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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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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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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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수 :
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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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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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역 싸움 시작

DUMMY

드라마 시사회는 FN 대회의실에서 열기로 했다. 지한은 병지와 함께 점심시간 뒤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회의실로 가는 동안 평소와 달리 정장을 입은 병지는 날씨가 덥지 않은데도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디 아파요? 웬 땀을 그렇게 흘려요?”


병지는 땀으로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못마땅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이상한 일이죠. 당사자도 아닌 내가 이렇게 긴장해 있으니 말입니다.”


병지는 지한이 얄밉다는 듯이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도 온다고요. 지한 씨, 긴장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요?”

“한 피디님이 연출하셨잖아요. 최소 중박은 할 겁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지한은 일부러 웃는 얼굴로 말했다. 지한은 한 피디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상화의 힘을 믿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병지 씨, 혹시 오늘 시사회에 FN 주주들 중 참석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아직 없죠?”

“그런 정보는 없어요.”


지한의 말에 대답한 뒤 병지는 힐금힐금 지한의 눈치를 봤다.


“왜 그래요?”

“.....지한 씨와 나는 공교롭게도 한 살 차이가 나죠. 사회에서 그 정도면 친구 먹는 나이 찹니다.”

“병지 씨가 나보다 한 살 더 많죠.”

“정확히는 7개월 찹니다. 별 차이 없는데 서로 꼬박꼬박 말이 높이니 좀 섭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한 씨에게 벽도 느껴지고요.”

“그럼, 병지 씨는 말을 놓고 싶은 거네요.”

“맞아요.”

“......병지 씨가 그렇다면야 서로 말을 놓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내가 먼저 말을 놓을게요.... 아니, 놓을게.”


병지는 괜히 헛기침을 한 뒤 한 톤 다운된 목소리로 지한을 불렀다.


“지한아.”

“왜, 병지야?”


지한의 대답에 병지는 잠시 멈칫하다 아쉬운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을 보고 지한은 짐작가는 게 있었다.


“혹시 형이라고 불러주길 원하는지 모르겠네. 그렇다면 서로 말 놓는 것 다시 생각하고.”


그 말에 병지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형 동생은 무슨. 내가 다 부끄럽다야.”


*



대회의실 안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테이블을 따라 좌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테이블 앞에 앉은 사람은 남자 한 명으로 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문소리에 고개를 든 남자는 지한과 눈이 마주쳤다.


“어, 황 피디님.”


지한은 반가운 얼굴로 황 피디 곁으로 갔다. 황 피디는 지한을 보더니 몸을 움찔하고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요즘 일이 많아 황 피디님 한 번 보러도 못 갔네요.”

“유 작가......”


황 피디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여전히 지한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


“황 피디님, 왜 그러세요?”

“아, 아니, 그...... 유 작가에게 따로 할 말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황 피디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황 피디의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유 작가, 황 피디와 오랜만에 만난 회포라도 푸나요?”


진성이 지한과 황 피디 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그래요, 아직 모르겠네요. 황 피디가 이번에 새로운 작품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죠.”

“재계약?”

“황 피디가 직접 쓴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좋더군요. 그래서 황 피디가 그 시나리오로 드라마 만드는 것을 내가 직접 투자하려고요. 어차피 내 사람들과 드라마를 만드니 이참에 황 피디와 오래 일하려고 말입니다.”


진성은 회의실 문 근처에서 어물거리는 병지를 힐긋 쳐다보다 다시 지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황 피디와의 계약이 아직 논의 중이라 김 이사님은 몰랐나 봅니다.”


진성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더없이 차가웠다.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던 황 피디는 죄스러운 얼굴로 여전히 지한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표정을 보니 최근 지한과 진성 사이의 일을 들은 것 같았다.


진성은 억양 없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유 작가에게 한 가지 더 알려줄 게 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배우 데뷔를 하는 이기수 씨가 FN 소속사와 오늘 아침에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요.”

“기수 씨가요?”

“내가 있는 자리에서 계약했습니다. 김 이사님에게는 내가 직접 알릴 테니 당분간 비밀로 해달라고 했죠. 기수 씨의 계약 소식은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데.”


진성은 착실히 지한이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을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한 지한은 정보력에서도 진성에 밀렸다. 진성은 얼마든지 명훈 몰래 회사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그에게는 FN의 주요 인력들을 손에 쥔 사람다운 자신감이 있었다.


“계약하는 자리에서 기수 씨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유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지만 유 작가는 내 사람들과 일하지는 않을 테니 기수 씨의 바람은 이뤄줄 수가 없겠네요.”


진성의 말에 지한의 눈가가 움찔했다. 처음으로 보인 지한의 동요에 진성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한에게 더욱 다가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유 작가, 기수 씨를 흔들지 마십시오. 유 작가의 감정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나락가서는 안 되잖아요?”


그것은 경고였다. 기수가 자신의 뜻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기수가 얻을 기회를 없애겠다는 경고였다. 이런 경고를 진성은 황 피디가 보는 앞에서 지한에게 했다. 황 피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진성에게 한마디도 못 했다. 그런 모습을 지한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진성의 의도였다.


황 피디는 진성이 자리를 떠나고서야 입을 열었다.


“유 작가, 미안합니다.”


비록 진성에게 화가 났지만 지한은 황 피디에게서 사과받고 싶지 않았다.


“황 피디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축하받으셔야죠.”


자신의 말에도 황 피디가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하자 지한은 일부러 장난스럽게 투덜거렸다.


“당연히 일어날 일을 저를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미안해하시면 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지한의 노력에도 황 피디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 그동안 유 작가가 권 작가님과 얽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강 피디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었거든요. 그래서 권 작가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꼭 유 작가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았죠.”


황 피디는 한 템포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오는 것도 유 작가 볼 낯이 없는데 넷플릭스 관계자가 어떤 걸 보나 궁금해서 왔어요.”

“제가 피디님이어도 오겠는데요. 그리고 정 미안하시면 아는 피디라도 좀 소개해 주세요.”

“아는 피디요?”

“농담입니다. 그냥 편하게 있으시면 돼요. 피디님이 자꾸 미안하다 하면 저도 미안하니까요.”

“고마워요, 유 작가.”


황 피디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게 황 피디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병지가 지한에게 다가왔다. 병지 역시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한.....씨, 미안해요. 제대로 도움도 못 됐네요. 권 작가가 어떻게 하는지 살핀다고 살폈는데......”


지한은 풀이 죽은 병지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그의 말대로 병지가 크게 도움 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병지라고 진성이 몰래 하는 일을 다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어, 이제 다시 경어를 쓰네요. 뭐, 병지 씨가 그런 걸 원한다면야......”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병지는 지한의 눈치를 힐금 살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한아, 이제부터는 좀 더 권 작가를 유심히 살필게.”


병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한은 병지가 진성에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성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온갖 일을 해온 사람이고 병지는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나 다름이 없었다. 지한이 진성과 멀지 앉은 좌석으로 향하자 병지가 지한의 팔을 잡았다.


“저기, 미안한데...... 권 작가에게서 좀 떨어져 앉았으면 하는데......”


병지는 기가 죽어서 진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어차피 김 이사님과 한 피디님 근처에 앉아야 하잖아?”

“이번만 제발......”


병지가 손까지 모으며 부탁하자 지한은 어쩔 수 없이 진성과 떨어진 좌석으로 향했다. 병지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지한 옆에 앉았다.


지한과 병지가 자리에 앉은 뒤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기수가 황 피디나 병지의 표정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을 때 지한은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유 작가님, 저기......”

“FN 소속사 배우가 되셨다고요? 축하드려요.”


지한은 기수가 미안하다고 할까 싶어 미리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저는 어쨌든 유 작가님과 일하고 싶다고 권 작가님에게 확실히 알렸습니다.”

“그거라면 권 작가님에게 들었습니다. 당장 같이 일하지 못하더라도 기회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기수와 있는 동안 진성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 지한은 신경이 쓰였다. 기수와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지한이 자리를 피하면 마음 약한 기수가 오해할 수 있었다. 지한이 곤란해하고 있을 때 뒤에서 불쑥 예상치 못한 인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사람들이 왜 이리 늦장을 부리는 거야? 미리 좀 오면 어때서.”


정현이 지한에게 다가오며 툴툴거렸다. 그는 일부러 진성의 시선을 외면하고 지한 옆에 털석 주저앉았다.


“지한 씨,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있었어요?”

“나야 뭐 못 지낼 것도 없지.”


기수가 정현 옆에 앉자 지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기수 씨는 주연 배우로 한 피디님과 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넷플릭스 관계자가 기수 씨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도 있을 텐데.”

“필요하다면 나중에 자리 옮길게요.”

“그보다 지금......”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진성을 힐금 본 뒤 다시 기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 피디님 자리는 일단 상석이니까...... 정현 씨, 왜 그래요?”


정현이 심술궂은 얼굴로 지한을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건방진 유 작가에게도 천적이 있군, 그래? 권 작가의 눈치를 다 보고 말이야. 역시 회사원은 상사가 제일 무서운 법이지.”

“저는 정현 씨에게 건방지게 군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회사원이 아니라 작가라고요.”

“이봐, 지한 씨. 혹시 단기 기억 상실증이야? 모두가 재수 없어 하지만 나에게 함부로 한 사람은 없었는데 당신은 처음부터 나에게 꼬박꼬박 대들었잖아. 절대 말로 진 적도 없고.”


지한은 정현의 말을 듣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기 성격 나쁜 건 아니 다행이네.’


지한이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정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느긋한 표정으로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현 옆에 앉은 기수는 조금 전의 대화로 지한과 진성의 사이를 눈치챘다. 지한과 진성을 번갈아 보던 기수는 이내 침울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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