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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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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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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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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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DUMMY

방송 스케줄이 잡히고 두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지한의 예상대로 고등학생의 삶을 사는 태민의 컨셉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세븐럭 팬들의 결집으로 첫 방송 시청률은 5%가 넘었다. 연예 기자들은 신선도와 친근함이 이번 예능의 무기라면서 너도나도 호의적인 기사를 실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첫 번째보다 시청률이 떨어졌지만, 무난히 3%를 넘겼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받은 호응이 두 번째 에피소드의 관심도를 올린 셈이었다.


예능 스태프들과 축하하는 자리에서 과음했던 강 피디는 다음 날 늦게 일어났다. 급히 출근 준비를 하다 강 피디는 휴대폰으로 카톡과 메시지가 여러 개 온 것을 발견했다. 부재중 통화도 10통이나 와 있었다. 의아함을 느낀 강 피디는 우선 카톡 창을 열었다. 큰일 났다는 카톡이 주르륵 와 있었다. 약속이나 한 것처점 카톡마다 아침 신문 기사를 말하고 있었다.


‘신문에 뭐가 실렸기에 이러지?’


그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풀렸다. 카톡 메시지 중 하나에 현진수 과거 도박 사건이 까발려져 지금 방송국으로 시청자 항의가 빗발치게 들어온다고 되어 있었다.


‘오늘 아침 신문 기사? 현진수 과거 도박 사건?’


강 피디는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있고 컴퓨터를 켰다.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니 현진수 도박이 검색어 1위였다. 2위가 현진수 도박 옹호 방송이었다. 강 피디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기분으로 포털 상단에 뜬 ‘현진수 도박’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를 읽다가 강 피디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현진수가 2년 전 희수와 함께 도박을 했었다고?’


2년 전 도박으로 희수는 처벌을 받았지만, 한국의 3대장 중 하나인 로펌에서 변호사를 고용해 도박 일당에서 이름을 뺄 수 있었다. 이런 과거를 가진 사람이 예능에 출연했고 더구나 도박을 옹호하는 말을 했다는 기사였다. 대성일보의 이문혁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에서 회사원으로 분한 진수가 복권을 사면서 ‘인생은 한 방이지’를 문제로 꼽았다. 예능을 내보냈던 케이블 방송사 홈페이지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시간이 갈수록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강 피디는 비틀거리다 간신히 탁자 모서리를 부여잡았다. 머릿속이 웽웽거렸고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보니 길수의 번호가 떠 있었다. FN의 회장이 직접 전화할 정도라면 길수가 엄청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강 피디는 손을 덜덜 떨며 길수의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 강 피디는 될 수 있는 대로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길수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강 피디는 눈앞에 길수가 있기라도 한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하다고? 그 말 들으려고 전화한 줄 알아?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우선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길수는 강 피디의 말을 잘라먹었다.


“누가 사과를 할 거지? 당신이? 아니면 유 작가가? 어떤 식으로 사과할 거지? 모가지라도 내놓을 건가?”


길수의 말에 강 피디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 그건......”

“흥, 자네는 말조차 제대로 못 하는군. 유 작가는 잘만 입을 놀리더만.”

“예?”

“유 작가가 권 작가더러 사람들을 모아달라고 하더군. 나, 자네, 김 이사, 권 작가, 명 작가, 김 작가, 박 피디, 이 작가, 강 작가, 명진수, 진수 아버지인 명진명까지.”

“유 작가가요?”


길수의 말에 강 피디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렸다.


“그래. 김 이사와 명진명의 시간이 비는 오후 3시까지 회사의 대회의실로 말이야.”

“......그, 그런데 유 작가는 왜 사람들을 모아달라고 했습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자기 말로는 중요한 일이라고 했으니까. 어쨌든 3시까지 회사 회의실로 와.”

“예, 예.”


강 피디는 반쯤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으로 길수의 말에 대답했다.


길수는 강 피디의 넋 나간 듯한 목소리를 듣고 끌끌 혀를 차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자신 옆에 앉은 진성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 녀석 말이야. 어떻게 된 녀석이지?”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유 작가 말이야. 이런 일이 터졌는데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면서?”

길수의 말을 듣고 진성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제 발로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온 지한을 떠올렸다.


지한이 진성의 허락을 받고 사무실에 발을 디뎠을 때 진성은 속으로 놀랐다. 아침 신문을 봤으면 자기 때문에 큰일이 난 것을 알았을 텐데 지한은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권 작가님.”

“이렇게 일찍 내 사무실로 온 것을 보면 아침 신문을 읽은 거겠죠?”


진성은 냉정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며 물었다.


“예.”

“그런데도 당황한 기색 하나 없어.”


진성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어쨌든 일단 자리에 앉죠. 할 말이 있어서 찾아온 것일 테니.”


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한이 자리에 앉자 진성은 맞은편에 앉았다.


“정말 큰일이 벌어졌더군요. 과거에 도박을 한 사람이 예능에 출연해서 한탕주의를 옹호하고 있으니. 이 일로 회사 이미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압니까?”

“그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성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방송에 나갈 출연자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칩시다. 어떻게 시나리오에 도박을 옹호하는 장면과 대사를 집어넣을 수 있습니까? 유 작가의 평소 생각이 그렇더라도 공적인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당당히 밝히다니 부끄럽지 않습니까? 유 작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 압니까?”


진성은 거칠게 지한에게 쏘아붙였다.


“그래서 제가 권 작가님에게 파일럿 방송을 취소해달라고 전화하셨는데요. 두 번째 에피소드에 문제가 될 만한 게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권 작가님은 방송을 취소하지 않으셨더군요.”


지한의 말에 진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미 방송 스케줄이 잡힌 것을 아무리 나라도 취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 작가가 한 짓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관련자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야 합니다. 그건 알고 있겠지요?”

“예.”

“마침 유 작가가 회장님과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지한이 진성의 말에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저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해명이라니?”

“제가 말하는 사람들을 불러주십시오. 회장님과 권 작가님을 포함해서 김 이사님, 김병지 작가, 강 피디, 박 피디, 이수영 작가, 강예빈 작가, 명 준수 작가, 현진수, 현이수 씨까지 회사 회의실로 모였으면 합니다. 그 자리에서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알려줄 게 있다?”

“예.”

“그 사람들이 모이는 것과 이번 일을 해결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그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권 작가님도 아실 겁니다.”


지한의 단호한 말에 진성의 눈빛이 한순간 흔들렸다.


“내, 내가 알 거라니?”

“그 이유까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밝히겠습니다.”


지한의 말에 진성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진성은 이번 일이 준수의 짓인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한의 얼굴을 보자 그도 눈치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준수를 불러 달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성은 고 탐정이 서남 보육원 기록을 뒤져 지한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고 탐정의 말 대로라면 지한은 현수를 보육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난 게 분명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한의 말에 진성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래요. 유 작가 말대로 해명할 기회를 드리죠. 아무리 죄 지은 사람이라도 그런 기회정도는 얻어야 하니까. 유 작가가 요청한 사람들에게 오후 3시까지 회사 회의실로 오라고 전하죠.”


진성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때 늘 그랬듯이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권 작가님.”


진성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지한은 진성이 손끝을 미세하게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진성은 지한이 사무실을 나가고 나서야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분명 지한이 불리한 입장인데도 오히려 진성이 긴장하고 있었다. 새삼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고 진성은 어금니를 깨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현수보다 더 위험한 녀석이야. 녀석을 쳐내지 않으면 분명 커다란 위험 거리가 될 거야.’


*



지한은 FN 작가 작업실로 헐레벌떡 달려온 게 분명한 강 피디를 미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따지고 보면 자신 때문에 강 피디가 피해를 보고 있었다.


“유 작가. 유 작가가 회장님에게 오늘 3시까지 사람들을 모아달라고 했다면서요?”

“예.”

“아니, 어떤 이유 때문에요?”


지한은 헝클어진 머리에 셔츠의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강 피디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강 피디는 심지어 숨까지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다.


“강 피디님, 일단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휴게실이나 회사 근처 카페 같은 데로요.”


지한의 말에 강 피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리를 옮긴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내가 회사에 들어와서 여기에 올 때까지 거의 모든 사람 나를 쳐다보더라고요. 어딜 가든 지금 우리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없어요.”


지한은 작업실 앞 긴 복도 양옆을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조용한 복도에 서너 사람들이 서성이며 자신과 강 피디를 힐금거리고 있었다.


지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긴 그렇네요. 자리를 옮긴다고 비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 피디는 마치 외계인이라도 본 것 같은 시선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유 작가는 이번 일이 걱정되지 않아요?”

“아뇨. 저도 걱정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괜찮냐는 메시지도 받았어요. 태민 씨나 한 피디님 그리고 김 이사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지한을 보고 강 피디는 질렸다는 듯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 피디님이 얼마나 마음이 힘드실지 압니다. 하지만 오늘 오후 3시 이후로는 마음 놓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일은 강 피디님과 제가 나서지 않아도 해결될 겁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강 피디님, 이번 일이 어째서 벌어졌고 누가 꾸몄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현진수의 과거가 그동안 묻혀 있다가 현진수가 예능에 나오자마자 그 비밀이 까발려진 이유 말입니다.”


지한의 말에 강 피디는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가 이 일을 꾸몄다는 말입니까?”

“예.”

“누가 일을 꾸몄지요? 무슨 목적으로...... 아니, 유 작가는 그것을 어떻게 압니까?”


강 피디의 재촉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지한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오늘 3시 이후로 아시게 될 겁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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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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