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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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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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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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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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권 회장

DUMMY

다음 날 아침 명훈은 전날 밤에 있었던 화상 회의를 떠올리며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본의 아니게 내가 유 작가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어. 장 비서가 권 작가에게 유 작가 이야기도 했을 거야. 권 작가가 유 작가를 노릴 수 있는데......’


화상 회의가 끝날 때까지 명훈이 차마 하지 못한 말이었다.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내색을 지한이 보이지 않아 명훈은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할 수 없지. 이 방법밖에는 없겠어.’


명훈은 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한은 복잡한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세운 계획은 진성의 주의를 끌지 않고 은밀하게 복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그는 진성이 경계하는 대상이 되었다. 솔직히 미리 장 비서의 두 얼굴을 알아채지 못한 명훈에게 화가 났다. 만약 장 비서를 통해 정보가 나가지 않았다면 원했던 대로 정수 형제는 무사하고 진성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한 번에 어그러진 느낌이었다. 앞으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생각할 때 명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 작가, 내 어리석음 때문에 유 작가를 위험에 처하게 했네요.”


인사를 건넨 뒤 명훈이 다짜고짜 한 말에 지한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말인데 권 작가의 할아버지를 한번 만나볼래요?”

“FN 창업주 말인가요?”

“맞아요. 내가 그분에게 유 작가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아무리 막 나가는 권 작가라도 제 할아버지의 눈치는 살피니까. 그분에게는 가족보다 회사가 우선입니다. 저를 공동대표로 앉힌 것도 제 경영 능력이 권 작가보다 좋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전 부인에 대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저번에 유 작가, 명 작가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잖아요? 잘못을 저지른 명 작가를 권 작가가 호되게 대하지 못한 이유도 그분이 명 작가를 마음에 들어해서 그런 거죠.”

“아, 그런 사정이 있었네요.”

“그래요. 만약 그분이 유 작가에게 주의를 기울이면 권 작가가 마음대로 못 할 겁니다.”

“제가 그분의 주의를 끌 수 있을까요?”

“유 작가라면 충분히 그분의 주의를 끌 수 있어요. 그분이 명 작가를 마음에 들어한 것도 실력 때문이거든요.”

“그래요?”

“이번 주말에 그분을 만나러 가려고 해요. 그때 유 작가와 같이 갔으면 하는데.”

“예. 저도 그분을 만나 뵙고 싶네요.”

“그럼, 그분에게 가기 전에 전화할게요.”

“예. 감사합니다.”



*



정현은 몇 번이나 머뭇거리다가 정수가 있는 서재 문을 힘겹게 노크했다. 서재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를 듣고 정현은 문을 열었다.


정수 역시 정현만큼이나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그는 드라마 계획표를 보며 일정을 수정하고 있었다.


“형, 생각해봤는데...... 나 그냥 이번 드라마에서 빠지려고.”

“드라마에 나가지 않겠다고? 그렇게 기대했으면서?”

“.....아는 기자에게 내가 과거에 저지른 일을 털어놓고 기사화하려고. 대중에게 욕을 먹겠지만 계속 켕기는 심정으로 사는 것보다 나아. 내 일로 형까지 큰일 날 뻔했잖아...... 물론 내 기사가 나가면 형에게도 피해가 갈 거야. 그거는 정말 미안해.”


정수는 정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네가 이번에도 그 일을 숨기려고 할까 걱정이었어. 기사가 나가고 나도 욕을 먹겠지만 그것은 걱정하지 마라. 내게도 일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까. 그런데 기수에게는 네 의사를 말했냐?”

“아니, 아직......”

“정현아, 너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은 나만이 아니야. 이제껏 너와 연기 연습해온 기수도 그렇고 유 작가에게도 피해를 준 거야. 특히 유 작가는 이번 일로 회사에서 힘든 처지가 됐어. 그것은 생각해봤어?”

“.....유 작가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또 고맙지......”

“그 말 본인에게 직접 하도록 해.”


정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알았어. 일 방해해서 미안해.”


정현이 서재를 나가 문을 닫자 정수는 다시 한번 피식 웃었다.


‘녀석, 삼십이 넘어도 애 같은 데가 있다니까.’




지한은 정현이 꺼낸 말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 잘못을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선택이 정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다시 진성 같은 인간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그 스스로 매듭지어야 했다.


“기수 씨가 많이 섭섭해하겠는데요. 한 배우님과 연기를 하고 싶어 하던데.”

“.....유 작가, 우선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지 않아? 안 그래도 마음 아파 죽겠는데.”

“왜요? 한 배우님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가를 받는 건데.”


지한의 말에 정현이 툴툴거렸다.


“.....유 작가같이 내게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작가는 처음 보네.”

“솔직히 한 배우님 성격이 유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오랫동안 한 배우님 곁에 있어 준 기수 씨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요? 한 배우님은 그걸 모르는 것 같은데.”


지한의 말에 정현이 발끈했다.


“모르긴 뭘 몰라? 나도 기수가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익......!”


정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발끈하려는 성미를 가라앉혔다.


“.....알았어. 이제부터는 기수에게 잘할게.”

“당연히 그래야죠.”


지한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정현의 성질을 돋궜다. 수화기 너머에서 다시 숨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정현은 제법 차분해진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유 작가......”

“예?”

“나에게 하는 호칭 말인데...... 한 배우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르지 말고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하는데.....”

“한 배우님 대신에 정현 씨라고요?”

“어.”


지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고민하다 흔쾌히 정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어요, 정현 씨.”

“......어, 어쨌든 이번 일 고맙고..... 어.... 기수에게 말해줘야 해서 이만 끊을게.”


막상 달라진 호칭으로 불리자 정현은 쑥스러워서 얼른 인사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지한은 휴대폰을 들고 어색함에 몸서리칠 정현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나름 귀여운 데가 있는 사람이네.”


지한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


진성은 신문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 정현이 과거 운전자 바꿔치기와 음주운전 뺑소니를 저지른 죄를 고백한 내용이 첫 페이지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정현은 또한 친구가 원한대로 한동안 친구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했고 친구 아버지의 사업 자금까지 줬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기사는 정현이 비록 공소시효가 된 과거의 죄여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한동안 배우 활동을 쉬겠다는 선언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진성은 기사 내용보다 이토록 중요한 일을 누구도 먼저 자신에게 알려준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정수 형제는 물론 명훈에게 사람을 붙였고 회사 곳곳에 자신의 눈과 귀 역할을 할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모두가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은 정수 형제와 명훈 그리고 지한이 일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했다는 뜻이었다. 진성은 그들이 자신을 의심하고 있음을 뼈저리도록 알 수 있었다.


“이 일을 어쩌지......”


진성은 무엇보다 명훈이 껴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명훈이 이 일을 할아버지에게 말하면 여러모로 골치 아플 게 분명했다. 물론 자신으로 향한 할아버지의 신뢰가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해명하라고 할 것이다. 회사에 해가 되는 일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는 할아버지의 성격을 진성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유 작가에게 너무 부드럽게 대했나? 낄 때 안 낄 때를 구분 못하고 나대다니. 사회 경험이 부족해 세상 무서운 걸 모르는 건지.”


진성의 눈에 위협적인 안광이 어렸다 사라졌다.


“일단 먼저 발등의 불부터 꺼야겠어.”


진성이 책상 위 전화의 단축 번호를 눌러 도현을 호출했다.


“백 실장, 해야 할 일이 있어. 남현과 그 탐정을 말이야......”


*


다음 날 지한이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병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지한에게 다가왔다. 작업실에는 병지 외에 한 사람이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한 씨, 혹시 아침 신문 봤어요?”


평소와 다르게 병지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아직......”


지한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병지가 손에 든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삼촌에게 알려주고 회사로 와서는 지한 씨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지한은 뉴스가 어떻길래 병지가 이러나 싶어 순순히 병지의 폰을 받아 기사를 읽었다. 신문의 기사는 남현의 인터뷰가 주 내용이었다.


남현은 자신의 형이 한정현 배우의 친구였으며 과거 대리운전을 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남현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FN 소속사에 형의 일을 밝히라고 한 이유를 말했다.


형이 정현과의 일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다만 최근에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 형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는데 그 속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한정현이 마치 자신의 죄를 형에게 대신하게 해주고 대가를 제시한 것처럼 나와 있었다. 이에 남현은 과거의 일을 자세히 알아내고자 탐정 사무소를 찾아 조사를 의뢰했다.


그 뒤 탐정사무소에서 만난 민우현에게서 한정현이 형을 협박했다는 말을 들었다. 탐정이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해서 남현은 그를 믿었다. 그래서 FN 소속사에 형과 한정현 사이에 있었던 일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FN에서는 자체 조사 결과 탐정은 한정현과 FN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 위해 남현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 행적을 감춘 민우현 탐정은 전날 야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되었다. 그로 인해 형섭과의 거래가 전부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형섭과 한때 일을 같이 한 사이라는 게 드러났다. 형섭은 민 탐정을 통해 한정현 배우의 일을 듣게 되었다. 한 배우의 약점을 이용해 그는 한 피디가 연출할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을 맡으려고 관계자들에게 접근했다.


남현은 민 탐정에게 속아 한 배우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있으며 한 배우의 판단에 따라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신문 기사를 보고 나서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쳤다.


“이런 수를 쓰다니......”


병지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이거 권 작가가 꾸민 일이겠죠?”


그 말에 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 빠르게 이렇게 나오다니. 이러면 권 작가에게 이번 일을 추궁하지 못할 텐데.....”

“그렇게 쉽게 추궁당할 인물이 아니죠. 그리고.....”

“그리고?”


지한은 병지의 폰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병지를 쳐다보았다.


“형섭 씨가 과연 한 피디님과 김 이사님과 만나는 자리에 누구를 데리고 올지 계속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어쩌면 그 인물이 민 탐정일지도 모르겠네요?”

“민 탐정요?”

“산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다는 탐정요. 권 작가는 결국 배신자가 누군지 찾아낸 것 같네요.”


그 말에 병지는 벙찐 얼굴을 했다.


“형섭 씨가 데리고 올 사람 즉, 권 작가를 배신한 사람이 이 탐정이라는 겁니까?”


지한은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늦었군요. 권 작가에게 타격 줄 수 있는 인물을 놓치고 말았네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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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함정 24.07.27 2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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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함정 24.07.24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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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함정 24.07.22 28 1 12쪽
55 함정 24.07.20 30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1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0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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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권 회장 24.07.12 31 1 13쪽
48 권 회장 24.07.10 30 1 13쪽
»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46 화상회의 24.07.08 35 1 11쪽
45 화상회의 24.07.06 34 1 12쪽
44 요구 24.07.05 36 1 11쪽
43 요구 24.07.03 38 1 12쪽
42 요구 24.07.02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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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미끼 24.06.29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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