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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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리初理
그림/삽화
퐌베어
작품등록일 :
2024.07.08 11:48
최근연재일 :
2024.09.04 14: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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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6
추천수 :
150
글자수 :
175,431

작성
24.07.16 14:00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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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DUMMY

“자네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군. 저쪽으로 조금 더 가면 의원이 하나 나올 거야. 내가 부축해 줄 테니 어서 의원에게 가세.”

“전 가진 돈이 없어서 의원에 갈 수 없습니다.”

“저 의원은 돈을 받지 않는다네.”


돈이 없다는 동민 형의 말에 그 사람은 대수가 아니라는 듯 신경 안 쓰고 형을 의원에게 데리고 갔다.


반쯤 정신이 나간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침을 맞고 탕약을 마시고 결국 그대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가 한참 후에야 깨어났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리에는 동상이 걸렸고 며칠은 못 먹었는지 영양실조에 몸이 많이 쇠약해졌네.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임무가 무엇인가?”


의원으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기골이 장대하고 눈썹이 진한 그는 호랑이와 같은 상이었다.


“임무라니 무슨 소리인가요? 시집간 누이동생 집을 찾아가려다 산속에서 길을 잃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가진 돈이 없어서 돈은 나중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동민 형은 정체를 들킬까 봐 둘러대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는 신흘이라 하는 한의사일세. 아까 자네를 데리고 여기 온 그 사내를 통해 지난 일주일간 자네를 지켜보았네. 자네가 밀정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었지. 산속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면 분명 정식 군사 교육을 받은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 몸이 망가질 때까지 서두르는 것인가?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돕겠네. 그리고 원래 한인에게 돈은 받지 않는다네. 신경 안 써도 되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심을 쉽게 풀 수는 없지만 왠지 신 선생이라는 사람의 말은 신뢰감이 들었다.

형은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며 백서농장의 사정과 소문으로 듣던 부대에 대해 다 말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 내 비록 그 부대를 떠나 있지만 자네가 찾고 있던 군의관은 바로 여기에 있네.”


신 선생은 독군부에서 군의관 겸 참모로 복무하다 얼마 전 봉오동을 떠났다고 했다.


백서농장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아쉽게도 찾을 수 없었다.

백서농장에 퍼지는 전염병은 일종의 풍토병으로 보인다고 선생은 말하였다.

풍토병의 경우 새로운 병균에 대한 인간의 면역력이 길러지지 않는 한 쉽게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상태를 조금 호전시킬 수 있는 약초를 가르쳐 주었다.

이 약초는 백두산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였다.

또한 약초로 약을 만드는 방법, 환자에게 복용시키는 방법을 간단히 전수해 주었다.

선생이 떠나면서 다른 참모에게 간단한 의학 지식과 약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해 주었기 때문에 봉오동에는 얼마간의 여분이 있을 거라고 하며 서신을 써주었다.

급한 대로 봉오동에서 약을 조금 얻어가지고 가지고 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준 것이었다.

선생은 현재 다른 독립운동 조직을 운영 중이어서 같이 가줄 수 없다며 미안해하였다.

대신 선생의 수하 한 명이 동민 형을 봉오동으로 안내해 줬다.


봉오동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일단 들어가는 절차조차 간단하지 않았다.

산속에 버려진 폐가에서부터 복잡한 도시에 평범해 보이는 주막까지 복잡한 연락망을 통한 여러 단계를 거쳐서 며칠을 기다린 뒤 겨우 출입 허가를 받았다.

봉오동 입구에서부터 본부가 있는 중심부까지 가면서 동민 형은 감탄에 마지않았다.

입구에서는 신원이 확실한 인원만 출입을 허가해 주었고 입구에서부터 주요 거점에는 초병이 배치되어 있어서 몰래 그곳으로 잠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중간에 보이는 수천 평 규모의 연병장에는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단련된 병사들의 눈빛은 그들이 받은 수많은 훈련을 말해주고 있었다.

본부 근처에는 엄청난 규모의 토성이 건설되어 있어 웬만한 규모의 부대조차 침입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신 선생이 보낸 분인가요?”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말을 거는 사내는 한순간에 동민 형을 사로잡았다. 운산 장군이었다.


“네 서간도에서 부탁을 드리고자 찾아왔습니다.”


동민 형은 백서농장의 상황과 신 선생을 만난 일을 설명하였다.


“어디서 훈련을 받으셨습니까?”

“신흥 무관 학교 출신입니다.”

“신흥 무관 학교라. 소문보다 더 대단한 곳이군요. 단련이 아주 잘 되어 있어요.”

“여기의 병사들이야 말고 정예 중의 정예처럼 보입니다.”


무술의 고수답게 운산 장군은 동민 형의 훈련 상태를 한눈에 파악했고 동민 형 또한 이곳의 병사 수준에 감탄하였다.


“신 선생은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같이하지 못함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뵙겠지만요.”


운산 장군은 신 선생을 그리워하는 눈치였다.


“잘 지내고 계십니다. 여기 서신이 있습니다.”


동민 형은 신 선생의 서신을 운산 장군에게 건네주었다.


서신을 본 운산 장군은 넉넉한 양의 약을 건네줄 뿐 아니라 몇 명의 군사를 붙여서 식량까지 지원해 주었다.

단지 백서농장으로 가는 길이 너무 험해서 많은 양의 지원을 못해주는 것을 아쉬워할 뿐이었다.


봉오동을 떠나기 전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동민 형은 운산 장군을 다시 찾았다.


“장군 청할 것이 있습니다. 훗날 제가 여기서 복무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동민 형답지 않게 강력한 어조로 부탁하였다.


“동민 군 같은 인재가 와 준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을 겁니다.”


운산 장군은 흔쾌히 허락하였다.


운산 장군의 지원을 받은 동민 형은 백서농장으로 돌아왔다.

동민 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백서농장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많은 병사들이 전염병으로 죽음을 당했다.

한때 500명이 넘는 규모였지만 상황이 이러해 지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떠나게 되었다.

새해가 밝아 오자 소규모의 병력을 제외하고 철수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동민 형 또한 떠나기로 결심했다.



* * *



내가 아직 특별반에 들어가기 전 어느 날이었다.

특별반에 가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기에 농사일을 도울 수가 없었다.

또한 남들보다 어린 난 어른들의 힘을 따라갈 수 없기에 체력을 기르기로 했다.

다섯 시에 일어나 농사 허드렛일을 한 뒤 여섯 시부터 산 위를 달렸다.

특별반에 가면 해야 하는 구보에 미리 익숙해져야 했다.

아주 고된 일이었지만 작은 내가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날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다섯 시에 일어났다.

방문을 나서는 내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방문 앞에는 내 주먹만 한 돌멩이가 있었고 그 밑에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



* * *



‘꼬마.

널 깨우고 얼굴을 보면서 얘기를 할까도 생각했으나 곤히 자는 널 보니 차마 그러지 못하고 글을 남긴다. 몇 달 전 어떤 임무를 위해 북간도를 갔다가 생각지 못한 인연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 눈썹이 아주 진한 호랑이 상의 한의사 선생이었지. 내 앞으로 평생 모시고 싶은 분이었다. 그리고 의술의 위대함을 배웠다. 앞으로 그분을 모시고 의술을 배워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나의 사명으로 느껴졌다. 또한 그곳에는 봉오동이라는 위대한 독립 기지가 있었다. 거기에도 서간도의 어르신들 같은 영웅이 있었다. 비록 한의사 선생은 지금 봉오동에 없지만 내 거기서 그분을 기다리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 느껴진다.

나에게 하나만 약속해 다오. 공부를 해라. 신흥 무관 학교는 위대한 곳이다. 이곳에서 장교로서 교육을 다 받은 후 꼭 봉오동으로 와다오. 그곳에서 같은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싸우자. 경성에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넌 나에게 동생이었다. 합니하의 집안 어른들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다. 꼭 함께하고 싶구나.

동민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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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5 장 전쟁(8)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1 24.07.24 63 3 9쪽
21 제5 장 전쟁(7) - 독립군 3대 대첩, 봉오동 전쟁 24.07.23 58 3 9쪽
20 제5 장 전쟁(6) - 전쟁의 시작, 삼둔자 전투 +1 24.07.22 59 3 8쪽
19 제5 장 전쟁(5) - 형님. 행복하십니까? 24.07.21 60 3 8쪽
18 제5 장 전쟁(4) - 전투의 시작, 사람을 죽이다. 24.07.20 66 4 8쪽
17 제5 장 전쟁(3) - 봉오동 저격수의 탄생 24.07.19 78 4 8쪽
16 제5 장 전쟁(2) - 무술을 배우다. 24.07.18 70 4 7쪽
15 제5 장 전쟁(1) - 슬픈 운명의 소녀 24.07.17 66 4 7쪽
» 제4 장 운산(3) - 동민 형의 결심 24.07.16 64 4 8쪽
13 제4 장 운산(2) - 봉오동 독립군 기지와 정예 독립군 ‘독군부’ 24.07.15 72 3 8쪽
12 제4 장 운산(1) - 북간도의 사 형제 24.07.14 81 4 8쪽
11 제3 장 망명(4) -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꾸다. +2 24.07.13 111 4 9쪽
10 제3 장 망명(3) - 신흥 무관 학교 24.07.12 104 4 8쪽
9 제3 장 망명(2) - 대고산에 울려 퍼진 한민족의 기개 24.07.11 108 4 9쪽
8 제3 장 망명(1) - 서간도로 가는 길 24.07.10 108 5 9쪽
7 제2 장 대항(4) -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수치 24.07.09 128 4 10쪽
6 제2 장 대항(3) - 그리고 그곳엔 충정한 군인의 유서가 있었다. 24.07.09 239 3 7쪽
5 제2 장 대항(2) - 헤이그의 영웅들 24.07.09 188 6 12쪽
4 제2 장 대항(1) - 백악관의 밀약 24.07.09 216 6 9쪽
3 제1 장 우당(2) - 을사늑약 24.07.08 283 4 8쪽
2 제1 장 우당(1) - 괜찮습니까? 24.07.08 424 9 12쪽
1 프롤로그 +1 24.07.08 606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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