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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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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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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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DUMMY

진수가 복권을 사 오는 장면을 무사히 촬영한 날 박 피디는 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 작가님, 오늘 진수가 명 작가님이 지시한 대사를 넣은 장면을 찍었습니다.”

“문제의 대사를 넣으면서 유 작가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어?”

“그렇지 않아도 유 작가가 그러더군요. 문제의 대사를 넣으면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어차피 뒤에 복권 산 것을 후회하는 장면이 있으니 그런 비난을 걱정하지 말라고요. 그러니까 유 작가가 별로 의심하지 않던데요? 물론 현진수를 설득해 복권 산 것을 후회하는 장면을 빼자고 했습니다. 현진수야 당연히 좋다고 했죠.”

“허, 박 피디, 대단한데.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강 피디가 그 부분을 용케 넘어갔네. 나는 솔직히 유 작가도 그렇지만 강 피디의 반응이 걱정됐거든.”

“복권 산 것을 후회하는 빼고 해당 페이지를 다시 타이핑해서 강 피디님에게 드렸죠. 그리고 강 피디님은 유 작가를 많이 믿으시더라고요. 유 작가가 가져온 시나리오를 거의 수정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해당 장면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어요.”


그 말에 준수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 소리를 듣고 박 피디는 준수가 기분 나빠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대단하군, 그래. 같이 작업한 적도 없었을 텐데 강 피디를 그렇게나 구워삶다니.”


박 피디는 입을 다물고 준수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준수의 화를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일이 잘되어서 다행이야.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유 작가가 혹시 나중에라도 눈치챌까 하는 거야..... 김 작가나 김 이사에게서 현진수에 대해 들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빨리 두 번째 에피소드가 방송되어야 합니다. 유 작가가 눈치채기 전에.”

“그거라면 생각해놓은 게 있어. 대중들의 반응을 미리 알 수 있게 두 에피소드를 파일럿 형식으로 먼저 공개하자고 권 작가님을 설득할 생각이야.”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파일럿 형식으로 공개한다고요? 그러면 일이 이쪽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겠는데요?”

“에피소드들만으로는 안 되지. 진짜 본 게임은 지금부터니까.”

“생각해두신 게 있으시네요. 기대가 됩니다.”

“박 피디, 이번에 정말 수고했어.”

“명 작가님이 저를 위해서 준비한 것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박 피디의 말에 준수는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낸 뒤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뒤돌아 선 박 피디의 귀에 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러니까 언니, 언제까지나 오냐오냐하니까 진수 씨 버릇이 나빠진다니까.”

“이번 에피소드 촬영하고 다시 안 볼 사람이잖아. 그냥 대충 넘어가.”


수영을 설득하고 있는 사람은 유빈이었다. 유빈은 이번 예능에 작가진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수영과 친해서 종종 촬영 현장으로 놀러 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박 피디는 비로소 경계 어린 표정을 풀었다.


“아니, 어차피 야구 선수니까 회사원으로 행동하는 게 어색하다는 것은 넘길 수 있어. 강 피디님 가르침 덕분에 차츰 나아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스태프들이 마치 자기 하인인 양 구는 것은 못 참아주겠어. 오늘 아침에도 나보고 에비앙인지 메비앙인지 프랑스산 생수를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신경질을 냈다고.”

“그건 진수 씨가 잘못했네.”

“어휴, 안 그래도 묻어가는 주제에 완전 꼴불견이라니까.”


수영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툴툴거렸다. 박 피디는 수영과 유빈이 선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영과 유빈은 박 피디의 등장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봐요, 수영 씨. 잘 들어요. 지금 FN에 필요한 사람은 현진수 같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 아버지가 얼마나 FN에 돈을 넣는지 당장 찾아봤으면 합니다. FN은 당신 같이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작가 나부랭이가 아니라 언제든지 현진수를 택할 겁니다. 한 번만 더 그 사람을 욕하면 당신을 이 팀에서 빼도록 강 피디님에게 말할 겁니다.”


자신의 말에 얼어붙은 수영을 박 피디는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수영이 입을 닫자 유빈도 박 피디의 눈길을 슬쩍 피했다. 박 피디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두 사람을 지나쳤다.


*


“예? 파일럿 형식이라고요? 그런 계획은 없었잖습니까?”


진성의 맞은편에 앉은 강 피디는 느닷없이 충격받은 얼굴로 진성을 쳐다보았다.


“새로운 컨셉의 예능이니까 미리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촬영하는 것은 중단해야겠네요.”

“세 번째 에피소드를 촬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출연자는 최호연 시인이라면서요? 요즘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예, 그렇습니다.”

“지금 촬영하는 것은 그대로 계속하세요. 시청자들에게 미리 두 에피소드를 선보이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것을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점을 알면 다음엔 더 좋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겠죠.”


강 피디는 진성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 더 이상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강 피디는 속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억지로 삼키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두 에피소드를 방송에 맞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요.”


진성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강 피디님, 이번 예능 촬영하면서 시나리오 수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요?”

“예. 유 작가가 준 시나리오에서 거의 수정을 하지 않았죠.”

“그거 재밌군요. 강 피디님은 웬만하면 작가들이 준 시나리오를 그대로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처음엔 시나리오와 달리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장면을 넣거나 빼기도 하고 캐릭터 성격을 바꿔 보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뭔가 어색하거나 전체 흐름에서 붕 뜨거나 했습니다. 유 작가가 써준 대로 해야 최상의 결과가 나오더군요.”

“시나리오 작가에게 어찌 보면 최고의 칭찬이라 할 수 있군요. 보통 그런 일은 잘 없는데.”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유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죠. 한 피디에게 말하니 자기도 웹 드라마 찍을 때 유 작가의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찍었다고 하더군요. 손대면 손댈수록 이야기가 엉키더라면서 말입니다.”

“그래요?”


진성이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기자 강 피디는 사무실 안이 유난히 조용하다고 생각했다. 진성의 호출로 시작된 이번 만남을 그는 되도록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럼, 달리 하실 말씀이 없다면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강 피디가 어렵게 말을 꺼내자 진성은 그제야 강 피디를 쳐다보았다.


“그래요. 촬영하시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예.”


진성은 강 피디가 사무실 문을 나설 때까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진성은 지한에 대한 질투심이 올라오는 것을 참고 있었다. 한 피디가 시나리오에 까다롭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지한이었다. 심지어 진성조차 시나리오에 관해서 한 피디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진성은 한 피디를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누구보다 엄격해지는 사람이었다. 한 피디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진짜 실력자라는 말과 같았다.


사실 FN에 소속된 피디 중 가장 실력파로 진성은 방송국에서조차 그보다 좋은 실력파인 피디를 보지 못했다.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데도 진성이 한 피디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현수를 통해 자신을 능가하는 실력자가 자신의 반대편에 서면 얼마나 해가 될 수 있는지 배웠다. 그랬기에 일부러 한 피디를 모른 척 한 셈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유 작가를 내치기에는 참 아깝단 말이야......”


무엇보다 진성은 지한이 병지와 가깝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명훈이 지한과 손을 잡으면 큰일이었다. 자본과 실력이 만나면 자신은 물론 길수에게까지 영향이 갈 게 분명했다.


진성이 생각에 잠긴 동안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아보니 지한을 조사하기 위해 고용했던 탐정 중 하나인 고윤석이었다.


“권 작가님, 유 작가 주변을 조사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흥미로운 사실이죠?”

“유 작가가 현수라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걸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여유롭던 진성의 표정이 단번에 변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반쯤 벌린 진성은 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유 작가가 사는 동네 아주머니였는데 두 사람은 상당히 친해 보였답니다.”

“친해 보였다?”

“혹시나 해서 유 작가의 동기와 친구 관계를 조사했지만 그 중에서 현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안 거지......?”


진성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분명 현수에게는 동생이 있었어. 하지만 보육원에서 어릴 때 폐결핵으로 사망했어. 그 기록을 직접 확인했지.”


진성의 말을 듣고 있던 고 탐정이 입을 열었다.


“혹시 두 사람은 보육원에서 만난 것은 아닐까요? 유 작가가 보육원으로 자원봉사하러 갔다가 친해졌을 수도 있고.”

“고 탐정, 현수가 나왔던 보육원을 조사해봐요. 서남 보육원을 말입니다. 서남 보육원을 거쳐 갔던 선생이나 자원봉사자를 모두를요.”


진성의 지시에 고 탐정은 한순간 당황했다. 서남 보육원을 거쳐 간 자원봉사자라니? 수시로 오는 자원봉사자 모두를 기록하는 보육원이나 기간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고 탐정은 진성에게 못 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는 될 수 있는 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선을 다해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요.”


간신히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연 뒤 진성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놓자마자 진성은 두통을 느끼며 책상 모서리를 부여잡았다.


“이런 일이. 현수와 유 작가라니. 두 사람이 만약......”


진성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여전히 지끈거리는 머릿속에 길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한이 현수와 같은 눈빛을 가졌다는.


*



강 피디는 FN으로 온 김에 5층 작가들의 작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성이 했던 말을 전화로 알리기 보다 지한에게 직접 말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한은 강 피디를 보고 놀랐다.


“강 피디님, 어디 아프십니까? 안색이 창백해요.”

“아니, 아픈 곳은 없어요. 권 작가님에게 들은 이야기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요.”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는데요?”

“그게......”


강 피디는 지한에게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시청자에게 미리 보이라는 진성의 지시를

말해주었다.


“두 에피소드는 파일럿 형식이 되는 군요.”


자신과 달리 그다지 놀라지 않는 지한을 보고 도리어 강 피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었어요?”

“아, 아니요. 알고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그럴 거라 예상했어요.”


강 피디는 지한의 표정이 어색해서 예상했다는 말이 왠지 거짓말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

다.


“두 에피소드가 시청률이 좋지 않으면 다음 에피소드 촬영이 모두 무산될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번에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지한이 말했다.


“그래도 일단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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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함정 24.07.27 28 1 13쪽
59 함정 +2 24.07.26 27 1 12쪽
» 함정 24.07.24 30 1 12쪽
57 함정 +2 24.07.23 29 1 12쪽
56 함정 24.07.22 29 1 12쪽
55 함정 24.07.20 31 1 13쪽
54 마약 스캔들 24.07.19 32 1 12쪽
53 마약 스캔들 +2 24.07.17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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