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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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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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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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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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5 장 전쟁(8)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DUMMY

한편 우리 쪽 피해도 가볍지 않았다.

용감하게 서산에서 전사한 신민단 대원들을 포함하여 젊은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서는 나와 같이 훈련을 받던 병사들도 있었다.

가슴이 아파 왔지만 슬픔에 빠질 겨를은 없었다.

신 선생과 동민 형은 특별 편성된 의무대를 책임지고 있었다.

사령부 안쪽의 산속에서 의료 지원 임무를 맡았던 그들은 전투가 끝난 후 훨씬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우세하였지만 네 시간이 넘는 교전은 많은 수의 부상자를 남겼다.

대부분 총상 환자였다.

의료진이 부족하여 철이와 난 신 선생의 지시에 따라 간단한 치료를 도와야 했다.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승리였지만 그에 따른 대가 또한 너무나 잔인했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었다.

적을 죽이는 것도 죽는 친구를 보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감상에 빠지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봉오동에서의 치욕을 설욕하기 위해 일본군은 곧 다시 움직일 것이다.


전투가 끝난 후 우리는 뜻밖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여천 장군의 갑작스러운 퇴각으로 신민단의 일부가 희생되었기에 두 부대는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되었다.

여천 장군은 의병장으로 활동한 이래 수많은 전공을 세웠기에 대한북로독군부 내에서도 가장 명성이 높았지만 이번 전투에서의 실수는 치명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치고 빠지는 유격전을 펼치려 했으나 이번 전투는 기본적으로 각자 부대의 위치를 고수하여 우리 기지를 지켜내는 방어전의 성격이 강했다.

연합된 여러 부대는 이를 기반해 미리 약속된 전술을 세웠고 하나의 목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지만 돌발스러운 퇴각은 큰 위기를 초래했다.

최고 사령관인 희 장군은 여천 장군의 죄를 물으려 했지만 운산 장군이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를 하였다.

여천 장군이 실수는 하였지만 이 실수로 뛰어난 독립군 장군을 잃는 것이 더 뼈아픈 일이라며 그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운산 장군의 이 결정 덕분에 얼마 후 독립군 역사상 가장 큰 승리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우리가 겪고 있던 불화는 대한북로독군부 내부적인 문제만은 아니었다.

북간도의 주요 독립 단체들은 일본군에 대비하기 위하여 다시 연합을 시도하였으나 각자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였고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군의 반격이 거세어질 것으로 예상되었고 중국 정부 또한 우리 독립군들이 북간도에서 이동할 것을 권유하였기에 모두 떠날 준비를 하였지만 가는 방향이 달랐다.

일부는 연해주 쪽으로 가서 재정비를 하는 것을 일부는 국내에 가까운 백두산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주장하였다.

얼마 후 운산 장군 형제들은 봉오동을 떠나 연해주에 가까운 라자구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다.



* * *



나는 라자구로 떠나기 직전 연길현 와룡동으로 피신해 있던 가족을 찾았다.

장순 아저씨와 동민 형과 함께였다.

봉오동 전투를 대비해 피신했던 가족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은 한인 학교에서 학교 일을 돕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학교 시설 관리와 같은 일을 도와주며 어린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우당 선생 댁에서부터 글공부를 시작해서 이제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정도는 아주 쉽게 할 수 있었다.

시연이는 한글과 일본어를 가르쳤다.

정식 교사는 아니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모든 식구가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아버지 바로 이곳을 떠나 서간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투에 패배한 일본군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걱정입니다.”

“걱정하는 니 마음은 잘 안다. 하지만 가르치는 아이들을 놔두고 떠날 수 없다는 걸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여기는 선생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글을 배울 기회가 흔치 않아.”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하는 내게 아버지는 온화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의 뜻은 알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합니다.”

“너희 모두가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놓고 하는 독립운동을 우린 여기서 하고 있는 거란다. 아이들이 훌륭한 독립투사로 자라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꼭 이루어져야 해.”


아버지는 장순 아저씨와 동민 형 그리고 나를 차례로 돌아보며 대답하였다.


아버지는 거듭된 나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누구보다 다정스러운 미소로 맞이해 주었다.


“이젠 정말 훌륭한 독립군이 되었구나. 내 아들. 너무 자랑스럽구나.”


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버지···”

“너무 걱정 말거라. 이 근처에는 독립군이 없으니 여기로 일본군이 쳐들어오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설마 그렇더라도 민간인인 우리를 어찌하지는 않을 거야.”


끝까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내게 할아버지가 안심시키며 말했다.


“두 분의 뜻 잘 알겠어요. 대신 위험한 상황이 올 것 같으면 무조건 피신한다고 약속해 주세요.”


내가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우듯이 가족들도 나름대로 결연하게 자기의 자리에서 독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걸 알기에 더 이상 고집부릴 수는 없었다.


무거운 얘기가 끝나고 나니 화목한 분위기로 식사를 이어 갔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는 더없이 행복했다.


“장순 아저씨가 진짜로 잘 싸웠다니까요. 군인이 천직인 것 같아요. 한동안 어찌 참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니까요. 동민 형은 이제 완전한 의사가 됐어요. 말투는 차가운데 치료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따듯한 의사 선생님이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밀린 얘기를 하며 난 너무도 들뜬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말을 쉴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떠든 뒤에야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뒷정리를 하고 다들 방에 들어갔지만 난 잠시 머리나 식힐 겸 마당에 나왔다.


“잘 지냈어?”

“응. 오빠도 잘 지내지?”


마당에는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시연이가 있었고 난 아주 오랜만에 시연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기 생활은 어때?”

“너무 즐거워. 아이들도 너무 귀엽고 이제야 내가 세상에 사는 의미를 찾은 것 같아.”


시연이는 너무도 밝은 미소와 함께 내게 답했다.


18살이 된 시연이는 이제는 처녀가 다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귀여웠던 외모는 더욱 성숙해 있었고 어디서도 한눈에 띌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행이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시연이 너, 모두가 여기서 각자의 소중한 인생을 살고 있었던 거야. 아주 의미 깊고 중요한 각자의 삶을 말이야. 난 그것도 모르고 무조건 떠나라고만 했으니···”

“우리가 걱정돼서 한 말이잖아. 할아버지, 아버지도 오빠의 그런 마음을 다 알아. 너무 신경 쓰지 마.”


가족들의 상황도 잘 모른 채 내 입장만 고수하려 했던 나 자신을 자책하는 나를 시연이는 위로해 주었다.


“그렇지만 아버지 말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내가 총 들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만 중요한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했으니 참 어리석었네. 나 자신이 한심해 못 견디겠다.”

“비록 우리가 여기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어. 그런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삶이 아주 소중해졌어. 나 이제 아주 행복해.”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시연이의 모습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난 무의식 중에 총 들고 일본군과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많은 동포들도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두 나라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었고 그 삶은 아주 소중한 것이었다.


“오빠.”

“응?”

“고마워.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줘서.”

“...”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던 시연이의 갑작스러운 말에 난 가슴이 먹먹해졌다.

큰 비극을 견뎌 내고 다시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맙고 다행이었다.


“시연아. 너는 꼭 행복해야 해.”

“고마워. 오빠.”


행복한 시연이를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시연이는 내가 꼭 지키리라!’


어느새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 * *



가족들과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던 난 너무도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행복했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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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 cl******..
    작성일
    24.07.24 15:53
    No. 1

    잘 읽고있습니다
    행복했던 마지막밤이 지나가고있다니~~~
    앞으로 펼쳐질상황이 걱정되네요~~ㅜ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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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6 장 학살(2) - 할아버지와 다섯 아이! 24.07.26 48 2 7쪽
23 제6 장 학살(1) - 와룡동의 비극 24.07.25 59 2 7쪽
» 제5 장 전쟁(8)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1 24.07.24 64 3 9쪽
21 제5 장 전쟁(7) - 독립군 3대 대첩, 봉오동 전쟁 24.07.23 58 3 9쪽
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59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0 3 8쪽
18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6 4 8쪽
17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8 4 8쪽
16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15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7 4 7쪽
14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4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3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1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1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4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8 4 9쪽
8 제3 장 망명(1) - 서간도로 가는 길 24.07.10 108 5 9쪽
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6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3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4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6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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