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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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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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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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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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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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함정

DUMMY

명훈의 반항을 생각지도 못했던 길수는 화난 표정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이 섞인 얼굴로 명훈을 쳐다보았다. 명훈은 길수의 눈길에서 등을 돌려 준수와 박 피디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번 일을 일으킨 장본인인 명 작가와 박 피디가 책임을 져야죠.”


준수와 박 피디는 굳은 얼굴로 명훈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 대신 명훈이 준수를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어요. 명 작가는 왜 이런 일을 꾸몄죠? 박 피디를 시켜서 프로그램에 얽힌 사람들은 물론 회사에까지 손해를 입혔습니다. 특히 명 작가는 유 작가를 노리고 움직였죠. 이유가 뭡니까?”

“그, 그건......”


준수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할 때 느닷없이 길수가 버럭 소리쳤다.


“이봐, 김 이사!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박 피디 일은 나중에 처리하면 돼! 지금은 현진명의 화를 풀어야 한다고!”


명훈은 냉정한 눈빛으로 길수를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회장님. 지금은 박 피디와 명 작가 일을 파헤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봐, 자네......”


그러나 길수는 명훈이 돌아서자 말을 채 다 잇지 못했다.


“다시 묻겠습니다, 명 작가. 이런 짓을 꾸민 이유가 뭡니까?”

“김 이사님, 그건......”


준스가 더 이상 아무 말 못하자 지한이 대신 입을 열었다.


“김 이사님,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명 작가와 저는 얼마 전에 좋지 않은 일로 엮인 적이 있습니다. 한정현 배우 일로요.”

“한정현 배우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명훈은 당황한 듯 살짝 표정이 흔들렸다.


“처음 명 작가는 저에게 한 배우를 TV 드라마에 출연하도록 설득하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맡은 임무대로 저는 한 배우가 TV에 나오도록 설득했습니다. 운이 좋아 한 피디님이 드라마의 연출을 하겠다고 하셨고요. 그때 저는 한 배우와 한 피디님과 약속했습니다. 드라마의 시나리오는 제가 쓰겠다고요.”


지한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을 준수와 진성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준수는 세상이 망하기라도 한 듯 창백하게 얼굴이 질린 채 몸을 움찔움찔 떨고 있었다. 반면 진성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포커 페이스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지한과 시선이 마주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저는 임무를 받은 입장이었기에 명 작가에게 가서 보고했습니다. 한 배우가 TV 출연하기로 했다고요. 그 뒤 명 작가는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한 배우에게 갔습니다. 제가 쓴 시나리오 대신에 자기가 쓴 드라마를 찍자고 설득했습니다. 그것을 한 배우가 거절했습니다.”


이제야 정현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병지와 유빈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회의실 안 사람들은 경악한 얼굴로 준수와 진성을 쳐다보았다.


입을 꾹 다물고 책상으로 시선을 내렸던 명훈이 고개를 들었다. 옆에 앉은 병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빛을 한 삼촌의 모습에 절로 숨소리조차 거칠어졌다.


“그 뒤 명 작가는 합당한 처분을 받았습니까? 유 작가의 공을 가로채려 한 역겨운 짓에 대해서요.”


명훈은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길수와 진성에게 차분히 물었다. 그래서 병지와 유빈을 제외한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명훈처럼 진성도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명 작가는 그 뒤 근신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도 했고요.”

“단지 근신 처분만 받았단 말입니까?”

“그때 분명 명 작가가 실수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의 중요 인재를 내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진성의 말에 명훈의 입가가 가늘게 떨렸다. 병지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의자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그게 아니죠. 명 작가는 당신 사람이니 지킨 거겠죠. 그 어떤 못된 짓을 하더라도.”


진성은 명훈의 입에서 거의 처음 듣다시피 한 냉정한 목소리에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명훈이 진성을 쏘아보자 길수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진성아, 그만해라. 김 이사도 마찬가지고.”


길수의 말에 진성은 가까스로 명훈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명훈은 입술을 꽉 깨문 뒤 다시 평온한 목소리로 돌아갔다.


“그렇죠. 사람들에게 굳이 나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겠죠.”


명훈이 진정되자 병지는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을 겁니다.”


명훈은 준수와 박 피디를 보며 선언하듯 말했다.


“회사에서 입장문을 낼 겁니다. 이번 일이 명 작가와 박 피디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밝힐 겁니다. 그 뒤 두 사람을 업무 방해죄를 고소할 겁니다.”


명훈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리고 나자 사람들은 헉 숨을 들이쉬며 일순 움직임을 멈췄다. 특히 준수와 박 피디는 충격으로 단번에 사색이 되어 입술을 덜덜 떨었다.


“김, 김 이사님...... 제발..... 다시 한 번만......”


간신히 쥐어짜는 목소리를 내던 준수는 명훈의 차가운 눈빛을 받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박 피디는 자리에서 일어나 명훈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을 테니 고소만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방금 말한 것에서 조금도 물릴 생각은 없습니다.”


명훈의 단호한 목소리에 박 피디는 회의실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명훈에게로 향했다.


“김 이사님, 제발..... 그런 처분만은 제발......”


박 피디가 명훈에 닿기 전에 병지와 강 피디가 박 피디를 잡았다. 박 피디는 필사적인 시선으로 명훈을 쳐다보았다. 명훈이 말한 처분을 받는다면 박 피디도 준수도 이 업계에서는 끝장이었다.


“박 피디, 소란죄까지 추가되고 싶습니까?”


명훈의 단호한 목소리에 허우적거리던 박 피디의 두 팔이 움직임을 딱 멈췄다. 이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준수와 박 피디를 대신해 진성이 끼어들었다.


“김 이사님, 화나신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처분은 다시 생각해줄 수 없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진성의 말을 막은 사람은 명훈이 아니라 길수였다.


“진성아, 그만둬.”


짧게 내지른 길수는 명훈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김 이사의 뜻대로 하게. 나 역시 김 이사와 같은 마음이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명훈은 길수에게 약간 숙였다가 여전히 단호한 얼굴로 치켜들었다.


“이제부터 저는 마냥 뒤로 물러나 있지 않을 겁니다. 권 작가가 정말로 FN을 위해 일하는지부터 따져볼 생각입니다.”


명훈의 선언에 길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김 이사,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이 아이가 이번에 좀 실수를 했다고 이제부터 감시라도 하겠다는 건가?”


길수의 말에 명훈의 입에서 헛바람과 같은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회장님, 명 작가는 대표적으로 권 작가 라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권 작가의 뒷배를 믿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꾸밀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까?”

“명 작가가 진성이와 가깝다는 것은 내 알고 있었지. 하지만 이번 일에 진성이가 한 일은 에피소드 두 개를 파일럿 형식으로 공개하는 것을 허락한 것 뿐이야. 김 이사 자네도 듣지 않았나? 유 작가가 좀 더 일찍 에피소드에 문제가 있으니 방송을 하지 말라고 알리지 못했다는 말을? 그러니 유 작가에게도 책임이 있어.”


길수의 말에 명훈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는 이제 길수를 쏘아보고 있었다. 길수 역시 사나운 눈길로 명훈의 눈빛에 응수하고 있었다.


지한은 길수의 말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길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진성을 감싸면 안 되었다. 하지만 길수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고 명훈의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자신에게 해가 될지도 모를 적을 길수 스스로 만든 것이다.


눈싸움은 명훈이 스스로 피하면서 끝나게 되었다.


“지금은 이 일을 수습하는 게 먼저겠지요. 제가 명 작가와 박 피디와 관련된 일을 매듭짓겠습니다. 회장님과 권 작가는 현진명 씨의 마음을 돌리도록 하십시오. 그 사람의 자금이 빠져 나간다면 그 이유를 주총 때 설명해야 할 테니까요.”


명훈의 목소리가 다시 차분하게 돌아왔지만 지한은 그가 뒤로 물러선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길수는 명훈처럼 한발 물러서지 못했다.


“자네, 꼭 그렇게 말을 해야 하나? 여기서 주총 이야기가 왜 나와?”


길수는 기어코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길수와 달리 명훈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아니면 주주들에게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주주들에게 어떻게 해명할 거냐고? 회사를 굴리면서 왜 그것들의 눈치를 봐?”

“자신의 지분을 아드님에게 상속하려 했을 때 주주들이 맹렬히 반대했죠. 회사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고 단지 회장님의 아들이기에 회사를 물려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죠. 그래서 회장님도 아드님에게 상속을 포기한 게 아닙니까?”


명훈의 말에 길수는 움찔 몸을 떨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한은 명훈과 길수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김 이사님의 말대로라면 저 영감의 약점은 같은 주주라는 건데......’


지한을 제외한 사람들은 명훈과 길수를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명훈은 자신을 진정시켰다.


“여러분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죄송합니다.”


명훈이 사과하자 강 피디가 말했다.


“아, 아닙니다.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서로 격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수긍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길수는 여전히 분을 풀지 못했다.


“나 먼저 일어남세. 김 이사는 명 작가와 박 피디를 처리하고 나도 현진명을 최대한 설득해보지.”


말을 마친 길수는 명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던 진성은 조용히 일어나 명훈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길수 뒤를 따라 회의실을 나섰다. 명훈은 진성이 지한에게 사과하길 바랐으나 진성은 날카로운 눈으로 지한을 힐금 쳐다본 게 다였다. 지한은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진성이 투지를 잃지 않고 다시 덤벼들기를 바라고 있었다.


명훈이 지한에게 다가왔다.


“유 작가, 미안합니다. 회사가 엉망으로 돌아간 바람에 유 작가가 제일 피해를 보게 되었네요. 명 작가는 분명 권 작가에게 잘 보이려다 유 작가에게까지 앙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신 사과드립니다.”



지한은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도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명훈을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김 이사님 때문이 아닌걸요.”

“......빈말이라도 고맙네요. 일단 회사를 이 지경으로 방치한 것도 나니까.”

지한의 말에 명훈은 씁쓸하게 웃었다.


“김 이사님, 김 이사님이 저에게 관심이 있다고 김 작가에게서 들었습니다.”

“맞아요. 그리고 고맙게도 유 작가가 이쪽 라인에 들어오겠다는 말을 병지에게서 전해 들었죠.”

“김 작가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털어놓으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한은 한 템포 쉬었다가 명훈의 눈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김 이사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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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영역 싸움 시작 24.07.31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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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 24.07.29 26 1 12쪽
60 함정 24.07.27 27 1 13쪽
59 함정 +2 24.07.26 26 1 12쪽
58 함정 24.07.24 29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8 1 12쪽
55 함정 24.07.20 30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1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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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미끼 24.06.26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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