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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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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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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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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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DUMMY

형섭이 요구했던 만남을 병지에게 알린 이후 정수가 지한을 직접 찾아왔다. 유빈과 함께 작업실을 나온 정수는 그녀에게 휴게실 문 앞 보초를 부탁했다. 한 피디는 지한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들을까 싶어 이분에게 문 앞을 지켜달라고 하는건가요?”

“예.”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지한의 말을 듣고 정수는 벙찐 표정을 지었지만, 보초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휴게실로 들어서며 지한에게 질문했다.


“지한 씨, 지금 시나리오 작업은 어디까지 했나요?”

“드라마 중반부인 7화 8화를 이어 쓰고 있습니다.”

“벌써 그렇게 썼나요? 동생 말로는 지한 씨는 마치 글 쓰는 기계처럼 작업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네요.”


정수는 싱긋 미소를 지었는데 저번과 달리 기운 빠진 미소였다.


“드라마가 제작에 들어가면 작가와도 자주 연락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네요. 요즘은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 정신이 없어요.”

“괜찮아요. 한 피디님이 말한 개인적인 문제가 뭔지 한 배우님에게 들었기 때문에 연락이 뜸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한의 말이 마음의 아픈 부위를 건드렸는지 정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동생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 이런 식으로 다시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정수의 얼굴이 홀쭉해 있었고 목소리로 갈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유 작가가 이번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냈다면서요? 어제 늦은 오후에 김명훈 대표라는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유 작가가 이번 일을 일으킨 인물을 밝힐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면서 만남을 요구했다면서요? 나와 김명훈 대표와 모인 자리에서 어떤 요구가 있을 거라면서. 처음에는 김명훈 씨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더라고요. 이 일은 단지 남현이 억울함을 주장한 게 다 아닌가요?”

“아닙니다. 한 피디님과 한 배우님에게 중요한 일을 앞둔 이때 남현이 과거의 일을 들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 말에 정수는 흠칫 놀라며 눈을 둥글게 떴다.


“우연이 아니라고요?”

“예. 누군가 남현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긴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건......”


지한은 대답하는 대신 도리어 정수에게 질문했다.


“한 배우님에게 들었는데 권 작가님이 한 피디님 한 배우님 두 분과의 만나기를 원하셨면서요?”

“그래요. 그런데 조금 전에 권 작가에게 만남을 미뤄달라고 했어요. FN 배우들과 드라마 진행을 이야기하러 여기에 온 김에 권 작가 사무실에 먼저 들렀어요. 김명훈 씨는 내일 오후 한 시에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했어요. 그때 유 작가가 만나게 해준다는 사람과 먼저 만난 뒤 권 작가와 만나는 날을 정하려고요.”


정수의 말에 지한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정현의 문제에 안달하던 정수가 갑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연기한다는 말을 진성이 그냥 넘어갈까 염려스러웠다. 정수가 오히려 진성과의 만남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입장에서 그의 태도는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왜 그래요?”

“아, 아닙니다. 제가 좀 생각하던 것이 있어서요.”


지한은 진성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넘기기를 속으로 빌며 입을 열었다. 대답을 하면서 지한은 정수가 이제라도 진성의 만남을 요청하면 부자연스러움을 줄일 수 있을까 따져보았다. 설령 정수가 그러한다고 해도 진성이 의심 없이 넘어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더구나 정현의 과거 문제를 끄집어내서 일을 꾸민 인물이 진성이라고 밝힌 뒤도 문제였다. 이 일의 꾸민 인물인 진성을 만나도록 지한이 등을 떠민 상황을 나중에 정수가 오해할 수도 있었다.


“한 피디님. 드라마 준비를 하시면서 FN 소속 스태프와도 계속 만나시죠?”

“요즘은 하루에도 서너 번은 만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배우, 피디, 작가, 스태프, 투자자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드는 거니까요.”

“예......”


지한의 표정에서 눈치를 챘는지 한 피디는 알겠다는 듯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남현을 부추겼는지 지금 당장 말해줄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내일 그 사람을 만나서 궁금증을 풀도록 하죠.”


지한은 정수가 그렇게 말해주어 고마웠다. 정수가 이 일을 꾸민 사람이 진성이라는 것을 알고도 FN 소속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모른 척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정수 곁에는 박 작가라는 사람이 있었다. 박 작가는 정수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면 바로 진성에게 전화를 걸 사람이었다.


“그래도 누가 이 만남을 요청했는지는 들을 수 있겠죠?”


정수는 지한에게 매달리듯 물었다. 남현의 협박으로 가장 고통받고 있을 정수와 정현에게 모든 것을 비밀로 하기가 미안했다. 지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만남을 요청한 사람은 이형섭이라는 사람으로 예지 씨 로드 매니저입니다.”

“예지 씨의 로드 매니저?”

“예. 그 사람이 한 피디님과 김명훈 대표 이사님과 만나는 자리에 자신의 말을 증언해줄 사람을 데려온다고 했습니다.”

“이형섭이라는 사람은 남현을 부추긴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또 유 작가는 그 사람이나 이 일의 정황을 어떻게 알아냈나요? 김명훈 씨는 유 작가가 이 일을 확실히 알아냈으리라고 하던데요?”


지한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이사님은 어떤 근거로 내가 이 일의 정황을 확실히 알아냈을 거라 생각하는 거지? 이 일을 꾸민 사람을 밝힐 인물의 만남 요청을 대신해서?’


지한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정수를 앞에 두고 계속 명훈을 생각하고 있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내일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밝히겠습니다. 형섭 씨와 그 사람이 데리고 올 사람과 함께 해야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지한의 말을 듣고 정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말해줄 수 없나요? 요새 나도 동생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어요.”

“.....이곳 FN 사람들과 한 피디님 주변 인물과도 연결된 이야깁니다. 오히려 어중간 정도로 들으면 한 피디님은 더 괴로워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일 만남에서 듣기로 하죠......”

“감사합니다. 한 피디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요?”

“이형섭 씨를 드라마에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이형섭 씨를 드라마에?”

“사실 형섭 씨가 남현을 부추긴 인물을 폭로하고 나면 상당히 위험한 처지가 될 수 있어요. 그렇기에 형섭 씨가 드라마에 출연하고 FN 소속 배우가 되면 김 이사님에게 신변 보호를 부탁할 수 있습니다. 김 이사님은 FN 소속 배우들을 많이 아끼시거든요. 거기다 한 피디님도 형섭 씨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폭로 당한 인물이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겁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그런데 형섭 씨는 연기에 원래 관심이 있는 인물인가요?”

“연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좋아 처음에는 엑스트라로 드라마에 나오는 게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형섭 씨는 잠깐 얼굴을 비추는 역보다 직접 연기를 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연기가 완전 초짜라면 연기를 할 수 있는 역을 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형섭 씨가 이일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더라도 말입니다.”

“제가 직접 연기를 체크해 볼게요. 연기 지도를 받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곧 자신의 분수를 알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러면 형섭 씨의 연기에 대해서도 유 작가의 활약을 믿어볼게요.”


정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수의 말에 지한은 민망한 얼굴로 윗볼을 손가락으로 긁적이며 따라 의자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내가 해야죠. 유 작가 덕분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니까요.”


정수를 따라 휴게실을 나온 지한은 문 옆에서 선 유빈에게 다가갔다.


“망을 봐줘서 정말 고마워요, 유빈 씨.”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걸요.”


유빈은 약간 쭈볏거리는 시선으로 지한 옆에 선 정수를 쳐다보았다.


“고마워요, 유빈 씨.”


정수의 말에 유빈은 얼굴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움이 되어서 영광입니다.”


유빈의 태도를 보고서야 지한은 자신이 대단한 인물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스스럼없는 모습에 지한은 정수를 점점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느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유빈처럼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면 정수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정수와 헤어지고 작업실로 돌아가는 길에 유빈은 지한 옆으로 다가섰다. 그러고는 한껏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지한 씨, 한 피디님이나 한 배우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한 피디님이 작업실로 들어올 때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가 지한 씨를 만나고 나서는 훨씬 얼굴이 밝아지셨거든요. 한 피디님과 지한 씨가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내게 보초를 부탁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라면 굳이 그렇게 비밀스럽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잖아요?”

“유빈 씨는 눈치가 빠르시네요.”


지한은 유빈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빈 씨, 미안하지만 내일 오후까지는 비밀을 지켜야 해요. 중요한 일이어서 한 피디님에게도 아직 다 밝힌 건 아니거든요.”


그 말에 유빈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내일 오후에 꼭 말해줘야 해요.”

“알았어요.”


지한과 유빈이 가깝게 붙어서 작업실로 들어가자 병지가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는 할 말 가득한 눈으로 유빈을 쳐다보았지만,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병지를 보며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좋은 판단이야. 다른 남자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한 소리 하면 못나게 보일 수 있거든.’


어느새 병지의 연애를 응원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는 건지. 썸타고 싶은 여자조차 없는 나보다 병지가 훨씬 나은 상황인데 말이야.’


지한은 약간 어깨를 늘어뜨리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하던 중에 지한은 정수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


“지한 씨, 혹시 아침 뉴스를 봤나요?”


정수는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직 보지 못했는데요.”

“아침에 신문을 보는데 간밤에 일어난 사고 소식이 있더라고요.”

“예.”

“음주 운전 차량과 난 사고라 하던데 사망자가 나왔어요.”


지한은 무엇 때문인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 사망자 이름이 이형섭이랍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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