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894
추천수 :
73
글자수 :
515,968

작성
24.06.28 22:18
조회
41
추천
1
글자
11쪽

미끼

DUMMY

다음 날 점심시간이 되자 지한은 회사 앞의 한식집으로 갔다.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한 지한은 식당과 내부 모두 수상한 눈길이 없는지 신중하게 살폈다. 다행히 의심 가는 인물은 없었다.


형섭은 약속 사건에 정확히 맞춰 식당 안에 들어섰다. 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 앉은 지한을 발견하고는 기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유 작가님. 역시 이런 구석 자리가 의논하기 좋은 자리죠.”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조용한 장소가 필요하니까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형섭 씨?”

“예.”


형섭은 씨익 웃으며 지한의 맞은편 의자에 엉덩이를 걸쳤다. 형섭이 자리에 앉자 지한이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앞으로 살짝 몸을 숙였다.


“요새 회사 안에서 묘한 이야기가 도는 거 혹시 아나요?”

“묘한 이야기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을 한 배우가 과거에 좋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요.”

“아, 얼핏 들은 것도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지만요.”


형섭은 능청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은 연기야. 적어도 발연기로 유명한 성민보다는 낫군.’


중요한 이야기라는 듯 지한은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


“아무래도 그 때문에 한 배우가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요.”

“아니, 그건 권 작가님이 바라는 바가......”


얼떨결에 입을 열었다가 형섭은 흠칫 몸을 떨며 급히 입을 닫았다. 형섭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지한 앞에서 행세하려 했지만, 그 행세는 단 십 분도 가지 않았다. 지한은 형섭이 다소 부주의하고 그다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한은 형섭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한 척 다시 은밀하게 입을 열었다.


“한 피디님의 얼굴을 봐서 한 배우를 섣불리 드라마에서 빼진 못하지만 가급적 노출을 줄이는 게 드라마와 얽힌 사람들 모두에게 좋지 않겠어요? 그래서 나는 한 배우가 맡은 역인 형사 역의 분량을 줄이고 동료 형사 분량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어요.”

“동료 형사라면?”


지한은 대답 대신 형섭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형섭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한 피디도 알게 될 겁니다. 한 배우의 분량이 줄어들고 동료 형사의 분량이 늘어난다는 걸요. 동생을 아끼기로 유명한 한 피디인만큼 기분이 나쁠 수 있어요. 그것을 막으려면 동료 형사 역을 맡는 형섭 씨가 한 피디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얻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한 피디님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형섭은 애가 탄다는 듯이 물었다.


“글쎄요. 그 방법은 저도 잘 몰라서 형섭 씨에게 도움 될 만한 정보가 없네요.”


지한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지한의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형섭은 별로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한 피디님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지 좀 고민해봐야겠네요.”


지한은 형섭의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어쨌든 형섭 씨는 앞으로 분량이 늘어나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

“그럼요. 한 사람 때문에 드라마 제작에 피해가 가서는 안되죠. 최선을 다해 드라마가 잘 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형섭은 마치 자신이 메인 배역을 맡아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사람처럼 말했다. 으스대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한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니 형섭 씨에게 한 피디의 호감을 얻을 좋은 방법이 있나봐요?”


지한이 은근한 목소리로 묻자 형섭은 자신 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


“한 배우가 위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우면 한 피디님이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한 피디님의 마음을 얻는 데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죠. 한 피디님은 특히 한 배우님의 친구 동생분이 지금에 와서 옛날 일을 들추는 이유를 궁금해하시더라고요.”

“한 피디님의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인물이 제 곁에 있습니다.”


형섭의 말에 지한은 현주를 떠올렸지만 모른 척 물었다.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네요.”


지한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자 형섭은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마치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작가님도 아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바로 이전만 해도 지한의 비위를 맞추기라도 하듯 살랑거리던 태도가 사라지고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에 거만함이 조금 묻어 있었다. 그 태도 변화만으로도 지한은 형섭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형섭 씨는 정말 의지가 되는 사람이군요. 형섭 씨만 믿고 있을게요.”


지한이 칭찬하자 형섭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저는 확실한 게 좋은 사람입니다. 작가님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확실한 분의 보증을 받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저의 비중을 늘린다고 해도 한 피디님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형섭은 영악하게 눈을 빛내며 지한을 압박했다.


“이를테면 한 피디님의 보증이 있다면 더욱 좋은 마음을 먹기 쉬워질 텐데요.”

“그렇죠.”


예상치 못한 형섭의 말에도 지한은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런 자리를 만들도록 해보죠.”


시원시원한 지한의 대답에 형섭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작가님이 그리 해준다면 저도 한번 노력해보죠.”


형섭의 말에 지한은 고맙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


한식집에서 나온 형섭은 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 지금 예지 씨와 같이 있어?”


형섭이 다소 끈적이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점심 먹고 예지 씨 집 근처서 예지 씨 호출 대기 중이야.”

“어, 왜 예지 씨와 있지 않고? 권 작가님이 웬만하면 예지 씨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하셨잖아?”

“나도 예지 씨 근처에 있으려고 했지. 근데 명 작가님이 갑자기 찾아왔는걸.”

“명 작가가 찾아왔다고? 허, 그래서 내가 외출하겠다고 하니까 그렇게 반가운 얼굴을 했군. 그나저나 권 작가님이 예지 씨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했는데 완전 무시하네.”

“그렇지. 이러다가 명 작가님 권 작가님 눈 밖에 나겠어.”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권 작가님 지시를 어긴다면 말이야......”


잠시 망설이다 형섭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너무 권 작가님 눈치를 볼 건 없지 않아?”

“무슨 소리야?”

“권 작가님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 말에 현주는 펄쩍 뛰며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 자기 권 작가님을 배신하겠다는 소리야? 그랬다간 자기뿐 아니라 나도 끝장이라고. 자기도 알잖아? 권 작가님이 얼마나 무서운지.”

“당연히 알지. 그런데 말이야. 만약 권 작가님도 함부로 못할 사람들이 우리를 보호해준다면 어떨까? 더구나 우리는 권 작가님의 비밀을 알잖아. 우리에게 그런 무기가 있는데 권 작가님이 함부로 뭘 할 수 있겠어? 서 작가에게 한 짓이 알려지면 자신도 다칠 건데.”

“아니, 자기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거야? 권 작가님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현주는 생각지도 못한 형섭의 태도에 겁먹은 목소리를 냈다.


“.....자기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좀 만나지 않겠어?”


*


지한은 형섭과 헤어지고 곤란한 심정으로 한식집을 나섰다. 그는 애초에 형섭의 분량을 정현만큼 넣을 생각은 없었다. 연기를 해보지 않은 초짜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형섭은 지한의 보증이 아니라 한 피디의 보증을 요구한 것이다. 형섭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지한은 형섭에게 단역을 줄 생각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 결과 큰일은 아니라고 지한은 생각했다. 일단 진성에게 타격을 안겨준 뒤 다시 일을 꾸며 형섭이 드라마에 집중 못할 상황을 만들면 될 것이다. 지한은 훨씬 편해진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다.


다음 날에도 회사 작업실로 출근한 지한은 병지와 유빈을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 외에도 FN 소속 작가들이 몇 명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한이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병지가 반갑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지한 씨. 여깁니다. 오늘도 같이 작업해요.”

작업실에 있는 다른 작가들이 모두 병지와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이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병지를 보며 피식 웃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병지 씨, 유빈 씨. 오늘도 작업실로 나왔네요.”

“지한 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나와요.”


유빈은 병지를 살짝 째려본 뒤 지한에게 말했다.


“지한 씨, 오늘도 병지 씨 때문에 방해받아서 어떡해요?”

“유빈 씨, 난 지한 씨를 방해한 적이 없어요.”


구박받은 병지는 약간 삐진 얼굴로 툴툴거렸다. 그런 그를 보고 유빈은 톡 쏘듯 말했다.


“병지 씨, 어제 지한 씨와 나란히 앉아 작업할 때 병지 씨가 솔직히 소란스러웠던 것은 맞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지한 씨는 지금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요. 병지 씨가 그렇게나 소란을 떠니 내가 다 미안하더라니까.”

“아, 그건......,”


유빈의 말에 찔리는지 병지는 지한의 눈치를 살폈다.


“......만약 내가 시끄럽게 했다면 미안해요, 지한 씨.”


병지는 시무룩한 얼굴로 사과했다. 지한은 병지가 유빈의 지적에 유난히 기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빈 씨 말대로 어제 작업할 때 꽤 시끄럽긴 했죠.”


지한의 말에 병지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그렇다고 병지 씨와 멀리 떨어져 작업하고 싶진 않네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을테니 오늘은 좀 조용히 해줘요.”


지한의 말에 병지의 얼굴이 환해졌다. 금새 기가 살아난 병지가 평소처럼 목소리의 데시벨을 높여 물었다.


“그런데 지한 씨. 한 배우님과의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한 배우님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던데. 어제 만나고 오면 이야기해줄 거라 했잖아요?”

“아, 그거요.”


지한은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작업실에 있는 작가들이 모두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한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병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병지 씨, 유빈 씨, 작업하기 전에 커피 한 잔씩 할래요? 회사 앞 카페 아아가 맛있던데.”


병지는 지한이 하고자 하는 말 뜻을 알아차렸다. 유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그 카페 아아가 좋더라고요.”

“미툽니다.”


지한과 병지, 유빈은 작업실을 빠져 나와 잠시 아무 말없이 회사 복도를 걸었다. 세 사람은 미리 합의라도 한 듯 회사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지 씨, 유빈 씨, 혹시 회사 안에서 한 배우님과 관련된 소문을 들은 게 있나요?”


빈 휴게실로 들어서며 지한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물었다. 병지와 유빈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한 배우님이 드라마 출연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윤 피디 24.08.06 17 1 11쪽
66 윤 피디 24.08.05 25 1 12쪽
65 영역 싸움 시작 24.08.03 27 1 12쪽
64 영역 싸움 시작 24.08.02 26 1 12쪽
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8 1 12쪽
62 함정 24.07.30 29 1 12쪽
61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7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29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8 1 12쪽
55 함정 24.07.20 30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1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0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2 1 11쪽
50 마약 스캔들 24.07.13 36 1 12쪽
49 권 회장 24.07.12 31 1 13쪽
48 권 회장 24.07.10 30 1 13쪽
47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46 화상회의 24.07.08 35 1 11쪽
45 화상회의 24.07.06 34 1 12쪽
44 요구 24.07.05 36 1 11쪽
43 요구 24.07.03 38 1 12쪽
42 요구 24.07.02 37 1 11쪽
41 미끼 24.07.01 39 1 12쪽
40 미끼 24.06.29 38 1 12쪽
» 미끼 24.06.28 42 1 11쪽
38 미끼 24.06.26 4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