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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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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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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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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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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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DUMMY

* * *



민족의 번영을 위하여 우당 선생을 비롯한 뜻있는 지사들의 각고의 노력이 빛을 발하려는 그때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만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와 만주의 영향권을 놓고 일대 결전을 벌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일본은 러시아의 대함대를 격침하였고 결국 전쟁에서 승리를 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패배에 당황한 러시아와 계속 전쟁을 지속하기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일본은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러일 강화 조약인 포츠머스 조약을 맺고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지배를 공식화하였다.

우습게도 우리 민족의 주권을 강탈하는 서막을 알리는 이 조약 덕분에 얼마 후 미국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게 되었다.


전쟁에서 일본이 러시아를 격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부터 우당 선생은 불길한 예감을 거둘 수 없었다.

우리의 주권을 가지고 남들끼리 강화 조약을 체결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난 어느 날 일본의 실권자 이토 히로부미는 일말의 양심도 없는 아주 당당한 약탈자의 모습으로 한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약탈자의 등장은 여지없이 비극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러일 강화 조약에서 조선의 관할권을 인정받았으니 이토는 또 한 번 강제 조약을 맺으려 할 것입니다. 무슨 수가 있어도 이것은 막아야 합니다.”


러시아와 한창 전쟁 중이던 일 년 전 일본은 재무, 외교 등 조정의 주요 의결에 대하여 자신들이 추천하는 고문을 두어 원하는 방향으로 대리 정치를 할 수 있는 강제 조약을 체결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벌이는 전쟁에 한민족을 좀 더 쉽게 끌어들이기 위하여 이런 불평등한 조약을 체결하고 제1 차 한일 협약이라고 부르며 나라 간 상호 협의 하에 이루어진 공식적인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당 선생을 비롯한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지사들은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조약에 대해 분개하고 앞으로 일어날 더 큰 위기를 감지하였다.

결국 일 년이 조금 지났을 때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우당 선생은 일본이 이번 기회에 더 강력한 조약으로 우리의 손과 발을 묶으려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이를 막기 위하여 상동청년회 동지들과 논의를 하였다.


“참정대신과 외부대신께 먼저 알리고 어전 회의에서 조약에 대한 논의 자체를 차단해야 합니다.”

“당장 제가 계정 선생께 조약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겠습니다.”


그 시절 보재 선생은 의정부 참찬, 성재 선생은 외부 교섭 국장을 역임하고 있었기에 어전 회의에 참석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정의 주요 인사들과 교류가 가능했다.

시종무관장 계정 선생은 고종 황제의 측근으로서 그를 보필하고 있었기에 조약에 조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황제에게 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보재와 성재 아우께서는 모든 걸 걸고 꼭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당 선생의 간절한 바람도 간단히 허사가 되었다.

이완용과 이토가 사전에 꾸민 대로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지휘하는 일본 군사들이 궁을 겹겹이 포위하였고 두 사람은 어전 회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조약의 체결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종 황제의 반대 또한 일본의 침략 의지를 꺾지는 못하였다.


이토는 고종 황제를 협박하여 대한 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조약에 승인을 받으려 했지만 황제의 강력한 반발로 이뤄낼 수 없었다.

그러자 조정의 대신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나라를 팔아먹는 일에 일말의 주저함이 없는 것을 이용하여 외교권과 관련된 여덟 명의 각료를 불러 모아 조약에 대한 가부를 따져 물었다.

참정대신 강석 선생은 소리 높여 통곡하며 극렬히 반대하였지만 이토 히로부미는 오히려 그를 죽여 버리겠다며 협박을 하였다.

탁지부 대신 민영기도 반대를 하였고 법부대신 이하영 또한 소극적으로 반대를 하였으나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 대신 권중현이 찬성을 하면서 나라의 주권 찬탈의 서막을 올리는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찬성을 한 다섯 명의 대신은 을사오적으로 불리며 민족의 주적이 되었지만 일본에게 그 공을 인정받아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갖게 되었다.

반대를 한 탁지부 대신 민영기와 법부대신 이하영도 나중에는 일본에 협력하여 요직에 오르게 되며 귀족의 작위까지 받게 됐다.

특히 이하영은 백사 대감의 후손으로 우당 선생과 먼 친척뻘이었으나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이리도 다른 행보를 보였다.

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만고충신의 핏줄이 이리도 불경한 선택을 하다니 백사 대감이 지하에서 통곡할 노릇이었다.


한편 참정대신 강석 선생은 훗날 일본의 남작 작위까지 거절하며 끝까지 나라에 대한 충심을 지켰다.

또한 시종무관장 계정 선생은 조약 파기를 위한 상소 시위가 일본 헌병들의 강제 진압에 의해 실패하게 되자 국민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오호라, 나라의 수치와 백성의 욕됨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은 장차 생존 경쟁 가운데에서 모두 진멸당하려 하는도다. 대저 살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고 죽기를 각오하는 자는 삶을 얻을 것이다. 나는 다만 한 번 죽음으로써 우러러 임금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우리 이천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하노라. 나는 죽되 죽지 아니하고, 구천에서도 여러분을 기필코 돕기를 기약하니, 바라건대 우리 동포 형제들은 억천만 배 더욱 기운 내어 힘씀으로써 뜻과 기개를 굳건히 하여 그 학문에 힘쓰고, 마음으로 단결하고 힘을 합쳐서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한다면, 죽은 자는 마땅히 저 어둡고 어둑한 죽음의 늪에서나마 기뻐 웃으리로다. 오호라, 조금도 실망하지 말라.’


이천만 동포에게 고하는 계정 선생의 유언에 상동청년회 동지들은 통분을 금할 길이 없었고 보재 선생 또한 비분에 땅바닥에 머리를 찧어 자결을 시도하였으나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보재와 성재 선생은 관직을 버렸고 우당 선생은 첫째 형님의 딸과 을사오적 중 하나인 박제순의 아들과의 정혼을 가차 없이 파혼시켰다.

고관대작 문중의 파혼이라는 전례 없는 일이었지만 나라를 팔아먹은 민족의 주적과의 혼례는 용납할 수 없었다.

우당 선생의 부친이신 계선 대감도 나라의 주권을 잃은 설움에 식음을 전폐하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하였고 곧이어 모친까지 부친을 뒤따라갔다.


“너희 육 형제는 어려서부터 화목하여 하나로 뭉쳤느니라. 이제 너희들은 나라를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명심하거라.”


자식들을 앞에 두고 임종을 맞이하던 계선 대감의 마지막 당부였다.



* * *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부와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힘든 길을 택한 삶과 부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팔고 평생 사람들에게 속으로 비난을 받는 삶 중 어떤 것이 한번 사는 인생에 더 가치 있는 것인지 나는 죽을 때까지 고민을 했다.

후자의 사람들은 백 년이 지난 후까지 친일 인명사전에 등록이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때까지 그들의 부는 여전히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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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6 6 9쪽
»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4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4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6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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