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966
추천수 :
73
글자수 :
515,968

작성
24.07.12 22:20
조회
31
추천
1
글자
13쪽

권 회장

DUMMY

주말이 지나 회사 작업실로 지한이 출근하자 병지가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지한 씨, 주말 동안 잘 쉬었어요?”

“충분히 잘 쉬었죠. 병지 씨는요?”

“뭐 별 큰일은 없었죠. 내겐......”


병지는 힐금 지한의 눈치를 살폈다.


“왜 그래요?”

“.....삼촌은 정말 지한 씨에게 좋은 기회를 주려고 회장님과 만나게 해준 거거든요.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김 이사님이 걱정하고 있겠군요.....”

“사실...... 그렇긴 하지만.....”


풀이 죽은 병지의 얼굴을 보다 지한은 피식 웃었다.


“왜 그래요? 평소 병지 씨답지 않게.”

“웃을 때가 아니죠. 지한 씨가 뜬금없이 피해를 보게 생겼는데. 지한 씨는 걱정도 안 돼요?”


병지의 말에 지한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가 FN에 들어온 이유는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형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길수 앞에서 명훈이 자신을 편들 때 지한은 가만히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한은 제 마음대로 사람을 휘두르는 길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을 무기로 명훈을 압박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기 싫었다.


사실 지한은 예능 시나리오로도 영상화가 되는지 실험한 적이 있었다. 진성이 회사 프로젝트를 권한 그날 지한은 30분 분량의 시나리오를 썼다. 집으로 돌아온 뒤 지한은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기다렸다. 다행히도 영상화가 일어났다. 완전한 리얼 예능이 아닌 이상 대본과 연출은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영상화로 퀄러티를 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지한은 명훈을 떠올리고는 다시 피식 웃었다.


“만약에 그 사람이 나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한의 혼잣말에 병지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병지 씨는 삼촌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줄래요? 전 진짜 괜찮거든요.”


병지는 납득한 얼굴은 아니지만 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 작가, 오늘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나와 함께 강 피디님도 만나야 하고 유명인을 찾아야 하며 인터뷰도 해야 하니까 쓸데없는데 신경 쓰면 안 돼요.”


병지는 복잡한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다가 마지못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런데 이거 하나는 약속합시다. 위험한 일은 혼자서 하지 않는다는 거.”


지한은 병지의 얼굴을 보다가 졌다는 듯이 가볍게 한숨 쉬고는 말했다.


“알았어요. 약속했으니까 프로젝트 준비부터 해요.”


지한은 주말 동안 완성한 드라마 시나리오를 한 피디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런 지한을 옆에서 보면서 병지는 길수를 방문한 뒤 명훈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일이 왜 이렇게 꼬여버렸는지 모르겠다.”


명훈은 무기력한 자신이 한심했다.


“나는 유 작가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했어. 그런데 결과적으로 더욱 위험한 지경에 몰아넣은 꼴이야.”

“.....차라리 지한 씨가 회장님을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병지가 맥이 빠진 소리로 말했다. 지한을 자동차로 바래다 주는 동안 그는 심란한 얼굴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유 작가를 오래 겪지는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어. 그 성격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더라도 말이지. 그러니 직접 도와주지는 못하겠어. 유 작가가 그걸 싫어하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지.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병지는 잠시 사이드미러에 비친 명훈의 얼굴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삼촌. 지한 씨, 아니, 유 작가가 마음에 드나 봐요. 이렇게까지 마음 쓰는 것을 보면.”


명훈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자동차를 스치는 풍경을 쳐다보다 가볍게 피식 웃었다.


“병지야, 유 작가를 지켜보라던 말 취소다. 유 작가에게는 그러지 않아도 돼. 유 작가는 적어도 염치없이 남을 배신하지 않아. 자신만의 옳고 그름이 확실한 사람이지. 옳다고 믿으면 어떤 위험이 생기든 상관하지 않아. 그래서 더 걱정되지.”


이번에는 명훈이 사이드미러 속 병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음에 들기에 그 사람이 부러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


진성은 책상에 두 팔을 올려서 턱을 괸 채 지난 주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몇 달 전에 산 람보르기니로 기분을 내다보니 길수가 사는 동네에까지 오게 되었다. 이왕 온 김에 길수에게 점수나 따자는 생각으로 들른 곳이었다. 길수는 진성의 얼굴을 보더니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이제야 네가 회사에 진심인 모양이구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

“오늘 명훈이 여기로 온다는 소리를 듣고 온 게 아니냐?”

“김 이사요? 아니요. 그냥 드라이브 나왔다가 할아버지 생각나서 왔어요.”


길수는 진성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모름지기 회사에서 정점에 선 자라면 회사의 녹을 먹는 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아야 할 게 아니냐? 회사에서 너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명훈이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작가 하나를 데리고 오겠다더라.”

“작가 누구요?”


길수는 진성의 질문에 대답하려다 말고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조금 있으면 명훈이 올 테니 네가 직접 확인해봐라.”


진성은 궁금했지만 길수가 입을 다문 이상 더 캐묻지 않았다. 길수는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 진성은 예상치 못하게 지한을 만나게 되었다. 경악할 정도로 놀랐지만 평소 훈련한 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지한과 명훈이 가고 나서 진성은 얼굴을 구겼다.


“김 이사는 왜 저 녀석을 데리고 온 거지.......”


진성의 혼잣말을 듣고 길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성을 쏘아보았다.


“그걸 모르겠어? 저 녀석이 명 작가처럼 내 신임을 얻게 해주고 싶어서지. 명훈이 유 작가를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애들을 시켜 알아봤지. 요즘 회사에서 가장 실적을 내는 작가라면서?”

“그렇긴 하죠. 유 작가가 맡은 드라마는 모두 대박이 났으니까요.”

“FN은 컨텐츠 회사야. 이런 회사에서 유 작가와 같은 실력은 곧 힘이지.”

“그건 알죠.”

“너야 당연히 알겠지. 컨텐츠를 성공시킨 힘으로 네가 돈과 인맥을 얻게 되었으니까.”

“할아버지가 그러라고 하셨죠.”

“그래. 그리고 또 뭐라고 했지?”

“그리고......”


진성이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길수가 참지 않고 입을 열었다.


“힘이 될 능력은 자기 밑으로 두라고 했지. 그러지 못한 힘은 싹을 자르라고 했고.”

“......그러셨죠.”

“그래서 현수를 네게 보내지 않았냐? 너처럼 힘이 될 만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었으니까.”

“그러셨죠. 할아버지가 서 작가를 내 보조 작가로 만들어 준 거니까.”

“서 작가가 네게 힘이 되길 바랐어.”

“......뭐, 결과적으로 안 좋게 되긴 했죠.”


진성은 현수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불편해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배은망덕한 녀석이었죠. 내 도움도 많이 받은 데다 FN의 회삿밥을 먹는 주제에 자기 작품을 내 이름으로 냈다고 해서 감히 독립이니 뭐니 하다니.”


진성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그런 진성을 보며 길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녀석이 정말 그 이유로 독립을 원했다고 생각하냐?”

“예? 서 작가가 제게 직접 한 말이었는데요?”

“아니다.”

“아니라니요?”

“서 작가가 독립하겠다고 한 날 내가 직접 서 작가를 불렀다.”


그 말에 진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할아버지가요?”


길수는 고개를 끄떡였다.


“서 작가가 그러더라. 작가를 단지 힘을 얻는 수단으로 쓰는 네 방식이 싫다고.”


진성은 마치 정지 마법에라도 걸린 양 움직임을 딱 멈췄다.


“자기는 진짜 글을 쓰겠다고 하더라.”


진성은 어이없다는 듯이 다시 피식 웃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 같은 자식.”

“그 샌님 같은 자식이 자본과 만나면 마냥 웃긴 일은 아니게 되지. 업계 사람들은 이미 FN의 성공 방식을 알고 있어.”

“......그렇긴 하죠.”

“더구나 FN 안에서도 명훈이 서 작가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 명훈은 알고 있어. 자신이 불리한 건 너와 같은 능력이 없어서라는 걸.”

“......그러면 서 작가에게 흥미를 느낀 이유가 설명되네요.”

“나는 FN 안에서 내가 손댈 수 없는 자본과 힘이 만나는 걸 원치 않는다. 그 자본이 아무리 혼인으로 맺어진 인척에게서 나온 자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저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그 자본은 회사 2대 주주에게서 나온 자본이기도 하죠.”


진성의 말에 길수가 허공을 보며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내 실수였지. 초창기에 FN을 설립할 때 명훈의 아버지에게서 자본을 끌어오지 않았어야 했어. 나중을 위해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했지.”


길수는 다시 쏘는 듯한 눈빛으로 진성을 쳐다보았다.


“꼴을 보아하니 유 작가를 아직 네 밑으로 못 끌어들인 것 같군. 네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할아버지, 그게...... 지금은 유 작가에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잘못하다간 한 피디와 완전히 끊어질 수 있거든요.”

“한 피디? 그래, 이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더군. 어떤 배우 매니저 놈이 사고를 쳤다면서? 그 때문에 회사에 이익이 될만한 사람을 놓치게 생겼다고 들었다.”


길수의 눈에 사나운 빛이 감돌았다.


“네게 그 자리는 과분한 것 같구나.”

“아니, 이번에는 여러 가지가 꼬여서......”


진성의 말을 듣고 길수는 버럭 소리쳤다.


“성공이냐 실패냐 외의 변명은 듣기 싫다.”


길수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이번에도 네게 맡겨도 되겠지?”


진성은 길수의 사나운 눈빛에 움찔했지만 침착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예, 할아버지.”


진성의 대답을 듣고도 잠시 아무 말 없던 길수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진성을 다시 쳐다보았다.


“혹시 유 작가를 네 밑에 두고 싶으냐?”

“예. 흐뭇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니까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서 작가와 같은 눈빛을 한 녀석이야, 유 작가는.”

“......서 작가와 같은 눈빛을 가졌다?”


진성은 흔들리는 눈으로 지한이 앉았던 의자를 쳐다보았다.




*


지한은 외근 중인 강 피디에게서 직접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이 드디어 회사 프로젝트 기획안을 허락하셨다는 소식을 김 이사님에게서 들었습니다.”

“예. 다행히 프로젝트를 이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은 유 작가 공이 컸다면서요?”

“아니, 제 공이라기보다는......”

“에이, 유 작가. 때로는 마음껏 자랑질해도 돼요. 유 작가는 그럴 자격이 있어요.”


강 피디의 말에 지한은 대답 없이 싱긋 웃기만 했다.


“아, 회장님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유 작가에게서 직접 듣고 싶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어렵겠네요. 아직 이쪽 일이 끝나지 않아서요.”

“그럼, 강 피디님이 오시는 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좋겠네요.”

“그보다 유 작가가 출연진을 먼저 생각해줄래요? 일단 이 기획을 만든 사람이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내가 직접 유 작가에게 갈게요.”

“예.”


지한은 휴대폰을 연필꽂이 옆에 둔 뒤 책상 위에 펼친 출연진 명단으로 눈을 돌렸다. 제일 먼저 지한의 시선을 끈 이름은 태민이었다. 병지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쟁이 얼굴이 떠오르자 지한은 피식 웃고 말았다.


“태민의 경우에는 어디 고등학교에 다니는 삶을 보여주면 될까? 나이는 스무 살이 넘었지만 워낙 엉뚱한 데가 있어서......”


병지에 이어 태민에게도 시달릴 생각을 하니 절로 머리가 아파 오는 지한이었다. 태민 아래에 예지가 있었다.


“이예지......”


지한의 눈빛이 바뀌었다. 사실 지한은 예지의 약점을 찾고 싶어 이번 기획을 생각한 것도 있었다. 지한은 굳은 얼굴로 다짐했다.


‘명 작가 뒤에는 길수가 있듯이 예지 뒤에는 진성이 있지. 이번에는 절대 명 작가 때처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을 거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윤 피디 24.08.06 19 1 11쪽
66 윤 피디 24.08.05 26 1 12쪽
65 영역 싸움 시작 24.08.03 27 1 12쪽
64 영역 싸움 시작 24.08.02 27 1 12쪽
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9 1 12쪽
62 함정 24.07.30 30 1 12쪽
61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30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1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3 1 11쪽
50 마약 스캔들 24.07.13 37 1 12쪽
» 권 회장 24.07.12 32 1 13쪽
48 권 회장 24.07.10 31 1 13쪽
47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46 화상회의 24.07.08 36 1 11쪽
45 화상회의 24.07.06 35 1 12쪽
44 요구 24.07.05 37 1 11쪽
43 요구 24.07.03 39 1 12쪽
42 요구 24.07.02 37 1 11쪽
41 미끼 24.07.01 40 1 12쪽
40 미끼 24.06.29 39 1 12쪽
39 미끼 24.06.28 42 1 11쪽
38 미끼 24.06.26 4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