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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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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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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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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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약 스캔들

DUMMY

강형빈 기자는 수상한 메시지를 한통 받았다. 자신을 ‘박 아무개’라고 소개한 사람이 이태원의 G 클럽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기삿거리가 될 만한 것을 제보해 달라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블로그에 올린 뒤부터 하루에도 두세 통씩 이런 제보가 들어왔다. 대부분 착각이거나 허위 제보였다. 하지만 G 클럽 마약 거래 제보 메시지에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마약 거래를 한다는 수상한 외국인 사진과 알록달록한 과자 사진이 같이 있었다. 형빈은 과자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거 요새 유행하는 신종 마약이잖아?’


형빈은 사무실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오후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잠깐, 이태원 G클럽이면 근석이 자주 가는 데잖아?’


형빈은 취재 장비를 챙기며 취재팀의 막내인 이근석을 쳐다보았다.


*


형빈은 근석 덕분에 까다라운 입구 컷을 당하지 않고 G클럽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이트클럽으로선 이른 시간인데도 클럽 안은 사람들이 제법 차 있었다. 이태원이기에 그런지 클럽 안에서 심심치 않게 백인이나 흑인을 만날 수 있었다. 조명은 적당히 은근했고 사운드는 강하고 빨랐다.


형빈은 테이블에 앉아 화려한 내부에 기가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기는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냐?”

“아유, 선배. 그렇게 처음 나이트 온 사람처럼 두리번거리지 마요. 촌스러워 보이니까.”


적당히 갈색으로 살을 태운 근석이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형빈에게 다가오며 한소리했다.


“네 덕분에 여기 무사히 들어와 고맙긴 한데......”


형빈은 근석의 지시대로 입은 옷을 떨떠름하게 내려다보았다.


“옷이 너무 날티 나.”

“에이, 선배. 그 정도는 여기선 무난한 옷입니다. 저번에 클럽 갔을 때 양복바지에 흰 셔츠 차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현기증이 납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야?”


형빈은 툴툴거리며 기본 안주가 세팅된 테이블에 앉았다. 근석은 형빈의 맞은편에 앉은 뒤 맥주병을 탁자에 올리며 물었다.


“그런데 선배, 이번에도 허위제보는 아니겠죠?”

“허위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요즘 클럽들 사이에서 돈다는 그 마약 사진이 같이 있더라. 진짜로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커.”


선배의 말에 근석은 반쯤 장난조로 말했다.


“만약 아니라면 오늘 한 번 신나게 놀아봅시다. 가끔은 이런 데서 화끈하게 풀어줘야 다음 날 일이 더 잘 되......”


클럽 안을 둘러보며 말하던 근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멈췄다. 그는 눈을 두세 번 깜빡이다가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선배, 저기 저 사람, 이예지 배우 아닌가요?”

“응?”


형빈은 근석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예지가 손에 유리잔을 들고 금발 레게머리 백인과 리듬을 타고 있었다. 예지는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예리한 기자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배우도 나이트클럽 와서 놀 수도 있지.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그래도 유명 배우가 이렇게 대놓고 나이트에서 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얼굴이 모자에 다 가린 것도 아니고..... 자칫 안 좋은 소문이 날 수도 있잖아요?”

“뭐, 그건 각오하고 저러는 거겠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근석의 말에 대꾸하던 형빈은 외국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어’ 소리를 냈다.


“저 남자, 제보 속 그 외국인이잖아.”

“그래요?”


형빈의 말에 근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빈은 취재 가방에서 카메라를 빼면서 말했다.


“근석아, 따라와라. 이거 냄새가 나.”


형빈은 춤추는 주위 사람 사이를 용케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근석 역시 재빠르게 형빈의 뒤를 따랐다.


예지는 들고 있는 유리잔에 뭔가를 넣으며 마셨고 차츰 비틀거리는 정도가 심해졌다. 레게머리 남자가 예지를 부축할 정도였다. 그것을 보고 형빈이 중얼거렸다.


“저렇게 비틀대는 것을 보니 술에 많이 취한 것 같네......”


레게머리 남자는 예지를 데리고 근처 테이블로 갔다. 형빈과 근석은 되도록 예지가 앉은 테이블과 가까운 곳으로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해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레게머리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종이 상자를 꺼내 예지에게 건넸다. 형빈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켜서 무음모드로 예지와 남자를 찍었다. 예지는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 입에 넣었다. 카메라 줌 기능으로 당기니 알록달록한 과자처럼 생긴 마약이었다. 형빈은 각도를 돌려가며 여러 장 찍었다.


*


형빈에게 이태원 G 클럽 마약 건을 제보한 뒤 지한은 계속 뉴스의 사회면과 연예면을 살폈다. 제보가 들어간 지 3일 만에 지한이 기다리던 기사가 떴다. 그것도 1면에 이예지가 이태원 클럽에서 마약을 거래하고 복용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FN은 얼핏 보기엔 보통 때와 별 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직원들 얼굴에는 하나같이 긴장과 믿을 수 없다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과는 달리 지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자신의 명패가 놓인 책상 앞 소파에 앉은 진성은 오십 대 초반의 남자에게 추궁하듯 물었다. 진성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FN 소속사 대표인 김래원으로 진성의 할아버지에게 작곡과 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고용된 사람이었다. 다만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대중들에게는 선배 가수가 후배 가수를 키워내기 위해 소속사를 세운 것처럼 꾸몄다.


“예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낌새를 모를 정도라면 최근에 마약을 했을 겁니다.”


래원은 다소 흙빛이 된 얼굴로 입술을 떨며 말했다. 그 역시 진성이 예지 곁에 사람을 심어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한 피디가 연출할 드라마 대본 리딩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그때 예지 씨가 대본을 마치 국어책 읽듯이 했다더군요. 마치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요.”

“그 말은 한 피디 앞에서 되도 않는 연기를 했다?”

“예. 그 일로 한 배우에게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드라마 연기에 대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기 스트레스야 어디 하루 이틀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예지가 마약을 했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주변인들 말로는 예지 씨가 특히 요즘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하더군요.”


래원의 말에 짐작 가는 게 있어서 진성은 입을 다물었다. 현주에게서 보고들은 바로는 예지는 형섭과 배우와 매니저 이상으로 잘 지냈다고 했다. 형섭이 배우로 데뷔하라고 용기를 북돋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형섭이 잘못되어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래원은 권 작가를 힐금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권 작가님, 예지 씨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진성은 고개를 들어 래원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수년간 FN에 소속되어 활동해오지 않았습니까? 한 배우처럼 자숙을 기간을 보낸 뒤 다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그러기 위해 일단 언론으로부터 예지 씨를 보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봐요, 김 대표님.”


진성이 사나운 얼굴로 차갑게 말하자 래원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예지와 한 배우는 입장이 다릅니다. 같은 위치에 놓고 말하지 마십시오. 특히 한 피디 앞에서 그런 말실수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성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삼키듯이 강조해서 내뱉었다. 래원은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를 움직여 침을 꼴깍 삼켰다.


“일단 실력 있는 변호사를 써서 최대한 형량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다음은 마약 복용을 핑계로 어디 산골의 요양병원에 처넣어야지 않겠습니까?”

“그....., 그렇다면 연예계는 어떻게......”

“아, 물론 요양병원에 가기 전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해야지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반성하기 위해 연예계를 은퇴한다는 기자회견을 말이지요.”


진성은 겁에 질린 래원의 얼굴을 보고 입가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예지 씨가 너무 가엽지 않습니까......?”


래원이 더듬거리며 말하자 진성은 정색한 얼굴로 래원을 노려보았다.


“예지는 회사의 명예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 소속사의 대표가 물러터진 마음으로 회사에 타격을 준 사람을 그냥 봐준다?”


래원은 두 번째로 목울대를 움직여 침울 꼴깍 삼켰다.


“다시는 이런 말을 김 대표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에 래원은 뭐라고 대꾸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래원은 어깨를 힘없이 떨어뜨리고 진성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복도에서 래원을 기다리고 있던 준수와 눈이 마주치자 래원은 맥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을 보고 준수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예지 문제로 복잡해진 머리를 쉬고 있을 때 진성은 비서가 전화로 준수가 만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진성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뒤 비서의 말에 답했다.


“들여보내요.”


준수는 사무실로 들어온 뒤 진성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권 작가님, 안녕하셨습니까?”

“명 작가, 오랜만에 보네요.”


진성은 손짓으로 래원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며 준수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준수는 소파에 앉아 긴장한 눈빛으로 진성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숙하고 있어야 할 명 작가가 여긴 어쩐 일인가요?”

“그게...... 이예지 배우 일로 왔습니다.”


진성은 다리를 꼬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준수를 쳐다보았다.


“이예지 배우 일로 왔다고?”

“예. 전에 같이 일한 사이이니 이번 일이 남 일 같지 않아서요.”

“남 일 같지 않다라......”


진성은 손가락으로 무릎을 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예지 씨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예지에게 기회를......”


진성은 다리를 풀고 준수에게로 몸을 내밀며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명 작가가 누구를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요? 유 작가가 당신이 낸 기획을 뒤엎고 자신의 아이디어로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지 모르겠네요.”


진성의 말에 준수는 자신도 화난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얼굴을 보고 진성은 준수가 지한의 일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회장님이 유 작가의 생각대로 하라고 허락했다 들었습니다.”

“그렇죠. 할아버지가 허락했죠. 그것도 김 이사가 유 작가를 데리고 온 자리에서 허락했죠.”


진성의 말에 준수의 눈빛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김 이사님이 유 작가를 회장님께 데려왔다고요?”

“김 이사는 할아버지가 당신 대신에 유 작가를 마음에 들어 하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자신의 말에 입술을 깨무는 준수를 진성은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진성은 자신의 은혜를 입고도 명훈에게로 눈길을 돌렸던 준수의 행동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아마 김 이사의 희망대로 할아버지가 유 작가를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죠. 아니면 유 작가가 회사를 나가거나.”

“유 작가가 회사를 나간다고요?”

“프로젝트가 실패한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그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놀란 얼굴에서 서서히 사나운 얼굴로 변하는 준수를 진성은 재밌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어때요, 명 작가? 내가 명 작가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알겠어요?”


진성의 말에 준수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명 작가가 일을 잘 해준다면 예지의 일을 다시 생각해 줄 수도 있어요.”


느긋한 목소리로 말하던 진성이 한순간에 차갑게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하지만 회사 프로젝트에 악영향이 가면 안 됩니다.”


그 말에 준수 역시 냉정한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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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윤 피디 24.08.06 17 1 11쪽
66 윤 피디 24.08.05 25 1 12쪽
65 영역 싸움 시작 24.08.03 27 1 12쪽
64 영역 싸움 시작 24.08.02 27 1 12쪽
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9 1 12쪽
62 함정 24.07.30 29 1 12쪽
61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29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1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2 1 11쪽
50 마약 스캔들 24.07.13 37 1 12쪽
49 권 회장 24.07.12 31 1 13쪽
48 권 회장 24.07.10 30 1 13쪽
47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46 화상회의 24.07.08 35 1 11쪽
45 화상회의 24.07.06 35 1 12쪽
44 요구 24.07.05 36 1 11쪽
43 요구 24.07.03 39 1 12쪽
42 요구 24.07.02 37 1 11쪽
41 미끼 24.07.01 39 1 12쪽
40 미끼 24.06.29 38 1 12쪽
39 미끼 24.06.28 42 1 11쪽
38 미끼 24.06.26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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