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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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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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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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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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끼

DUMMY

지한은 풀이 죽은 정현을 쳐다보았다.


“한 피디님도 이 일을 알고 계셨나요? 제 말은 친구 동생이 대리운전과 관련해 비난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지한의 질문에 정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아버지 사업 자금을 빌려줄 때 형에게서 돈을 부탁했어. 그러면서 대리운전과 뺑소니 이야기를 했어. 그때 형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 너무 놀랐어. 형도 그렇게나 분노할 수 있구나 싶어서. 형은 내게 자수하라고 했어. 나는 형에게 매달렸어. 이대로 배우 커리어를 끝내고 싶지 않다고. 내 잘못은 다른 방식으로 갚으면 안 되겠냐고 했어. 결국 형이 내 말을 들어줬어. 형은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내치지 않거든.”


정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형은 친구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어 했어. 하지만 친구는 영화에 관심 없었기에 관련 일자리를 거절했어.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온 거야. 이 문제는 우리 형제의 아킬레스 건이나 마찬가지야......”

“그렇겠죠.”


지한의 말투에서 비난의 뉘앙스를 느끼고 정현은 무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것을 보고 정현은 여전히 이 문제를 피하고 싶기만 한 심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한은 정현에게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되도록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진성은 어떤 방식으로 정현 형제와 관련된 문제를 알아냈겠지. 이 일이 예지의 스타일리스트가 형섭에게 전하려고 했던 거야. 문제는 왜 지금이냐는 거지. 정현은 물론 한 피디와도 같이 일하기를 원했던 입장이니 이 카드를 이 시점에 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진성은 왜 정현뿐만 아니라 한 피디마저 공격하는 거지?’


지한은 이제 자신과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정현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혹시 한 배우님이나 한 피디님이 FN과 문제가 생긴 게 있습니까?”


지한의 질문에 정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FN과 문제? 아니, 없는데.”


정현은 지한이 질문한 의도를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래요?”


지한은 의문스럽다는 듯이 눈을 굴리다 자신 옆에 앉은 기수를 쳐다보았다. 기수는 정현이 한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이 파리해 있었다.


“기수 씨, 괜찮아요?”


지한은 기수가 걱정되어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기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수를 보는 동안 정현이 주위 사람들에게 거만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은 물론 오랫동안 곁에서 일해온 기수에게 정현이 갑질을 해온 것은 사실이었다. 더구나 기수는 마음이 약해 부당한 대우를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다. 지한은 복잡한 얼굴로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정현에게로 눈을 돌렸다.


‘한 피디도 그렇지. 아무리 동생이 좋아도 너무 오냐오냐 했다니까.’


지한은 정현에게서 시선을 떼서 진성의 목적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진성은 한 피디와 일하기를 원했지. 그것을 위해 이미 FN 소속인 정현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한 피디와 일하게 된 지금 진성은 왜 일을 꾸미는 거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됐는데..... 그러고 보니 정현의 과거 범죄를 소속사에서 막아준다고 했지? 진성은 정현을 협박하고 소속사는 정현을 보호하는 건가?’


지한은 무언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다.


‘가만..... 협박이라면? 이 일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정현이 타격을 입지. 정현뿐 아니라 한 피디도 비난을 피할 수 없어. 예지의 스타일리스트는 분명 이 일을 진성이 한 피디를 낚는 재료로 쓴다고 했어. 이 비밀을 지켜줄 테니 FN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 무언의 압박을 줄 수도 있지. 정현이 FN에 족쇄가 채워진다면 한 피디도 FN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지. 하나의 문제로 두 사람을 낚을 수 있긴 하지. 그렇게 따진다면 정현의 친구 동생이라는 사람이 너무도 타이밍 좋게 과거 일을 꺼냈어...... 진성의 사람들이 먼저 접촉했을 가능성이 커.’


지한이 말없이 앉아 있자 정현이 지한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유 작가, 나 드라마에 나가지 못하겠지......?”


지한과 눈이 마주치자 정현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소속사에서는 이번 일 신경쓰지 말고 드라마에 나가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내 문제잖아. 그러니 형과 유작가 그리고 기수가 피해를 볼 이유가 없지. 내가 책임질 일이라는 건 알지만...... 이번 역할 정말로 하고 싶었기에 미련이 남아서......”


정현의 과거 일을 지한이 판단할 수 없었다. 죄를 대신하겠다고 나선 정현의 친구 역시 죄를 지은 것이다. 그리고 죄를 대신한 대가를 받았다. 즉, 정현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이 일은 한 배우님만 잘못한 건 아닙니다. 한 피디님 역시 책임이 있습니다. 한 배우님이 자수하도록 한 피디님이 설득하지 못한 책임요.”


지한의 말에 정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형의 위상을 아는 그로서는 지한이 한 피디의 책임을 이야기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FN에서 한 피디에게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기에 더 그랬다. 정현은 지한의 지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화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형은 아무 잘못 없어. 사고가 있은 지 한참 후에야 알았고 내게 자수하라고 한 적도 있어. 나도 그렇지만 친구가 오히려 내가 자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 형에게 그러지 말라고 직접 말하기까지 했다니까. 뺑소니 전과가 위증죄 같은 걸로 변할 뿐이라면서. 친구는 다시 감옥 가기 싫다고 했어. 그래서 형이 이 일을 다시 문제 삼지 않았던 거야.”


정현의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높아졌다. 정현은 자신의 과거 잘못 때문에 한 피디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한이 입을 다물고 지그시 쳐다보자 정현은 다시 몸을 움츠렸다.


“아, 아니, 유 작가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잘못한 거긴 하지만.....”


정현은 지한의 눈치를 살피더니 목울대를 크게 움직일 정도로 침을 삼켰다.


“그, 그런데 왜 이제야 친구 동생이 과거 문제를 들춘 건지 모르겠어......”


조금 전과 반대로 정현의 목소리가 갈수록 작아졌다. 지한은 날카로운 시선을 거둬들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저는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 하겠습니다. 물론......”


지한은 미소를 지으며 기수를 쳐다보았다.


“기수 씨도 자신이 맡은 역할 연습을 계속할 거라 생각합니다. 한 배우님이 말한대로 ‘그 일’ 때문에 주변 사람이 더 이상 피해를 볼 수 없으니까요.”


그 말에 기수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한 배우님에게 닥친 문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지한이 딱 잘라 말하자 정현은 아무말 못하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현이 수긍하는 것을 본 뒤 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배우님,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도 연락주세요. 어쨌든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

“알았어, 유 작가.”


지한이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향하자 기수가 잠시 망설이다 지한의 뒤를 따라갔다.


“유 작가님.”


기수가 부르는 소리에 지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기수가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이번 일이 생기고 저는 솔직히 드라마를 못하나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이 저에게 드라마 연습하는 것을 못박아 주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그러다 너무 자신만 생각한 것 같아 기수는 급히 덧붙였다.


“물론 한 배우님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지한은 마음 약한 기수가 오해하지 않도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수 씨, 이번 일은 기수 씨에게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기수 씨는 기수 씨의 일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지한은 목소리를 더욱 낮춰 이어 말했다.


“한 피디의 성격상 이번 드라마에 한 배우님이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한 배우님도 과거의 일을 뉘우치는 눈치였고요. 공소시효가 지나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한 배우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이번에 덮고 넘어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계속 발목이 잡힐 테니까요. 어쩌면 한 배우님이 먼저 드라마에 빠지겠다고 나올지도 모릅니다. 지금이야 미련이 많이 남은 듯 보이지만요. 그런 일이 생겨도 기수 씨는 흔들리지 마세요.”


기수는 지한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 이제야 마음이 놓인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한이 정현의 집안에 발을 들인 뒤 기수가 처음으로 웃음을 보인 순간이었다.


*


집으로 돌아온 지한은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영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시나리오가 빛난 뒤 눈앞에 영상이 나타나자 지한은 형사 캐릭터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전까지 형사 캐릭터는 정현이었다. 하지만 정현의 모습이 사라지고 특정적이지 않게 흐릿한 형상만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형사 역을 둘러쌌던 빛도 사라지고 없었다. 연쇄살인범 역은 기수의 모습으로 전과 같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영상화가 끝난 뒤 지한은 이번 일에 얽힌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한 가지 알 수 없는 일이 있어. 진성은 어떻게 정현의 과거를 알아낸 거지? 처음에는 정현의 친구 동생이 기획사로 연락해서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타이밍이 좋아. 진성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던 미끼가 나온 것은 단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뭐가 석연치가 않아. 예지에게처럼 자기 쪽 사람을 붙여 감시하다가 알게 된 사실일까? 하지만 문제가 터지고도 기수에게 비밀로 한 걸로 봐서 정현이 먼저 이 일을 입에 올린 것 같지 않은데......’


지한은 진성의 상황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이쪽에도 현주와 같은 인물이 필요해. 진성의 상황을 전해줄.....’


곰곰이 생각하던 지한의 머릿속에 형섭이 떠올랐다. 현주가 진성의 지시를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형섭을 통해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더구나 자신은 형섭에게 미리 뿌려놓은 미끼가 있었다. 현주가 당분간 자신과 한 피디와 떨어져 있으라고 했지만 그 허영심 강한 인물이 쉽게 좋은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지한은 형섭의 명함을 꺼낸 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 번을 넘기지 않고 형섭이 전화를 받았다. 지한은 형섭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현주의 당부를 마음에 두고 있었으면 이렇게 빠르게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을 거니까.


“안녕하세요, 유 작가님.”


형섭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느껴졌다. 지한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형섭 씨, 형사 역으로 형섭 씨와 의논할 일이 있어서요. 내일 만날 수 있을까요? 점심이라도 같이 하고 싶은데. 좀 의논하고 싶은 것도 있고요.”

“의논요? 제가 의논할 대상이 되나요?”

“당연하죠. 형섭 씨도 드라마에 나가기로 한 이상 배우나 마찬가집니다. 당연히 드라마와 관련해 중요한 일이 생기면 형섭 씨와도 의논을 해야죠.”

“그렇습니까?”


지한은 수화기 너머로 들뜬 형섭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가님, 저 내일 어디로 가면 됩니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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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함정 24.07.2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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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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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끼 24.06.29 38 1 12쪽
39 미끼 24.06.28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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