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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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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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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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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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함정

DUMMY

회의실을 나온 뒤 지한은 명훈에게 최근 수상한 사람들이 가족 주위를 맴돈다며 경호원을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당분간 저희 가족을 지켜주셨으면 해서요.”


명훈은 잠시 말없이 지한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유 작가, 혹시 권 작가가 고용한 의심이 있는 사람들이 최근 유 작가의 가족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


지한은 조금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 작가가 경찰이 아닌 내게 가족의 보호를 부탁하는 것을 보고 그럴 거라 짐작했죠. 유 작가가 원하는 만큼 경호원을 유 작가의 가족에게 붙이죠.”

“감사합니다.”


김 이사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유명인이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는 지금 예능 컨셉이 나는 마음에 듭니다. 실제로 재밌었고 시청률도 잘 나왔죠. 그래서 명 작가와 박 피디가 그런 짓을 해서 더 화가 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김 이사님, 이번 예능 촬영은 어떻게 되나요?”


지한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명훈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예능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FN에서 이번 일의 책임자를 밝히고 그들이 벌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면 적어도 사람들의 화는 가라앉힐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사실 명 작가가 저에게 한 짓 때문에 강 피디님과 스태프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거든요.”


지한도 명훈이 말했던 것처럼 예능 촬영을 더 이상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강 피디에게 안심하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지한은 단지 명훈의 생각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 일로 현진수 씨가 곤란한 지경이 되었네요. 혹시 그 사람, 과거 일로 처벌받을까요?”


그 말을 듣고 명훈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아마도 그렇겠죠. 역시 옳지 않은 일은 어떻게든 문제가 되네요. 적어도 남들 보기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아야지 하며 살아왔지만, 진수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사실상 나도 진수가 죄를 회피하는 것을 방조한 셈이니까.”


그런 명훈을 보고 있다가 지한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이사님, 김 이사님과 현이수 씨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도 될까요? 두 분이 친하다거나......”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죠. 나이대와 관심사가 비슷하니. 주주 회의 때 이수 씨가 내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죠.”

“혹시 그래서......”

“뭔가 생각나는 게 있나요?”

“자기 손으로 진수를 두 번째 에피소드 출연자로 정했으면서도 명 작가가 진수를 위험해지도록 놔둔 게 이상했거든요.”

“권 작가 말인가요?”

“예.”

“그렇군요.”


지한은 주주 회의에서 이수가 명훈의 편을 들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진성이 이번 일을 뒤에서 도운 데는 그런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김 이사님, 한 가지 더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뭔가요?”

“현이수 씨를 만나게 해주세요.”



지한의 말에 명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유 작가, 혹시 회사가 재정적으로 피해볼까 싶어 그러는 건가요?”

“그런 것도 있고요. FN의 주주분이라 관심이 가네요.”

“유 작가는 여러모로 독특하네요.”


명훈이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급한 일을 처리하는 대로 자리를 마련할게요.”

“감사합니다.”


지한은 민감할 수도 있는 부탁을 명훈이 기꺼이 들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



길수는 화가 나 있었다. 준수가 되지도 않는 짓을 벌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이수를 화나게 한 게 무엇보다 거슬렸다.


“왜 하필이면 이수의 아들이지? 제 아들놈이 잘못되면 이수 그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그렇지 않아도 주주 회의 때 명훈의 편을 드는 녀석인데?”


진성의 사무실에 와서도 길수는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진성은 침착한 동작으로 소파의 상석을 가리켰지만 속으로는 길수보다 더 동요한 상태였다. 탁자 위에는 조금 전 비서가 가져온 쌍화차 두 잔이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 일단 진정하시고 몸에 좋은 쌍화차 한 잔 드세요.”


길수는 잔뜩 뿔난 얼굴로 진성을 노려보았다.


“너, 명 작가가 이수의 아들놈을 건들 것을 미리 알았냐?”

“아니요, 할아버지. 요즘 제가 명 작가를 피하고 있었는데 명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했겠어요? 저는 그냥 파일럿 형식으로 새 예능의 평가를 미리 받아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정말이냐? 정말 이 일과 관련 없어?”


길수가 재차 압박하며 물어도 진성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예, 할아버지.”


길수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진성을 보다 무너지듯 소파에 털석 앉았다.


“그 두 사람은 건들지 말라고 내 누누이 말했거늘...... 명 작가 이놈이 내 뒤통수를 쳐?”


여전히 씩씩거리는 길수를 보며 진성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사람 아들이 이번 일의 핵심이니까요, 할아버지. 이번 일이 제대로만 됐다면 현이수와 김 이사 사이가 원수지간이 됐을 겁니다.’


진성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쌍화차 잔을 들고 가볍게 원을 그리듯 잔 속의 액체를 섞었다.


‘준수 그 자식 때문에 오히려 일을 망쳐버렸어. 이수의 아들을 공격한 게 유 작가가 돼야 했는데. 이 일로 이수가 나와 할아버지에게 앙심을 품는 꼴이 돼 버렸어.’


진성의 눈에 사나운 빛이 번뜩이다 사라졌다. 진성은 애써 평온함을 가장하고 천천히 쌍화차를 마셨다.


진성이 준수에게 지한과 관련해 도발을 한 것도 진수가 두 번째 에피소드 출연자로 정해졌기에 그런 것이다. 그리고 준수가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를 파일럿 형식으로 미리 공개하기를 부탁했을 때 진성은 준수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화를 내다 제풀에 지친 길수는 소파에 축 늘어져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이수 아들놈부터 구해야겠는데..... 그래야 이수 그놈이 이쪽에 허튼 마음을 품지 않지.”


길수는 진성의 비서가 가져다 준 쌍화차를 입에 넣더니 오만상을 찡그리며 도기 잔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호통쳤다.


“이 녀석, 이런 거 하나 딱딱 못 맞추나? 이런 맹물 같은 걸 쌍화차랍시고 내왔다고?”


진성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서 전화 버튼을 누른 뒤 말했다.


“박 비서, 쌍화차 다시 내오도록 해요. 좀 더 진한 걸로요.”


버튼에서 손을 떼며 진성은 저번 방문에서는 쌍화차 맛이 진해서 역겹다고 화를 냈던 길수를 힐금 쳐다보았다.



*


회의실에서의 폭로가 있은 당일 명훈은 FN의 사과문을 뉴스로 내보냈다. 준수와 박 피디의 소행을 밝힌 뒤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데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명훈은 이 일의 책임자인 준수와 박 피디를 업무 방해죄로 고소한다고 알렸다.


FN의 사과문이 나갔다고 여론이 금방 좋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FN에 대한 공격은 줄어들었다. 저녁 뉴스를 훑어보던 지한은 한 가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왜 진수의 도박을 다룬 뉴스가 없지? 처음 파일럿 예능에서 진수가 한 대사나 장면을 문제 삼은 뉴스 기사 외에 어디에서도 진수 과거 이야기를 하는 뉴스가 없어.’


지한은 의문을 다음 날 풀 수 있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한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노트북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아침 뉴스 중 하나에 진수의 도박과 관련된 뉴스가 짤막하게 떠 있었다.


2년 전 진수는 FN 소속 배우였던 희수와 친분이 있었던 것은 맞다. 희수와 함께 문제의 도박장을 찾았지만 진수는 도박에 참가하지 않았고 옆에서 구경만 하던 입장이었다. 경찰의 급습으로 진수를 포함한 희수 일당이 잡혔다. 조사 결과 진수는 직접 도박을 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를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대성일보의 이문혁 기자는 기사를 썼다. 이에 현진수 측에서 대성일보에 정정보도를 엄중히 요구한다가 기사의 내용이었다.


“이상한 일이야. 정말로 기자가 잘못 기사를 썼다면 이 정도로 넘어가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이수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이 기자를 고소한다고 난리 쳤을 건데......”


기사와 관련된 내용을 누구에게 물어볼지 고민할 때 지한의 머릿속에 병지가 떠올랐다. 진성만큼은 아니지만 회사와 업계 정보를 모아올 수 있는 인물이 병지였다. 지한은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지는 이미 회사 작업실에서 지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왔네요.”


지한이 가방을 책상 위에 놓으며 병지에게 말했다. 병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지한 씨, 혹시 인조인간 아니죠?”

“인조인간? 뭔 소립니까?”

“어제 그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요? 나는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병지 씨가 잠을 왜 못 자요?”

“그러니까 지한 씨를 노리고 회사 사람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던 병지는 작업을 시작하려는 작가들을 쳐다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명 작가와 박 피디 일을 밝히지 못했으면 지한 씨가 그대로 책임지고 해고됐을 겁니다. 거기다 운이 나쁘면 고소당했을지도 모른다고요. 진짜 긴장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뇌의 부분이 손상된 건 아니죠?”

“아, 그건 그냥......”


지한이 FN에 들어온 이유는 형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과 형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형이 당한 것을 되갚아주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지한은 오로지 앞으로 달리는 것만 생각했다. FN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없기에 두려울 것도 없었다. 정확히는 상대가 두려워서 복수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약해지는 마음을 무시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길수 앞에서도 회의실에서 준수와 대면했을 때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고소당했을 거라는 건 무슨 말이죠?”

“지한 씨, 오늘 아침 뉴스 봤어요? 진수의 과거 도박이 오해라는 뉴스요.”

“봤어요.”

“그거 권 작가가 돈을 주고 산 기삽니다.”

“권 작가가 뉴스 기사를 돈으로 샀다고요?”


병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권 작가가 이수에게 진수 무죄 기사를 내겠다고 먼저 전화를 걸었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부리던 작가가 제멋대로 한 일을 용서해달라더랍니다. 뉴스 기사를 읽고 삼촌이 이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거든요. 삼촌은 명 작가가 지한 씨에게 이번 일을 덮어씌우고 이수가 지한 씨를 고소하는 식으로 일을 마무리했을 것 같다고 했어요. 삼촌은 차마 지한 씨에게 말을 못 했지만 나는 이일을 지한 씨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이제껏 침착하던 지한의 목소리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지한은 한 번 피식 웃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이제야 명 작가의 노림수가 뭐였는지 확실히 알겠네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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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 24.07.30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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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29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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