부하느라 정신없어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바쁘네요.”


음료수를 마시던 현준의 나른한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진다. 눈빛이 차가워진다.


“고등학생이구나. 내년이면 성인이네.”


잘린 스테이크는 신선한 듯 제법 선홍색으로 붉게 물들었다.



“부모님이 정말 뿌듯해하겠다.”


“아직 실감이 안 나는걸요. 대학교 어디 갈지도 안 정해졌는데.”


칭찬에 부끄러워진 새봄은 일부러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게. 참 지나고 보면 별 게 아닌데. 의미 부여를 너무 많이 해, 인간은. 죽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무의식적으로 나른한 말들 사이로 현준은 목이 꽤 마르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피의 감각에 혀끝이 달콤하다. 현준의 시선은 계속 새봄의 움직임을 좇는다.


“그래도 부모님이나 선생님들도 강조를 많이 하시잖아요. 저도 잘하고 싶고요.”


“나도 대학교 안 갔는데. 걱정하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얼마 남지 않은 10대를 즐기는 건 어때?”


혀로 입술을 축인 현준이 입을 벌리고, 두꺼운 목울대가 울린다.


“네 이제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나면 제대로 놀아야죠. 참으려고요.”


“수능이 언제더라?”


새봄의 손가락 끝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다. 현준의 입으로 가지런히 썬 붉은 스테이크가 들어간다.


“11월 14일이요.”


“금방이구나. 너무 공부만 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을 때는 제대로 쉬고. 그런데···.”


“피부가 정말 하얗구나”


해사하게 웃은 미소 사이로 현준의 긴 송곳니가 반짝인다. 얇고 창백한 입술과 반대되어 현준의 모습이 더욱 요염하게 보인다. 그 입안에 있는 붉음에 자신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남자친구는 있어?”


현준의 입술에 무의식적으로 뺏기던 새봄의 시선을 느낀 현준은 승자의 여유, 맹수처럼 봄을 바라보며 나른한 미소를 짓는다.


“아니요. 지금은 없어요.”


“아 예전에는 있었고?”

스테이크를 썰던 칼이 멈추고, 그사이에 붉은 피가 더 새어 나온다.


“네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공부해야죠”

내 연애사에 관심을 가진 거지? 새봄은 현준의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하며 제법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그러게. 인생 잘 즐기고 살고 있구나. ”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무력해질 만큼 온 신경이 애꿎은 손끝으로 가 있었다. 그의 시선이 따라가는 곳의 감각들이 솟구쳤다. 현준이 응원을 했던 것 같은데···.



“네 열심히 공부해볼게요. 기운이 날 것 같아요!”


현준이 알게 모르게 싱그럽게 웃는다. 옆에 있던 쇼핑백을 건네주는 손가락이 새하얗고 가녀리다. 쇼핑백을 맞잡으며 두 손가락이 엇갈린다.


“응 공부 열심히 하고. 여기. 많이 더러워졌길래 드라이 맡겼어.”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라고 사라진 현준의 차 뒤로 새봄이 생각했다.


‘디엠으로 보내라는 건가? 급할 때는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 건데. 핸드폰 번호는 안 알려줬잖아.’


디엠으로 하면서 다시 마주칠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궁리하며 발걸음을 돌이킨다. 스쳐 지나가던 현준의 차가운 기운이 자신의 손가락에 전해져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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