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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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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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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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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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DUMMY

* * *



‘호흡은 숨을 쉬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은밀하고 평온해야 한다.’


운산 장군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의 계곡 속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수련을 하였고 해가 바뀌며 한 살을 더 먹긴 했지만 외적으로 크게 변한 건 없었다.

그럼에도 이제 상급의 군사 훈련에서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시연이는 예전에 비해 밝아졌다.

어른들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었다.

나하고도 이제는 꽤 친해져서 제법 친오빠 동생 사이처럼 되어 갔다.

시연이와 가끔 일본어로 대화하며 일본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시연이는 훈련을 마친 군복을 세탁해 주기도 하고 식사를 책임지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였다.

아버지의 건강도 예전보다 좋아져 보였다.

나와 우리 가족 모두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놀랄 만한 소식이 고국으로부터 들려왔다.


일제의 만행이 점점 심해졌고 우리 민족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고종 황제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민족의 분노가 터졌다.

경성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진 만세 운동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성난 민족의 평화적 시위 앞에서 일본은 당황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기세를 이어서 임시 정부가 설립이 되었다.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민주 공화국이 태어난 것이었다.

이에 맞춰서 독군부 또한 ‘대한군무도독부’로 재창설되었다.

대한민국의 엄연한 정규 부대로 다시 태어나게 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첫째 희 장군이 총사령관이 되었고 운산 장군은 참모장을 맡았다.

나에겐 큰형님인 흥 장군 또한 작전 참모로서 그 역할을 다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운산 장군은 대종교의 지도자인 백포 총재를 도와 군정서 창설을 주도하였다.

자신의 소유지인 서대파를 주둔지로 내어주고 군자금을 제공하였다.

또한 서대파 근처의 십리평에 병사들을 훈련하는 단기 군사 학교인 사관 연성소를 설립하였다.

훗날 전쟁의 영웅인 백야 장군이 사관 연성소 소장으로 부임하였다.


모든 것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만세 운동의 영향인지 점점 많은 청년들이 독립군이 되겠다며 봉오동으로 들어왔다.

한동안 운산 장군을 만날 수는 없었다.

점점 커져 가는 봉오동을 관리하고 군정서의 일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듯 보이는구나.”


어느 날 새벽 수련을 마치고 계곡에서 나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다.

그곳엔 운산 장군이 서 있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냈구나. 더는 여기에 오지 않아도 된다. 이제 새로운 것을 배울 때가 된 것 같구나. 다만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단련하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거라.”


칭찬과 함께 장군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일반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보다 짧지만 복잡한 장치가 달려있는 총이었다.


“사격은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단다. 호흡이 일정하고 마음이 고요하면 아무리 멀리서라도 못 맞출 것이 없다. 너의 수련 상태를 보아하니 좋은 저격수가 될 자질이 있어 보이는구나. 앞으로 우리가 펼칠 유격전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니라.”


새로운 임무와 함께 장군은 나에게 작은 공책을 건네주었다.

저격총의 사용법과 사격 방법을 직접 정리한 공책이었다.


난 밤낮없이 연습했다.

물론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단련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저격수가 되기 위하여 모든 힘을 쏟고 있을 무렵 동민 형이 그렇게 기다리던 한의사 선생이 돌아왔다.


“기다렸습니다. 신 선생님.”

“자네를 다시 보다니 정말 반갑구만.”


무덤덤한 듯 인사를 나누는 듯 보였으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장군에게 무술을 배웠듯이 동민 형도 신 선생으로부터 의술에 대한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했다.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던 어느 날 운산 장군은 신 선생과 동민 형 그리고 나를 불러 모았다.


“지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무장을 위해 대량으로 무기 구매를 계획 중입니다. 규모가 크고 거액의 금액이 오가는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맡아 줬으면 합니다. 신 선생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중요한 일인 만큼 신중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운산 장군의 부탁에 신 선생은 선뜻 나서주었다.


국내로부터 많은 지원자가 독립군이 되겠다고 나서자 그들을 무장시킬 무기가 모자랐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체코군은 전쟁이 끝나자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고향에 정착할 돈을 필요로 하였고 또한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1차 대전에 뛰어든 만큼 우리 독립군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대량의 무기를 구매하기에 적합한 상대이자 절호의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운산 장군은 석현 토지를 급하게 처분해 자금을 마련하였고 영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한 신 선생이 나서 주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신 선생은 몇 년 전 봉오동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운산 장군을 통해 러시아어를 배웠다.

짧은 기간이지만 선생의 실력은 급격히 늘었고 나 또한 그런 선생을 통해 어설프게지만 러시아어를 조금 할 줄 알게 되었다.

신 선생은 동민 형과 같이 가기로 하였고 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먼저 나갔다.


“너는 아무도 모르게 저들을 호위한다. 저격수란 그림자와 같이 은밀히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장군의 은밀한 지시를 받고 나도 임무 수행을 준비하였다.


엄청나게 긴장되는 첫 임무였다.

만주의 외곽 지역에서 체코군과 접선하여 거래가 진행되었다.

다행히 내가 나설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았고 우리는 무사히 임무를 마쳤다.

이제 대한군무도독부 670명의 정예병은 완전한 무장 상태로 다음 임무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해가 바뀌고 봉오동에 고요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감돌기 시작했다.

만세 운동으로부터 고조된 독립 투쟁의 분위기는 새해가 되어서도 식을 줄 몰랐다.

임시 정부는 새해를 독립 전쟁의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하지만 만주에 대한 일본의 압박이 점점 거세어졌다.

운산 장군은 이젠 더 이상 장작림 군벌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일본이 우리의 독립운동을 방해하기 위해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북만주의 실력자 장작림은 운산 장군과의 관계를 고려해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일본은 자신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려고 하였다.

변해가는 주변의 상황을 지켜보며 운산 장군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장군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비록 대한군무도독부의 군사가 정예병이라고는 하나 아시아 최강인 일본군에 홀로 맞서기에는 부족하다. 우리 측 밀정을 통해 모은 정보를 분석해 보니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 곧이다. 전면전이다. 피할 수는 없다. 뭉쳐야 한다. 북간도에 있는 모든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이곳 봉오동이다. 모든 힘을 모아서 여기서 우리의 저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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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5 장 전쟁(7) - 독립군 3대 대첩, 봉오동 전쟁 24.07.23 59 3 9쪽
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60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1 3 8쪽
18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6 4 8쪽
»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9 4 8쪽
16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15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7 4 7쪽
14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4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3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2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2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5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9 4 9쪽
8 제3 장 망명(1) - 서간도로 가는 길 24.07.10 109 5 9쪽
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7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4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5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8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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