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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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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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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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약 스캔들

DUMMY

다음 날 오후 지한이 병지와 함께 제1 기획실에서 강 피디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누나인 지영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새 일이 많이 바쁘니? 네 얼굴 본 지도 오래됐네.”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았거든. 조만간 짬을 내서 집에 들를게.”

“뭐, 나야 이 행성 어딘가에서 살아있기만 하면 되니까 네 얼굴 여러 해 안 봐도 상관없지. 그런데 엄만 아니거든. 솔직히 친딸인 나보다 네가 더 친자식 같았어. 네가 감기로 앓아누워서 입맛이 없다고 하면 엄마는 당장 전복 사러 시장으로 달려가잖아? 네가 좋아하는 전복죽 끓여 주려고. 내가 감기로 입맛이 없다면 엄마는 내 등짝을 퍽 때리면서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하잖아. 이런 차별이 어디 한두 번이니?”

“아니, 몇 년 전 일을 아직도 꽁해 있는 거야? 이제는 잊을 때도 됐잖아.”

“글쎄, 네가 하는 걸 봐서 잊을지 말지 결정하려는데.”

“그래서 전화한 이유가 뭐야? 몇 년 전 일로 심술부리려고?”


지한은 못마땅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병지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나 덕분에 여자 마음을 잘 알게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 말을 듣고 누나에게 다정한 동생이다 싶었는데. 지금 말하는 거는 내가 동네 형에게 하는 거와 별 차이 없는데?’


병지는 기획서를 보면서도 지한이 하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일은 아니고...... 지한아, 혹시 위험한 데서 돈 빌리지 않았니? 네 성격상 엄마 걱정한다고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못하고 사채 같은 걸 쓰지 않았나 싶어서. 아니면 아는 사람 보증을 서 줬거나.”

“사채? 보증? 무슨 소리야? 나 그런 거 딱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렇긴 한데...... 어제 좀 이상한 일이 있었거든?”

“이상한 일?”

“처음 보는 남자가 집에서 나오는 내게 다가와서 물어보더라. 너에 대해. 남자는 너와 같은 회사를 다닌다던데?”

“처음 보는 남자가 나에 대해 물어보더라고?”

“어. 혹시 네가 서천 보육원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묻더라.”

“서천 보육원?”


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눈이 커진 병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지한은 귀에서 폰을 뗀 뒤 병지에게 말했다.


“병지 씨,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아, 예, 그래요. 강 피디님 오면 잠시 화장실에 갔다고 하죠.”

“오래 안 걸릴 겁니다.”


지한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기획실을 나섰다. 지한이 사무실을 나가자마자 병지 역시 의자에서 일어섰다. 병지는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누나와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장난스럽던 지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충격받은 얼굴로 변했다. 병지는 기획실을 나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남자가 지한을 조사한다고 했지? 서천 보육원은 또 뭐야?’


병지는 지한이 올라간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한 층 위에 있는 지한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 이상한 남자가 빙빙 돌려 물어도 난 무조건 잡아뗐지. 지한이 너와 아무 관련 없는 데라고. 이름조차 처음 듣는 곳이라고 했어.”

“그 외에 남자가 혹시 무슨 짓을 하지 않았어?”

“아니, 그런 일은 없었는데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남자여서 긴장은 했지. 그래서 내가 너에게 물어봤잖아? 혹시 사채를 썼거나 보증을 서 줬냐고. ”

“그 남자는 서천 보육원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

“혹시 서현수라는 사람을 아는지도 물었어. 네가 그 사람을 아는지도.”

“서현수를 아는지 물었다고?”


서현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지한은 지영이 만났다는 수상한 사람을 누가 고용했는지 단번에 감이 왔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게 있었다.


‘진성은 나와 서현수를 어떻게 연결할 생각을 했던 거지?’


지영마저 입을 다물자 층계참이 유독 조용하게 느껴졌다. 지한은 혹시 하는 생각으로 발소리를 줄이고 계단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한 층 아래서 병지가 귀 기울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한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지영에게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카톡을 빠른 속도로 보냈다. 그런 뒤 지한은 일부러 목소리를 키워 말했다.


“아, 생각났다. 누나, 며칠 전에 회사에서 어떤 남자가 내게도 서현수에 대해 물어보더라. 그때 내가 다음 작품에 넣으려고 보육원을 조사하고 있었거든. 거기에 서천 보육원도 있어. 그런데 우연히도 서현수라는 사람이 그 보육원과 관련이 있었나 봐. 회사에서 쉬쉬하는 사람인데 내가 서천 보육원을 조사하는 바람에 괜한 오해를 산 것 같아.”


지한은 누나의 대답을 듣는 척 입을 다물었다가 십여 초 뒤에 다시 말했다.


“당연히 나는 서현수와 상관없다고 했지. 그런데도 못 믿고 집으로까지 찾아갔나 봐.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내가 잘 이야기할 테니까. 어, 그래, 다음 주말에 집에 들를게. 엄마한테도 너무 걱정 말라고 전해주고.”


지한은 일부러 크게 발소리를 냈다. 그러자 서둘러 움직이는 발소리가 한층 아래서 들려왔다. 지한은 그대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 뒤 제1 기획실로 향했다. 병지는 의자에 앉아 기획서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지한이 가까이 가서 의자에 앉자 병지는 얼굴을 들었다.


“어, 통화 다 했어요?”


헐떡이는 숨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병지는 어색한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이 녀석은 연기하면 안 되겠어. 이런 발연기는 성민 이래로 처음이야.’


지한은 보란 듯이 휴대폰을 책상 위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보니 별일 아닌데 누나가 오해를 했더라고요.”

“그랬어요? 아, 뭐, 하긴 그런 일이 종종 있죠, 하하.”


병지는 괜히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민망한 지 기획서에 다시 코를 박았다. 그런 병지를 지한은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책상 위의 기획서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뒤 병지는 기획서에서 눈을 떼서 지한을 다시 쳐다보았다.


“지한 씨.”


지한이 조금 전과 달리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병지를 쳐다보았다.


“그...... 어려운 일이 있을 때요...... 그러니까 위험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마요.”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주위에 지한 씨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지한 씨 누나처럼요. 뭐, 꼭 가족만이 아니라 친구나 직장 동료도 지한 씨를 걱정할 수 있거든요. 혼자서 위험한 일 하지 말고 같이 의논도 하고 의지하기도 했으면 해서요.”

“혼자서 위험한 일 하지 말고 의논하고 의지하라고요?”

“아, 물론 지한 씨가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지한 씨는 강해요. 저번 토요일에 그 회장님 앞에서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난 그때 지한 씨가 외계인인가 싶었어요.”


병지가 씨익 웃으며 말했지만 지한은 따라서 웃지 않았다.


“그래도 난 지한 씨가 위험해지지 않았으면 해서요.”


괜히 부끄러워하는 병지를 보는 동안 지한의 굳은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알겠어요.”


병지는 자신의 충고가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싱글거렸다. 그런 병지를 보는 동안 지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이 녀석이 그런 짓을 한 건......’


지한이 병지에게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려는 순간 기획실 문이 열리고 강 피디가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유 작가, 김 작가. 일이 좀 꼬여서 말입니다.”


강 피디에 이어 작업실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이 기획실로 들어왔다. 지한과 비슷한 나이대인 20대 후반으로 각진 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신경질적으로 생긴 사람이었다.


“신우진 작갑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보조 작가로 일할 겁니다. 바뀐 기획을 보니 출연진 섭외와 인터뷰 등 일손이 부족할 것 같아 프로젝트 팀에 넣었죠.”


강 피디의 소개가 끝나자 우진이 지한과 병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신 우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 지한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병지는 지한이 인사를 끝내자마자 옆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그러고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우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죠. 이 사람이 현재 회사에서 가장 잘나가는 유 작갑니다. 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김 이사님이 유 작가를 마음에 들어 하고 눈여겨보고 있죠. 어디 김 이사님뿐입니까? 한 피디님도 유 작가에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예, 그 세계적인 피디님이 말이죠. 그러니 유 작가는 정말 중요한 사람입니다.”


병지의 뜬금없는 말에 지한은 왜 이러나 싶은 얼굴로 병지를 쳐다보았다. 강 피디와 우진도 당황한 얼굴로 병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병지는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상관하지 않고 여전히 전의에 불타는 눈으로 우진을 보며 딱 잘라 말했다.


“난 지한 씨를 어디를 가든 따라갈 겁니다. 지한 씨가 안 보이면 그 즉시 김 이사님과 경찰에 알려서......”

“잠깐만요, 병지 씨.”


지한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병지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병지는 왜 자신을 말리냐는 듯이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 씨, 왜 그래요? 지금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데. 세상에는 확실히 말해야 알아듣는 사람도 있어요.”

“아니, 그러니까...... 일, 일 해야죠. 강 피디님은 바쁜 분이시니까 일에 집중하기로 해요.”


이번에는 지한이 어색하게 웃으며 강 피디와 우진을 돌아보았다.


“강 피디님, 우선 출연진 선정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한의 말에 강 피디는 그제야 정신이 든 것처럼 움찔하더니 짧게 헛기침했다.


“그, 그래요. 여러모로 늦어졌으니까 바로 프로젝트 회의부터 합시다. 어....., 신 작가는 김 작가 옆에 앉으면 되겠네요.......”

“......예, 피디님.”


우진은 병지를 한 번 힐금거리더니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걸어가 병지 옆에 앉았다. 그런 우진을 보며 지한은 생각했다.


‘저 사람은 권 작가 라인이겠지. 그래서 병지가 경고 아닌 경고를 한 거고.’


마치 지한을 보호할 것처럼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병지는 우진에게 선포했다. 지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뿐 아니라 명훈도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 선포였다.


병지는 지한이 통화하면서 충격받은 지한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 그래서 지한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통화를 엿들은 것이다.


다시 병지의 뜬금없는 행동이 떠오르자 민망해서 지한의 눈가가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동시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길수에게 가자던 명훈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 명훈이니 병지에게 어떤 부탁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병지가 더 흥분하지 않고 이 상황을 넘기는 게 중요해.’


병지는 지한을 도와주고 싶어 그러는 거지만, 지한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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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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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마약 스캔들 +2 24.07.17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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