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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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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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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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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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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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끼

DUMMY

진성이 미리 이야기를 해놨는지 지한이 나타나자 비서는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유 작가님, 어서 오세요.”


비서는 책상 위 전화 버튼을 누른 뒤 말했다.


“권 작가님, 유 작가가 왔습니다.”

“유 작가를 안으로 안내해줘요.”

“알겠습니다.”


여전히 양복 모델 같이 차려입은 비서는 손수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한 번도 감시의 시선을 보낸 적 없는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선 비서를 지나치며 지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진성 못지않게 포커페이스야. 잘도 비슷한 사람을 자신 곁에 뒀네.’


조금의 틈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지한은 진성의 사무실로 발을 들였다.


“유 작가, 어서 와요.”


진성은 대표이사 권 진성이라 적힌 명패가 놓인 책상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지한은 명패를 지키기 위해 진성이 무슨 짓을 했을지 궁금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할까요?”


진성은 지한을 응접 테이블 앞의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성은 상석에 앉지 않고 기다란 소파에 앉았다. 그 행동에는 지한을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지한은 진성의 의도를 모른 척 맞은편에 앉았다.


“시나리오 작업은 잘 되고 있나요?”

“예. 별다른 문제 없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진성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이어 말했다.


“시나리오 작업에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생겨서 유감이네요.”

“예.”

“한 배우가 유 작가에게 드라마 출연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요.”

“전날 저녁에 한 배우님이 요청해서 만나러 갔습니다. 상당히 불안해하고 힘들어 하더군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으로 드라마와 관련된 이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한 피디님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배우가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으면 한 피디가 더욱 걱정을 할 텐데요.”


진성은 그저 순수하게 정현이 걱정되는 것처럼 말했다.


“이번 일에는 한 피디님에게도 잘못이......”


진성은 급히 손을 내저어 지한의 말을 가로막았다. 지한은 자신의 말에 평온을 위장하던 진성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을 놓치지 않았다. 진성은 진짜 목적은 정현이 아니라 한 피디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한 배우의 친구가 한 배우의 죄를 대신하겠다고 했고 그 대가까지 받았으니 한 배우에게는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공소시효까지 지난 일인데.”

“그 친구 동생이 한 배우님의 강압으로 죄를 대신했다고 말했다던데요. 증거도 있다고 하면서요.”

“그 증거라는 것이 확실한지 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요.”

“권 작가님 말씀대로 동생이 가져온 증거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일이 알려지면 대중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죠. 그러면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배우가 스스로 드라마에서 빠지겠다고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유 작가가 시나리오를 쓸 때 형사 역에 한 배우를 생각하며 쓰지 않았나요? 드라마 제작에 들어간 지금 한 배우를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텐데.”


지한은 진성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뒤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뒤 다시 진성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한 배우님의 분량을 대폭 줄이고 한 배우님 동료 형사 분량을 늘이면요? 그러면 만약 일이 터지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테니까요.”

“동료 형사?”

“예지 씨 매니저가 드라마 출연에 관심이 많더군요. 처음에는 그 사람에게 단역을 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분량을 늘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예지 씨 매니저? 그 사람은 배우가 아니지 않나요?”

“이 드라마로 배우 데뷔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배우 데뷔? 그렇지 않아도 한 배우 매니저가 배우 데뷔를 하는 마당에?”

“두 배우의 매니저가 모두 한 드라마로 데뷔하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아닐까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라니, 아니, 이봐요, 유 작가.”


예상치 못한 소리에 진성의 포커페이스가 살짝 흔들린 것을 지한은 놓치지 않았다.


“제가 분량 늘이겠다는 것에 형섭 씨도 동의했습니다. 첫 연기 도전인데 흔쾌히 제 제안을 받아줘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형섭은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드라마에서 비중을 늘리지 않는 게 좋을 텐데요.”

“연기를 못하는 배우여도 인기를 얻을 수 있게 시나리오도 써 본 적이 있는 걸요.”


지한의 말에 진성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비교 대상의 조건이 많이 다르지 않나요? 성민이 연기를 못 해도 기본은 한 사람인데.”

“극을 이끌어갈 주연에 비하면 형섭 씨의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죠. 게다가 예지 씨도 형섭 씨가 드라마에 나가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저는 그 두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아니, 드라마를 그런 사적인 팬심으로 쓰면 안 되죠.”


진성이 목소리를 높이자 지한은 눈을 크게 떴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진성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다시 정중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감춘 포커페이스로 돌아갔다.


“미안합니다. 선배 작가로서 지난날 저질렀던 내 실수가 떠올라 목소리를 높였군요.”

“아, 아닙니다. 권 작가님 말씀대로 제가 사심을 가지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려 했습니다. 형섭 씨에게는 드라마의 비중을 늘리지 않겠다고 말하겠습니다.”

“.....비중을 줄이는 것보다 아예 형섭을 드라마 넣지 않았으면 하는데.”

“.....형섭 씨에게 드라마 건은 없던 일로 하자고 하겠습니다.”

“그래요.”

“형섭 씨에게 미안하긴 하네요. 드라마 비중을 늘릴 때 한 피디님을 납득시킬 수 있게 그분 마음을 얻는 방법까지 고민하던 사람인데.”

“형섭이 한 피디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고민했다?”

“예. 그런 모습을 보니 드라마에 확실히 애정이 있다 싶었죠.”


지한은 곤란한 듯 작게 한숨을 쉰 뒤 다시 진성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면 한 배우님의 역할을 나눠맡을 다른 배우를 섭외하는 게 좋을까요? 형섭 씨도 한 배우님 때문에 드라마 작업에 나쁜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하던데.”


그 말에 진성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유 작가가 한 배우에게 생긴 문제를 알려줬나요?”

“아니요. 이미 알고 있던데요.”

“형섭이 한 배우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요?”

“예. 아마 예지 씨나 자기 여자친구에게서 듣지 않았나 싶은데요.”

“형섭의 여자친구?”

“예. 예지 씨 스타일리스트가 자기 여자친구라던데요?”


지한의 말에 진성의 포커페이스가 흐트러졌다. 가늘어진 눈에는 냉기가 흐르고 굳어진 입술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평소 평온한 얼굴 밑에 숨기고 있던 얼굴이었다. 지한은 현수가 이런 얼굴로 얼마나 괴로움을 당했을지 생각하자 속에서부터 불길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유 작가는 한 배우에 대해 걱정할 것 없이 시나리오 작업을 해주세요. 이 문제는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지 않을 테니까.”


어느새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진성이 감정 기복이 느껴지지 않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은 진성의 빠른 전환에 속으로 놀랐다. 예지를 감시할 심복으로 생각한 현주가 형섭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린 것을 안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성은 뛰어난 자제력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한은 다시 한번 진성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겠습니다.”


지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진성이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참, 유 작가. 김 작가와 가깝게 지낸다면서요?”

“김병지 작가요? 가깝게 지낸다고 할 수 있죠.”

“유 작가는 김 작가가 마음에 드나 봅니다.”


진성의 말에 묘한 뉘앙스가 들어있었다. 그는 지한에게 병지가 공동대표인 명현의 조카여서 가깝게 지내는지 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지한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성격이 재밌는 사람이기도 하고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제 취향이기도 해서요.”

“그래요?”


한순간 진성의 날카로운 눈빛이 지한의 얼굴을 스쳤지만 지한은 태연하게 진성의 시선을 받아냈다.


“시나리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모두 유 작가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


지한은 진성에게 인사한 뒤 진성에게서 뒤돌아섰다. 그는 사무실 문으로 가는 동안 진성의 뱀 같은 시선이 등에 꽂히는 것을 느꼈다. 집요하게 사냥감을 노리는 힘이 담긴 시선이었다. 사무실을 나와 문을 닫고 나오자 안도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어.’


지한은 닫힌 사무실 문을 힐긋 쳐다본 뒤 기다란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진성은 사무실 문에서 시선을 떼며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인간이야. 어리숙해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사냥꾼의 눈을 할 때가 있어. 무엇보다 틈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꺼림칙해.”


진성은 지한 같은 인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진성이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있었다. 가끔 그런 틈이 없거나 아주 작아서 손을 쓸 수 없는 인간들이 있었다. 지한이나 명철이 그런 류의 인간이었다.


명철은 회사의 경영을 맡았으면서도 회사의 이권이나 힘이 진성에게 쏠려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은 인간이었다. 감이 나름 좋은 편이라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는 인간도 아니었다. 정현의 일에 진성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명철은 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명철은 진성에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진성은 그런 께름칙한 인간을 싫어했다.


진성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수차례 신호가 울리고 나서야 폰에서 형섭의 목소리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권 작가님.”


형섭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바짝 어려있었다.


“한 피디가 연출할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유 작가가 말하던데?”

“예, 그렇습니다.”

“예지 매니저 노릇이나 잘해. 엉뚱한 데 괜히 고개를 들이밀지 말고.”

“그, 그 말씀은......?”

“당신 드라마 출연은 거절했어. 이후 괜히 유 작가에게 떼쓰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

“아니, 제 일을 왜 권 작가님이......?”

“뭐?”

“저 드라마에서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한 배우님 매니저도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으니 저도 별문제 없을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애초에 배우 지망생이었어. 한 배우에게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고.”

“저, 저도 말은 안 했지만 배우 지망생입니다. 그리고 유 작가님이 제가 형사 역에 어울리는 외모라고 했습니다.....”

“형섭아, 언제부터 내 말에 이렇게 토를 달게 되었지?”


진성의 목소리에 어린 노기를 알아채고 형섭은 몸을 떨었다.


“궈, 권 작가님, 저는......”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궈, 권 작가님, 지, 지금 예지 씨가 불러서 나,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형섭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진성은 앱이 깔린 휴대폰의 바탕화면을 빤히 쳐다보았다. 곧이어 평온한 가면이 깨지고 진성의 눈이 사납게 번들거렸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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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함정 24.07.20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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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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