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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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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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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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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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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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요구

DUMMY

“병지 씨, 한 배우님에게 지금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밝혀줄 인물이 김 이사님과 한 피디님과 한자리에서 만나기를 원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없는 자료실을 찾아 들어간 뒤 지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병지 씨가 먼저 김 이사님에게 만남 요청을 이야기해줄래요? 처음 얼마 동안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척해달라는 부탁도 함께요. 그래야 그 사람이 진실을 밝힐 겁니다.”


병지는 심란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 지한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왜 그래요?”

“나보다 지한 씨가 좀 더 온화하게 생겨서 그런 걸까요?”

“예?”

“유빈 씨 말이에요. 나에게는 가시 돋힌 사람처럼 톡톡 쏘면서 지한 씨에게는 더없이 부드럽게 대하잖아요.”


병지의 목소리가 점점 우울하게 변했다.


“유빈 씨는 갈수록 내게 차갑게 굴어요.”

“......병지 씨, 혹시 이전에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 있어요?”

“당연히 있죠. 그것도 열 명 넘게 사귀어봤어요.”

“가장 길게 사귀어 본 기간은 얼마쯤 돼요?”

“그거야......”


병지는 힐금 지한의 눈치를 보다 목청을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두 달이 못 되었죠.”

“.....병지 씨는 축구를 좋아하죠. 혹시 여자친구와 만나는 중에 내내 축구 이야기만 하다 여자친구가 화낸 적은 없어요?”

“......그런 일이라면 있었어요. 대학교 때 사귄 여자친구가 축구를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업까지 빼가며 같이 보러 다녔어요. 처음에 여자친구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화를 내더라고요. 자기를 만나서 온통 축구 이야기만 한다고...... 나는 당연히 여자친구도 좋아할 줄 알았죠...... 회사 다닐 초창기에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새벽 내내 축구 보다가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있어요. 그러자 여자친구가 마구 화를 내면서 헤어지자고 한 적도 있어요.”

“병지 씨는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 여자친구가 현재 어떤 마음인지 그 시그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던데요?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여도 온종일 축구 이야기만 하면 당연히 화가 나죠. 병지 씨는 여자친구가 현재 무엇을 마음에 두고 있고 기분이 어떤지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지한의 말에 병지는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 지한 씨, 보기와 달리 상당히 연애 고수인가 봐요? 하긴 지한 씨 같은 순진한 얼굴이면 여자들에게 어필이 잘 될지도......”


조금 전 시무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병지는 평소처럼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지한의 얼굴을 품평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지한은 민우를 떠올렸다.


“혹시 비꼬는 건 아니죠?”


지한이 일부러 딱딱한 목소리를 내자 병지는 씨익 웃으며 친근한 태도로 지한의 어깨를 살짝 쳤다.


“에이, 비꼬는 거라뇨? 고수님의 말에 무한 감탄 중인데.”

“연애 고수 아니거든요? 그냥 누나와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히 여자들 마음을 알 수 있게 된 것뿐이죠.”

“누나가 있었어요? 흠, 그렇담 여자들과 잘 지내는 게 말이 되긴 하죠.”


팔짱까지 끼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던 병지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눈을 빛내며 지한과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지한 씨, 우리 같이 연애 시나리오 한 번 써봐요. 공동 작업을 하면서 지한 씨에게서 여자에 대해 많이 배울 것 같은데.”

“전에 같이 작업하자고 했던 괴기 추리물은 어쩌고요? 연애 이야기보다 나는 그쪽이 더 마음에 드는데.”

“아, 그 이야기요?”


씩씩하게 웃던 병지의 얼굴에 먹구름이 약간 끼었다.


“이야기가 통 앞으로 진행이 안 되고 있어요.... 나중에 지한 씨가 시간이 날 때까지 묵혀둘까 생각도 하고 있죠......”

감정 상태를 투명하게 태도에 다 드러내는 병지를 지한은 신기한 생물을 보는 듯한 심정으로 쳐다보았다.


“병지 씨의 작품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먼저 김 이사님에게 제 말을 전해줄래요?”

“당연히 그래야죠. 지금은 한 배우님에게 닥친 일이 더 급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병지는 기대감 어린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괴기 추리물이든 연애물이든 조마간 같이 작업하기로 해요.”

“알았어요.”


마치 새 장난감을 약속받은 아이처럼 병지가 신난다는 듯이 씨익 웃자 지한은 조금은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민우 이상으로 병지에게 휘둘릴 것 같다는 그런 예감이었다.


*


형섭은 눈앞에 앉은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확신을 구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 분명히 증언해줄 수 있지? 권 작가님 지시로 한 배우의 친구 동생을 찾아냈다는 걸. 그 뒤에 그 동생이라는 사람이 FN 소속사에 협박 메일을 보냈다는 것까지. 강남현이라고 했지? 한 배우 친구 동생이라는 사람이?”


회색 줄무늬 양복을 입고 머리카락을 깔끔히 넘긴 남자가 형섭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리고 더한 것도 이 속에 들어있어.”


남자는 다리를 꼬며 입가에 손에 든 작은 녹음기를 흔들었다.


“권 작가가 남현에게 지시 내릴 때 몰래 녹음했지. 어떤 식으로든 돈벌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든.”

“탐정에게도 고객 비밀 유지 의무라는 게 있을 텐데, 민 탐정?”

“나라고 매번 이러지는 않아. 당장 한 달 뒤에 갚아야 할 빚이 없다면 말이야. 의뢰를 받을 때 우리도 고객 뒷조사를 조금 하거든. 혹시 숨기는 게 있어서 나중에 우리가 덮어쓰면 안 되잖아? 고객이 위험인물일 수도 있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그 안전장치가 이렇게 쓰인 경우는 없지만 말이야.”

“앞으로는 탐정 사무소에 일을 맡길 수 없겠는걸. 민 탐정을 보면 말이야.”


형섭의 말은 비난에 가까웠지만 민우현은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다 먹고 살자고 이러는 게 아니겠어?”

“그렇지. 모두가 다 먹고살자고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겠어?”


형섭은 우현의 말에 맞장구를 친 뒤 자신들 뒤 테이블에 앉은 현주를 힐금 쳐다보았다. 현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앞에 두고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임에도 현주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 있었다.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형섭도 따라 일어섰다. 우현은 노련한 탐정답게 순식간에 주위 경계를 마치고 소리 없이 카페문을 나섰다. 탐정이 사라지고 나자 형섭은 현주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가늘게 떨고 있는 어깨를 감싸주었다.


“정말 안심할 수 있는 거지? 이 일이 알려지면 권 작가님은 우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괜찮아. 일단 유 작가에게 말했거든. 김명훈과 한 피디에게서 확실한 보장을 받지 않으면 어떤 것도 알려줄 수 없다고. 자기는 그냥 나만 믿고 있으면 돼. 대배우의 아내가 될 미래를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래. 그렇게만 되면 정말 좋겠지만......”


형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현주였지만 얼굴에서 불안감은 전혀 지우지 못했다.


*


병지는 핑계를 대고 작업실에서 빠져나와 주차장에 주차해둔 차 안에서 명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지에게서 지한의 요청을 듣고 명훈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길어지는 침묵에 병지가 의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삼촌, 왜 그래요?”

“.....유 작가 말이야. 단지 글만 쓰는 사람인가 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회사 안의 누구보다 지금 FN 소속 배우에게 생긴 일의 정황을 알아보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어. 그것도 상당히 일을 잘하고 있지. 작가라고 하기보다 전략가 같아.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전략가요? 매번 대박 작품을 써내는 작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유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건 어떻게든 이뤄내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까다로운 한 배우를 대중 드라마에 나가도록 설득했다고 했을 때부터 일반적인 작가와는 다른 인물이라 생각했지만.”

“......삼촌 말을 들어보니 권 작가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요.”

“그렇지. 권 작가도 전략가의 소질이 있는 사람이지. 단지 글을 잘 쓰거나 기획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에 병지는 의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유 작가는 권 작가와 달라요. 많이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 같았어요. 물론 얼굴이 순진하게 생겨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삼촌 말대로 행동이나 마음 쓰는 것을 보고 그렇게 느낀 거거든요. 연애 고수일 거라 생각은 못했지만요.”

“응? 연애 고수?”

“여자들 마음을 잘 아는 것 같았어요. 자기 말로는 누나와 같이 자라서 그렇다고 하지만요.”

“......너와 이야기를 할 때는 가끔 맥락을 벗어나는 것 같아......”

“그래요?”

“누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유 작가의 가족 관계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아니요. 아직 그 정도로 친해진 건 아니라서.”

“......그래?”

“그런데 유 작가 가족은 왜 궁금한 거예요?”

“저번에 유 작가와 만나 서 작가 이야기를 했잖아? 그때 유 작가가 굉장히 쓰라린 표정을 지었거든. 서 작가가 자살했다는 부분에서. 잠깐 스친 표정이라서 너희들은 못 본 것 같지만 내 눈에는 확실히 보였어. 성이 다르니 친형은 아닐 테고..... 혹시 아주 친했던 사촌 형 혹은 가까운 선배였던 건 아닌가 싶어.”

“가능성이 있네요.”

“더구나 아직 권 작가의 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의문이야. 그런 인물을 권 작가가 그냥 내버려 뒀을 리가 없는데. 저번에 말했던 대로 권 작가는 서 작가를 잃은 뒤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니까. 권 작가가 좋은 조건을 내밀었지만 유 작가가 거절했을 가능성이 커. 솔직히 권 작가 라인에 속하면 앞길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지. 그걸 거절할 정도로 유 작가가 권 작가에게 반감을 지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

“흠....., 그렇겠네요.”


병지는 마치 눈앞에 명훈이 있는 것처럼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래서 유 작가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해.”


명훈의 말에 병지는 눈을 반짝였다.


“삼촌, 그 궁금증을 풀어줄 테니까 이번 회사 프로젝트에 저를 좀 끼워줘요.”

“뭐?”

“듣기로는 유 작가가 러브 예능 프로젝트 메인 작가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유 작가의 보조 작가로 끼워주시면 삼촌의 궁금증 해결을 위해 노력할게요.”


명훈은 화가 나서 병지를 꾸짖었다.


“이 녀석아,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 프로젝트에 들려고 해야지. 어떻게 내 앞에서 낙하산 혜택을 보고 싶다고 할 수 있냐?”

“아니, 삼촌, 그게 아니라요, 유 작가에 대해 알아내려면 일단 친해져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유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삼촌을 위해 이러는 게 더 커요. 다시 권 작가처럼 위험인물을 삼촌이 덜컥 믿으면 안 되잖아요?”

“......”


병지의 말에 정곡을 찔린 명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 작가가 권 작가와 같은 류의 사람이라면 멀리하거나 대책을 세워야 하잖아요? 삼촌은 일단 마음에 드는 상대를 의심하기 싫어하니까 다시 당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 한 몸 희생해서 비극을 막겠다는 겁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명훈은 조금 떨떠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예능 프로젝트에 나가도록 강 피디에게 부탁해보지. 유 작가와 관련해 알아낸 게 있으면 전화를 하든 직접 찾아오든 해서 말해줘. 유 작가가 청한 만남은 한 피디와 의논해서 날짜를 정할 테니.”

“알겠어요, 삼촌.”


병지가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하자 명훈은 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끊었다. 병지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유 작가에게서 연애 비법도 배우고 삼촌 고민도 들어주고...... 이게 일석이조 아니겠어?”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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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함정 24.07.22 28 1 12쪽
55 함정 24.07.20 30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1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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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권 회장 24.07.10 3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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