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421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25 14:00
조회
61
추천
2
글자
7쪽

제6 장 학살(1) - 와룡동의 비극

DUMMY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도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장순 아저씨, 동민 형과 함께 난 다시 부대로 돌아왔다.


“아버지, 꼭 몸조심하셔야 해요.”


마지막까지 걱정을 하던 내게 아버지는 미소로 대답해 주었다.

그 미소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었다.



* * *



라자구에 도착한 나와 동민 형은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 순간 장순 아저씨는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았다.

장순 아저씨는 백두산 쪽으로 향했다.

가족들과 멀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던 것 같았다.

서간도와 북간도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백두산으로 향하는 여천 장군의 부대에 합류하였다.


“아저씨, 우리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너무 슬퍼 말거라. 지금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자꾸나. 언젠가 좋은 시대가 오면 가족들이 다시 뭉쳐서 같이 살 수 있을 거야. 영감님과 환이 그리고 시연이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너와 동민이는 독립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거라.”


거듭된 이별의 슬픔에 가득 찬 내게 장순 아저씨는 깨우쳐 주며 말했다.


장순 아저씨의 말을 새기며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하였다.

새로운 상황에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고 어느덧 초겨울이 다가왔다.

봉오동에서의 복수를 위해 일본은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한 침입을 시작했다.

침입에 앞서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특기인 자작극을 꾸몄다.

마적을 시켜 훈춘에 있는 그들의 영사관을 습격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독립군의 소행이라 뒤집어 씌우고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핑계하에 사단 규모의 대부대를 파병하였다.

그들은 봉오동과 서대파로 쳐들어갔으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독립군은 그들보다 한발 먼저 피신하였다.

독립군에 비해 월등한 규모의 그들은 서둘러 독립군을 뒤쫓기 위해 백두산을 비롯한 여러 방면으로 진군하였다.

다시금 북간도에 전운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인 만큼 운산 장군은 사방에서 첩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본군은 백두산 쪽으로 향했지만 이곳 라자구에도 일부 부대가 진군하고 있었다.

라자구는 예전부터 교역을 위해 운산 장군이 자주 들리던 곳이었다.

산길이던 평지던 익숙하지 않은 곳이 없는 지역이었다.

지난 몇 개월 우리는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고 아무런 대비 없이 진군하는 일본군을 선제공격함으로써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일본군을 쉽게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규모의 일본군 부대가 향한 백두산 쪽의 독립군 걱정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장순 아저씨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저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백두산으로 갔던 전령이 도착하여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여천 장군과 백야 장군은 각자 부대를 이끌고 후퇴를 하다가 청산리 전역에서 일본군과 여러 차례 교전을 하여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천수평, 어랑촌, 고동하, 백운평, 완구루 등지에서 여러 번의 교전을 가졌고 매 교전마다 대승을 거두었다.

백야 장군과 여천 장군은 각자의 부대를 이끌며 주요 지점에서 유격전으로 치고 빠지며 일본군을 혼란에 빠트리고 섬멸하는 큰 공을 세웠다.

역시 유격전에 특화된 여천 장군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청산리에서 전공은 봉오동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연해주로의 이동을 준비하였다.

승리는 하였지만 이곳까지 일본군이 쳐들어왔으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일본군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러시아 땅으로의 이동이 결정되었다.

새로운 땅으로의 이동에 정신없던 어느 날 너무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청산리에서 패배한 일본군이 우리 동포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있습니다. 여자들과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무참히 살해되고 있습니다.”


일본군의 광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인간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장암동에서 성인 남자 33명을 한데 모아 놓고 무차별 사격으로 처참히 살해하고 시신까지 불태우는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연길현 곳곳의 한인 주민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있습니다. 노인, 여자, 어린아이까지 거침없이 살해하고 있습니다.”

“와룡동의 한 교사는 일본군에게 끌려가 얼굴 껍질이 벗겨지고 안구가 빠지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그들은 총알을 아낀다고 창칼로 사람들을 무참히 찔러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은 서서히 고통을 겪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또 산 채로 사람들을 태우는데 연료가 모자라서 한 번에 죽지 않고 서서히 온몸이 타는 고통을 겪으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총에 맞아 한 번에 죽는 것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곳곳에서 비보들이 쏟아졌다.

들려오는 소식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참상이었다.

모두들 분노에 가득 찼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연해주로 거처를 옮기는 것뿐이었다.


‘와룡동!’


이 한 마디에 난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럴 리 없을 것이야. 아버지와 가족들은 그전에 떠났을 것이야.’


나 자신을 위로해 보려 했지만 마음이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냥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철이한테 간단한 인사를 하고 짐도 제대로 챙길 틈도 없이 나의 분신과 같아진 저격총만 둘러맨 채 부대를 떠났다.

마지막 남은 가족일지도 모르는 동민 형에게도 나의 사부이자 은인인 운산 장군에게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꼬마!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돼. 그리고 너 자신을 속이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철이에게 소식을 들었는지 흥 장군이 급하게 떠나는 나를 붙잡으며 당부하였다.


“형님··· 죄송합니다.”


먼저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 앞으로 벌어질 내 인생에 대한 사과인지 알 수 없는 사과를 남긴 채 나는 떠났다.



* * *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아주 생생히 기억되었다.

어느 곳을 가던 살아있는 생명체는 찾을 수 없었다.

무차별하게 살해된 채 태워진 시신들만이 가득한 마을들의 연속이었다.

일본군의 연료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사실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반쯤 타다 만 시체 더미들이 곳곳에 보였다.

생의 마지막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시신의 표정과 몸짓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편하게 갈 수 없었다.

어느 마을에는 창 끝에 꿰어진 한두 살 된 갓난아기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치 장난삼아 죽인 것처럼.

살인자들은 인간이 한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행동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참상을 수없이 마주하고 나서야 와룡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친일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제6 장 학살(2) - 할아버지와 다섯 아이! 24.07.26 50 2 7쪽
» 제6 장 학살(1) - 와룡동의 비극 24.07.25 62 2 7쪽
22 제5 장 전쟁(8)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1 24.07.24 65 3 9쪽
21 제5 장 전쟁(7) - 독립군 3대 대첩, 봉오동 전쟁 24.07.23 59 3 9쪽
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60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2 3 8쪽
18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7 4 8쪽
17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9 4 8쪽
16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15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8 4 7쪽
14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5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4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3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2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6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9 4 9쪽
8 제3 장 망명(1) - 서간도로 가는 길 24.07.10 110 5 9쪽
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41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8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7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7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9 1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