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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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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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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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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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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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약 스캔들

DUMMY

지한이 연락하기도 전에 예지가 먼저 작업실로 찾아왔다.


“그냥 전화를 하지 그랬어요?”


예지의 새 로드 매니저를 뒤따라 작업실을 나오며 예지에게 말했다.


“인기 배우가 이렇게 직접 작업실로 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나요?”


지한은 딱히 나무라지 않았는데 예지는 그의 말에 몸을 움찔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때보다 볼이 홀쭉했고 얼굴색이 나빴다.


“혹시 몸이 아프십니까?”


지한이 묻자 예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면 형섭 씨 사고가 아직 마음에 남아 그런가요?”


지한의 말에 예지가 펄쩍 뛸 듯이 놀라더니 그에게 약간 몸을 기울인 채 급히 속삭였다.


“아니에요. 형섭 씨는 이미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인걸요.”


예지는 언제 형섭 때문에 울었냐는 듯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시치미를 뗐다.


“그 사람이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죠. 나 역시 피해자랍니다. 나와 의논하지도 않고 드라마에 나오려 하질 않나 멋대로 한 배우님을 협박하질 않나.”


예지는 아무런 막힘 없이 술술 거짓말을 했다. 마치 지한이 형섭에게 드라마 출연을 말했을 때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거짓말을 반복하다 실제로 그 거짓말을 믿게 된 사람처럼 예지의 얼굴에 죄책감 하나 없었다. 예지는 특히 진성에게 형섭과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납득시키려 애썼을 것이다.


“그 사람과 아무 상관 없는데 권 작가님이 예전처럼 절 믿어주지 않아서 속상해요. 회사 사람들 시선도 그렇고...... 아무래도 권 작가님이 차가워진 게 가장 크죠.”


지한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형섭은 진성을 크게 배신했고 진성은 예지까지 곱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예지가 형섭과 상관없다고 하더라도 진성이 예전같이 예지를 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요......”


지한은 광대뼈가 불거진 예지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권 작가님에게 밉보이면 드라마 출연도 쉽지가 않죠.”


지한의 말에 예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색은 더욱 나빠지고 호흡이 많이 거칠어졌다. 전형적인 불안 증세였다.


“그래서 요새는 약을 먹어야 잠이 와요......”

“약이요? 수면제요?”


지한의 말에 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죠. 오늘 유 작가를 찾아온 이유는 한 피디님 때문이에요.”

“한 피디님이요?”

“형섭 씨가 한 배우님을 협박하려 했잖아요? 그 때문에 한 피디님이 혹시 나를 싫어하실까봐......”


예지는 지한의 눈치를 힐금 살폈다.


“유 작가님, 저 드라마 나가는 것 맞죠?”


대답이 없자 예지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그럼요.”


그 말에 예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예지가 약속하듯 잘라 말하자 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지 씨야 성실하니까 믿고 있어요.”


예지는 마치 앞날을 보장받은 사람처럼 환히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유 작가님.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이왕 여기로 온 김에 회사 프로젝트 예능 이야기를 나눠볼까 싶은데요. 예능을 찍기 위해서 출연자들 인터뷰가 필요하거든요.”

“인터뷰요? 다음 스케줄이 있어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데......”

“그래요? 그렇다면 스케줄이 없을 때 연락해줘요.”

“알겠어요, 유 작가님.”


예지는 다시 한번 더 환하게 미소 지은 뒤 매니저와 함께 뒤돌아섰다. 지한은 유심히 예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약이라......”


*




진성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정현이 FN 소속사를 나오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은 뒤였다. 형섭에게 속아서 남현이 정현의 과거 문제를 드러냈다는 인터뷰를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정현이 그렇다면 정수 역시 형섭의 소행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한 피디는 박 작가를 팀에서 내보냈어. 김 이사는 장 비서를 해고 했고. 그 두 사람이 내 사람이고 자신들의 행적을 내게 알린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봐야지.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내 계획을 어떻게 알아냈고 어디까지 알아냈냐는 건데...... 혹시 누가 알려준 걸까? 하지만 그들 주위에 딱히 의심갈 만한 인물은 없었는데......“


민우현 탐정과 현주를 잡아와서 심문을 한 결과 알아낸 사실은 있었다. 처음 지한이 형섭의 외형과 분위기를 보고 드라마의 조연을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예지 옆에서 배우의 생활을 동경하던 형섭을 지한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그 뒤 정현의 문제가 터졌고 지한이 그것을 고민할 때 형섭이 정현의 분량까지 책임지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진성은 기가 차서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배우를 태우는 차나 끌던 녀석이 감히 연기파 배우를 대신하겠다? 자기 욕심을 위해 양아치 짓이나 하던 녀석을 걷어준 나를 배신하고?”


책상 위에 올린 진성의 주먹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었다.


“주제도 모르고 주인을 무는 개는 몽둥이로 패야지.”


물론 이번에는 몽둥이 정도가 아니었다. 도현이 고용한 애들이 형섭과 민우현 탐정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현주 역시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 형제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유 작가가 거의 유일하지. 문제는 유 작가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진성은 지난 주말에 길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서 작가와 같은 눈빛을 가진 녀석이야, 유 작가는.’


진성은 전화기의 단축 버튼을 눌렀다.


“백 실장, 서현수 가족 관계나 친지를 다시 조사해봐야겠어. 그리고 유 작가에 대해서도.”

“서현수 가족은 친척들과 교류는 거의 20년 동안 없었습니다. 관심을 둘만한 인물도 없었고요. 서현수 부모님은 두 분 다 이미 돌아가셨고 남은 형제는 나이 차 많이 나는 남동생뿐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을 좀 더 깊이 조사할까요?”

“서현수를 들일 때 했던 조사보다 더 범위를 넓혔으면 해. 서현수의 친구나 동창까지도. 어떤 작은 정보라도 놓치지 말고 알아냈으면 해. 특히 유 작가가 서현수가 있었던 서천 보육원과 관련이 있는지도 알아봐.”

“알겠습니다.”


도현의 대답을 듣고 진성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지한을 만난 첫날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할아버지가 말한 대로 서 작가와 같은 눈빛을 지녔기에 유 작가를 만날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어.”


*



정수가 찍기로 한 드라마 촬영 장소는 서울에서 한 시간 걸리는 근교였다. 예지는 차에서 내려 현장과 가까운 회색 건물의 일 층 컨퍼런스 룸으로 향했다. 문 옆에는 ‘살생자’ 대본 리딩이라 적힌 팻말이 서 있었다. 살생자는 한 피디가 찍을 드라마의 가제였다.


컨퍼런스 룸에는 정수는 물론 정현 외에 배우 열 명이 기다란 탁자 앞에 앉아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수는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수 때문인지 컨퍼런스 룸 안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예지는 종종 걸음으로 한 피디에게 걸어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한 피디님.”

“어, 예지 씨. 어서 와요.”


예지에게 인사를 건넨 뒤 정수는 다시 스태프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 때문에 예지는 정수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고 슬그머니 기다란 탁자로 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한 배우가 왜 여기에 있지? 자기 입으로 자숙 시간을 가진다고 했으면서?’


예지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현이 예지에게 다가와 먼저 눈인사했다.


“남자 주인공을 맡을 배우를 찾을 때까지 제가 배우분들과 연기 합을 맞추려고요.”

“아, 네, 그러세요?”


조심스럽게 대답하던 예지의 눈에 정현의 뒤에 선 기수가 들어왔다.


‘뭐야, 이 남자? 처음 보는 사람인데 신인 배운가? 스태프치고는 상당히 잘 생겼는데. 희고 조각 같은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까지. 준수 씨나 형섭 씨와 다른 매력이 있어. 이런 모범생 타입도 좋은데.’


예지의 시선이 기수에 머문 것을 알아차리고 정현이 기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은 이기수라고 이번에 데뷔하게 된 배우입니다.”

“아, 이분이 기수 씨군요. 이번에 살인자 역을 맡은 분이네요. 한 배우님 매니저셨고.”


예지의 시선을 받고 기수는 주춤주춤 앞으로 나섰다.


“이, 이기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이씨네요. 이예지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예지는 기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모범생처럼 생겼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흉악범을 연기한다는 거지?’


정현은 만나는 배우마다 기수를 소개했다. 그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기수를 보며 예지는 더욱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얼마 가지 못했다. 대본리딩이 시작되고 기수가 첫 번째 피해자에 씨익 웃으며 다가갈 때 예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런 느낌을 받은 사람은 예지뿐이 아니었다. 컨퍼런스 룸 안에 있는 배우들은 경악과 감탄이 반반 어린 눈으로 기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기수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여배우는 정말로 겁에 질린 상태였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마요!”


여배우는 기수에게서 달아나는 몸짓을 했다.


“제발..... 제발..... 이러지..... 아악!”


마지막 비명이 컨퍼런스 룸 안에서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배우 두 명은 패닉이 온 것처럼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의자에 앉은 게 아니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얼굴이 창백했다.


예지는 기수의 연기를 보고 거의 혼이 나가버렸다. 그녀는 이제껏 달달한 로맨스에 출연했다. 스릴러물은 처음인데다 진짜 사이코패스와 같은 기수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온몸은 물론 턱까지 덜덜 떨렸다. 정현과 대사를 제대로 주고받지 못할 정도였다.


예지는 마치 정현에게 전화를 거는 연기를 하며 대사를 했다.


“오, 오늘도 야.....근인가요, 강 형사님?”


예지는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고 목소리마저 떨었다. 컨퍼런스 룸 안의 사람들 시선이 예지에게 모였다. 그들은 기수와 다른 의미로 예지의 발연기에 충격을 받았다. 예지와 가까이 앉은 여배우가 어색한 목소리를 냈다.


“예지 씨.....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 예지 씨답지 않게 이런 실수를......”


예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예지를 맞은 편에 앉은 원로배우가 감싸주었다.


“예지 씨가 잠깐 딴생각을 했나보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예지 씨, 신경 쓰지 말고 다시 해봐요.”


그 말에 예지는 조금 전과 같은 대사를 쳤다.


“오늘도 야, 야근.....인가요, 혀, 형사님.”


이제 컨퍼런스 룸 안은 사람들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예지와 연기를 맞추려 했던 정현의 얼굴에 경멸이 떠올랐다. 그것을 정면으로 본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예지 씨 컨디션이 좋지 않나 봅니다. 오늘은 예지 씨를 빼고 대본리딩을 합시다.”


한 피디가 엄격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 말에 예지를 쳐다보던 배우들이 하나둘씩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한 피디는 예지를 향해 말했다.


“예지 씨, 다음에는 이보다 더 좋은 연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는 새파래진 얼굴로 예지는 한 피디에게 고개를 숙였다.


“예.....”


예지는 목 안이 따금하는 것을 느끼며 간신히 정수의 말에 대답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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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함정 24.07.22 28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1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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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마약 스캔들 24.07.15 32 1 11쪽
» 마약 스캔들 24.07.13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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