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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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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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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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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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권 회장

DUMMY

토요일 오후에 명훈은 병지와 함께 지한과 약속한 장소로 차를 몰고 왔다. 병지는 차가 멈춰서자 뒷좌석 문을 열고 지한에게 타라고 손짓했다. 병지는 남색 정장을 단정히 입고 머리도 모범생처럼 빗어 내린 상태였다. 지한은 차에 타서 먼저 명훈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김 이사님.”

“그동안 별일 없었어요, 유 작가?”


명훈은 지한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예, 별일 없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별일 없었어요, 삼촌.”


지한이 대답을 마치기 무섭게 병지가 끼어들었다. 그 대답으로도 병지가 명훈의 지시를 받고 될 수 있는 한 지한 옆을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훈의 눈 역할을 하는 병지를 옆에 두고 있는 지한을 진성이 마음대로 하기 껄끄러울 것이다. 명훈의 판단대로 진성이 지한에게 어떤 액션을 취한 일은 아직 없었다.


지한은 명훈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병지가 너무 붙어 있으려고 해서 오히려 자신의 행동에 태클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한은 안전한 새장 속에서 보호받고 싶은 마음을 전혀 없었다.


지한은 다시 병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멋지네요. 가끔 회사에서도 이런 모습이면 좋을 텐데.”


지한은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병지의 표정은 여전히 뻣뻣이 굳은 그대로였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병지가 길수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 지한 씨, FN 창업주라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명훈은 병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피식 웃었다.


“긴장은 네가 했지. 유 작가는......”


명훈은 지한을 다시 돌아보았다.


“전혀 긴장을 안 했는데.”


지한은 여전히 자신을 살피는 듯한 명훈과 시선을 당당히 마주쳤다.


“제가 그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아직 긴장하지 않은 걸 수도 있습니다.”


지한의 말에 명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느꼈지만 유 작가는 담이 세네요.”


그 말에 병지는 지한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명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더욱 주눅이 든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거의 반 시간을 달린 끝에 차는 고급 주택가로 들어섰다. 운전기사는 기본적으로 백 평 이상인 집들 사이에서도 넓고 호화로운 집 주차장에 차를 댔다. 차에서 내리던 명훈은 옆에 미리 주차된 차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 차는 권 작가의 차인데...... 권 작가가 무슨 일이지? 약속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지한은 차에서 내리다 명훈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 명훈과 눈이 마주쳤다. 명훈은 곤란한 듯 망설이다 지한에게 말했다.


“유 작가, 미안해요. 아직 권 작가를 보기 힘들 텐데. 더구나 이런 장소에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명훈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 표정을 보고 지한은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명훈은 분명 자신의 주변에 여전히 진성의 사람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을 것이다.


지한은 병지를 통해 명훈이 이미 장 비서를 해고했다는 것을 들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사람이 오늘 일정을 회사 직원에게 말하는 실수를 할 정도로 명훈이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즉, 오늘 진성이 길수를 방문한 일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병지는 노란색 람보르기니를 보고 입을 벌리고 멍한 얼굴이 되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괜찮아요. 권 작가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보러 오는 일이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 말에 명훈은 지한을 쳐다보았다.


“유 작가, 불편하다면 오늘 만남은 없는 것으로 할까요? 내가 그분에게 잘 말해볼게요.”

“아니요, 진짜 괜찮습니다. 김 이사님은 특히 제가 그분과 만나는 것을 권 작가에게 보이는 것을 걱정하시는 것 같네요. 제가 그분과 만난 것을 권 작가가 어차피 알게 될 일인데요.”

“.....알겠어요, 유 작가.”


명훈은 길수의 집을 향해 앞서 걸었고 병지는 지한 옆으로 와서 얼굴을 힐금거렸다. 그는 명훈과 같은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눈이 마주치자 병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 지한 씨. 지, 집이 좋죠?”

“그러네요.”


지한의 태연한 목소리에 병지는 다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다물고 지한과 함께 명훈 뒤를 따라갔다.



길수는 다소 체격이 작고 등까지 약간 굽어 있었다. 하얀 머리카락과 창백한 얼굴색 때문에 언뜻 유령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약하기는커녕 맹수 같은 사나운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남색의 계량 한복을 입고 있어 마을 하나를 자신의 뜻대로 다스리는 촌장처럼도 보였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


명훈은 길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지한은 명훈이 길수를 부르는 호칭에 관심이 갔다. 길수는 첫 번째 부인과 사별을 했지 이혼을 한 건 아니었다. 인척 관계가 유지되는데 타인 같은 호칭은 철저히 선을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지한은 문득 진성이 길수를 어떻게 부를지 궁금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 지한입니다, 회장님.”


지한은 명훈을 따라 길수에게 허리를 숙였다. 뒤이어 병지도 길수에게 인사했다. 줄곧 지한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진성이 길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 한참 바쁠 유 작가를 여기서 다 보네요.”


진성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지한을 보고 순간 얼굴을 굳혔지만 곧 평온한 얼굴을 유지했다. 지한과 진성의 만남에 긴장을 하고 있던 명훈은 의외의 상황에 조금 당황해했다. 병지는 벙찐 얼굴로 지한과 진성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유 작가,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은 잘 되어 가나요? 요즘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유 작가가 마음을 다치지 않았나 걱정되더군요.”


지한은 진성이 대놓고 적의를 보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놓고 움직이는 하수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친근한 말투로 말을 걸 줄은 몰랐다.


“정말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맡은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죠.”


지한 역시 침착한 목소리로 당황한 자신의 마음을 숨겼다.


“유 작가는 정말 프로네요.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힘들 때 유 작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네요.”


진성의 부드러운 태도를 옆에서 보던 명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진성은 이번에도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명훈은 진성이 여섯 살이나 적지만 자신은 진성의 상대가 못 된다는 것을 또 다시 느꼈다. 명훈은 씁쓸한 얼굴로 진성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유 작가를 회장님에게 데리고 온 이유는......”


명훈은 길수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이 이번 회사 프로젝트에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많으신 것 같더군요. 강 피디에게 기획안을 계속 돌려보내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회장님의 의견을 듣고자 유 작가와 함께 왔습니다. 유 작가가 이번 프로젝트 메인 작가니까요.”


길수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랬지.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건 명 작가였지. 무슨 정체를 감추고 소개팅 방식으로 진행하는 예능을 찍자더군. 흔해 빠진 생각이지. 녀석은 처음 얼마 동안 꽤 구미를 당기는 기획안을 가져오던데 요새는 감이 떨어진 것 같더군.”


길수는 다시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명 작가의 기획안을?”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지한에게 모였다. 길수가 말한 대로 명 작가의 기획안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면 신인 작가가 선배 작가를 회사의 회장 앞에서 평가하는 게 되었다. 명 작가의 기획안을 편들면 길수의 안목을 부정하는 게 되었다.


“메인 작가로서 자네의 의견을 말해보게.”


길수는 지한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다. 자신에게 아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진성 앞에서 그의 사람을 편들 것인가.


“저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은 이상 한번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아이디어?”


예상을 빗나간 지한의 대답에 길수의 눈이 커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리얼 라이프 예능으로 찍으면 어떨까 합니다.”

“리, 뭐......?”

“리얼 라이프 예능 즉, 연예인이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거죠.

”연예인이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예. 연예인인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할 사람들이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연애도 하고 세상살이도 겪는 거죠.”


진성이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그러다 혹시라도 연예인에게 혹여 스캔들이 생기면 어쩜니까?”

“해당 연예인도 일반인들과 같이 살고 연애할 수 있다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것을 보고 실제 그 연예인의 스캔들로 생각할 사람도 거의 없겠지만 사전에 오해의 여지도 남기지 않으면 됩니다.”


지한의 말에 진성보다 먼저 길수가 입을 열었다.


“TV 화면 속 연애는 스캔들이 되지 않는다?”


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해당 연예인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연예인뿐 아니라 유명 운동 선수나 이름난 유튜버도 출연진으로 넣으면 더욱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길수는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지한의 아이디어를 따져보았다.


“.....적어도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데가 있군. 뭐, 그것이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예상과 달리 길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진성은 약간 언짢아졌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입가에 미소마저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신선한 기획이군요. 잘 만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데 예능의 재미가 있었으면 하는데요.”


진성은 호의적인 태도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유 작가는 이번 예능을 실제 상황처럼 만들고 싶은 거군요.”

“예.”


진성은 길수에게로 시선을 돌려 말했다.


“할아버지, 유 작가가 저리 자신있어 하니 프로젝트를 맡겨봐도 되겠는데요?”


그 호칭으로 지한은 길수와 진성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길수는 진성을 가족으로 대하고 명훈은 남과 같이 대하고 있었다. 그런 차별은 진성에게는 허락된 가족의 혜택이 명훈에게는 없다는 것을 길수가 분명히 하고 있었다.


“재밌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할지는 확신이 안 서는군.”


지한은 길수의 평가에도 기죽은 기색 없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입니다. 시청자들이 유명인들이 보여주는 삶에 공감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수가 물었다.


“공감?”

“예, 그렇습니다.”


길수가 지한이 말한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시간이 꽤 지나서 길수가 불쑥 입을 열었다.

“한번 해봐.”


길수가 지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명령을 내리듯이 말했다.


“단, 실패하면 자네가 책임지는 거고.”


길수가 딱 잘라 말하자 명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책임을 말하십니까?”

“책임지고 FN에서 물러나야지.”


그 말에 명훈은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처럼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회사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드는 것 아닙니까? 모두의 책임을 유 작가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김 이사, 설마 자신의 아이디어도 책임 못 지는 얼간이를 내게 데리고 온 건 아니겠지?”


길수는 매서운 눈빛으로 명훈을 보며 추궁하듯 물었다.


“아니, 유 작가가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제 말은......”


길수의 눈빛에도 명훈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유 작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네가 책임을 질 건가?”

“정 그러시다면 제가......”


지한은 급히 길수와 명훈의 대화 중간에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김 이사님. 말씀하시는 중에 끼어들어서......”


지한은 길수의 날카로운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제가 FN을 나가겠습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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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회장 24.07.10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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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끼 24.06.29 3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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