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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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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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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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끼

DUMMY

유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한 배우님이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왜요?”


병지도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한 배우님이 과거 젊은 시절에 친구와 세상 사람들을 속인 일이 있습니다. 약속했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한 배우님이 법을 어겼고 친구가 대신 뒤집어썼어요. 그때는 그냥 넘어갔던 일을 친구의 동생이 다시 문제를 제기했어요. FN 소속사에서 지금 막고는 있지만 끝까지 대중에게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죠. 한 배우님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형인 한 피디님은 물론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을 굳히시는 것 같았어요.”

“한 배우가 과거에 법을 어겼고 지금 다시 그것 때문에 드라마 출연을 포기한다고요?”


병지의 질문에 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배우님이 과거에 어떤 법을 어겼을까요? 한참 기대 중인 드라마 출연을 포기할 정도면......”


유빈은 믿기지 않은 사실을 접한 사람처럼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은 잠시 눈앞의 두 사람을 살핀 뒤 말했다.


“두 사람 다 이 일을 가십거리로 여기지 않을 것을 압니다. 병지 씨 같은 경우는 오히려 이 일을 알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죠. FN 소속 배우에게 일어난 일을 삼촌에게 전해야 하니까......”


지한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배우님이 대학 시절에 음주 운전하다 사고를 낸 일이 있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사고 처리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죠. 맞아요. 뺑소니를 친 거죠.”


동공이 흔들리는 병지를 쳐다보며 지한이 말했다.


“그때 조수석에 한 배우님의 친구가 앉아 있었죠. 한 배우님이 운전한 차도 친구 아버지의 차였죠. 한 배우의 친구가 자신이 운전을 했으며 사고를 낸 걸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과 수리비는 한 배우님이 물어주기로 하고요. 그리고 친구는 음주 운전과 뺑소니라는 죄를 대신 할 테니 한동안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돌봐달라고 했답니다. 그 제안을 한 배우님이 받아들였고요.”


지한이 입을 다물자 휴게실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 어색한 침묵을 깬 사람은 병지였다. 숨을 참고 있었던 듯 짧은 숨을 급히 내쉰 그는 머리를 살짝 흔들며 입을 열었다.


“한 배우가 과거에 그런 일을......”


약간 안색이 창백해진 유빈이 이해가 안 되다는 표정으로 지한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 배우님 친구 동생은 왜 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들추는 걸까요? 한 배우님이 법을 어겼긴 했지만 그렇게 하도록 친구가 먼저 말했잖아요?”

“동생은 배우님이 친구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도록 강요했다고 형에게서 들었다고 합니다. 그 기록도 있다면서요.”

“한...... 배우님이 죄를 뒤집어쓰도록 강요했다고요? 그 기록도 있고?”


유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지한의 말을 따라했다. 지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덧붙여 말했다.


“그래서 한 배우님이 드라마에 출연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하려고 나를 부른 거죠.”


다시 한번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잠시 감돌았다. 세 사람 모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특히 병지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삼촌이 공동 대표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한 배우의 친구였던 사람의 동생이 FN 소속사에 그런 말을 했는데 이쪽에 보고된 게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지한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심증뿐이지만 이번 일은 진성이 일으켰을 가능성이 컸다. 진성은 정현이나 정수의 약점을 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 정수가 군말 없이 진성의 밑으로 들어올 테니까. 진성은 이 일을 정수를 데려오는 용도로만 쓰고 싶을 것이다. 그 역시 정현이라는 카드를 잃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굳이 명훈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공동 대표인 그가 이 일에 끼어들면 진성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었다.


“.....삼촌이 너무 사람들을 자유롭게 둔 것 같아......”


지한은 병지가 같은 생각이지만 조카 앞에서 삼촌 험담을 하는 게 될 수도 있어 굳이 자신의 의견을 보태지 않았다. 병지에게 날카롭게 굴긴 하지만 유빈 역시 병지와 같은 심정임을 알 수 있었다. 유빈은 의아한 얼굴로 지한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한 배우님이 친구에게 강제로 자신의 죄를 씌운 게 맞나요? 지한 씨 말로는 친구가 먼저 운전을 한 사람도 뺑소니를 친 사람도 자신이라 하자 했다면서요?”


지한은 유빈이 정현의 ‘죄’라고 확실히 말해 마음에 들었다. 정현이 죄를 지은 건 사실이고 지한 역시 그 부분을 감싸줄 생각은 없었다. 지한은 병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표님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까요?”

“한 배우가 과거 저지른 죄의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실걸요. 지금 한 배우가 매듭짓지 않으면 계속 발목이 잡힐 거고요.”


병지의 대답을 듣고 지한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정현이 아무 문제 없이 드라마에 나가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었다. 더구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만큼 대표 입장에서 정현의 방어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병지의 단호한 대답을 보니 명훈은 적어도 진성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한 배우님이 친구 동생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하면 되겠네요.”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한의 단호한 목소리에 유빈은 물론 병지까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지한을 쳐다보았다.


“이 일은 단순히 그런 식으로 풀 수는 없습니다.”

“지한 씨는 뭔가 알고 있나요?”


유빈이 지한의 표정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지한은 유빈이 감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일이 매듭지어지면 그때 알려줄게요. 그 전에 병지 씨는 한 배우님에게 일어난 일을 삼촌에게 알려줄래요?”

“당연히 그래야죠. 한 배우 혼자 힘들게 둘 수는 없으니까.”


병지는 다소 굳은 얼굴로 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진성은 자신에게 명훈이 전화를 걸자 속으로 조금 놀랐다. 사실 진성과 명훈은 인척 관계였다. 명훈의 고모가 진성의 할아버지인 권길수의 첫 번째 부인이었다. 그 부인을 사별한 권길수는 일 년 만에 두 번째 부인을 들였다. 전 부인의 외가와 두 번째 부인의 자식인 진성의 아버지가 따로 교류를 이어간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진성에게도 명훈의 일가는 남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첫 번째 부인의 가족들을 권길수는 잊지 않고 여러 도움을 주었다.


벤처 회사를 만들어 성공시킨 명훈을 눈여겨 본 길수는 그에게 FN 회사의 경영을 맡겼다. 길수는 진성이 명훈과 힘을 합쳐 회사를 잘 이끌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성은 애초에 자신의 권력을 명훈과 나눌 생각이 없었다.


진성은 여러 방법을 써서 회사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불렸다. 그 덕분에 진성의 영향력이 커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명훈이 손댈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은 진성이 주요 결정권자이고 명훈은 부수적인 위치라고 할 정도였다.


“권 작가, 이번에 한 배우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면서요?”


명훈은 진성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필요 이상으로 친한 척하지 않았다. 외조카여도 다른 사람들처럼 진성을 권 작가라고 불렀다.


“아, 네, 한 배우의 과거사가 갑자기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비밀스럽게 처리하고 있는 일을 명훈이 알게 되었지만, 진성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정현이 자신에게 생긴 일을 지한에게 말했고 지한이 병지에게 그 일을 말해줄 가능성이 있었다. 최근 자신의 라인에 속한 작가들이 지한과 명훈의 사이를 보고 하고 있었다. 병지가 먼저 지한에게 접근해서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한다는 것도 보고받은 사실이었다.


‘그만한 실력이라면 저쪽에서도 눈독을 들일 만 하지.’


진성은 지한을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한이 병지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을 듣고 진성은 입맛이 썼다. 물론 순순히 지한을 명훈 쪽으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


“한 배우가 젊었을 때 음주 운전과 뺑소니 두 가지 죄를 지었고 그것을 친구에게 뒤집어씌웠다고 친구 동생이 주장하고 나왔다면서요?”

“예. 저도 보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FN 소속사에서는 어떤 보고도 없던데?”


명훈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 든 뉘앙스는 곱지 않았다. 진성은 당황하는 일 없이 정중하면서도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FN 소속사에서는 한 배우 친구 동생과 어느 정도 협상을 한 뒤 김 대표에게 알려야겠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합니다. 저번에 소속 가수들에게 생긴 문제에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나무라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미리 김 대표에게 알리지 않은 것 같네요.”

“대처 방법을 세운 뒤 나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그렇죠.”


진성의 대답에 명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는 진성의 말을 백 퍼센트 믿기지 않았고 진성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성은 명훈이 뭔가를 지적한다고 해서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았다. FN에서 진성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명훈은 그런 지위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한 배우가 그 일로 드라마에 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유 작가에게 말했다던데. 혹시 권 작가는 알고 있었어요?”


명훈의 말에 무표정하던 진성의 얼굴에 변화가 나타났다. 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렸다.


“하, 한 배우가 이번 드라마에 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요?”

“그렇게 들었어요.”


진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없이 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권 작가?”


길어진 침묵에 명훈이 의아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명훈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듯 진성은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는 다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배우의 의향을 알아보도록 하죠. 이번 드라마는 한 피디의 TV 드라마 데뷔이기도 하니 좀 더 신중히 일을 처리할 생각입니다. 한 배우는 FN에 중요한 배우이니 이대로 커리어에 얼룩이 생기도록 해선 안되죠. 어차피 한 배우가 과거에 저지른 일은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니까.”

“공소시효가 지났다지만 그래도 공인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어요?”


명훈의 말에 진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 이상적인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야 한 배우가 앞으로 이번처럼 발목 잡힐 일이 없을 테니까.”


진성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런 일은 당신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선비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겠지. 애초에 발목을 잡을 인간을 왜 그대로 두지?’


진성은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FN에 아무런 해가 없게 하라고 소속사에 일어놓겠습니다. 곧 소속사에서 한 배우와 관련된 자세한 보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럼, 기다리고 있죠.”


진성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천천히 마음속에 떠오른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어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진성은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


“유 작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내 사무실로 와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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