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359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17 14:00
조회
66
추천
4
글자
7쪽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DUMMY

특별과에 들어가기 위해 기숙사로 가는 전날 밤 나는 가족들에게 동민 형의 편지를 보여 줬다.


“아버지, 아저씨, 그리고 할아버지 전 동민 형 뜻대로 육 개월 뒤 학교를 마치고 봉오동이란 곳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모두 함께 떠나고 싶어요.”


난 그 무렵 환이 아저씨를 아버지로 부르고 있었다.

나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며 대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고 환이 아저씨도 내가 그렇게 부르는 것을 말리지 않으며 날 친아들로 대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같이 사는 건 당연한 거지. 다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셋이서 고민을 좀 해보고 방법을 찾아보고 있을 테니 넌 걱정 말고 공부 열심히 하고 있거라.”


환이 아저씨 아니 아버지의 격려를 받으며 일단은 특별과 공부에만 전념하기로 하고 난 기숙사로 떠났다.



* * *



육 개월이란 시간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 사이에 가족들은 합니하의 집과 전답을 처분하였고 떠날 준비를 다 끝내 놓았다.

조국을 떠나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었던 정들었던 서간도와 이별을 위해 가장 큰 어르신인 석주 선생에게 인사를 드렸다.


“어르신들 덕에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얻고 떠납니다. 먼저 떠나는 소인들을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 할아버지가 우리를 대표해 작별 인사를 드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떠나는 것이니 내 어찌 서운하겠나. 비록 다른 곳에 가지만 부디 잘 지내길 바라네. 얼마 안 되지만 가는 길에 보탬이 되길 바라네”


석주 선생은 서운할 법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위한 노잣돈을 내어 주었다.


“아닙니다. 그동안 받은 것만 해도 평생을 두고 갚아야 할 것입니다. 노잣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동안 저희가 모은 겁니다. 부디 학교를 위해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홍 할아버지는 선생이 준 노잣돈을 오히려 돌려주며 그동안 우리가 모아 왔던 돈을 반대로 드렸다.


“저희 가족 중 세 명이나 무상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학교를 위해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물리치지 말고 받아 주세요. 신흥 무관 학교와 서간도는 저희들에게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예요.”


감정이 격해져서 나도 모르게 나섰다.

문득 버릇없어 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석주 선생은 아주 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보내 주었다.


“난 자네들이 자랑스럽네.”



* * *



정들었던 서간도를 떠나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발했다.

동민 형이 우리가 만날 곳과 가는 경로를 미리 가르쳐 주었기에 약속 장소까지 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 만주에는 마적을 비롯한 위험이 곳곳에 있었기에 주의를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합니하에서 봉오동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대부분 무난하게 길을 따라 편하게 갈 수 있었으나 간간히 산길에 접어들기도 했다.

장순 아저씨와 나는 고등 군사 훈련을 받았기에 산속에서는 특히 은폐, 엄폐에 신경 쓰고 사주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봉오동 근처까지 도착하였고 산을 하나만 넘으면 동민 형과 만나기로 한 곳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난 특별히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한 사람씩 지나가야 하는 좁은 산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앞쪽에서 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아주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맨 앞쪽에 있던 난 모두에게 수신호로 멈출 것을 지시하였고 아주 천천히 앞을 살폈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앞쪽의 수풀이 이상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아주 천천히 조심하면서 혼자서 다가갔다.

만약을 위해 무기 용도로 가지고 다녔던 나무 막대기를 더욱 꽉 쥐었다.

수풀에 거의 코앞까지 다가가자 내가 가까이 온 걸 아는지 좀 전에는 없었던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마적뿐 아니라 요새는 일본군들도 만주로 모이고 있었기에 나는 더욱 긴장하며 수풀을 들춰냈다.

그때였다.


‘딱!’


무언가 내 눈 쪽으로 날아왔고 난 최대한 피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내 눈썹 옆을 강타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수풀에 숨어 있던 누군가는 그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다.

순간 눈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이대로 놓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난 들고 있던 막대기로 최대한 힘을 내서 그 사람의 다리를 가격했다.


‘음···’


꽤 세게 맞은 것 같은데 아주 작고 낮은 신음 소리만 내고 그대로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정통으로 가격을 당한 다리 때문인지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쓰러졌다.


“대단한 정신력이네. 그 상황에서도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도망가려 하다니.”


장순 아저씨가 놀라며 쓰러져 있던 작은 소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넌 이름이 뭐니? 대체 어쩌다가 혼자서 이런 산속을 헤매고 있는 거니?”


홍 할아버지가 온화한 미소로 물어보자 그 소녀도 마음이 조금 놓인 듯했다.


“메구미라고 합니다.”


유창한 조선말로 자신을 소개한 그 아이는 15살의 일본인 소녀였다.


메구미는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이었다.

그 덕에 조선말과 일본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다.

형편이 좋지 못한 그녀의 부모님은 돈을 벌기 위해 조선으로 이주했지만 살림이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최근 철도 부설에 따른 만주 지역 무역업이 활성화되며 그녀의 부모님도 만주로 이주를 결심하고 북간도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 들어서 이 산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산속을 헤매던 그녀의 가족은 한 무리의 낙오된 일본군과 마주쳤고 그녀의 부모님은 그들에게 변을 당하였다.

그들은 반항하는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한 뒤 그녀의 어머니를 단체로 강간했다.

그 후 어머니까지 살해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상시 군인들을 극도로 경계한 그녀의 아버지가 그들과 맞닥뜨리기 직전 메구미를 숨어있게 한 것이었다.

숨어서 부모님의 죽음을 전부 목격한 메구미는 그곳을 몰래 도망쳐 나와 좀 전에 내가 발견한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며칠을 꼼짝 않고 있었다.

물 한 모금 없이 며칠을 그 수풀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니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우리와 함께 가자.”


같이 가자는 말을 하는 날 빤히 쳐다보는 그녀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정을 들은 어른들 또한 그녀를 도저히 혼자 버려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녀가 도망 온 방향을 수색해 그녀의 부모님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성의 없이 대강 땅에 묻어 논 시신을 보니 그들은 자신들의 추악한 범죄를 숨기는 것 외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다.

같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까지 했다니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같았다.

나 또한 일본군을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그녀의 부모님 시신을 수습한 뒤 평평한 곳을 찾아서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명의 추가된 일행과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그녀에게 맞은 눈 언저리의 상처와 함께 난 걷지 못하는 그녀를 업고 산을 넘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친일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제6 장 학살(2) - 할아버지와 다섯 아이! 24.07.26 48 2 7쪽
23 제6 장 학살(1) - 와룡동의 비극 24.07.25 59 2 7쪽
22 제5 장 전쟁(8)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1 24.07.24 63 3 9쪽
21 제5 장 전쟁(7) - 독립군 3대 대첩, 봉오동 전쟁 24.07.23 58 3 9쪽
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59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0 3 8쪽
18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6 4 8쪽
17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8 4 8쪽
16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7 4 7쪽
14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4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3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1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1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4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8 4 9쪽
8 제3 장 망명(1) - 서간도로 가는 길 24.07.10 108 5 9쪽
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6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3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4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6 1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