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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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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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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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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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스캔들

DUMMY

지한은 예지 앞의 반쯤 열린 상자를 일부러 모른 체 했다.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한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대본 리딩 때 있었던 일을 물어봤어요.”


그 말에 예지는 퍼뜩 긴장한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심각하던데요?”


지한의 심각한 목소리에 예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하던가요?”

“.....예지 씨를 이대로 두면 드라마를 망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왜 그랬습니까? 원래 연기 잘 하시잖아요?”

“그, 그건, 기수라는 사람 때문에......”

“기수 씨요?”

“진짜 살인마처럼 무서웠다고요. 그 사람은 연기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는 사람 같았어요. 그래요, 전문적인 사냥꾼 같았어요. 혹시 진짜로 그런 과거가 있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예지는 금방 흥분해서는 냅다 큰 소리로 기수를 모함했다.


“그래요. 그 본성이 살인마 연기를 하면서 나온 거라고요. 그러니까 온통 그 사람 연기가 머릿속에서 떠올라 내 역할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요.”


예지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격렬하게 말했다. 지한은 예지가 불안에 떠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모른 척하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배우는 예지 씨를 드라마에서 빼는 게 어떻겠냐고 하던데요?”

“뭐라고요? 아니, 왜......?”

“아무래도 연기에 엄격한 사람이니까.”


그 말에 예지는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허, 자기는 뭐가 잘났대? 친구에게 죄를 뒤집어쓰게 한 인간 쓰레기가?”


예지는 씩씩거리며 분을 삭혔다.


“한 배우는 이번 드라마 안 한다면서요? 그렇담 그 사람이 뭔 말을 하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 형이 피디를 맡고 있잖아요? 그러니 한 배우의 말을 그냥 무시할 수 없죠.”


지한의 말에 예지는 다시 불안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지한은 예지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예지 씨는 지금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형섭 씨 일도 있고 해서......”


형섭 이야기가 나오자 예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권 작가님이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그런 일을 꾸미다니...... 자신의 뜻을 어기면 절대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죠, 권 작가님은.”


예지는 몸을 덜덜 떨었다. 그것을 보며 지한이 말했다.


“예지 씨가 이번에 실수한 건 예지 씨가 불안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봐요, 지금도 이렇게 몸을 떨고 있잖아요? 예지 씨가 느끼는 불안만 해결하면 예전의 연기파 예지 씨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마, 맞아요. 역시 유 작가님이 제대로 아시네요. 그래요. 요새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여 그때 실수를 했던 거예요. 의사한테 치료받고 있으니까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심리상담 같은 걸 받고 있다는 거네요.”

“맞아요.”

“하지만 심리상담 같은 거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이제 드라마를 시작해야 하는 예지 씨에게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효과가 없을 거라고요?”

“심리상담 같은 거보다 단번에 예지 씨를 안정시켜 줄 진정제가 더 좋을 듯 한데......”

“진정제라면 의사한테 처방받아 먹고 있어요.”

“그 진정제가 효과가 없어 보이는데요. 좀 더 강한...... 뭐라고 할까, 먹으면 단번에 기분이 좋아져서 힘이 나는 약도 있는데...... 그런 약들을 한 번 찾아서 먹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디에 가면 그런 약을 구할 수 있어요?”

“글쎄요, 나도 그건 잘...... 그냥 그런 약이 있다는 말만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한이 그제야 예지 앞에 놓인 나무 상자를 발견한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지 씨, 그 상자는 뭐예요?”

“아, 이거요. 좀 수상하게 생긴 외국인이 놓고 가던데......”

“외국인요? 아, 맞다. 이태원 클럽에서도 외국인이 약을 다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약이요?”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든지 몸에 힘이 생긴다든지 하는 약이라던데요?”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약?”


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마음이 단번에 진정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예지는 다시 상자를 들었다.


“하긴, 알록달록한 사탕 같은 게 보기만 해도 기분 좋게 생겼네요.”


지한은 예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간만에 자신의 말을 긍정해주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 예지는 종이 상자를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그런데 예지 씨, 예지 씨는 드라마에 나가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갈 거잖아요? 혹시 압니까? 예능에서 예지 씨가 인기를 끌면 한 배우가 뭐라고 하든 한 피디님이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동생 말이라도 대세 배우를 놓칠 만큼 한 피디님이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렇죠. 한 피디님이라도 대세 배우를 모른 척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연예인이 일반인의 삶을 사는 것인데 눈길을 끌려면 아무래도 독특한 설정이 들어가면 더 좋죠.”

“그래요?”

“예지 씨, 어떤 삶을 보여주면 좋을 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요. 어쨌든 인기를 끄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사연이 있을 거예요, 분명.”

“그럼, 다음에 만날 때 그런 사연을 들려줘요. 명심해요. 독특하고 사람들 눈길을 끄는 사연이어야 합니다.”

“알겠어요. 역시, 유 작가님뿐이야. 유 작가님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요.”


지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예지는 아이폰을 들고 엉거주춤 따라 일어섰다.


“그럼, 예지 씨, 매니저분이 기다리는 차까지 바래다 드리죠.”

“고마워요, 유 작가님.”


이제는 제법 표정이 밝아진 예지에게 지한은 끝까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


예지의 새 매니저가 된 김경환은 예지가 밝은 표정으로 차에 타자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 며칠 새 예지의 이상 행동이 커지고 있어서 진성에게 보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지가 갑자기 꺼낸 말에 안도의 감정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조폭 마누라의 삶은 어떨까?”

“예?”

“회사에서 준비 중인 예능이 연예인이 일반인으로 살아보기거든. 이왕 일반인으로 사는 김에 조폭 마누라로 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왜 그 영화도 있었잖아.”

“하지만 조폭 마누라가 일반인이라긴 그렇잖아요?”

“어어, 조폭 마누라가 왜 일반인이 아니야? 그럼, 연예인인가?”

“아니, 그런 류의 사람들이 일반적인 사람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 그럼 텐프로는 어때?”

“예?”

“텐프로 몰라? 화류계 상위 10퍼센트를 말하는 거 아냐?”

“아니, 그런 사람들 삶이 tv 예능으로 어떻게 나옵니까?”

“왜? 시청자들 눈에 확 띄고 좋잖아? 유 작가님이 사람들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

“그야 상식적인 삶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 사람들의 삶을 말하는 거 아닐까요?”


경환의 말에 예지는 기분이 상해서 팔짱을 끼고는 톡 쏘아붙였다.


“매니저 주제에 뭘 안다고 나대는 거야? 꼬박꼬박 말대꾸하지 말고 운전이나 잘해.”

“아니, 제 말은.....”


매니저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예지가 버럭 고함을 쳤다.


“닥쳐! 잘리기 전에.”


예지는 독한 표정으로 경환을 노려보았다. 백미러로 눈에 핏줄이 선 예지의 눈과 마주친 순간 경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건 완전히 미친년 눈깔이잖아.’


경환은 굳게 입을 다물고 운전에만 집중했다. 마음에 안 드는 매니저에게 한방 먹였다고 생각한 예지는 입가에 스멀스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자세를 고쳐 앉다 조금 전 카페에서 가져온 종이 상자에 손이 닿았다.


예지는 종이 상자를 열었다. 선명하게 알록달록한 과자들이 빛나 보였다. 예지는 과자를 하나 들고 냄새를 맡아 보고는 입 안에 넣었다. 잠시 뒤 예지는 기분이 몽롱하게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과자만큼이나 빛나는 뭔가가 몽실몽실 눈앞에 피어올랐다.


예지를 자택에 내려준 뒤 경환은 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권 작가님, 예지 씨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요새 특히 불안해하고 우울증 증상도 있어 의사한테서 진정제를 처방받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약이 효과가 없고 상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이 안 되기도 하고 갑자기 분노를 터트리기도 합니다.”

“의사에게 더 센 처방을 내려달라고 해.”

“지금 받는 약도 효과가 세서 자주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보다 센 약이라면 예지 씨 몸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부작용이라.......”

“이러다간 카메라 앞에서 사고를 칠까 걱정됩니다. 일단 SNS를 못 하게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금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감시해. 이번에 드라마와 예능을 찍고 난 뒤 어디 병원에 강제로라도 입원시키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권 작가님.”


경환은 굳은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


회사에서 퇴근한 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지한은 예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지 씨, 좀 생각해 보셨습니까? 시청자에게 어떤 삶을 사는 것을 보이고 싶나요?”

“아직 좋은 생각이 안 나네요. 조폭 마누라나 텐프로도 재밌을 것 같은데 새로 들어온 매니저가 안 된다고 해서 기분을 잡쳤거든요.”

“조폭 마누라나 텐프로? 확실히 특이하긴 하네요.”

“그렇죠? 역시 유 작가는 말이 통한다니까.”

“이번에 배우 한 분을 더 섭외하자는 말이 나왔거든요. 공교롭게도 예지 씨와 라이벌로 알려진 수민 씨가 그 후봅니다. 수민 씨가 예전에 발레를 했다고 해서 발레리나의 삶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거든요.”


지한의 말에 예지가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 특히 요즘 수민이 떠오르면서 자신에게 관심 가졌던 피디나 작가들이 수민에게 대본을 보내고 있었다.


“수민이 그 계집애를 섭외하겠다고? 연기도 못하는 게 얼굴빨로 배역 따내는 년을?”

“맞아요. 연기가 시원찮은 여자였어요. 근데 발레는 잘하니까 이번에 출연하면 꽤 유명해질 것 같은데......”


지한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춰 속삭이듯 말했다.


“이번 예능 출연으로 대세 배우가 되어서 주연 자리도 척척 따낼지도 몰라요. 그러면 1년도 못 돼서 예지 씨는 쳐다도 못할 정도로 빅스타가 될 수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예지는 발끈해서 다시 소리쳤다. 그러더니 잠시 뒤에 갑자기 애처로운 목소리를 냈다.


“만약 수민이 그년이 이번에 뜨면 어쩌죠?”


지한은 예지의 심리가 극도로 예민하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모른 척 에지의 기분을 더 긁었다.


“수민 씨가 예지 씨의 몫까지 다 가져가는 거죠.”


지한의 말에 예지가 ‘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절대 수민이 그년이 떠서는 안 돼!”

“그렇죠. 예지 씨라면 몰라도 수민 씨가 떠서는 안 되죠.”


예지의 말에 맞장구쳐준 다음 지한은 한 템포 느리게 물었다.


“아, 참, 예지 씨, 카페에서 가져간 ‘그’ 과자는 먹어봤나요?”


그 말에 예지는 갑자기 베시시 웃었다.


“그 예쁜 과자들 먹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진 거 있죠. 세상이 온통 반짝거리고......”

“그 과자는 이태원의 G 클럽에서 유명하다네요. 아는 사람이 그 과자 G 클럽에서 밤 9시 이후로 거래가 된다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

“......그렇단 말이죠?”


예지는 입가에 환한 미소까지 지으며 지한의 말을 들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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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58 함정 24.07.24 30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52 마약 스캔들 24.07.16 31 1 12쪽
51 마약 스캔들 24.07.15 32 1 11쪽
50 마약 스캔들 24.07.13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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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권 회장 24.07.09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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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화상회의 24.07.06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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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요구 24.07.02 37 1 11쪽
41 미끼 24.07.01 39 1 12쪽
40 미끼 24.06.29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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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미끼 24.06.26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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