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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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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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20 14:00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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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DUMMY

운산 장군은 북간도의 모든 독립 무장 단체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이 지역의 독립 단체 중 운산 장군의 지원은 받지 않은 단체는 거의 없었다.

운산 장군은 풍부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그동안 군자금을 비롯한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군무도독부의 본부였던 운산 장군의 형제가 같이 살던 저택에는 북간도 지역의 독립 단체 수뇌부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통합이 머지않아 보였다.


한편 기존의 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운산 장군은 실력을 키우고 우리 민족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하는 군사 방침을 세우고 봉오동이라는 방어 요새를 지키고 정예병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였다.

때로는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국내로 치고 들어갈 것을 주장하였지만 병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세를 취하는 것은 손해 막심한 일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물리치곤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결전이 머지않았다.

공세를 취해야 하였다.

소규모 부대를 편성하여 국경 지대의 일본 수비대에 대한 공격이 계획되었다.


“떨리느냐?”


국경 지대인 온성 지역 습격 작전을 떠나기 전날 운산 장군이 내게 물었다.


“떨립니다.”


첫 전투를 앞두고 긴장되고 떨렸지만 차분하게 대답했다.


“떨리지만 차분하구나. 수련이 잘 돼있는 것 같다. 내일의 전투는 독립군으로서 너의 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한 사람을 죽이는 역사의 시작이기도 하다. 저격수는 자신의 대상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거라.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하는지.”


운산 장군의 가르침을 새기며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평상시처럼 마음을 단련한 뒤 작전 수행을 위하여 연병장에 집결하였다.

봉오동 최고의 지휘관인 운산 장군이 직접 이끄는 30명의 최정예 병사들이 출병 준비를 마쳤다.


“제군들은 최정예 병사로서 이번 작전의 가장 선봉에 설 것이다. 우리의 성공 여부가 다른 부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니 그동안 훈련한 것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평범하지만 힘이 있는 운산 장군의 말에 우리의 사기는 충천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사기는 밖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닌 내부로 잘 갈무리되었다.

기습에 최적화된 정예병다웠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났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산길로 행군하였다.

천천히 이동하였지만 목표까지 도달하는데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 멀리 두만강이 보이고 그 건너편에 우리의 목표인 일본 헌병 감시소가 보였다.

육안으로 목표물이 보이기 시작하자 긴장감이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평상시 마음을 단련하듯이 호흡을 해보고 머릿속을 비우려고 노력했지만 떨리는 심장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지휘관끼리의 은밀한 대화가 이어진 후 열 명 단위의 다른 두 부대는 각기 다른 길로 떠났다.


“훈련과 실전은 천지 차이이지 않느냐.”


다른 부대들이 떠난 것을 확인한 후 운산 장군이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이번 임무에서 너는 내 곁에 머무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거라. 전쟁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네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나와는 달리 운산 장군은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네 장군님.”


나는 최대한 내 마음의 떨림을 감추면서 대답하였지만 요동치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미리 정해 놓은 인적이 없는 곳으로 두만강을 건넜다.

그리고 바로 산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제 적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고지까지 접근하였다.

운산 장군의 손짓에 모든 병사들은 자리를 잡고 사격 준비를 하였다.

양 옆의 산 중턱에는 바위와 움푹 파인 지형을 이용하여 좀 전에 헤어진 부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는 숨죽인 채 그 자리에서 미동 없이 적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리의 우측 산 아래 수풀에서 무언가 반짝거렸다.

마치 햇빛이 무언가에 반사되며 빛나고 있는 듯 보였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지만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감시탑의 일본군들은 일사불란하게 총소리가 난 방향으로 대응사격을 하려고 하였지만 봉오동의 정예병들은 괜히 정예병이 아니었다.


“탕탕탕탕!”


대한군무도독부 내에서도 사격 솜씨가 좋은 병사들로 꾸린 유격 선봉 대원의 총구가 불을 뿜을 때마다 감시탑 내의 일본군들은 하나둘씩 쓰러졌고 건물에서는 부대 단위의 일본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원을 요청하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일본군이 나와서 소리를 질러댔다.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전화가 먹통입니다.”


옆 건물에서 한 병사가 뛰어나오며 대답했지만 그들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탕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지휘관이 먼저 쓰러지고 통신병으로 보이는 병사가 뒤따랐다.


“통신을 마비시켜 지원군을 차단하고 지휘관을 저격하면 적들의 명령 체계는 무너지게 된다. 전투의 승기를 잡게 되는 것이다.”


운산 장군은 무심하게 말하며 감시탑의 기관총을 목표로 저격하라고 하였다.


나는 조준경에 눈을 대고 기관총 사수를 겨냥하여 쏘았다.

내가 쏜 일본군이 감시탑에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우측에서 함성이 일어났다.

아까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던 수풀에서 흥 장군과 50여 명의 병사가 헌병 감시소로 돌진을 하고 있었다.

엄청난 총성이 쏟아졌고 아수라장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막사에서 쏟아져 나오던 일본군들은 대부분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총에 맞고 쓰러졌다.

중간중간에 대포를 끌고 나오던 일본군들이 보였다.

이들이 활약하게 되면 아군의 손해가 막심해질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운산 장군은 이들을 최우선으로 저격하였고 나 또한 뒤따랐다.

몇 명의 일본군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함께 온 유격 선봉대원들도 중화기 같은 위험이 큰 목표를 우선적으로 사격하였고 그것들은 아군에 피해를 주기 전에 모두 제거되었다.

운산 장군을 비롯한 유격 대원들은 그 누구도 조준경이 달린 전문 저격총이 아닌 일반 소총을 사용하였지만 쏘는 족족 적을 쓰러트렸다.

유일하게 조준경이 달린 저격총을 가지고 있던 나만 실수를 연발할 뿐이었다.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아주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어느새 총성이 멈추었고 주위는 고요해졌다.

흥 장군의 돌격 부대는 적군 막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잔여 병력을 수색했다.

살아남은 자는 없었다.

우리 측 전사자는 없었다.

1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지만 목숨이 위험한 자는 없었다.

대승이었다.


100명이 넘는 헌병이 지키는 감시소를 한 명의 전사자 없이 섬멸하였다.

정말 놀라운 전공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빗나간 줄 알았던 운산 장군의 첫 발이 전화선을 맞춘 것이었다.

전화선을 소총으로 저격해 끊어 버리니 통신이 먹통이 되어 버렸고 지원군이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군들은 더욱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운산 장군의 말과 같이 지휘 체계가 무너진 군대는 아무리 많은 병력이 있더라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단 세 발의 총알로 운산 장군은 전투의 승기를 잡았다.

이후로도 난 수많은 작전에 참여했지만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날의 전투는 한 장면 한 장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단지 그날 내가 몇 명을 죽이고 어떻게 전투를 치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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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60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1 3 8쪽
»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7 4 8쪽
17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9 4 8쪽
16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15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7 4 7쪽
14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4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3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2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2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5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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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7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4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5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8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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