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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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4,355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18 14:00
조회
69
추천
4
글자
7쪽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DUMMY

* * *



“다들 그리웠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을 봐서 벅차오르는 동민 형의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더 강해진 눈빛을 감추지는 못했다.


동민 형을 만나서 봉오동으로 들어갔다.

독립군 기지에 민간인이지만 일본인과 함께 가는 것이 신경 쓰여서 미리 운산 장군에게 언질을 하였고 장군은 흔쾌히 허락하였다.

다만 사람들이 오해를 할 수 있으니 메구미에게 한인 이름을 하나 지어 주었다.


“시작하는 인연이라는 의미의 시연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구나. 앞으로는 부디 행복해 지길 바란다.”


그녀의 사정을 들은 장군은 본인 일처럼 안쓰러워하며 그녀를 위로했다.


“감사합니다.”


무표정하게 인사하는 그녀를 보며 앞으로는 내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오동에서의 생활은 합니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른들은 농사를 지었고 난 군인으로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다만 그동안 아버지를 떠날 수 없어서 신흥 무관 학교 졸업 후에도 농사를 지었던 장순 아저씨가 군인으로 복귀를 하였다.

아버지는 신흥 무관 학교에서 배운 걸 썩히는 건 학교를 설립한 어르신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한사코 장순 아저씨를 밖으로 내몰았다.

아마도 친구를 위해 지난 몇 년간 배운 모든 걸 포기하려는 아저씨가 안쓰러웠던 것 같았다.

동민 형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독군부 훈련 교관으로 활동 중이었다.

지난번 말한 한의사 선생은 아직 봉오동에 없었다.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간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아직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형에게는 언젠가 여기서 다시 그 선생을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 보였다.

다만 그 선생을 기다리는 동안 군인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곳에서의 농사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가 서간도에서 힘들게 일구었던 벼농사가 여기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었다.

이곳은 토양이 비옥해 수전 농사에 유리하였다.

그 덕에 연변 쌀은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힘들게 노력한 것이 허무할 정도로 이곳의 벼농사는 발전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난 몇 년 우리의 노력이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가 쌓은 농사 기술 덕인지 남들보다 빨리 적응해 갔고 짧은 시간 내에 우리의 논밭을 개간했다.

이젠 시연이가 된 메구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어른들의 농사일을 도울 뿐이었다.


독군부는 모든 체제를 갖춘 정식 군대였다.

이곳의 훈련은 상중하로 나눠져 있었는데 힘들기로 소문났다.

하급은 체력 훈련이 기본이고 중급은 맨손과 칼을 사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을 주로 하였다.

내가 속한 상급은 무기를 다루는 훈련이었다.

소총뿐 아니라 대포 같은 대형 무기들도 다뤘다.

신흥 무관 학교에서 대부분을 배웠으나 대형 무기 중에는 처음 보는 것들도 있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생활에 제법 익숙해져 갔다.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았다.

비장한 각오로 운산 장군을 찾아가려고 했다.

사실 장군을 처음 보았을 때 압도하는 기운을 느꼈다.

단지 장군의 위풍당당한 풍채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인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장군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얼마 후 들은 바에 의하면 장군은 예전부터 전통 무술을 연마하였다고 했다.

장군의 평상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직까지도 수련을 계속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남들보다 어렸던 나는 덩치도 작고 힘이 약했다.

합니하에서부터 남들과 맞붙는 훈련을 할 때마다 항상 밀렸고 그때마다 내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신체적 약점이 야속하기만 했다.

장군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나의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게 해 줄 것만 같았다.

어떻게 장군에게 청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이 꼬마. 또 왜 이리 심각하게 있는 거야?”


운산 장군의 동생 흥 장군이었다.


운산 장군 삼 형제는 그 성격이 전부 달랐다.

첫째 희 장군은 말 걸기가 무서울 정도로 진중하였다.

둘째 운산 장군은 너그럽고 인자하였으나 15살이나 많은 봉오동 최고의 장군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한편 셋째 흥 장군은 항상 즐거운 사람이었다.

언제나 웃고 장난기가 많던 그는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친근하게 먼저 다가왔다.

그런 그가 내게 말을 건 것이다.


“아 장군님. 잠시 생각 중이었습니다.”


난 경어를 쓰며 응대하였다.


“부대 밖에서는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라니까. 넌 참 나이답지 않게 쓸데없이 진지하다니까. 그 나이에는 인생의 모든 것을 즐겨야 하는 법이란다.”


운산 장군과 비슷한 나이의 그는 나를 아주 편하게 해주려고 하였다.


“네 형님.”


평상시의 나라면 쉽게 나오지 않았을 형님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쉽게 나왔다.

그가 아주 편하게 느껴졌다.


“너 둘째 형님에게 할 말이 있는 거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니 얼굴에 딱 쓰여 있다. 세상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해라. 할 말이 있을 때는 그냥 하는 거야. 따라와”


그렇게 흥 장군을 따라서 운산 장군 댁에 갔다.


“형님 나와 보세요. 이 친구가 형님에게 할 말이 있답니다.”


운산 장군을 부르고 나서 당황하는 나를 놔두고 그는 가버렸다.


“그래, 무슨 일이냐?”


얼떨결에 운산 장군을 독대하게 됐으나 흥 장군의 말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다.


“장군께 부탁이 있습니다. 무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무슨 연유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전 아직 어려서 힘이 약합니다. 나이가 더 들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시기이지 않습니까? 강해지고 싶습니다.”

“개인의 근력이 전쟁의 승패 좌우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평생을 고아로 지내온 제게 지키고 싶은 가족이 생겼습니다. 제가 강해지지 않으면 그들을 지킬 수 없습니다.”

“단순히 무술을 배운다고 소중한 것을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너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하였지만 운산 장군은 다음날부터 무술을 가르쳐 주었다.

봉을 들고 마당을 뛰어다니며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장군의 무술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아침저녁으로 봉오동 뒷산 깊은 계곡 속에 들어갔다.

한 여름이지만 뼛속까지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추위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온몸이 떨렸다.

이런 상황에서 물속에 들어가기 전과 동일한 마음을 유지해야 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심장이 다시 평상시처럼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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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5 장 전쟁(8)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1 24.07.24 63 3 9쪽
21 제5 장 전쟁(7) - 독립군 3대 대첩, 봉오동 전쟁 24.07.23 58 3 9쪽
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59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0 3 8쪽
18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6 4 8쪽
17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8 4 8쪽
»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15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6 4 7쪽
14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3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2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1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1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4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8 4 9쪽
8 제3 장 망명(1) - 서간도로 가는 길 24.07.10 108 5 9쪽
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6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3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4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6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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